저는 심심할 때마다 전국의 집들, 그것도 농촌에 위치한 집들을 ‘랜선 방문’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모니터에 ‘거리뷰’를 띄워서 그 집이 어떤 동네에 있는지, 주변 집들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떤 경치 속에 놓여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뜯어보죠.
누가 보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지만, 저는 부동산 가치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똥손’이라고 자평할 만큼 부동산 투자에는 숙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여러 집을 관찰하는 까닭은 '공간 속에 머무는 나'를 상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에 앉아 있을 나의 표정은 얼마나 평안하고 즐거울지, 집 앞을 산책할 때 제 눈에 들어올 풍경은 얼마나 저를 행복하게 해줄지, 산책길에 만나는 풀꽃, 이따금 벌판을 지나는 바람 한 줄기의 질감과 냄새를 상상하며 집을 관찰하곤 하죠.
모든 욕구는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월세방을 숱하게 전전하느라 ‘자가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고 '내 방'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결핍이 지금까지 ‘나의 공간’에 대한 염원을 불태우는 연료이지 싶습니다. 어린 저는 방 한 구석에 엎드려서 내가 나중에 집을 지으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구조로 할지를 그려보곤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집을 구입할 만한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뼛속 깊은 ‘공간에 대한 결핍’이 이렇게 중년이 되어서도 끈덕지게 이어지는 걸 보니 누군가의 동기 유발 포인트를 찾으려면 그 사람의 결핍 요소를 먼저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자기 공간’에 결핍을 가진 직원에게는 연봉 몇 푼 더 올려주는 것보다 아지트라 여길만한 코지(cosy)한 공간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보상일 겁니다. 물론 공간이야 어떻든 간에 높은 보상을 받거나 남들에게 어깨를 으쓱할 만한 직함을 사용하는 것에서 일할 동기를 찾는 사람도 있죠. 어떤 직원은 ‘안전감’을, 또 어떤 직원은 ‘교류 혹은 친교’가 동기 유발의 포인트입니다.
이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과거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결핍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리더가 직원에게 할 수 있는 보상이고, 이런 점에서 리더가 직원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은 돈 말고도 매우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 경험한 결핍들 모두가 동기로 전환되지는 않거든요. 어렸을 적의 경제적인 어려움 또한 저의 결핍이긴 했지만 '돈'이 저의 동기로 ‘승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동기는 결핍에서 비롯되지만, 모든 결핍이 동기로 전환되지는 않아요. 리더는 직원의 결핍을 파악하되 그 모두를 동기로 ‘직역’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결핍 = 동기'라는 1차 방정식으로 우리 삶을 통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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