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지 않아야 할 비밀   

2024. 7.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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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몇 개의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까? 알다시피 비밀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것, 남들이 알면 안되는 것, 알려지면 수치심, 갈등, 처벌 등을 유발할 만한 것을 말합니다. 2017년에 마이클 슬레피언(Michael Slepian)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저나 여러분이나 이런 비밀을 평균 13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겁니다(17개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비밀이 자기 자신에게는 특별해 보이더라도 아주 독특한 것은 아닐 겁니다. 남에게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비밀 중 몇 개는 배우자(혹은 파트너)가 아닌 사람에 대한 성적 환상이나 혼자만 아는 본인의 성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니까요(연구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 어떤 비밀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털어놨을 텐데요, 그래도 절대 밖으로 내뱉지 않은 비밀이 있을 겁니다. 슬레피언은 13개 중 5개가 그런 비밀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런 '비밀 중의 비밀'이 몇 개나 되는지 여러분도 한번 헤아려 보세요. 

이렇게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타인에 상처를 주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무언가를 훔쳤거나 하는 등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비밀'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트라우마, 신체적으로 매우 불쾌했던 경험, 정신적 문제 등 '수치심을 일으키는 비밀'입니다. 여러분이 이 두 가지 비밀 중에서 무엇을 더 밝히기 어려운가요? 각 비밀의 경중에 따라 다를 테죠.

 



비밀을 남들에게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남들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가혹하게 평가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일 텐데요, 사실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만큼 가혹한 비난과 평가를 받지는 않을 겁니다. 이 또한 연구로 나온 결과인데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비밀을 말하는 자는 '내가 이 비밀을 고백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10점을 내릴 거야.'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 타인들은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은 맞아. 그러니 -7점을 주겠어.'라고 한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입니다. 여러분의 비밀이 어쩌다 '폭로'된다고 해도 혹은 여러분 스스로 고백한다 해도 과도한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혹시 여러분이 가까운 사람에게 "너만 알고 있어."라고 말하며 털어놓은 비밀은 정말로 그 사람만 알고 있게 될까요? 살면서 많이들 경험하셨겠지만,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부터 그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연구 결과, 털어놓은 비밀의 3분의 1 가량이 주변인들에게 전파된다고 해요.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공공연한 비밀'로 주변인들이 수근거립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주목할 것은 비밀의 3분의 2는 퍼지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지인들에게 널리 퍼지는 비밀(털어놓은 비밀의 3분의 1)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여겨질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걔한테 들었는데, 걔가 이랬대."라고 제3자에게 몰래 전파함으로써 '걔'를 처벌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걸까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후련하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는 싶은데 주변인들에게는 널리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상대방에게 '부도덕하다고 평가 받을 가능성이 낮은 비밀'만 고백해야 할 겁니다. 부도덕하다, 처벌이 필요하다고 손가락질 받을 만한 비밀은 끝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게 낫죠. 털어놔서 후련해봤자 입니다.

헤아려 보니 그런 비밀이 저에게도 두세 가지가 있네요. 무덤까지 가지고 갈 테니 제발 캐묻지 마세요.


*참고논문
Slepian, M. L., Chun, J. S., & Mason, M. F. (2017). The experience of secrec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3(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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