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느끼기에 좋은 노래 5곡   

2024.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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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영일기 시즌 2가 시작된 지 이제 2주일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연재를 하려니까 (몸에 익지 않았는지) 약간 버벅이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여러분에게 유용한 컨텐츠이길 바랍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가벼운 걸로 일기를 채우려 합니다. 봄이 왔음을 조금씩 느끼는 중인데요, 봄을 더욱 느끼기에 좋은 음악 5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제가 근래 들어 자주 듣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서른 몇 살까지 들었던 음악을 평생 듣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실 별로 좋은 말은 아닙니다. 그만큼 ‘경험의 폭’을 넓히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이 다섯 곡이 여러분의 경험 세계를 1밀리미터 쯤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너무 거창한 듯.. ㅋㅋ)

 

Lizzy McAlpine - Called You Again

https://www.youtube.com/watch?v=RIbASLKRSrE

 

Stacey Kent - Nobody’s Heart(Belongs to Me)

https://www.youtube.com/watch?v=o2sdotRVeEU

 

Norah Jones - Paradise

https://www.youtube.com/watch?v=FOaGTPHd0R4

 

The Walters - Wishing Well

https://www.youtube.com/watch?v=cgSzrm7mKHQ

 

NAFTA - A Salvo

https://www.youtube.com/watch?v=08fsFaz9v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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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의 엉덩이를 보며 든 생각   

2024. 3.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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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고,객사를 방문하러 경인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공기 질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완연한 봄이 느껴질 정도로 햇살이 따뜻하더군요. 요즘 제가 즐겨듣는 Lissy McAlpine의 노래(특히 Older라는 곡)를 들으면서 약간은 노곤한 기분으로 운전을 하던 중이었데, 상습정체구역에 들어서자 여지없이 차가 밀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하품을 하다가 앞차 트렁크에 있는 엠블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이한 엠블럼은 전혀 아니었어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기아자동차의 새 엠블럼이었으니까요. 나온 지 좀 됐기에 새 엠블럼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됐기에 그 모양만 보면 바로 ‘기아’를 연상하겠지만, 아직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생경하다란 인상을 받습니다.

 

KIA를 옆으로 흘려 쓴 듯 하고 A의 가로선을 없애서 V를 거꾸로 만든 로고. 찬찬히 뜯어보면 그게 KIA란 단어를 멋스럽게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지만, 불현듯 볼 때마다 ‘저게 뭐더라?’라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이런 어색함이 사라지겠지만, 자사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가 이렇게 익숙해질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어쩌면 제 인지능력의 부족이겠죠, 뭐.)

옛날 기아자동차의 로고는 공장 굴뚝을 연상시키는 모양이었습니다(기아측은 굴뚝 연기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만). 그리고 현재의 로고로 바뀌기 전은 빨간 타원 안에 빨간 글씨로 KIA가 들어간 모양이었죠. 이때도 A에는 가로선이 없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아자동차 로고의 변천을 보면 KIA란 회사명을 계속 고집하는 듯 합니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쓰던 로고를 제외하곤 그렇죠. 왜 회사명을 로고에 넣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집스런 패턴입니다.

 

알다시피 메르세데스 벤츠의 로고(엠블럼)은 ‘삼각별’이고 아우디의 것은 ‘네개의 고리’이고 쉐보레는 십자가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게 어느 회사의 자동차인지 대번에 인식합니다. 토요타, 혼다, 현대자동차와 같이 회사명의 맨앞 철자를 엠블럼에 활용하는 회사도 있는데, 역시 그 모양만 봐도 기업명과 바로 연결시킬 수 있죠. 오랜 브랜딩 노력의 결과죠.

 

물론 기아자동차처럼 회사명을 엠블럼에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도 있지만, 대개의 기업들은 로고나 엠블럼을 하나의 상징으로 형상화합니다. 굳이 글자로 설명하지는 않죠. 당연히 기아 엠블럼에 쓰인 글자의 각도나 색깔 등에 나름의 상징이 있을 것이고 (잘은 모르지만)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을 겁니다. 허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네요. 그저 예전 빨간 타원 로고를 세련된 모양으로 바꿨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한번 회사명을 로고(혹은 엠블럼)에 담으면 계속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관념이 자리잡는 것은 아닐까, 앞차 트렁크에 붙은 엠블럼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왕 바꾸는 로고를, 한번 바꾸면 다시 바꾸기 어려운 로고를 ‘확!’ 바꿀 용기는 나지 않았을까, 라고도 생각했죠. 그리고 참신한 발상을 가두는 ‘과거부터 그래왔다’는 감옥이 상당히 완강하구나, 라고도 새삼 느꼈습니다. 혁신은 꽤나 어렵다는 것도요. 이렇게 오늘은 앞차의 엉덩이에 찍힌 엠블럼을 보며 이 생각 저생각 해 봤습니다.

 

덧글 1:  들리는 바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내에서 새로운 엠블럼(새로운 브랜딩 전략)의 성패를 궁금해 한다고 하는데, 어줍잖은 저의 생각이지만 아직 성패를 따지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고객과 충분한 ‘브랜드 대화’가 이루어진 후에 판단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덧글 2: 개인적으로 기아자동차는 저의 첫 직장이었기에 그만큼 애정이 가는 기업입니다. 미안하지만, 생각의 감옥을 탈옥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예로 든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아의 리브랜딩 성공을 기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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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잘 내는 직원이 일을 잘한다고요?   

2024. 3.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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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경영일기를 쓰지 않아서 그간 (별일 없으면) 매일 해오던 ‘하루 1편 논문 읽기’를 등한시했습니다. 시즌 2를 시작하면서 밀린 논문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오늘 재미난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이 논문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화를 내라. 그러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 

 

‘무슨 소리지?’ 저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제목으로 논문을 쓴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연구자들도 학술지 에디터들의 눈에 들기 위해 논문 제목 정하기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하니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합니다. 화를 내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10개 할 것을 2~3개 밖에 못한다고 짐작하죠. 그래서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분노를 가라앉히라는 조언을 하라고 합니다. 그러니 처음 논문의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논문의 본문을 읽어 보니 실험을 통해 입증된 주장이더군요.

 

 

연구자는 1,0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짜증스러운 컴퓨터 과제를 처리하게 해서 일부러 분노를 유발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까다로운 철자법 풀기나 어려운 게임 등 달성해야 할 목표가 분명한 작업을 수행하게 했죠. 그랬더니만, 분노를 ‘유발 당한’ 그룹의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작업 성과가 더 높았습니다. 더 많은 문제를 풀었고, 더 많이 견디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분노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효과는 쉬운 과제보다 어려운 과제를 부여 받았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 추가 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자, 이 논문의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면 일부러라도 화를 내야 할까요? 주변 동료들을 손가락질 하며 욕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노는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폭력적인 분노는 아닙니다. ‘일의 어려움으로 인한 짜증과 고통’을 의미하죠. 이런 류의 분노가 행동의 동기를 더욱 강화한다는 게 진정한 시사점입니다.

 

물론 분노가 부정적인 결과를 양산한다는 증거도 많이 있습니다만, 목표 달성 과정에서 본인이 가로막혀 있어서 발생하는 분노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좀더 잘하고 싶고, 좀더 많이 하고 싶으며, 좀더 먼저 하고 싶은 의지가 있기에 분노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애초에 분노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냥 포기하고 말지. 그러니 짜증스럽고 답답한 감정이 솟아오르면 잠시 자신을 객관화해서 ‘나는 왜 분노하는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목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기회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관리자는 직원들이 일을 하다가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을 이상하게 보지는 말아야겠죠. 그 분노가 물리적으로 타인을 향하지 않는 한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겁니다. 마냥 즐거워 하는 직원이 일 잘하는 직원은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습니까?   (끝)

 

*참고논문

Lench, H. C., Reed, N. T., George, T., Kaiser, K. A., & North, S. G. (2023). Anger has benefits for attaining goal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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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날 얼마나 좋아할까' 궁금한가요?   

2024. 3.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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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임에 처음 참석하거나 새로운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날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낯설고 새롭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그 긴장이 과해지면 부정적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추측인데, 이 추측은 근거가 없음에도 누군가를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서 꼭 등장합니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추측과 달리 ‘대개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들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고 추측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따로 물어보면 ‘좋은 사람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예상보다 많습니다. 이 차이를 ‘호감도 차이(Liking Gap)’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타인이 날 좋아할 거라고 내가 추측하는 정도’과 ‘실제로 타인이 나를 좋아하는 정도’ 간의 차이가 바로 ‘호감도 차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로 호감도 차이는 얼마 안 되거나, ‘타인이 나를 좋아하는 정도’가 더 크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려운 자리에 처음 들어선다고 해서 ‘이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 않을 테니 조심해야 해’라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죠. 자신의 호감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모임에 참석하거나, 타인들과 새로 어울려야 할 때 이를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놓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호감도 차이가 새로운 만남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멤버들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저 친구는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란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그다지 싫어하지 않거나 반대로 좋아하는 데도 말이에요. 호감도 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팀 내에서 호감도 차이가 크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협조를 구하는 걸 어려워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저 친구는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란 추측이 강하니까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날 더 싫어하겠지?’라고 지레 겁을 먹고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도와달란 말을 못하죠. 또 ‘저 친구에게 이런 조언을 해 주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조언했다가 무슨 욕을 얻어 먹으려고.’하며 포기하기 때문에 동료 간의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내가 혼자 하고 말지’라는 생각에 팀원들 간의 시너지도 발생하지 못하죠.

 

앞에서 말했듯이, 실제로 타인은 ‘내 생각보다 나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적어도 나를 싫어할 가능성은 내 생각보다는 낮습니다.’ 아니면 호불호 자체가 없을 수도 있죠.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어디에나 밉고 싫은 사람이 있지만요. 타인과 충분한 상호작용을 하기 전에 자신의 호감도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게 겸손은 아닙니다. ‘남이 날 좋아할까 말까’란 감정보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겸손이죠.  (끝)

 

*참고논문

Mastroianni, A. M., Cooney, G., Boothby, E. J., & Reece, A. G. (2021). The liking gap in groups and team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62, 10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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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데 휴가 보낼 수 있나요?   

2024. 3.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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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에서 상영 중인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Masters Of The Air)>라는 시리즈물을 시청한 적이 있나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공군의 활약과 고난을 다룬 전쟁 드라마인데, 지난번에 잠깐 언급했듯이 이런 전쟁물은 저에게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특히 이 시리즈의 8부에서 다룬 에피소드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받은 인상을 설명하려면 약간의 스포일러가 필요하니 양해 바랍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크로즈비는 공군 대위로서 ‘항법사’라는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 원래는 폭격기 안에 다른 장병과 함께 탑승해서 실시간으로 비행기 운행 방향을 계산하고 결정하는 보직을 맡고 있었지만, 운 좋게도 대대 항법사로 보직을 옮겨 대대 작전본부에서 비행단 전체의 비행 및 폭격 계획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라고 말한 까닭은 크로즈비 대신 폭격기에 오른 동료 항법사는 적의 공격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상 임무에 매진하던 그는 ‘디 데이’를 위한 항로 계획에 참여합니다. 디 데이란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입니다. 엄청난 병력과 물자, 엄청난 수의 비행기 등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대규모 작전이었기에 그는 밤을 새워 작전계획에 매진합니다. 무려 72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 벌건 눈으로 자기 앞에 쌓이는 항로 계획 명령을 수행하는 그에게 군의관과 동료들이 ‘가서 좀 자라’고 충고하지만, 그는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다. 할일이 남았다’라고 대꾸합니다. 하지만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몸이 받쳐줄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는 ‘아냐, 난 괜찮다’라고 말하고 나서 바로 바닥에 쓰러져 버립니다. 기절한 것이죠.

 

 

그는 토요일 아침 7시 30분경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알고보니 3일이나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실행 과정을 전부 놓치고 만 겁니다. 그는 꽤 실망합니다. 일을 다 해놓고 그게 실현되는 걸 보지 못했으니 그럴 만 했죠. 

 

그 다음이 아주 인상적인 대목이었습니다. 며칠 후 대대장은 그를 불러 휴가를 가라고 말합니다. “자네는 그동안 많은 걸 잘 해냈어. 전부 감당해 냈어.”라고 칭찬하며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한 달 간 좀 쉬어.” 한창 유럽 본토에서 독일군과 맹렬히 싸우는 마당에 본국에 가서 1개월을 쉬라니?? 크로즈비는 휴가를 안 가겠다는 취지로 반발하자 대대장은 그의 말을 끊고 “우리에게는 멀쩡한 자네가 필요해. 자넨 우리에게 너무 중요하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완강한 대대장의 말에 크로즈비는 휴가 명령을 수용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 시리즈는 픽션이긴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많이 참조했다고 하니 크로즈비의 일화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설령 지어냈다고 해도, 인재를 관리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이 드러난 에피소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인력은 부족한데 할일은 많고 게다가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전쟁 같은 상황에서 ‘일 잘하면서 충성도 높은’ 인재에게 한 달씩이나 휴가를 줄 수 있겠습니까? 휴가 보내는 이유가 “자네가 중요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에게도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 인재를 대체할 만한 인력이 없을 때 더 그렇겠죠.

 

우리 문화에는 장시간 근무와 과로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자청하는 직원을 (안쓰러워 하면서도) 칭찬하곤 하죠. 혹은 그렇게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일하기를 은근 기대하기도 합니다. 설령 휴식을 주더라도 한 달씩은 주지 못하겠죠. 길어야 3~4일? 그것도 토요일 일요일 붙여서? 

 

무조건적이고 충성스러운 열정이 얼마나 자기소모적인지를, 그래서 좋은 인재는 어떻게 아껴서 써야 하는지를, 그리고 장기적인 성과를 창출하려면 인재를 혹사시키면 안 된다는 것 등을 느끼게 한,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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