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할일 목록에 여러 개의 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어떤 일은 며칠 동안 애를 써도 완료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고, 어떤 일은 머리를 쓸 필요없이 몇 분만에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입니다. 주어진 시간에 모든 일을 완료하기가 힘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할일 목록에 적힌 일들 중에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어질까요?
개별 업무마다 중요성과 시급성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매긴 다음에 1순위의 일부터 행동에 옮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옳다는 걸 안다 하더라도 아마도 여러분은 그런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가장 쉬운 일부터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OO에게 이메일 답장하기’나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증명서 떼기’, 아니면 ‘책상 정리하기’처럼 쉽지만 간단한 후순위 업무를 먼저 할 가능성이 크죠.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으나, 참고논문에서 제시한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관심 있으시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 일을 먼저 하려 할까요? 그 이유는 쉬운 일을 먼저 함으로써 잘 진척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업무로드가 심한 상황에서는 일할 동기를 이어가기 위한 자기방어적 조치로 더욱 그렇게 행동하려 합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쉬운 일을 처리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해서 어려운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쉬운 일을 다 해놓고 뒤를 돌아보니 어려운 일들이 가득 쌓여 있다면 "에이, 나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라고 포기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어려운 일부터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어려운 일을 붙잡고 있으면 ‘이게 언제 끝나나? 과연 끝낼 수 있는 일일까?’란 불안감이 쌓이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운 일부터 하는 것도 문제고 어려운 일부터 하는 것도 문제이니, 해결책은 두 가지 일을 적절하게 섞는 겁니다.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감안해서 쉬운 일을 한두 개 처리하고 어려운 일 하나를 그 다음에 수행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참 싱거운 해결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제 경험상 성취감과 일의 진척을 동시에 확보하는, 꽤 훌륭한 팁입니다.
경영일기는 저에게 쉬운 일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일일까요? 미루고 미루다 밤 11시가 다 되어 쓰기 시작하는 걸 보니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내일에는 낮에 써둬야겠습니다.
*참고논문
KC, Diwas Singh and Staats, Bradley R. and Kouchaki, Maryam and Gino, Francesca (2019) Task Selection and Workload: A Focus on Completing Easy Tasks Hurts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School NOM Unit Working Paper No. 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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