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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스터 대학이 심리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데시(Edward L. Deci)과 그의 동료들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교사 역할을 할 피실험자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피실험자들(교사)이 가르쳐야 할 내용은 문제해결 방법이었죠. 데시는 피실험자들에게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주의사항을 자세히 일러 주고 문제해결 방법도 철저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데시는 교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교사들에게 두 그룹 중 하나를 가르치게 했죠. 그런데 두 그룹 중 하나의 그룹을 맡은 교사들에게는 이러한 지시를 별도로 내렸습니다. "가르친 학생들이 나중에 실시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해 주세요." 성과를 높게 달성하라는 일종의 압박이었습니다. 다른 그룹을 맡은 교사에게는 별다른 지시를 따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수업의 과정은 모두 녹음되어 나중에 자세하게 분석되었습니다. 그랬더니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었죠.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교사들이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 비해 수업 중에 말하는 시간이 두 배가 더 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학생들이 발언할 시간을 덜 주고 자신이 더 많이 말함으로써 수업을 끌고 갔다는 뜻이죠.
사용하는 문장의 성격을 살펴보니, 명령어는 세 배 더 많이, 통제적인 문구(have to, should, must 등)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학생들 위에서 군림하며 통제를 가했다는 뜻이겠죠. 학생들의 자율성을 훼손하면서 말입니다.
이 간단한 실험은 의미있는 시사점을 우리에게 줍니다. 높은 성적을 달성케 하라는 지시나 강한 바람이 교사들로 하여금 더욱 통제적으로 더욱 독재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행동과 자유로운 사고력을 방해하고 압박해서, 결과적으로(그리고 장기적으로) 기대하는 높은 성적이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교사들이 이렇게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진다는 데시의 실험 결과를 기업이라는 조직에 투영시키면 어떨까요? 알다시피 관리자(팀장 이상)들에게는 MBO나 BSC 등으로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가해집니다. 성과주의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경영방식은 압박이 있어야 개인의 의지가 발현되고 그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리란 기대감 위에 존재합니다. 데시의 실험은 관리자가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부하직원들을 통제하고 부하직원의 자율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결국 성과주의가 바라는 성과 극대화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또한 크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관리자들이 부하직원들의 성과 창출 과정을 조력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배려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부하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회사에 충성심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함으로써 통제를 확산시키고 부하직원들의 자율성을 갉아 먹습니다. 결국 부하직원들의 학습능력과 직무역량을 저하시키죠.
이것 역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물론 관리자의 자율성(그리고 부하직원들의 자율성)과 위에서 아래로 가해지는 성과 압박이 균형을 잘 이루게 하면 좋겠죠. 하지만 균형을 잡기가 과연 쉬울까요?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입니다.
부하직원들의 자율성과 기여심을 극대화하고 그에 따라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기계적이고 계량적인 도구를 사용한 성과주의 제도는 버려야 합니다. 혹자는 직원들의 자율성과 협력, 충성심 등과 같은 것들도 평가를 통해서 측정하고 독려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이런 생각을 가진 컨설턴트가 많아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자율성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쉽지 않은 일이고, '이거다' 하는 확실한 방법도 없습니다. 어쩌면 확실한 방법이 있는 게(있다고 주장하는 게) 이상하죠. 하지만 조직의 자율성을 키우는 데에 성과주의는 답이 절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팀장의 스트레스가 부하직원을 망칩니다. 그리고 조직도 망칩니다.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마세요. ^^
(*참고도서 : 'Why we do what we do', Edward L. Deci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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