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 제1 라디오 (FM 97.3 MHz) '성공예감, 김방희 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북한 리스크와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주제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2011년 12월 21일 08:40).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유 대표님, 안녕하세요.
쉽게 말해서, 시나리오 경영은 다리를 여러 개 걸쳐 놓는 ‘양다리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해야만, 특정 시나리오가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경영이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2. 미래에 닥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거기에 맞는 대비책을 세운다는 건데, 시나리오 경영이 어떻게 경영기법이 됐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은 시나리오 플래닝, 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물자를 보급하고 수송할 때 적용하던 방법이었습니다. 허먼 칸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방법인데요, 이 방법을 1960년대에 로열 더치 셸이라는 정유회사가 들여와서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 산유국보다는 정유회사가 더 힘이 셌는데요, 셸은 그런 시나리오가 유지될 수도 있고, 거꾸로 OPEC와 같은 카르텔이 형성되어 산유국의 힘이 강해질 거라는 시나리오를 또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투자전략이나 원유개발전략을 그에 따라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죠. 그 덕에 업계 7위였다가 2위로 급격하게 도약했습니다. 남들보다 시나리오 하나를 더 생각해서 말이죠.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문 방송을 보니까 북한 전문가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서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의 안정이 걸린 문제라서 그 파급효과도 대단히 크죠. 예전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 사태는 한반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상황이라서 그것은 ‘확실하게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작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안개 속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될 거야’, 이렇게 예측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나리오로 그려야 할 때죠. 기업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이라면, 길면 안 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재고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 어떤 변수들이 불확실성을 크게 만드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과 주변국의 이해관계 등을 면밀히 따지면서, 여러 전문가들이 모호해 하는 변수가 뭔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간의 결속이 얼마나 강한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될 것인가입니다. 그에 따라 북한이 조기에 안정을 취할지가 결정되겠죠.
주변국에서 북한의 조기 안정화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쩌면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 기반을 우려해서 사전에 문제를 봉합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 특히 중국과 미국이 북한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접촉하는지 분석하면 1년 내에 현실로 나타날 시나리오가 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는 정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시나리오 하에서 최적의 정답을 찾아가도록 개인과 조직에게 기회를 준다고 봐야 합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더 큰 실패를 하지 않도록 어느 선에서 막아주는 역할도 하죠. 시나리오 경영을 하려면, 기업 경영자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 같냐’, 이렇게 조바심을 내면 안 되겠습니다.
그런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미래는 객관식 문제가 아닙니다. 정답이 수시로 바뀔 뿐만 아니라, 정답의 내용도 모호합니다. ‘나에게 정답을 달라’ 이렇게 말하지 말고,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일단 조망하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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