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에 찬 사람을 한번쯤 의심하라   

2012. 3. 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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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여러분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 그 말을 믿어야 할까요?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우리는 자신감에 없는 듯한 사람의 말보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자신감 휴리스틱'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과도한 사람의 말은 수용하기 전에 한번쯤 의심해 보는 필터링 과정이 필요합니다. 피시호프(Baruch Fischhoff), 슬로빅(Paul Slovic), 리히텐슈타인(Sarah Lichtenstein)은 확신의 타당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얻었습니다. 

그들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역사, 음악, 지리, 자연,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에게 4가지 형태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번째 형태는 주관식이었는데, '압셍트는 ________이다'란 문제의 빈칸을 채우도록 한 다음 그 답이 맞을 확률을 쓰게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 형태는 '압셍트는 보석의 일종이다'와 같은 문장을 제시하고 진술의 내용이 옳을 확률을 쓰도록 하는 형식이었죠. 세 번째 질문 형식은 2개의 문장을 주고 어느 것이 옳은지를 고르게 하는 객관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압셍트는 술이다'와 '압셍트는 보석이다' 중에서 옳은 것을 선택한 다음 그것이 맞을 확률을 0.5에서 1.0까지의 범위로 적게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 형식은 세 번째 질문 방식과 마찬가지로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였지만, 연구자가 임의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이것이 맞을 확률을 0부터 1.0까지의 범위로 제시하라'고 실험참가자에게 요청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오레곤 대학교에 재학 중인 361명의 학생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눈 다음, 각 그룹에게 4가지 질문 형식 중 한 가지만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이 자신의 답을 확실하게 옳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말해 답이 맞을 확률을 1.0 혹은 0.0으로 생각하는지와 실제로 답을 맞힌 비율을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맞을 확률을 1.0으로 생각하여 제시한 답이 실제로 옳은 경우는 대략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답이 확실하게 맞다고 생각할 때 그 답이 틀리는 경우가 꽤 많다는 의미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변형된 실험을 추가로 실시했습니다. 이번엔 41개의 사망 원인들을 둘 씩 짝을 지은 다음에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사망 원인 중에서 미국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답이 옳을 확률을 '10 : 1', '10000 : 1'과 같은 비율로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10:1'은 선택한 답이 옳을 확률이 틀릴 확률보다 10배 더 크다는 의미였습니다. 10 : 1보다는 10000 : 1이 자신의 답을 더욱 확신한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총 106개의 질문을 66명의 실험참가자에게 제시했더니, 자신의 답을 확신하는 경우(50:1 이상으로 판단하는 경우)이 51퍼센트나 됐고, 1000 :1로 생각하는 경우도 거의 25퍼센트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답을 맞힌 경우는 71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자신의 답을 매우 확신하는 경우(예를 들어 1,000,000 : 1)에도 답이 틀리는 경우가 10퍼센트나 됐습니다. 이는 확신이 정확함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였죠. 사람들은 자신이 맞다고 확신할 때 그 믿음이 옳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잦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이 뒤이어 실행한 3개의 추가실험을 통해서도 이런 결과를 얻었죠.

이 실험은 어떤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를 안도시키기 위한 동기가 숨어있기 때문임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어떤 문제의 원인이나 해법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확신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서 혹은 '긴가민가'해 하는 자신의 부정확함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확신을 가진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지만 '그렇게 믿으면 실제로 그리 된다'는 여기는 경우는 의외로 많을 수 있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확신, 그리고 자신의 확신을 한번쯤 의심해 보고 수정한다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까? 그 확신이 과연 옳을까요? 확신의 감정이 여러분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참고 논문)
Knowing with Certainty: The Appropriateness of Extreme Conf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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