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연봉이 적은 이유?   

2012. 1. 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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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게임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널리 애용되는 재미있는 실험입니다. 이 게임에는 두 사람이 참여하는데 각각 '제안자'와 '응답자' 역할을 맡습니다.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이 제안자에게 10달러를 주면,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10달러 중 일부를 주겠다고 제안해야 합니다. 만일 응답자가 제안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제안된 금액대로 나눠 가지고, 반대로 응답자가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가지지 못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돈을 제안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응답자에게 돈을 적게 제안하면, 응답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돈을 한푼도 못 가질 것이기 때문이죠. 

사라 솔닉(Sara Solnick)이란 경제학자는 성별에 따라 이 최후통첩게임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입니다(한국 38.8%, OECD 평균 16%, 2008년 기준). 더욱이 동일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임금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솔닉은 최후통첩게임로부터 임금 격차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펜실베니아 주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솔닉은 학생들을 임의로 제안자와 응답자로 나눈 다음,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분리대 양측에 앉도록 했습니다. 실험군의 학생들은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알고 게임을 진행했고, 대조군의 학생들은 상대방의 코드번호만을 전달 받고 게임에 응했습니다. 이름은 상대방의 성별을 유추할 수 있는 거의 확실한 단서라서 성별에 따른 제안 금액의 차이를 알기에 적절하리라 솔닉은 판단했습니다. 물론 중성적인 이름이 있지만, 데이터 분석시에 그것들은 모두 제거했다고 합니다.

실험의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먼저 제안자가 남자이고 응답자가 남성이면, 제안자(남성)는 평균 4.73달러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안자가 남성이고 응답자가 여자이면, 제안자(남성)는 평균 4.43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남성인 경우, 상대방이 여성일 때는 돈을 6.3% 적게 제안했죠. 남성들이 코드번호로만 알려진 상대방에게 4.85달러를 제안한 것과 비교하면 8.7% 적은 금액입니다.

여성이 제안자 역할일 때는 제안 금액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가 남자일 때는 평균 5.13달러를 제안한 반면, 응답자가 여성일 때는 고작 4.31달러만 제안했습니다. 여성들이 동성에게는 16% 박하게 제안했던 겁니다. 상대방의 성별을 모르고 오직 코드번호로 인식한 여성(제안자)들이 평균 4.50달러를 제안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이 실험만 가지고 성별의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응답자가 남성일 때 제안 금액을 적게 제시하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해오리라 염려하는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응답자가 여성이면 적은 금액을 제시해도 그 불이익을 감수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여성은 응답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남성보다 열위에 놓이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솔닉은 이번엔 응답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얼마냐?"고 말입니다. 남성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남성임을 알 때는 2.45달러, 제안자가 여성임을 알 때는 3.39달러를 최소 수용 가능 금액이라 답했습니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남성임을 알 때는 2.82달러, 제안자가 여성임을 알 때는 최소 수용 가능 금액을 4.15달러라고 말했죠.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여성일 때 더욱 강하게 자신의 이익을 주장했던 셈이죠. 이는 여성이 제안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도 남성보다 열위에 놓이게 됨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솔닉의 실험은 임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어느 입장에 놓여져 있든 간에 여성이 항상 불리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근본적인 이유까지 파고 들진 못했지만)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솔닉의 실험이 전달하는 가장 의미 있는 시사점은 남성과 여성에게 고용의 기회가 고루 주어진다고 해서, 즉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고 해서 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남성과 여성에게 주어진 오래된 성 역할의 인습이 남아있는 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성별 행동의 차이가 고정관념으로 작용하여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또 남성들이 여성들을 그렇게 다루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안자 역할을 하는 고용주들 대부분이 남성인 현실 상황에서 남성 지원자들과 동등한 보상을 받으려면, 제안을 보다 비판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고용주들도 지원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지원자들보다 은연 중 낮은 금액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관성을 저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남녀 간에 존재하던 기회의 격차는 아직 크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꽤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허나 성별에 따른 결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정은 아직 요원합니다. 고용주와 지원자 모두에게 결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장치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성분들! 수용하지 말고 투쟁하십시오.

(*참고논문 : Gender Differences In The Ultimatum Ga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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