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사들은 흰 가발을 쓸까?   

2011. 10.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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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판사에 임용된 어느 젊은이는 이런 의문을 가졌다. “왜 판사들은 하얀 가발을 쓰고 재판을 하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는 무척 더운 나라여서 가발을 쓰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판사들은 두꺼운 법관복까지 입고서 하얀 가발을 쓰다니, 젊은 판사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거니와 꽤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예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모른다는 대답들뿐이었다. 
 
그는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왜 가발을 쓸까?” 알고 보니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결론을 얻고서 ‘아하, 그렇군.’이라고 반응하며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았겠지만, 그 젊은 판사는 달랐다. 그는 다시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는 판사들이 가발을 쓰는 걸까?”란 질문을 던졌다. 판사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하얀 가발을 썼다는 설이 있었지만 그가 알아낸 것은 의외의 사실이었다.



영국의 법관들은 대개 나이가 많았고 그 때문에 대머리들이 많았다. 게다가 영국의 법정은 천장이 높아서 매우 추웠다. 결국 하얀 가발은 권위의 상징물이 아니라, 그저 방한용이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사용하던 가발을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한 싱가포르에서도 써야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관성’은 지독히도 생명력이 질겨서 아직도 싱가포르 법정에서는 가발 쓴 판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 ‘틀을 깨라’는 창조적 발상이 젊은 판사가 품은 ‘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왜 그것이 여기에 존재하는 걸까? 왜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해답을 탐구하는 자가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머리가 비상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 창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실 이렇게 간단한 것이다. 
 
1960년대에 소련에서 달 표면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달 표면을 비추기 위한 전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전구의 유리가 달에 착륙할 때 발생하는 충격 때문에 깨지기 쉬웠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보다 강한 유리로 전구를 만들자’라는 것을 문제로 삼고 해법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쏟아 부은 그들의 노력은 어느 유명한 박사가 이렇게 한마디 문장으로 질문을 던지자마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왜 전구에 유리가 필요하죠?” 박사의 말은 과학자들에게 ‘유레카!’가 되었다. 유리는 전구의 필라멘트를 공기로부터 보호하고 그 안에 불활성 기체를 담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어떠한가? 그곳엔 공기가 없다. 달 표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구의 유리를 강화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 책 ‘틀을 깨라’에 소개된 이 사례 역시 ‘왜’라는 질문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운다. 문제의 해결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기존의 틀, 규칙, 관행에 강한 의문부호를 다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의력은 나와 상관없는, 똑똑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 ‘틀을 깨라’는 ‘일의 성과를 높여줄 생각 뒤집기 연습’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사고의 관성과 한계를 깨뜨릴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방금 언급한 ‘왜’의 생활화뿐만 아니라, 저자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맥도날드의 사례를 소개한다. 맥도널드는 사업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매장 하나를 열려면 신축 비용에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햄버거 하나를 팔아 남는 이윤을 고려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벅찼다.
 
하지만 사장이었던 레이크록은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맥도날드를 패스트푸드 사업으로 보지 않고 부동산업으로 생각했다. 엉뚱하다고 손가락질 받을 만한 발상이었지만,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의 생각은 절묘하고 탁월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맥도날드 매장이 자리를 잡고 영업을 개시하면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주변에 다른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매장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의 전략은 햄버거를 열심히 구워 파는 것이 아니라(물론 이 일도 중요하지만), 매장을 세울 주변의 땅을 미리 사두는 것일 될 터였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매장을 열고 영업을 개시하자 주변 땅값이 올랐고 맥도날드는 그 땅을 되팔아서 큰 이익을 얻었으며, 햄버거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 사업이라는 틀을 의도적으로 깨고 범위를 넓게 확장하여 다른 각도로 자신의 사업을 바라봤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동종업계에 있는 경쟁자들은 어떻게 하지?’란 우물 안 개구리 식 사고에 갇혀 지내는 기업들은 맥도날드의 사례를 새겨둘 만하다.
 
경쟁자를 동종업계에 한정하지 않고 숲 밖으로 나가 숲을 내려다보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회사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에 보통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회사 이름을 대기 일쑤다. 어쩌면 스타벅스가 아닐까? 여성들은 그 회사 매장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자연스레 그 회사 제품에 대해 입소문이 나고 판매에 좋은 효과가 일어난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수다떨기’ 대안이 생겨나면 그런 효과는 사라지고 마니, 스타벅스야말로 그 회사의 경쟁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나 푸마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닌텐도 게임기에 정신이 팔려 집에만 있다 보니 밖에서 뛰어놀 때 필요한 운동화, 즉 나이키를 덜 신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 간의 벽이 사라진 요즘, 동종업계를 운운하며 그 좁은 영역 안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방식이자 ‘게으른’ 사고방식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요구르트 아줌마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일까? 책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우리는 보통 문제를 해결할 때 엄정하고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창조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믿는 그 순간에도 사실 감정이 깊게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감정의 좋은 측면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좋은 문제해결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감정을 이용하는 실천적인 방법으로 PMI법을 제안한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한번은 장점(Plus)을, 두 번째는 단점(Minus)을, 세 번째는 흥미로운 점(Interest)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좋아’ 혹은 ‘그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져’,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아’란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다보면, 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뒤질 수밖에 없는지, 왜 우리의 서비스가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지 못하는지 등에 관하여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만날 매출 데이터와 고객의 인구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봤자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인 전략만 나올 수밖에 없다. 감정이 풍부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드러난 감정을 찬찬히 고찰할 줄 아는 능력이 창조적 인간이 지녀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문제를 해결하여 뛰어난 성과를 거두려면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을 깨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규칙의 틀, 확실함의 틀, 경쟁의 틀 등 우리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있는 9개의 단단한 틀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필자가 ‘런던에서 파리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던져 보니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간다’란 답이 제법 많이 나왔다. 이렇듯 사람들은 재미삼아 던지는 퀴즈엔 곧잘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어렵고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쉽게 생각하는 데에 길이 있다.

(*글 : 북멘토 유정식)
(*오늘자 교보 '북모닝 CEO'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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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10.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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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에 저는 모두 5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결코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없는 양이군요. ^^ 아무래도 요즘 번역을 진행하다보니, 책 읽어야 할 시간에 번역할 책을 끌어안고 보느라 이렇게 독서량이 저조할 수 밖에 없군요.



이번 달 내로 번역이 끝나니, 책을 많이 읽어볼까 합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던데, 사실 가을에는 책도 잘 안 팔리고, 독서도 많이 안 한다고 합니다. 계절 탓일까요? ^^

짧게나마 평을 달았으니, 책 고르기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의 작동법

마음의 작동법 : '자율성'에 관한 심리학의 대가인 에드워시 데시의 책입니다. 분량은 얇은 편이지만 그 안에 내용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느끼게 해 줍니다. 동기부여는 기법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고, 오직 내면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한 듯하지만 새롭게 다가옵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통계의 미학

통계의 미학 : 이 책은 사두었다가 6~7개월 만에 다 읽은 책입니다. 한번에 쭉 읽기보다는 책에 나온 여러 사례를 곱씹어보고 현실에 적용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통계는 지식인들의 기본 상식입니다. 통계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지만, 거짓말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통계가 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에 속지 않고 통계를 옳게 해석하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 바랍니다.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서 친근한 예를 많이 제시하는 것도 책의 장점입니다.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기억의 일곱가지 죄악 : 인간의 뇌와 기억이 7가지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내용의 책입니다. 기억이 소멸되는 오류, 피암시성 문제, 편향, 지속성 등의 심리학적 문제를 다룹니다. 좋은 내용인데,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살인의 심리학

살인의 심리학 : 인간만이 동족을 대량으로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되도록 훈련된 탓이지 인간은 적이라고 해도 쉽게 총을 발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군인들이 전장에서 느끼는 공포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군을 향해 총을 발사한 군인은 전체의 15~2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틀을 깨라

틀을 깨라 :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의 머리를 옥죄는 여러 가지의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가 등장하고 평이하게 서술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굳어버린 머리를 창의력이라는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겁니다.


10월에도 즐거운 책 읽기와 함께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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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월정사에서   

2011. 10. 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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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 친구들의 엄마와 아빠(네 팀)와 함께 오대산 월정사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해가 구름 속에 들어가면 금세 쌀쌀해졌지만, 햇살이 정말로 좋은 날이었습니다. 나무들은 곧 단풍이 들 기세였지요.


월정사로 들어서는 다리에서 찍은 사진. 계곡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월정사 '적광전'의 모습. 아주 큰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하늘도 치켜 올라간 듯한 적광전 지붕의 곡선이 아릅답습니다. 정기법회라서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삼성각'의 모습.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맑은 날이었지요.




변하는 나뭇잎 색깔을 보니 가을임이 실감납니다.




국보 48호인 월정사 8각 9층 석탑의 모습. 




시원한 감로수가 끊이질 않고 흘러내립니다.




구름 한 덩이가 해를 가릴 때, 찰칵!




사찰에서 스님에게 1시간 가량 '불교의 이해'에 관한 알기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듣고서, 유명한 전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잎을 활짝 편 고사리.




울창한 전나무 숲길을 걸으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나뭇잎에 부서지는 햇살.




월정사에서 성원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축원을 써 놓은 연화등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상원사의 본전인 '문수전'의 모습. 금강산 마하연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상원사의 동종각의 모습.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을 보관하는 동정각입니다.




동정각 안에 나무를 깎아 만든 달마대사의 상.




가을 들꽃.




군불을 때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릅니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하나씩 쌓아올린 돌탑. 저도 하나 올려 보았습니다.




여러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따뜻한 모닥불 가에서 불을 쬡니다. 하루가 이렇게 흘러 갔습니다. ^^(아이폰으로 찍어 사진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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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사 '문제해결 과정' 진행   

2011. 9. 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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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은 G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제해결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은 2박 3일간 총 27시간 진행하는, '문제해결력'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연습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공개교육이 아니라, 인하우스 교육입니다.)

이 '문제해결 과정'은 11월 말까지 모두 6차수가 운영될 예정입니다.



2박 3일간, 이 교육 과정의 대략적인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듈 1 : 문제해결이란? (7시간)
- 문제해결의 마인드
- 나의 문제해결 스타일은?
- 문제해결의 뼈대

모듈 2 : 문제해결 방법론 1 (10시간)
- 문제 정의하기
- 문제 우선순위 정하기
- 가설 설정의 중요성
- 가설 설정 방법
- 좋은 가설의 조건
- 가설과 사랑에 빠지지 않기

모듈 3 : 문제해결 방법론 2 (5시간)
- 실증의 방법
- 해법 탐색
- 퓨처링

모듈 4 : 팀 프로젝트 (5시간)
- 팀 미션 수행
- 개인 미션 수행
- 과정 정리



위 과정은 2박 3일간 문제해결에 관해 폭넓게 학습하는 교육입니다. 인퓨처컨설팅은 2시간, 4시간, 8시간(1일), 1박 2일의 '문제해결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연락처 :  02-733-1568 / 010-8998-8868   ( jsyu@infuture.co.kr )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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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중독됐는가?   

2011. 9. 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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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에서 에드워드 L. 데시의 '소마(Soma) 퍼즐'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실험은 퍼즐 과제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를 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내면의 동기'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죠. 보상을 받으며 퍼즐 과제를 수행한 사람들은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실험의 시사점이었죠.

데시는동기부여에 어떤 요소가 큰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 소마 퍼즐 실험을 여러 가지로 변형해서 수행했습니다. 



첫 번째로 '벌'이나 '위협'이 동기부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데시는 피실험자를 둘로 나누어 한 그룹의 피실험자들(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만약 소마 퍼즐 과제를 제대로 제 시간에 풀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아마도 학점을 적게 주겠다는 식으로 위협했겠죠. 그리고 다른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런 위협을 하지 않았습니다.

벌이라는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퍼즐 과제를 잘 풀었습니다. 이 결과만 보면 위협이 성과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겠죠. 하지만 지난 번 실험처럼 학생들이 실험실에 소마 퍼즐과 함께 남겨졌을 때,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소마 퍼즐을 가지고 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벌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내면의 동기가 크게 약화됐다는 증거죠.

이로써 보상이나 위협은 동기를 부여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동기를 훼손시킨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신상필벌은 조직의 위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직원들 내면의 동기를 북돋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남발할 경우 그들의 동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맙니다.

두 번째 실험의 주제는 '경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시킬 때 동기가 크게 올라가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알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과 겨루어야만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운동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향을 보이죠. 족구 게임을 할 때도 '내기'를 해야 내면의 동기가 상승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회사 내에서도 경쟁 방식을 동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습니다. 데시는 피실험자 절반에게 소마 퍼즐 과제를 내주면서 앞에 앉은 실험조교(경쟁자 역할을 맡은)와 겨루어서 '승리'해야 한다고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피실험자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실험조교와 나란히 앉아 퍼즐을 완성하도록 했죠.

경쟁자 역할을 맡은 실험조교는 매번 일부러 져주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이 항상 승리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경쟁에서 매번 이기고도 내면의 동기는 경쟁 상황에 처하지 않은 피실험자들보다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쟁 상황이 끝나자 소마 퍼즐 과제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에 흥미를 느끼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겨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기'를 걸지 않으면 족구 게임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에 중독된 셈입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 사용된 조건은 목표 설정에 대한 '통제'였습니다. 데시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 어떤 퍼즐 과제를 풀 것인지, 그것을 얼마 동안 풀어낼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A 과제를 10분 안에 풀겠다"라고 정하게 한 것이죠. 그런 다음 두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정한 대로 퍼즐을 풀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그룹은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한 것이고 두 번째 그룹은 타율적으로 지시를 받은 셈입니다.

이 실험은 여러분이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자율적으로 퍼즐 과제와 제한시간을 결정했던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혼자 남겨졌을 때) 소마 퍼즐을 오래 가지고 노는 모습이 관찰된 것으로 보아 내면의 동기가 강화된 것이죠. 반면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은 그보다 못했습니다. 사실 두 그룹 모두 똑같은 과제, 똑같은 제한시간이 주어졌지만 자율이나 타율이냐에 따라 내면의 동기는 크게 영향 받았던 겁니다.

흔히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가 불명확하거나 목표가 top-down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그만큼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물론 직원들을 방치하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되겠지만, 일일이 세부적으로 목표를 정해주고 통제를 가하는 '마이크로 매니징' 또한 직원들의 동기를 갉아먹는, 좋지 않은 행동이죠.

보상, 위협, 경쟁, 통제 모두 직원들의 동기를 고양하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입니다. 데시는 특히 보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길은 보상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보상이 잘된 일에 대한 인정이나 감사의 표시로만 보상을 사용해야 하지, 전면적인 성과주의 인사제도처럼 보상을 동기부여의 전략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동기부여는 직원의 자율성으로부터 나옵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것이면 아무리 긍정적이라 해도 내면의 동기를 발화시키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훼손시키고 맙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하며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올바른 조직관리이자 직원관리가 아닐까요?

우리 기업이 보상, 위협, 경쟁, 통제에 중독되지 않았는지 뒤를 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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