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1. 비 내리는 쌀쌀한 취리히   

2011. 7. 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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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비행 끝에 중간 기착지인 이스탄불을 거쳐 드디어 취리히에 도착했습니다. 19일 밤 11시 50분에 출발하여 취리히에 한국시간으로 20일 오후 4시쯤 도착했으니, 근 16시간 만입니다. 취리히에 오니 공기부터가 다릅니다. 일단 춥습니다.기온을 보니 
우리나라 3~4월달 낮 기온에 해당하는 섭씨 12도쯤 되는군요. 반팔 차림이던 우리 식구들은 트렁크에서 긴팔 옷과 점퍼를 꺼내 입기 바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취리히는 다른 도시에 비해 볼거리가 풍부하지 않습니다. 스위스의 일반적인 특징인듯 한데, 건축물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소박하고 작아서 관광객의 눈을 끌지 못합니다. 스위스는 건축물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나라이기 때문이겠죠. 구석구석 다니면 재미있겠지만, 한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리히에서는 숙박을 하지 않고 티틀리스 산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인 엥겔베르그에서 첫 1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6시간 정도 취리히 중심가를 돌아보면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날씨가 흐리고 제 사진술도 변변치 않은 점, 양해 바랍니다. ^^


취리히의 중심가인 반호프 거리입니다. 거리를 달리는 트램이 '여기가 유럽이구나'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줍니다. 2006년에 스위스에 왔을 때도 비가 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가 옵니다. 날씨가 좋아야 티틀리스에서 멋진 광경을 볼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트램을 잡아타고 취리히 호수로 나갔습니다. 백조들이 떼를 지어 털 손질을 합니다. 



호수가에서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떤 아저씨.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니 배가 고파서 점심을 좀 일찍 먹기로 했습니다. CHUCHI라는 곳에서 만난 '라클레르'. 라클레르 치즈를 열판에 녹여서 찐감자 위에 뿌려 먹는 요리인데, 꽤 맛이 있더군요. 퐁듀보다 이게 더 맛있습니다.



취리히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그로스뮌스터 성당'입니다. 소박한 모습이죠? 내부는 찍지 못하게 하여 사진이 없네요.



그로스뮌스터 성당의 맞은편에 있는 '프라우뮌스터'입니다. 역시 소박한 외양에 소박한 내부 장식을 가졌습니다.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합니다. 찍지 못하게 하여 내부 사진은 없습니다. ^^


근처에 있는 '성피터 교회'입니다. 


성피터 교회의 내부입니다. (사진 찍지 말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내부의 모습에서 간결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스위스풍이 느껴집니다.



반대편에 찍은 모습. 2층에 파이프오르간이 있군요.



간식을 먹기 위해 유명한 케이크 가게 스프링글리로 갔습니다. 


바로 요놈을 사기 위해서죠. 마카롱이라고 부르는 과자인데, 햄거버 모양이죠. 가운데에 잼이나 초콜릿이 들어가서 달콤한 맛을 냅니다. 많이 먹으면 살 찌기 딱 좋더군요. 두 세 개 정도 먹고 스탑! ^^



와이프가 겨울옷을 사러 상점에 간 사이에 아들과 함께 근처의 애플 매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곳에서도 애플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아들 앞의 아이폰은 제것입니다. '도둑 충전' 중이죠. ㅋㅋ


취리히 구경을 마치고 엥겔베르그로 가기 위해 취리히 역으로 갑니다. 루체른을 거쳐서 엥겔베르그로 가는데, 루체른은 2006년에 들어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루체른 역에서 엥겔베르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잠깐 물을 사러 간 사이에 와이프와 아들이 탄 기차가 떠나 버려서 물을 사가지고 돌아온 저는 멀어지는 기차를 멍하니 쳐다보는 해프닝이 있었답니다. 결국 와이프와 아들이 바로 되돌아와서 그 다음 기차를 탔습니다.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이번에도 생겼네요. ^^  사진 오른쪽의 건물이 우리가 2박을 하게 될 호텔입니다. 작지만 깔끔하고 친절한 곳입니다.



엥겔베르그에 늦게 돌아온 탓에 상점들이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슈퍼마켓인 Coop 도 닫혀서 비상식량인 햇반을 개시했습니다. 여기에 김을 싸먹고 고추참치를 먹으면서 낮에 치즈를 먹어 느글느글한 속을 좀 달랬답니다. 내일은 티틀리스 정상에 올라갑니다. 부디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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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터키로 여름휴가 여행   

2011. 7.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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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스위스와 터키로 여행을 떠납니다. 17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다녀올 예정입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지난 1월부터 booking.com 에 들어가서 호텔을 예약하며 루트를 짰습니다. 너무 일찍 준비하는 바람에 그때는 7월이 올까 싶었는데, 시간은 살같이 흘러서 어느덧 떠날 시간이 되었네요.

스위스는 예전에 한번 인터라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겨우 2일 밖에 머무르지 못했고 날씨도 좋지 않았던 아쉬움이 있어서 이번에는 좀 오래 머무르려고 합니다. 알프스의 만년설을 보며 하이킹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마냥 부풀어 오릅니다.



취리히 --> 엥겔베르그 --> 스피츠 --> 그린델발트 --> 뮈렌 --> 체르마트 --> 컬리(몽트뢰) 등 취리히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위스의 작은 도시를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생각입니다. 물가 비싼 스위스라 경비가 많이 들겠지만, 가방 하나 가득 자구책(?)을 세워 두었기 때문에 마음 든든합니다. ^^



제네바에서 스위스를 아웃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터키에서 스탑오버를 합니다. 이번 여행은 터키 항공을 타고 다녀오는데, 터키항공에서는 스탑오버 1회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헌데, 말이 스탑오버지 6박 7일의 터키 여행입니다. 고도(古都) 이스탄불을 관광하고 기이한 암석들로 유명한 괴레메(카파도키아) 지역도 둘러볼 생각입니다. 괴레메에서는 새벽에 열기구 투어를 할 예정인데, 자못 기대가 큽니다. 


스위스와 터키의 인터넷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스페인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여행 포스팅을 이어가려 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여름 휴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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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 때 졸업하면 안 되는 이유?   

2011. 7.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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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IMF 환란 사태가 발생했던 때가 1997~1998년 께였습니다. 당연히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죠.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를 혁신시키고 어느 정도 면역력을 키우게 한 계기를 제공한 듯합니다. 물론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공과 과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나라가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유연하게 그리고 모범적으로 극복했냐는 아닙니다.

'IMF 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IMF 위기 때인 1998~1999년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이들은 불행히도 오늘날 구조적인 문제로까지 심화된 '청년 실업'의 시작이었습니다. 불과 1년 전인 1997년 2월에 졸업한 사람들과 취업률 상에서 큰 차이를 보였죠. 외환보유고는 고갈 위기에 처하고, 부동산 가격이 전국적으로 '반값'으로 내려앉고, 기업들은 몸집을 줄이려 인력을 감축하고자 하는 마당에 신입사원들을 위한 일자리가 생길 리 만무했습니다. 좁아진 문을 통과하여 어쩌다가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전보다 낮아진 임금에 만족해야 했죠. 그래서 시기를 잘못 만나 1998~1999년에 졸업을 하게 된 학번들은 스스로를 '저주 받은 학번'이라고 말하며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리사 칸(Lisa Kahn)은 불황가일 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소득과 호황기 때 졸업한 학생들의 소득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녀는 1979년부터 1989년 사이에 졸업한 학생들의 향후 20년 간 소득을 종단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불황기 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초기 소득은 6~7%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득 상의 불이익은 점점 줄어들긴 하지만, 졸업 후 15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소득에서 2.5%의 손해를 본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또한 불황기 때 졸업한 사람들은 평균보다 높은 학력을 보인다는 점도 밝혔죠. 그만큼 '학력 인플레'의 희생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차이 때문이 아니라 어쩌다가 불황기 때 졸업하게 된 '작은 차이'에 의해서 이러한 소득 상의 격차가 생겨났으니 억울하게 느껴질 일입니다. 신입사원 때 뿐만 아니라 15년 이상 지속되니, 더욱 그렇죠.

2009년에 공기업을 중심으로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시킨 바가 있습니다. 인건비를 줄여서 그만큼 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려 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죠. 그래서 그때 공기업에 입사한 사원들은 1년 먼저 입사한 사람보다 적게는 5%, 많게는 20%나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능력이나 노력 차이가 아니라 그저 1년 늦게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이런 연봉 상의 불이익이 금세 보전될까요? 그들에게 연봉의 불이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받기로 하고 회사에 들어왔으니 보전해 줄 이유가 없다. 그들을 채용한 것 자체가 회사의 배려다" 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해 있습니다. 씁쓸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소득이 평균보다 높거나 낮을 때 우리는 보통 그 사람의 능력이나 노력에서 그 차이의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물론 능력이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많은 소득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칸의 연구가 시사합니다. 또한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사회현상도 그런 점을 지지합니다. 누군가가 남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이유는 어쩌다가 시기를 잘 만난 것이 더 클지 모릅니다. 또한 동일한 대학과 학과를 나왔는데도 직장이 변변치 못하고 소득도 별볼일 없다면 그 까닭은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 부족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작은 차이가 그 사람의 미래를 '거의 결정한다'는 사실은 불쾌하지만 인정해야 할 우리의 현실입니다. 예전에 올린 포스팅 '승자와 패자는 우연히 결정된다'에서 동전을 던져서 어쩌다가 앞면을 먼저 얻은 사람이 계속해서 앞서 나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능력과 노력 뿐만 아니라 '운'도 성공에 큰 작용을 합니다.

한 개인이 경력 초기에 남들보다 조그만 이득을 얻으면 고유의 소질과는 무관하게 '구조적인 이익'을 얻습니다. 그게 씨앗이 되어 더 큰 이득을 끌어 당깁니다. 그런 씨앗을 얻을 기회를 초기부터 차단 당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오랫 동안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여러분의 눈에 별볼일 없게 보인다 해도 "당신의 능력이 모자라고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힐난해서는 안 될 입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라고 자못 엄중히 경고하지만, 그런 '꾸짖음'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개인에게 부당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논문 : The Long-Term Labor Market Consequences of Graduating from College in a Bad Econo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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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휴가 때 읽을 만한 책'   

2011. 7.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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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는 요즘입니다. 비 피해를 입은 지역이 많은데, 조금 있으면 장마가 소강 상태가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장마가 끝나는 7월 20일 이후가 되면 많은 분들이 휴가를 떠나실 텐데요, '이번 휴가 때는 그냥 놀지 말고 책이라도 한 권 읽어야겠다'라고 다짐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나름대로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을 뽑아 봤습니다.

모두 7권의 책을 선정했는데요, 최근에 출판된 책은 아닙니다. 4~7년 전에 나왔지만 많은 분들에게 읽히지 않은 '좋은 책'을 뽑았습니다. 이 책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에 반하는 책들로서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네트워크학 등의 영역에서 여러분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휴가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한 시간이라면, 이 책들을 읽는 시간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리프레쉬하고 리로드(reload)하는 또다른 의미를 휴가에 부여하리라 봅니다.



7권의 책을 휴가 때 모두 읽을 수는 없을 겁니다. 간단하게 책의 내용을 소개하니 휴가 때 읽을 책을 고르는 데 참고하기 바랍니다.


헤일로 이펙트: 후광효과

헤일로 이펙트 : 이 책은 수많은 경영 서적과 경영이론에서 발견되는 논리적 허점을 파고 듭니다. 저자는 성공기업들의 성공요소를 분석한 경영 서적들이 사람들에게 일종의 망상을 형성한다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런 망상에서 깨어나 실체를 명확하게 보라고 충고합니다. 저자가 제공하는 사례들은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본성과 양육

본성과 양육 : 생물학자들 사이의 오래된 논쟁,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논쟁인 '본성 대 양육'을 다루는 책입니다. 인간의 성격이나 능력 등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본성론자'와, 인간을 둘러산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양육론자'의 상반된 시각을 소개합니다. 동시에 '본성 대 양육' 논쟁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지 비판을 가합니다. 인간은 본성과 양육의 합작품이지 어느 하나의 단독 작품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리학적인 답을 재미있게 풀어간 책입니다. 여러 책에서 이 책을 인용할 만큼 '행복 심리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책이죠.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을 오인하는지, 얼마나 행복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착각하는지 등 행복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내용을 읽을 때면 겸손함마저 느끼게 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 네트워크 과학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우리가 복잡하게 여기는 물리 현상이나 사회 현상이 멱함수 법칙에 따른 '단순하고 작은 차이'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이 기업이라는 조직이나 사회공동체를 사람과 사람 간의 네트워크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겁니다.


이머전스(미래와 진화의 열쇠)

이머전스 : 창발(emergence)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입니다. 창발이란 하위요소에는 없던 현상이나 능력이 갑작스럽게 발현되는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개미나 벌 등 사회적 곤충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창발이 인간 사회에서 어떤 양상으로 벌어지는지, 어떤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머니볼

머니볼 : 재정력이 약하기로 소문난(?)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어떻게 꾸준히 상위권의 성적을 내는지, 그 비결을 마치 소설처럼 소개하는 책입니다. 한번 읽으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큽니다.


우연의 법칙

우연의 법칙 : 미래를 결정하는 것들 중에 '우연'이 얼마나 중요하고 동시에 얼마나 무시되어 왔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우연에 불과한 사건에 뭔가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것의 위험함을 말합니다. 우연은 나쁜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리임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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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을 조장하고 실수를 권장하라   

2011. 7.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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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바람까지 세게 몰아친다. 여러분은 잠시 고민한다. ‘오늘은 집에서 쉴까?’ 산업심리학자 프랭크 스미스가 시카고에 있는 시어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만족도를 연구하던 중에 강력한 눈폭풍이 몰아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그날 근무만족도가 낮은 부서의 출근율은 37%였지만 만족도가 높은 부서의 출근율은 97%나 됨을 발견했다. 만족하는 직원일수록 조직에 자발적으로 기여한다는 단적인 증거였다. 악천후처럼 추가적인 수고가 요구될 때 직원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들의 업무 몰입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그들을 업무에 몰입시키고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신성한 암소를 쫓아내야 한다. 비스마르크가 러시아 대사로 근무하던 시절, 러시아 황제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다. 정원의 한적한 곳에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기까지 꼬박 3일이나 걸렸다. 80년 전 캐더린 대제가 언 땅을 뚫고 나온 꽃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나머지 경비병을 시켜서 누구도 그 꽃을 꺾지 못하도록 명령했던 것이 시초였다. 그 이후로 아무도 왜 근무를 서는지 의심하지 않은 채 80년이나 흘렀다.
 
이렇게 유래를 모르는 관행들이 도로 한복판에 누워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는 ‘신성한 암소’이다. 신성한 암소 때문에 직원들은 일하는 이유조차 모른 채 타성에 젖는다. 변화는 거창한 로드맵이 아니다. 오래된 신성한 암소를 찾아내어 한 놈씩 쫓아내는 일이 타성에 빠진 조직을 건져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둘째, 협력을 조장해야 한다.  리 로스는 피실험자들 중 한 그룹에게는 동일한 게임의 이름을 ‘커뮤니티 게임’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겐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알려줬다. 두 그룹의 게임 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커뮤니티 게임이라는 말을 듣고 게임에 임한 학생들이 훨씬 협조적이고 최종적인 보상의 크기도 컸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  커뮤니티 게임이란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무의식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다. 반대로 '월스트리트 게임'이란 이름을 들은 피실험자들은 증권시장을 연상하면서 약육강식의 프레임으로 게임에 임한다. 로스의 실험은 업무 몰입과 조직성과에 협력적인 조직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력적인 문화를 창출할까? 
 
심리학자 린다 캐포랠은 일종의 ‘기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10분간 이야기를 나누며 안면을 트면 무임승차자가 줄고 게임 성과가 높아짐을 밝혔다. 협력은 신뢰가 바탕이 되고, 신뢰는 원활한 의사소통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순환보직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다른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이 좋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임원들이 공항 카운터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일을 즐기듯이 말이다. 또한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춰서 직원들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을 없애는 일도 직원 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작은 장치가 될 수 있다.
 
셋째, 실수를 떠들어 댈 수 있어야 한다. 에이미 에드먼슨은 8개 병동을 대상으로 투약 실수를 조사했다. 그녀는 최고의 병동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병동 관리자의 능력과 리더십이 긍정적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았다. 추가로 분석하니 투약 실수가 많은 이유는 실력이 떨어지고 병동의 근무 분위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실수를 드러내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려는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반대로 투약 실수가 적은 병동은 실수를 보고하면  질타 받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감췄다. 이처럼 실수를 감추게 만드는 조직일수록 직원들은 업무에 진정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실수를 용인하고 마음껏 떠들어댈 수 있는 분위기가 업무의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단합대회나 회식 같은 이벤트로 조직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런 방법은 구린내가 나는 문제를 모래로 살짝 덮는 것에 불과하다. 신성한 암소떼를 몰아내고 협력을 조장하며 실수를 마음껏 떠들 수 있어야 직원들은 업무를 사랑하고 그것에 몰입할 것이다. 더불어 조직의 성과는 저절로 오를 것이다.

(*모 회사 사보에 실린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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