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의 증감에 따라 생산성과 직원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험을 위해 기존의 보상을 줄이겠다면 직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을뿐더러, 보상 수준을 높여 봤다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해서 다시 원상으로 복귀하면 역시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보상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생산성이 보상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는 실험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험의 편의를 위해서 조건을 단순화시킨 모델에 쉽게 조달 가능한 학생들(회사에서 아직 일해보지 않은)을 참가자로 참여시켰기 때문에 현실을 과연 올바르게 반영한 결과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죠.
실험적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실제하는 기업에서 보상의 수준과 방식에 변화를 주기 전과 변화가 일어난 후의 차이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까닭은 처음부터 연구자들이 보상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으면 사전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후적인 데이터만 가지고 추론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구성원들과 합의하여 초기부터 보상의 전후 효과를 분석한 몇 안 되는 연구 중 하나가 잔느 라메르(Jeanne M. LaMere)와 동료들이 '미시건 폐기물 서비스'라고 불리는 폐기물 수거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이 회사의 CEO는 폐기물 수거 차량을 모는 운전수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라메르에게는 새로운 보상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전과 실행된 이후의 변화를 분석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죠.
이 회사에는 여러 부서가 있었지만, '수거 부문'에 속한 22명의 트럭 운전수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라메르는 제비뽑기를 통해 운전수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1그룹에게는 20주 동안 기본적인 보상을 받다가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적용 받게 했고, 2그룹에게는 1그룹보다 14주 늦게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적용했습니다. 인센티브는 전체 보상 금액의 3% 정도가 되었죠. 이렇게 3~5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경영진은 새로운 회계년도의 시작(1990년 9월 30일)과 함께 인센티브의 크기를 94% 증가시켰습니다. 단 기본급은 인상하지 않았죠. 그리고 39주가 흐른 1991년 7월 1일에 다시 인센티브의 크기를 57% 인상하는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이때도 역시 기본급은 동결시켰습니다. 기본급을 그대로 유지했기에 인센티브(성과급)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만을 따로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라메르는 이 기간 동안 트럭 운전수들의 생산성, 성과 포인트, 직무만족도, 사고 발생건수, 순노무비 절감액, 투자수익률 등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제비뽑기를 해서 그룹을 나눴음에도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전에 1그룹의 성과는 2그룹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도입되자 두 그룹 모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그룹의 성과 차이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번의 인센티브 인상과 생산성 증가는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 크기를 94% 증가시켜 전체 보상 금액의 6%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2그룹의 생산성은 첫 번째 인상이 이뤄진 후에 약간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인센티브 크기를 57% 증가시켜 전체 보상 금액의 9%가 되도록 해도 생산성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전에 측정한 보상 만족도는 26.10점이었는데, 인센티브가 주어진 후의 보상 만족도는 24.21점 밖에 안 됐습니다. 업무 만족도 역시 종전에 32.47점이었는데 30.37점 밖에 나오지 않았죠. 통계적으로 따져보니 만족도 상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보상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가 틀렸음을 일러주는 결과입니다.
요약하면, 기본급은 그대로 유지하고 인센티브가 전체 보상 금액에서 차지하는 금액을 0%, 3%, 6%, 9%로 증가시켰기에 전보다 돈을 더 받을 수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성과는 그에 비례하여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가 운전수들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 인센티브를 도입할 때는 생산성과 성과가 현저하게 높아지지만,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인센티브의 추가 확대는 별로 이로울 것이 없음을 거의 4년에 걸친 라메르의 관찰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성과급) 비중을 늘리면 개인의 성과가 향상되고 종국에 조직 전체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치라 생각합니다. 초기에 인센티브를 작게 도입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기업들은 회사가 위기에 빠지거나 직원들을 채근할 필요가 있을 때 인센티브의 비중 확대가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점점 확대해 나가기로 계획된 회사들이 꽤 많다는 것을 보고 듣는 중입니다. 하지만 인센티브 확대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라메르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소폭의 인센티브 도입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연봉이 성과가 연동된다는 신호를 주기에 어느 정도의 '당근 효과(혹은 반대로 채찍 효과)'가 있으나 그보다 더 큰 인센티브 비중은 의미가 별로 없을지 모른다는 점(노력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라메르의 실험이 모든 산업과 모든 직무를 포괄하는 연구는 아니지만, 인사정책의 실행은 이론이나 기대가 아니라 엄정한 증거에 기반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인센티브를 확대하면 좋아지겠지'와 같은 통념과 기대에 근거하여 인사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 진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 이후에 천천히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보상과 관련된 정책은 한번 실행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인센티브 확대가 생산성과 성과를 향상시킬 거란 말은 뻥일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란 질문과 고민 없이 다른 회사도 하니까, 트렌드가 그러하니까, 금년도에는 이거나 해볼까, 하면서 실행하는 제도가 참 많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도 그렇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Effects of a Multicomponent Monetary Incentive Program on the Performance of Truck D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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