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이 팀장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   

2012. 4. 23. 11:50
반응형


모든 팀장들은 팀원들이 조언을 구할 때마다 언제든지 경청하고 자신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을 관리자의 덕목 중 하나로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팀장과 팀원들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관리자와 부하직원이 조언을 주고 받는, 이 단순한 의사소통 과정을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팀장은 팀원들이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팔을 걷어부치고 도와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팀원들이 자신을 멀리 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반면, 팀원들은 팀장에게 조언을 구하기가 꺼려지고 뭔가 벽이 느껴진다고 말하면서 도움을 요청해도 기각되거나 일부만 받아들여진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업무 경험과 지식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팀장이 팀원들을 도와주고 이끄는 것이 업무의 흐름상 자연스럽고 비용효과적인 차원에서 권장되어야 할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 많은 기업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멘토링이나 튜터링과 같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팀장과 팀원 사이에 놓인 벽을 우회하려 합니다. 하지만 원대한 목적 하에 실행된 제도들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또한 많습니다. 멘티들은 멘토를 찾아가지 않고 멘토들은 멘티들이 왜 자신을 안 찾아오는지 의아해 하다가 자기 일이 바빠지면 멘토링 프로그램 자체를 잊어버리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심리학자인 바네사 본스(Vanessa K. Bohns)와 프랜시스 플린(Francis J. Flynn)은 팀원이 팀장에게 도움을 쉽사리 요청하지 못하고 여러 멘토링류(類) 제도가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를 시사하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본스와 플린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원인임을 규명했습니다.

본스와 플린은 '동료 지원 프로그램(Peer Advisory Program)'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MBA 학생 35명과, 학부 조교 91명에게 학기말까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러 올 것 같은지 예상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동료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12.6명이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리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찾아온 학생은 7.6명에 불과했습니다. 학부 조교들도 17.8명의 학생들이 자신을 찾으리라 생각했지만 학기말까지 14.7명만 방문을 노크했습니다. 간단한 조사이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과대평가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을 무작위로 '프라이밍'해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두 번째 실험이 실시되었습니다. 본스와 플린은 '돕는 자'로 배정된 참가자들에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회상하도록 했고 '도움 요청자'로 선정된 참가자에게는 다른 이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각 기억에 대해 짧은 에세이를 쓰라고 요청했습니다. '중립적 관찰자'로 배정된 참가자들은 프라이밍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실험에 임했습니다. 모든 그룹의 참가자들은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4가지 상황을 읽고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을 요청할 것 같은지,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 마음이 얼마나 불편할지 예상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불편함이란 도움을 요청할 때 상대방이 거절하거나 건성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상대방이 날 우습게 알거나 조롱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따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실험 결과, '돕는 자'들은 이야기 속 인물이 도움을 청하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조언 요청자'보다 더 강했습니다. '중립적 관찰자'는 중간 정도의 값을 나타냈죠. 그리고 '도움 요청자'들은 이야기 속 인물이 도움을 요청할 때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돕는 자'들보다 더 크게 느꼈습니다. 이것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을 드러내는 결과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을 많이 요청하리라고 과대평가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도움 요청이 일으키는 불편한 감정을 과소평가함)에 있었죠.

그렇다면 도움 받는 자들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줄이고 도움을 주고 받는 원활한 관계가 촉진되려면 그들에게 어떤 식의 메시지를 주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홍보하려 한다면 이 제도의 실용성에 무게를 둬야 할까요, 아니면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본스와 플린은 이 질문에 답을 할 만한 후속실험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신참자'와 '멘토'의 역할로 프라이밍 시킨 다음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짧은 문장 2가지를 보여줬습니다. 하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점을 솔직히 밝히면서 바보스러워 보일 거라는 걱정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하기 원한다는 문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성장을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이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신참자'로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에게 두 문장의 효과를 평가하게 하자 그들은 멘토링 프로그램의 '편안함'을 강조한 첫 번째 문장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멘토'들은 멘토링의 '유용함'을 표현한 문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이 결과 역시 도움을 주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바꿔 말해, 도움을 주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 '도움 요청의 불편함'보다는 '도움의 유용함'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오해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멘토링류(類)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 제도의 필요성과 이득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멘티들이 느낄(혹은 멘토들이 부담스러워 할)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시켜 줄 것인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훨씬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팀원들이 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까닭은 자신을 멍청하게 보지는 않을까, 자신의 능력 없음을 자인하는 것은 아닐까, 속으로 나를 우습게 알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장은 팀원들이 느끼는 걱정을 실제보다 적게 인식하기 때문에(혹은 그런 걱정은 별로 대단치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오픈 마인드'임을 선언하기만 하면 팀원들이 자기에게 언제든지 거리낌없이 도움을 요청하리라 오해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오픈 마인드되어 있다고 말해서는 곤란합니다.

팀원과 팀장 사이의 의사소통 단절과 여러 가지 멘토링류 프로그램의 실패는 조직구조, 업무 프로세스, 프로그램 설계의 오류라는 눈에 보이는 요인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미묘한 인식의 차이와 감정의 질적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결코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팀장과 팀원 사이의 벽을 끝내 없앨 수 없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애써 만들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여러 가지 조직활성화 제도들을 다시 살려낼 수 없을 겁니다.

여러분의 팀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Why didn’t you just ask?” Underestimating the discomfort of help-seeking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