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착각에 빠져 있습니까?   

2012. 2.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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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이스라엘의 교육부는 학자들과 교사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에게 새로 생기는 교과목을 위한 커리큘럼을 마련하라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착수하던 연구팀원들은 이 과제를 완료하여 최종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해보기로 했습니다. 팀원들 각자에게 종이에 예상 프로젝트 기간을 쓰게 한 다음 취합해 보니 18개월에서 30개월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때 팀원 중 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는 "여러분들은 모두 과거에는 없던 과목의 커리큘럼을 설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서로 비교해 보고 프로젝트의 예상 소요 기간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합니다. 사람들이 질문에 반응이 없자 그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커리큘럼 설계를 맡았던 연구팀들이 프로젝트를 모두 완료하지는 못했습니다. 40%가 중단을 선언했죠. 게다가 제가 알기로 프로젝트를 완료했던 연구팀들도 7년 내에 과업을 완수하지 못했고 어떤 연구팀은 10년이나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꾸려진 연구팀이 다른 연구팀들에 비해 능력이 특별히 뛰어난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다른 연구팀들보다 가용자원도 적고 연구능력도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용기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그 팀원은 커리큘럼 개발 전문가이자 후에 헤브루 대학교의 교육대학 학장이 된 시모어 폭스(Seymour Fox)였습니다. 그가 말하고자 한 요점은 여러 커리큘럼 연구팀들의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예상 완료 기간을 객관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수용해야 할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그의 제안을 무시해 버렸습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완료하는 데까지 8년이나 걸렸고 팀원들의 노력은 아무런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소요해 만들어진 커리큘럼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니까요.

이 사례는 행동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이 연구팀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직접 목격했던 일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처음의 예상과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간 여러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 신형 전투기인 유로파이터(EuroFighter)를 1997년에 하늘에 띄우겠다고 선언했을 때 예상했던 개발비용은 200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1997년이 넘도록 프로젝트는 완료되지 못했고 비용은 두 배가 넘어 450억 달러나 되었습니다.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또다른 대표적 사례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위치한 의회 건물입니다. 이 건물의 신축을 1997년에 처음 계획할 때는 4천만 파운드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1999년 6월이 되자 예상 비용은 1억 9백만 파운드를 훌쩍 넘었고 2002년 말에는 2억 9천 5백만 파운드를 돌파하더니 급기야 2004년에 최종 완공될 때는 총비용이 무려 4억 3천 1백만 파운드에 이르러 최초의 예상을 10배나 뛰어 넘어 버렸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5년에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1969년부터 1998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철도 건설 사업 중 90퍼센트 이상이 철도 이용 고객수를 과도하게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으로 실제 이용객 규모보다 106퍼센트 많게 예상했고 예산은 평균 45퍼센트를 초과했다고 합니다. 30년 동안 예측력은 나아지지 못했던 겁니다.

카네만은 이러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들이 '성공의 착각(Delusion of Success)'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진단합니다. 계획 오류란 프로젝트나 전략의 성공 가능성과 성공으로 인한 이득을 과장하는 반면 실패 가능성과 실패에 따른 비용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하려는 경향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성공의 착각은 어떤 분야의 초심자가 아니라 전문가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카네만은 말합니다.

오랜 경력과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들은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 또한 많겠죠. 하지만 그 성공 경험들은 '그때 잘 했으니 이번에는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거야'라고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새로 시도하는 전략이나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판단하는 데에 오류를 일으키고 맙니다. 분명 실패했던 경험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실패를 접한 적도 많았을 터이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런 기억은 참조되지 못하고 예방주사가 되지도 못합니다. 

실패를 떠올릴 때마다 나빠지는 감정은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조언을 자연스레 무시하도록 만듭니다. 또한 위의 사례처럼 누군가가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한다면, 그 의견을 수용하여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기보다는 '어디서 고추가루를 뿌리고 그래?'라고 핀잔을 주면서 그 사람을 프로젝트에 몰입하려 하지 않는 자, 나아가 조직에 충성을 다하지 않는 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 많은 개인이나 조직들은 프로젝트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하느라 외부에서 이미 일어났던 여러 실패 사례를 프로젝트 수행에 감안하지 못하는 '내부적 시각'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프로젝트의 목적, 수행에 필요한 자원들, 예상되는 장애, 미래의 트렌드 등을 고려할 때 외부 사례를 참조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뒷받침해주는 것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죠. 이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까닭은 90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신의 지능이 상위 10퍼센트에 속한다고 믿는 이유(이를 '워비곤 효과'라고 부름)와 맞닿아 있습니다.

카네만은 '외부적 시각(outside view)'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외부적 시각이란 예전의 비슷한 경험과 유사한 외부 사례들의 입장에서 지금 계획하는 프로젝트를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외부적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내부적 시각(inside view)의 오류를 줄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앞으로의 학업 성과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니 자신들이 동급생들의 84퍼센트보다 나을 거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학시험 점수와 동급생의 점수에 대해 물어 본 후에 동일한 질문을 제시하니 동급생의 64퍼센트보다 자신의 학업 성과가 더 뛰어날 거라고 답했습니다. 내부적 시각에 의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학생들이 외부적 시각을 주입 받은 후에 보다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전략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희망은 참여의 동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낙관적 희망이 '성공의 착각'에 휩싸인 내부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외부적 시각을 통해 경계하고 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성공의 착각에 빠져 있습니까?


(*참고논문 : Delusions of Success: How Optimism Undermines Executives' Decis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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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보고서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   

2012. 2. 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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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개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보고서는 글씨체가 또렷하고 바탕색과의 대비가 커서 알아보기 쉽게 쓰여져 있는 반면, 다른 보고서는 폰트가 조악하고 흐리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내용상의 차이가 전혀 없을 때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은 둘 중 어느 보고서에 높은 점수를 줄까요?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히 전자의 보고서가 사람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 추측할 겁니다.

아누즈 샤흐(Anuj Shah)는 이런 상식이 맞는지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108명의 실험참가자들은 MP3 플레이어의 재원(성능)과 그 제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고객 리뷰 정보를 읽고 나서 MP3 플레이어의 적정 가격을 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샤흐는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는 12폰트 짜리 Times New Roman체의 검정 글씨라서 읽기 쉽게 쓰여진 정보를 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읽기 힘든 12폰트 짜리 이탤릭 Monotype Corsive체의 회색 글씨로 적힌 정보를 읽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읽기 쉬운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MP3 플레이어의 가격을 평균 126.3달러로 책정한 반면, 읽기 어려운 정보를 받은 참가자들은 평균 162.1달러를 써냈습니다. 읽기 편안한 글을 제공 받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고객 리뷰에 크게 영향 받았다는 의미였죠. 다시 말하면, 읽기 어려운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된 고객 리뷰에 높은 가중치를 두지 않았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표면적인 형식이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샤흐는 심화된 두 번째 실험을 통해 표면적인 형식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 들어갔습니다. 이번 실험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가상의 로비스트 집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샤흐는 참가자들에게 특정 로비스트 집단을 평가한 결과라며 두 개의 가짜 평가지수를 제시했는데, 139명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이미지가 선명한 평가지수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흐릿하게 인쇄된 평가지수를 나눠 준 다음, 해당 로비스트 집단의 능력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그 집단이 로비에 성공하면 2백만 달러 중에서 얼마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지, 6점 척도로 그 로비스트 집단을 얼마나 추천하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선명한 이미지를 본 참석자들은 흐릿한 이미지를 접한 참석자들보다 로비스트 집단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 실험 역시 내용과 상관없이 눈에 편안한 정보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드러냈죠.

세 번째로 실시한 실험은 눈으로 쉽게 인지되는지의 여부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 본 위의 두 실험과 다른 주제를 다뤘습니다. 샤흐는 터키어로 된 가상의 증권회사 이름 중에서 Artan, Kado, Boya 처럼 발음하기 쉬운 것들과, Lasiea, Taahhut, Emniyet 과 같이 발음이 어려운 것들을 구성했습니다. 그런 다음, 144명의 참가자에게 발음하기 쉬운 증권회사와 발음하기 어려운 증권회사가 각각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내놓은 평가 의견들을 제시했습니다.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두 증권회사의 의견은 때때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각 의견을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을 해야 했죠. 하지만 참석자들은 의견의 내용과 상관없이 발음이 어려운 증권회사(Taahhut 등)보다 발음이 편한 증권회사(Artan 등)에 높은 가중치를 주었습니다. 즉, 발음하기 쉬운 증권회사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죠. 또한 참석자들은 발음이 쉬운 증권회사를 터키의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추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샤흐의 실험을 통해 눈에 얼마나 편안한가, 그리고 말하기가 얼마나 편안한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통설이 확인되었습니다. 감각기관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보는 피하고 쉽게 감각되는 정보를 수용하려는 이유는 가능하면 인지 노력을 덜 부담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작성한 보고서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상대방의 인지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상대방의 미간을 찌뿌리게 만들고 동공을 확장시키죠. 그래서 상대방은 그 내용을 들여다 보기도 전에 무의식 속에서 보고서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 꼬투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보고서의 내용이 전달되고 설득되려면 그러한 '활성화 에너지'의 벽을 극복해야 합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키는 촉매가 활성화 에너지의 벽을 낮추듯이, 읽기 쉽고 또렷한 글씨체와 시원한 글자 배치 등의 형식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용에 몰입하기 좋은 조건을 형성합니다.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고 설득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론 일부러 흐릿하게 보이고 발음이 어렵도록 만들어서 '뭔가 있어 보이는' 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소통의 속도와 질을 감안한다면 형식적인 '또렷함'이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때로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를 살펴 보세요. 글씨가 크고 또렷하며, 문장은 발음하기 좋고 리드미컬합니까? 내용이 좋다고 형식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죠?

(*참고논문 : Easy does it: The role of fluency in cue weigh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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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학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 실시   

2012. 2. 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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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 대표 유정식입니다.

인퓨처컨설팅은 지난 번에 총 3일(사전 미팅, 워크샵 1일, 후속 미팅)에 걸쳐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K대학의 2030년 비전 설정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으며, 급변하는 대학 환경 속에서 K대학이 각 시나리오마다 어떤 장기적 전략 방향을 추구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본 워크샵에는 K대학 내 각 학부별 교수님들과 외부 관련 전문가들(총 20여명)이 참가했으며, 아래의 사진이 짐작케 하듯이 그 자리에서 열띤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012년도 이제 2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 회사의 전략 방향을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재조정해야 하는 조직들이 많을 겁니다.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통해 각각의 변화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퓨처컨설팅은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을 다양한 포맷(최소 4시간 ~ 최대 5일)으로 진행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의 기본적인 일정을 보려면 여기(http://www.infuture.kr/236)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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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합시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   

2012. 2. 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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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샤이 댄지거(Shai Danziger)는 수감자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관들이 내린 의사결정 패턴을 살펴보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밥을 언제 먹었느냐가 가석방 신청을 통과시키느냐 기각시키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뚜렷하고 지대하게 말입니다. 댄지거가 8명의 가석방 심사관들이 내린 1112건의 심사건을 수집해보니, 한 명의 심사관은 하루 동안 14건에서 35건 정도(평균 22.6건)를 심리했고, 하나의 신청건에 대해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평균 6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또한 심사관들은 심리를 진행하다가 두 번의 식사 겸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심리를 진행하다가 9시49분에서 10시27분 사이에 새참을 먹고, 12시46분에서 2시10분 사이에 점심식사를 했죠. 새참을 먹기 전에 심리관들은 평균적으로 7.8건의 심리를 진행했고, 새참을 먹고 점심을 먹기 전까지는 11.4건의 신청건을 처리했습니다. 심리관들은 전체적으로 가석방 신청의 65% 정도를 기각했습니다.




댄지거는 1112건의 가석방 신청건들을 심리 받은 시간대별로 정렬하고 승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시간대에 심리를 받느냐가 승인과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아침에 처음 심리를 받거나 식사시간 후에 바로 심리를 받는 가석방 신청건들은 평균적으로 65%의 승인률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승인률은 뚝뚝 떨어지는 패턴이 발견됐습니다. 그렇게 승인률이 급감하다가 식사시간에 임박해서는 승인률이 거의 0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또한, 식사시간 직후에 심리한 최초의 3건과 식사시간이 임박할 때 처리한 마지막 3건을 비교하니 전자의 경우엔 52~61%의 승인율을, 후자의 경우에는 9~27%의 승인율을 보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운이 좋게 아침에 제일 먼저 심리를 받거나 식사시간 후에 바로 심리를 받는 수감자들은 가석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식사할 시간에 임박할 때 자신의 가석방 여부를 심리 받는 수감자들은 가석방될 확률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죠. 

심사관들은 스스로 가석방 승인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피로도와 혈당 수치가 가석방 승인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가석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죄질의 높고 낮음, 수감 태도, 수감자의 교정 정도 등은 '밥'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습니다. 정의(Justice)와는 한참 거리가 먼 '밥'이라는 요소가 심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죠.

가석방 심사관들의 '휴식 및 식사' 여부가 의사결정의 중요한 변수라는 댄지거의 연구를 기업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종류의 심사, 평가, 승인은 대상이나 내용의 본질보다는 참석자의 피로도와 배고픔 정도에 따라 좌지우지될지 모른다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휴식과 식사시간 후에 처음 면접하는 입사지원자들은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운이 없게 식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임박할 때 면접관을 만난 지원자들은 어쩌면 실력과는 무관한 '밥(즉 혈당)'이라는 요소 때문에 불행하게도 떨어질지 모릅니다(지원자 데이터가 충분한 회사에서 댄지거의 연구와 비슷한 분석을 해보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매년 벌어지는 인사평가도 상사가 지금 얼마나 피곤한가, 얼마나 배가 고픈가에 따라 부하직원의 실력과는 별개로 관대하게 혹은 가혹하게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밥'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사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정보가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습니다. 독일의 연구자들은 법률 전문가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량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요청하기 전에 한 그룹의 전문가들에게는 1과 2만 나오는 주사위 한 쌍을, 다른 그룹에게는 3과 6만 나오는 주사위 한 쌍을 던지게 했습니다. 두 개의 주사위 숫자를 합하면, 3이나 9를 얻게 되겠죠. 주사위를 던진 후에 범죄자의 형량이 주사위 숫자 합보다 큰지 작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형량을 정하게 했죠.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한 형량은 1개월부터 12개월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는데, 숫자의 합이 3인 주사위를 던진 그룹은 평균 5.28개월, 9인 주사위를 던진 그룹은 평균 7.81개월의 형량을 내렸습니다. 주사위 숫자라는 정보는 형량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가 나왔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한다고 해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함을 시사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대상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자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상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 없는 상황의 조건들이 평가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배가 부르거나(피 속의 혈당이 충분하거나) 정신이 맑을 때는 과감하거나 관대한 결정을, 배가 고프거나 어깨가 처지며 피로가 업습할 때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발동하여 새로운 사안을 거부하거나 '까칠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평가나 의사결정의 객관성은 지표와 판단기준이 아무리 정교할지라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평가 받거나 결재를 받는다면, 의사결정자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밥 먹고 합시다!"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거나 결재를 빨리 받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참고논문 : Extraneous factors in judicial decisions )
(*참고논문 : Playing Dice With Criminal Sent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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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버림의 예술'이다   

2012. 2. 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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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 독일의 참모총장을 지낸 알프레드 폰 슐리펜(Alfred von Schlieffen)은 일명 '슐리펜 계획'을 전쟁 승리의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독일은 서쪽의 프랑스와 동쪽의 러시아와 대치 중이었는데, 슐리펜은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하고 병력 소집이 더디던 러시아보다는 강대국인 프랑스를 신속하게 제압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와 면한 서부 전선에는 79개 사단을 배치하고 러시아 쪽의 동부 전선에는 10개 사단만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거의 8대 1의 차이로 서부 전선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러시아로부터 반격을 당해 독일의 동쪽 지방(동프로이센)을 잃는다 해도 좋다는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슐리펜은 프랑스와 대치하기 위해 서부 전선에 투입한 79개 사단 중 68개를 전선의 북쪽에 두었고 나머지 11개 사단을 전선의 남쪽인 알자스, 로렌 지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7대 1의 병력 집중도 차이는 슐리펜이 전쟁이 승리하기 위한 관건이 서부 전선의 북쪽(독일 입장에서 봤을 때 우익)인 지금의 벨기에 지역에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알자스, 로렌 지역이 산악지역이라 지형적 이점을 최대로 살리면 그만큼 병력을 적게 운용해도 된다고 판단했죠. 슐리펜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인 1913년에 사망할 때 자신의 계획을 유언으로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프랑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독일이 승리하려면 병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집중 배치해야 한다고 그는 믿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슐리펜이 1906년에 퇴임하고 후임자로 임명된 헬무트 폰 몰트케는 슐리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많은 병력들이 프랑스와 면한 서부 전선의 북쪽으로 쏠려 있으면 러시아와 대치 중인 동부 전선이 약해질까 두려웠습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상대하는 동안 러시아가 급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몰트케는 슐리펜이 중요도를 낮게 여겼던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의 남쪽 지역에 병력을 크게 보강하여 7대 1이었던 병력 집중도를 3대 1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하고 말았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서부 전선의 북쪽으로 프랑스를 공략하기로 했던 슐리펜의 계획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서부 전선의 북쪽에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반격을 뚫지 못한 채 마른(Marne) 전투에서 패해했고 독일군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참호전을 벌이며 서로 대치하는 국면이 형성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물론 학자들 사이에서 슐리펜 계획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합니다).

연합군의 입장에서 슐리펜 계획을 무산시킨 몰트케에게 감사할 일이지만, 병력을 분산시켜 모든 전선을 지키려 한 몰트케의 실패는 기업들의 전략 수립과 실행에 있어 '집중'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입장처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전략의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들의 강점에 자원을 최대한 집중하고 약점이 되는 부분은 무시하려는 배짱이 필요하죠. 시장 전체를 상대하려고 하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그먼트를 선택하고 나머지 세그먼트는 미련 없이 희생시켜야 승리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적은 병력을 모든 전선에 고루 배치하면 방어력이 높아지키는커녕 경쟁자에게 취약한 부분을 더 많이 노출시키고 맙니다.

위험에 처하면 과감하게 버리기보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전략가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순한 전략을 결행합니다. 2000년에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P&G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앨런 래플리가 핵심 성장 동력을 4개 부문으로 설정하고 식품업을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P&G를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으로 이끌었고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는 집중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래플리는 “CEO가 어느 분야를 포기할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M&A만큼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힘든 과정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라고 조언합니다.

1997년 9월에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애플에 쫓겨났던 창립자 스티브 잡스를 임시 CEO로 복귀했습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사업의 규모와 범위를 축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손을 잡고 첨단제품 개발에 나설 거라던 언론의 예상이 빗나가 버린 것이죠. 잡스는 경영전략가인 리처드 루멜트(Richard P. Rumelt)와 나눈 대화에서 "제품군이 너무 복잡했고 회사는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가족의 친구 중 한 명이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 저에게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수많은 제품의 차이를 알 수가 없었던 거죠. 저도 명확하게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잡스는 여러 종의 데스크탑 PC를 하나로 줄이고 프린터와 같은 주변기기 부문을 없애버렸습니다. 또한 거래하던 여섯 개의 유통업체를 하나로 줄임으로써 까다로운 요구로 인해 제품 모델이 다양해지는 근본적 원인을 제거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버리기 전략'으로 잡스는 쓰러져 가던 애플을 회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고집하는 경영자들은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있다. 전략은 곧 버림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충고를 유념해야 합니다. 어떤 고객, 상품, 시장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일이 어떤 고객, 상품, 시장을 선택할 것인가란 문제보다 선결되어야 할 의사결정 사안입니다.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다가 과감하게 메모리 사업을 철수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주력사업으로 전환시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인텔(Intel), 빅(Bic)과의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라이터 시장을 철수하고 면도기에 집중한 질레트, IBM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슈퍼컴퓨터에 총력을 기울이 CDC, 휠체어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모션디자인스, 검은 양말만 판매하는 블랙삭스닷컴 등은 전략의 집중이 거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의 성공 포인트임을 일깨웁니다.

무언가에 집중하려면 필연적으로 선택의 과정을 거쳐야 해야 합니다. 선택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select는 라틴어인 selectus에서 유래했는데, ‘어딘가로부터(from) 무언가를 분리해서(apart) 취한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선택이란 무언가를 취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집중이란 취해진 무언가에 모든 힘을 쏟아 붓는다는 의미겠죠.

중국 속담에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규모가 작거나, 열세에 있거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게 술리펜 계획 같은 '창조적 파괴'의 실행을 주문합니다. 창조적 파괴는 무엇을 얻을까란 질문보다 무엇을 버릴까란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함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어려운 선택을 피하려는 리더는 전략은 버림의 예술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참고도서 :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참고도서 :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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