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팀에 특별히 남에게 많이 베풀고 자신은 이득을 적게 취하는 이타적인 직원이 있다면 그가 여러분의 팀에 계속 남아있기를 원합니까? 아마 여러분은 당연히 '그렇다'라고 답하겠지만, 과연 그가 팀원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솔직히 여러분은 남들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그가 어서 팀에서 떠나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워싱톤 주립대의 심리학자 크레이그 파크스(Craig D. Parks)는 아사코 스톤(Asako B. Stone)과 함께 이 불편한 추정이 사실임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그는 104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각자 5명으로 구성된 팀의 일원이라고 가정하게 했습니다. 10포인트씩 지급 받은 학생들은 컴퓨터 상에서 일종의 기부 게임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자기 포인트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기부하면 두 배의 포인트가 팀 공동계좌에 적립되는 방식이었죠. 학생들은 기부를 끝낸 후에 팀 공동계좌의 잔고 중에서 최대 4분의 1까지 포인트를 꺼내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10번의 라운드를 실행한 다음에 학생들은 자기계좌에 쌓인 포인트를 교내에서 쓸 수 있는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었죠.
파크스는 게임을 끝낸 후에 실험 대상자인 학생에게 다른 팀원들(사실은 가상의 팀원들)들이 얼마나 기부하고 얼마나 인출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3명의 팀원은 팀의 평균만큼 기부하고 인출했지만, '제4의 팀원'은 팀의 평균보다 많거나 적게 기부하고 팀의 평균보다 많거나 적게 인출했다고 실험 대상자에게 전했습니다. '제4의 팀원'이 적게 기부하고 적게 인출했거나 많이 기부하고 많이 인출했다면 '공정한 팀원', 적게 기부하고 많이 인출했다면 '이기적인 팀원', 많이 기부했지만 적게 가져갔다면 '이타적인 팀원'으로 볼 수 있겠죠. 파크스는 학생들에게 '제4의 팀원'이 이 기부 게임에 함께 할 팀원으로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는지를 9점 척도로 질문했습니다.
파크스는 '제4의 팀원'이 많이 기부하고 적게 인출하는 '이타적인 팀원'일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고 기대했지만(즉 실험 대상자들은 '이타적인 팀원'과 계속 게임을 하고 싶어할 거라 기대했지만),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제4의 팀원'이 적게 기부하고 적게 인출하는 '공정한 팀원'일 때 가장 높은 점수(6.31점)를 얻었지만, '이타적인 팀원'일 경우에는 고작 3.45점 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이 값은 적게 기부하고 많이 가져가는 '이기적인 팀원'이 얻은 2.35점과 비교해 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타적인 팀원도 이기적인 팀원과 마찬가지의 정도로 조직에서 '축출' 대상으로 평가 받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결과였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제4의 팀원'이 다른 사람에게 무능하거나 행동의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지만, 파크스는 비슷한 방식의 후속 실험을 통해 '제4의 팀원'이 보이는 무능함 여부와 행동의 일관성 여부는 별 관련이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여전히 '이타적인 팀원'은 '이기적인 팀원' 만큼 인기가 없었고 축출되어야 할 대상으로 평가 받았으니 말입니다.
왜 '이타적인 팀원'들은 함께 할 팀원으로 인기가 없을뿐더러 축출의 대상이 된 걸까요? 파크스는 다시 한번 동일한 실험을 수행한 다음에 '제4의 팀원'에 대해 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글로 설명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 실험의 목적을 모르는 2명의 심사자에게 실험 대상자들이 쓴 글의 내용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작업을 맡겼습니다. 그 결과, 95%의 실험 대상자들은 '이타적인 팀원'이 다른 팀원들과 비교하여 특이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이유로, 그리고 팀의 암묵적인 규범을 깨뜨린다는 이유로 그를 팀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예를 몇 개 들어보면, "아무도 그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 팀원이 다른 팀원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많이 기부하고 적게 가져가는 것은 이상한 행동이다", "아주 부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는 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이타적인 직원이 조직 성과에 기여하는 수준이 다른 누구보다 높기에 그들이 조직에 남아있도록 보상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업무목표만을 달성하려고 타인의 협조 요청을 묵살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옳지 않다고 또한 생각합니다. 그러나 파크스의 실험은 우리의 의도와 현실이 매우 다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개인 간의 경쟁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제고하겠다는 문화는 이타적인 행동이 좋은 평가를 받고 높은 연봉을 받는 데에 불리하다는 점을 보이지 않는 규범으로 만들어 직원들의 뇌리에 심어 놓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업무목표 달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조직의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인 직원은 비록 고맙긴 하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하기가 왠지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아주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잖아', '왜 저렇게 혼자서 애쓰나? 그냥 다들 하는대로 할 것이지, 뭐가 잘났다고....'라 생각하며 불편해 합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나'의 입지를 흔드는 위험한 인물로 여기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파크스의 실험은 내부 경쟁을 권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타적인 직원들이 설 땅은 점차 좁아지고 결국은 다른 직원들에 의해 서서히 조직 바깥으로 퇴출되고 말 거라는 우울한 결론을 우리에게 시사합니다. 원래는 이타적인 직원도 이타심을 줄이거나 버리려 할 거라는 점도 일러줍니다. 이타적인 직원을 보호하는 다른 장치가 없다면 말입니다. 경쟁은 이기적인 자를 살리고 이타적인 자를 죽이는 가장 은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이타적인 팀원이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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