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2. 3.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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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과 2월에 저는 모두 19권의 책을 읽었습니다(포스팅 시기를 놓쳐서 1월, 2월치를 함께 올립니다). 예전보다는 상당히 늘어난 독서량이라 카운트해 보고 나서 저도 놀랐습니다. 아마도 신년 효과(?)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책 읽기에 속도가 붙다보니 마음만 먹으면(시간이 허락하면) 하루에 한 권 정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역시 독서도 습관입니다.

2월 초에 아마존에서 킨들을 구입했는데 클릭 한 번으로 eBook을 내려 받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종이책을 받아 보려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주로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을 eBook으로 읽는데, 왜 그런 좋은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는지 의아하기도 하더군요.
 



아래에 짧은 평을 달았으니 여러분들의 독서생활에 참조하기 바랍니다.


부동의 심리학

부동의 심리학 : 머리 좋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극도로 압박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어이 없는 실수를 하는 현상인 '초킹'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지 않는 심리학적 방어법을 이 책을 통해 알아 보세요. 추천합니다.


배드 사이언스

배드 사이언스 : 사이비 건강지식, 엉터리 과학기사를 특유의 발랄한 필체로 통렬하게 폭로하는 책입니다. 도처에 사기꾼들이 참 많습니다. ^^ 이 책이 과학적 사기를 경계하고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과학 이야기라 약간 어려울 수 있으나 내용보다는 과학적 사기의 유형과 패턴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쉽게 읽힙니다.


비합리성의 심리학

비합리성의 심리학 : 인간이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심리학적 이유를 여러 가지 실험적 근거를 통해 실증하는 책입니다.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행동경제학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죠. 저는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추천합니다.


가격은 없다

가격은 없다 : 가격은 재화의 진정한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가 아님을 중점적으로 파헤치는 행동경제학 책입니다. 약간 어려울 수 있지만 가격이 정해지는 매커니즘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이해하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욕망의 진화

욕망의 진화 : 남자와 여자의 성 차이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상세하게 풀어냅니다. 약간 두꺼운 책이지만, 진화심리학의 입문서로도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성적 질투에 관한 한국인들의 생각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창조의 조건

창조의 조건 : 창의력에 관한 심리학 분야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읽히는 책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창의력이 극대화되고 또 훼손되는지를 여러 실험적 증거로 풀어냅니다. 학술논문을 읽는 듯 다소 전문적인 문체로 쓰여져 있지만 창의력 증진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경쟁에 반대한다

경쟁에 반대한다 : 처음엔 몰랐으나 미국에서 꽤 유명한 교육 심리학자가 쓴 책입니다. 육아, 교육, 직장생활, 스포츠 등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폐해를 보여주는 이 책은 경쟁은 좋은 것이고 권장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기를 듭니다. 저는 상당히 통쾌했습니다. 이 책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많아지면 달라진다

많아지면 달라진다 : critical mass 를 넘은 '인지 잉여'와 그로 인한 대중의 지혜에 주목하라는 책입니다. 워낙 많이 들어온 이야기이고 책의 내용도 익숙한 터라 저에겐 좀 진부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개별 장들의 주제가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협력하는 유전자

협력하는 유전자 :진화론의 맹점을 지적하고' 이기적 유전자' 개념을 분자생물학 관점으로 비판하는 책입니다. 생물체의 주인은 유전자가 아니라 세포라고 주장합니다. 분자생물학의 연구 내용들이 나와 좀 어려울 수 있지만 모두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인간욕구를 경영하라

인간 욕구를 경영하라 : 인본주의 심리학의 거두 매슬로의 경영철학이 녹아있습니다. 60년대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읽히는 책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영방식에서 벗어나라는 강력한 경고를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를 능가하는 경영철학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리틀 벳

리틀 벳 :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기업들이 의지나 배짱으로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보다 '작은 실험'을 통해 돌다리도 두드려 볼 것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기업의 혁신을 추구하는 분들께 멋진 통찰력을 주는 실천적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


긍정적 이탈

긍정적 이탈 : 조직의 변화를 위해 긍정적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행동에 집중하라는 교훈을 생생한 사례로 서술합니다. 조직의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Punished by Rewards : 얼마 전 구입한 킨들로 처음 읽은 책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경쟁에 반대한다'의 저자가 쓴 책입니다. 당근과 채찍은 다른 게 아니라 결국 똑같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 얼마나 사람들의 내적 동기를 갉아 먹고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설명합니다. 강추합니다.


대중의 직관

대중의 직관 : 사회적 분위기, 대중의 분위기를 포착하면 역사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책입니다.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저의 생각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부정적 방향으로 기울었고 앞으로도 오래 지속되리라 전망하면서 그에 따라 현명하게 행동할 것을 주문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관점을 취득하려는 분께 추천합니다.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 전략의 고전, 손자병법의 교훈을 기업의 경쟁전략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책입니다. 한권으로 손자병법을 기업의 관점으로 빨리 체득하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책의 서평을 따로 썼으니 참조하기 바랍니다. (여기를 클릭!)




Scenario Planning in Organizations : 킨들로 읽었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과 방법을 개괄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원서가 어려우시면, 제가 쓴 '시나리오 플래닝'을 추천합니다 ^^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 발달심리학자가 감각적 쾌락이 아니라 본질주의적 쾌락에 관하여 철학적, 예술심리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약간 어려운 책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드라이브

드라이브 : 동기 유발의 원천이 자발성, 숙련, 목적의식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자기계발서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 옥에 티로 느껴지만, 조직의 관리자들이 꼭 읽어야할 책입니다. 그리 길지 않으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 : 제대로 된 경영전략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이 책의 출간이 반가웠습니다. 좋은전략과 나쁜전략을 비교하면서 전략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시각을 수정케 하는 유용한 책입니다. 전략의 기본을 다시금 새기게 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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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제도, 버려야 하지 않을까?   

2012. 3.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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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은 품질경영의 전설적인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예일 대학교에서 수학과 수리물리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미국 농무부 등에서 물리학자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여러 문헌을 통해 직원이 조직 내에서 달성하는 성과가 직원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밝히곤 했습니다. 관리 감독, 교육훈련, 도구와 방법론, 가용 자원 등과 관련된 조직의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직원 개개인이 제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헌신한다 하더라도 탁월한 목표 달성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물리학적 배경을 발휘하여 간단한 방정식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X + (YX) = 직원 개인의 실제 성과



여기에서 X는 개인의 기여이고 Y는 내외부 시스템의 효과를 나타냅니다. 직원의 기여(역량, 업적, 헌신 등)만으로 직원의 성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 시스템 상태와 변화가 직원의 기여와 승수 효과를 일으켜 결정된다는 점을 간단히 표현한 방정식이죠.

이 방정식의 미지수는 X와 Y, 이렇게 두 개입니다. 알다시피 미지수가 2개이면 방정식의 개수도 2개여야만 미지수를 구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방정식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도 X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은 6학년 짜리 학생도 다 안다"라고 데밍은 말했습니다.

z = x + yx 를 나타낸, 말 안장 모양의 그래프



이 방정식은 조직에서 실시하는 인사 평가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평가제도는 개인의 기여(역량, 업적, 헌신 등)을 측정하면 직원 개인이 실제로 조직을 위해 달성한 성과를 알 수 있다고 전제합니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죠.

 X = 직원 개인의 실제 성과


그러나 데밍이 지적했듯이 개인의 기여는 직원 혼자만의 힘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도적, 시스템적 뒷받침은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외부환경의 변동도 직원의 실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한 내외부적 시스템의 변화는 무작위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할 뿐더러 사후적으로도 변동의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혼자서 '영업을 뛰는' 영업사원들조차 시스템적인 도움이 없이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YX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평가 결과를 보상에까지 활용한다면, 직원들은 실제 기여한 것보다 부당하게 많은 보상을 받거나 반대로 탁월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매번 생길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요컨대 YX를 고려하지 않는 평가는 의미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해악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데밍이 말하고자 했던 논지는 YX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가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비어(Michael Beer)도 직원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은 직원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회사'에서 '잘못된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평가제도가 효과적인 성과 창출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평가제도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방어적으로 만든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조직의 평가제도는 YX를 반영하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 평가제도를 계속 끌고가야 할까요? 대안이 없으니 그냥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그저 명분이거나 '용기 없음'의 다른 표현일지 모릅니다. 데밍의 방정식은 부당한 제도가 있다면 없애는 게 차라리 낫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깊이 숙고할 문제이고 지나치지 말아야 할 문제입니다.

오늘은 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글을 짧게 남깁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참고 도서 : Abolishing Performance Appraisals )
(*참고 도서 : The New Economics for Industry, Government, Education p.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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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지치고 힘들어 하는 이유는?   

2012. 3.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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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서 자아실현의 감동을 얻기는커녕 염증을 느끼고 매너리즘에 휩싸여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새로운 일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업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기보다 습관과도 같은 피로감에 먼저 사로잡힙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정해진 대로만 진행되기를 바랄 뿐 개선이나 혁신의 의지는 에너지 넘치는 다른 사람들의 일로 치부하고 맙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자신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직원들이 수명이 다 되어가는 건전지처럼 에너지가 소진된 듯한 느낌을 갖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업무량이 많고 업무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일까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 특히 상사와의 관계에 치유가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직원 자신의 의지력이 박약한 탓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업무에서 활력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활력을 빼앗긴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업무로부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나 활동으로부터 배제되고 위에서 떨어지는 일, 맡은 직무나 조직의 생리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처럼 내적 동기를 갖기 힘든 업무 환경 속에 놓여져 있는 까닭입니다.




사람들은 돈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가치를 느끼는 업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인적으로 직원들은 활기 넘치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조직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추진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요 클리닉(Mayo Clinic)이란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연구팀은 마요 클리닉의 모든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각자 환자 진료 및 치료, 연구, 교육, 행정업무 등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또한 의사들이 각각의 영역 중에서 무엇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느끼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예상대로 68%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지만, 연구, 교육, 행정업무에도 각각 19%, 9%, 3%의 의사들이 가치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각 업무 영역에 실제로 소요하는 시간과 가치를 느끼는 정도를 비교하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활동에서 가치를 느끼는 의사들은 환자 관리에 64%의 시간을 썼지만 교육 업무에는 15.1%의 시간 밖에 쓰지 못하고 있었죠.

연구자들은 바로 이 불일치가 업무 피로감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할 목적으로 Maslash Burnout Inventory라는 측정도구를 써서 의사들의 업무 피로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치를 느끼는 업무 영역에 20% 미만의 시간(일주일에 하루 미만)을 사용하는 의사들이 더 많이 '번-아웃(burn out)'되었다는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번-아웃된 의사들은 36개월 내에 현재의 직무를 떠나고 싶다는 의지를 크게 나타냈고, 24개월 내에 상근직에서 파트타임직으로 이동하기를 희망하는 경향이 더 컸습니다. 

이 연구는 설문을 통해 상관관계의 존재 여부를 따져본 것이기에 완전한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내적 동기와 실제 업무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직원 개인의 건강한 삶과 조직의 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외부적인 이유로 직원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할 경우 쉽게 번-아웃될 가능성이 높을지 모른다는 것, 번-아웃된 직원일수록 현재의 직무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는 것, 향후에 직무를 이탈함으로써 무형의 업무 노하우도 함께 사라져 버릴 확률도 높다는 것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조직 혁신의 에너지와 성과는 개인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이 말은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시키는 데 있어 책임을 지는 주체는 직원이 아니라는 뜻이죠. 책임은 시스템에게 있습니다. 개인의 역량, 내적 동기의 근원, 경력개발의 요구 등에 적합하게 운영되는 시스템(제도, 인프라, 조직문화 등)을 갖추지 못한 채 직원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기여를 당근으로 유도하고 채찍으로 강요하는 조직은 직원들을 쉽게 번-아웃시키고 방치할지 모릅니다. 

물론 인력 운용상, 조직의 생리상 직원들이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무 프로세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일주일에 적어도 10%의 시간(대략 4시간) 정도는 기존의 담당 업무를 떠나 마음대로 의미 있는 업무를 하도록 권장하면 어떨까요? 뭘 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내적 동기를 발화시킬 탈출구를 만들어 두자는 뜻입니다. 구글이 일주일에 20%의 시간을 직원들에게 마음대로 쓰게 하면서도 그런 자유시간을 통해 지메일(Gmail), 구글 어쓰(Earth) 등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얻어냈다는 사례를 떠올려 보면, 그 시간이 생산성을 해치고 직원들을 나태하게 만들 거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조직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보이려는 동기를 가진 성인입니다. 방종에 쉬이 빠질 사춘기 청소년이 아니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픽사(Pixar)는 만화영화 제작자와 회계담당자부터 보안 요원에 이르는 모든 직원들이 1주일에 4시간까지 교육 받도록 권장 받습니다. ‘픽사 대학’은 110개 과목의 교육 프로그램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데,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미술 및 영화제작 과정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학장인 랜디 넬슨(Randy Nelson)은 “왜 회계담당자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줄 아세요? 그림 수업은 사람들에게 그리는 방법만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관찰력을 향상시켜서 혜택을 얻는 회사는 픽사 말고 지구 상에는 없지요.”라고 말합니다. 직원들에게 본업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분야를 접하도록 기회를 줌으로써 업무 만족도 향상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흥행작을 연달아 내놓을 수 있는 힘을 확보하는 픽사를 그저 부러워하거나 그들이니까 가능한 일로 치부해야 할까요?

직원들은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임금을 주고 구입한 '성과 기계'가 아니라, 성과 그 자체입니다. 직원들이 가치를 상실하고 번-아웃됐다면 성과도 번-아웃되는 것이죠. 이때는 직원들에게 엄격한 평가와 높은 성과급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흔들어대기보다는 그들이 조직 내에서 살아가는 환경, 즉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구성원에게 적응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번-아웃된 상태입니까? 무엇때문입니까? 여러분 자신 때문입니까, 아니면 조직의 시스템 때문입니까?


(*참고 논문 : Career Fit and Burnout Among Academic Faculty )
(*참고 도서 : Demand: Creating What People Love Before They Know They Want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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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2012. 2.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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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는 오랫동안 복사기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며 복사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제록스는 복사기로 창출한 막대한 여유자금을 가지고 IBM이 장악하고 있던 대형 컴퓨터 업계로의 진출을 모색하면서 IBM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그들은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부으며 공세를 펼쳤지만  IBM의 강력한 반격에 타격을 받아 큰 손실을 떠안은 채 대형 컴퓨터 시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이 제록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록스가 대형 컴퓨터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분투하는 동안, 제록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캐논이 잠시 비어있던 복사기 시장을 치고 들어와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제록스가 입은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록스는 원래 퍼스널 컴퓨터 기술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산하의 팔로알토 연구소를 견학하며 마우스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술 등을 베껴 갈 정도였다. 하지만 IBM이 장악한 대형 컴퓨터 시장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퍼스널 컴퓨터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했고 그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로 대거 이직해 버렸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진입 실패, 복사기 시장의 지배력 상실, 차세대 컴퓨터 시장의 기회 상실 등 무려 3가지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책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는 제록스의 패착이 병법 중의 가장 저급한 책략인 공성(攻城)을 채택한 것에 있다고 말한다. 엄청난 여유자금만을 믿고 무턱대고 덤볐다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얻은 제록스를 ‘손자병법’을 쓴 손무가 평가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을 때 써야 할 공성 전략을 쓴 제록스는 하수 중의 하수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도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생이 아니라 전략을 통해 전과를 올렸다”라고 말하며 자원을 소모하면서까지 승리를 도모하려 했던 제록스 경영자의 무지를 꼬집을 것이다.
 
우리는 기업 간이 경쟁을 전쟁으로 곧잘 묘사한다. 군사학에서 쓰는 말인 전략(strategy)이나 전술(tactics)이란 말이 경영에서 오히려 더 많이 쓰이고 수많은 비즈니스 전략들의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군사전략가의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헌데  비즈니스계의 경쟁은 곧 전쟁과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경쟁사를 향해 격렬하게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경쟁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손자병법은 개별 전투에 관한 ‘필드 매뉴얼’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잘 이기기 위한 방책, 즉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의 결정체이다. 

손무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불확실성을 헤쳐 가는 경영자들에게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 모델이다”라고 조언한다. 손자병법의 철학을 올바로 이해하고 기업 간의 경쟁에 적용하려면 이 의미를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저자는 싸우지 않고 온전히 이기는 가치를 손자병법의 최상의 지향점으로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방도로 지승(知勝), 전승(戰勝), 선승(先勝)으로 구체화하여 설명한다. 지승은 경쟁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이긴다는 것이며, 전승은 전쟁에서 싸워 이긴다는 것이며, 선승은 싸우기 전에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긴다는 뜻이다.
 
제록스가 IBM을 상대로 무모한 공성전을 벌이느라 무주공산이 된 복사기 시장을 점령한 캐논은 손자병법이 제시한 전승의 방책 중 출기(出奇) 전략을 제대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제록스의 기본전략은 방대한 직판 체제와 대형 복사기 임대 센터를 갖추고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캐논은 가격이 비싸고 사용하기 복잡한 대형 복사기 부문에 집중하던 제록스의 전략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캐논은 복사기 부품을 표준화하여 복사기 가격을 낮추었고, 임대 방식이 아니라 중개상을 통한 판매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직영점과 임대 센터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운영비용을 제거해 버렸다. 또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복사기를 제작함으로써 고객층을 복사기 담당부서가 아니라 회사 경영진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캐논은 제록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출기 전략을 경영의 용어로 풀면 ‘차별화 전략’이다. 캐논은 차별화를 통해 제록스가 지배하던 시장의 경쟁 규칙을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바꿈으로써 제록스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 출기 전략의 전형을 보여준다.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하려는 도전자는 관례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돌파 기회를 잡아야 하며 그러한 사고를 가져야만 현재의 경쟁 구도와 경쟁자의 우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공법의 올바른 의미는 경쟁자가 지닌 A라는 강점에 A라는 전략으로 상대한다는 것(제록스의 IBM 공격 사례)이 아니라, A'이라는 변형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습한다는 것(캐논의 사례)이라 말할 수 있다.
 
차별화 전략인 출기는 상대방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라는 ‘격허(擊虛)’ 전략과 종종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손무는 “깃발이 정렬된 군대와 싸우지 말고, 기세가 당당한 진영을 공격하지 말라”라고 말하면서 경쟁자가 우세를 점한 부분에 저돌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취약한 점을 탐색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캐논이 그리 했듯이 차별화의 초점을 경쟁자의 ‘강점 뒤에 숨은 약점’에 두라는 의미이다. PC제조업체인 컴팩(Compaq)의 최대 강점은 촘촘한 유통망이었다. 컴팩은 이 강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제품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강점은 필연적으로 약점을 담고 있었다. 델(Dell)은 촘촘한 유통망 때문에 최종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기 어렵다는 강점 속의 약점을 간파했다. 델은 중간 판매망 없이 최종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PC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최대의 PC판매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강점의 배후에는 항상 숨기고 싶은 약점이 존재함을 간파하는 것이 격허 전략이고, 그런 약점에 기반하여 우리의 제품 가치를 차별화하는 것이 출기 전략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손자병법은 ‘집중(集中)’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점에서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고전이다.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간단한 준칙은 병력 집중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엄격히 따르고, 믿을 만한 행동 지핌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에서 그만큼 집중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병력을 분산시키면 전선이 길게 형성되고 상대방이 공격하기 좋은 허점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여러 분야에 문어발을 뻗치거나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에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P&G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앨런 래플리가 핵심 성장 동력을 4개 부문으로 설정하고 식품업을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P&G를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으로 이끌었고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는 손자병법이 제시하는 집중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래플리는 “CEO가 어느 분야를 포기할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M&A만큼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힘든 과정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라고 조언한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경영자들은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있다. 전략은 곧 버림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마이클 포터의 충고를 유념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출기, 격허, 집중 이외에 궤도(詭道), 임세(任勢), 주동(主動), 선지(先知), 오사(五事)라는 승리의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원칙을 따르고 승리한 전쟁의 사례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사례를 함께 이야기하며 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속에서 경쟁자를 맞이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바람직한 경쟁 전략이라는 나침반을 건네준다.
 
저자는 손자병법은 경쟁이 존재하는 영역이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가치라고 말한다. 또한 손자병법은 심오한 철학적 이치를 보여주고 풍부한 경험과 지력, 민첩한 임기응변 능력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손자병법이 담아낸 ‘이기는 방법’을 수용할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고 손자병법은 경쟁 자체를 최고의 목적에 두지 않는다. 손무는 경쟁을 질질 끌지 말 것, 전쟁의 폐해를 항상 염두에 둘 것, 모든 결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 내릴 것, 늘 차가운 머리를 유지할 것, 목숨 걸고 싸우려 들지 말 것을 충고한다. 손자병법의 가치는 탁월한 리더가 되려면 이렇게 승산 없는 경쟁을 피하고 승산 있는 경쟁에만 나서야 함을 역설하는 데에 있다. 손자병법의 지혜를 경영의 관점으로 정리한 이 책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은 힘이나 돈이 아니라 지혜와 전략으로 경쟁자와 대결하려는 자에게 전승(全勝)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글쓴이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이 글은 2012년 2월 29일자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실린 서평임)
(*참고도서 :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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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사망원인을 미리 부검하라   

2012. 2. 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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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혹은 전략)들이 모두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쉬쉬하지만 사실 실패가 다반사죠.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로 판명되면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뜯어보고 여기서 얻은 교훈을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거울로 삼는 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실패의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르도록 프로젝트를 흐지부지 끝내거나 관심을 다른 프로젝트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를 통한 진정한 배움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패를 쉬쉬하지 않고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기업이 건강한 문화를 지닌 조직임에는 틀림없지만, 더욱 건강한 조직이라면 '사후 부검(post-mortem)'보다는 '사전 부검(pre-mortem)'을 통해 실패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줄 압니다. 알다시피 부검은 불분명한 이유로 죽은 사람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죠. 사전 부검이란, 말 그대로 프로젝트가 '죽기 전'에 실시하는 부검으로서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라고 가상으로 선언한 다음 "왜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예상되는 실패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규명된 실패원인을 통해 프로젝트 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성공확률을 끌어올리려는 게 목적이죠.



실패를 기정사실화한 후에 실패원인을 미리 찾자는 것은 말이 쉽지 의외로 실행이 어렵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성공을 꿈꾸며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뭐? 실패를 기정사실화하자고?'라는 집단사고에 밀려 사전 부검란 말은 금기시되고 맙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프로젝트에 몰입하지 않는 자로 '찍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전 부검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습니다. 데보라 미첼(Deborah Mitchell), 제이 루소(Jay Russo), 낸시 페닝턴(Nancy Pennington)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전 부검이 프로젝트의 산출물을 옳게 설정할 확률을 30% 높여준다고 합니다. 

사전 부검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매니저가 '프로젝트의 사망'을 선언합니다. 그런 다음 팀원들에게 왜 프로젝트가 사망했는지를 묻습니다. 팀원들은 처음에 프로젝트의 사망원인을 끄집어내는 일을 꺼려합니다. 불충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나서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언을 종용하기보다는 각자 독립적으로 실패원인을 종이에 적게 함으로써 의견이 집단사고에 의해 공격 받거나 폐기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때 프로젝트 매니저는 분위기를 잘 조성해야 합니다. 재미삼아 거치는 과정이 아니라, 진짜로 프로젝트가 사망했다는 상황으로 팀원들을 몰입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 계획서의 말미에 양념처럼 들어가는, 아무도 참조하지 않는 리스크 계획에 그치고 맙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부터 시작해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한 다음, 각각의 실패원인을 사전에 막으려면 프로젝트 계획을 어떻게 수정 보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사전 부검을 마무리합니다. 사전 부검을 거치면 현실적이지 않은 희망(특히 프로젝트에 공을 많이 들인 사람들)에 부풀어 오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완료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거나 예산을 필요 수준보다 적게 설정하려는 오류를 피하고 실질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죠. 또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중간에 CEO가 교체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입에 올리기 힘든 '진짜 실패원인'을 제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위험신호를 재빨리 감지해서 대응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효과도 있죠.

지금 프로젝트를 착수 중이라면 사전 부검의 과정을 꼭 진행하기 바랍니다. 부검이라는 말 자체가 꺼림칙하다고요? 약간의 충격적인 용어가 프로젝트의 실패를 직시하도록 만듭니다. 바로 실행에 옮기세요!


(*참고논문 :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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