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 기획력 향상 교육 실시   

2011. 9. 19. 11:40
반응형



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입니다.

오는 20일에 L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획력'에 관한 교육을 실시합니다(공개교육이 아니라, 인하우스 교육입니다). 기획이란 무엇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번 교육은 기획의 목적이 바로 문제 해결임을 밝히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며, 그 결과를 어떻게 '기획서'라는 결과로 포장해 낼 것인가를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교육목차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총 8시간 교육

1. 기획이란 무엇인가?
- 기획의 의미
- 나의 기획 스타일은?
- 상사의 스타일에 맞는 설득
- 좋은 기획서란?
- 채택되는 기획서가 갖추어야 할 요소

2. '번뜩이는' 기획서
- 문제란 무엇인가
- '진짜 문제'를 밝혀야 하는 이유
- 문제의 원인은 어떻게 밝혀내는가
- 해결책을 어떻게 도출하는가 

3. 잘 구성된 기획서
- 기획서의 뼈대를 잡는 법
- 초안을 잡고 수정하기
- 독자의 판단 기준 충족하기

4. 깔끔한 기획서
- 깔끔한 문서 구성
- 깔끔한 문장 쓰기
- 깔끔한 도표 그리기

5. '꽂히는' 기획서
- 제목으로 낚기
- 리드를 만들라
- 감정에 호소하고 생생하게 보여라
- 지식의 공백을 자극하라
- 비전을 제시하라


위의 교육목차는 8시간으로 짜여졌습니다. 교육 니즈에 따라 2시간부터 16시간까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획력 향상 교육에 관한 보다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신 분들은 02-6007-2340 이나, jsyu@infuture.co.kr 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반응형

  
,

'부모같은 팀장, 자식같은 팀원'은 나쁘다   

2011. 9. 16. 09:10
반응형



캐나다의 정신의학자인 에릭 번(Eric Berne)은 '교류 분석 이론'을 정립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번은 인간의 말과 행동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성인형(Adult), 부모형(Parent), 자식형(Child)였죠.

성인형은 상호존중과 개방성,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에게 이입할 줄 아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부모형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듯이 통제적이고 비판적인 행동 유형을 말하죠. 반면 자식형은 감정이 앞서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양식을 가리킵니다. 번이 지나치게 인간의 말과 행동을 단순화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상호 교류의 양식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통찰을 주었다는 측면에서 그의 업적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이상적인 상호작용의 방식이 '성인형 대 성인형'이라고 말합니다. '부모형 대 부모형'이나 '자식형 대 자식형'의 상호작용은 오해를 가중시키고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합니다. 조직에서 자주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예를 들어볼까요?

팀장이 기획안을 꾸물거리면서 올리지 않는 팀원에게 이렇게 한마디 합니다.

"지시한 지가 2주일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기획안을 올리지 않는 거야?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런 말은 통제하고 비판을 가하는 '부모형'의 전형입니다. 부모형의 말은 자식형의 말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가 뭐라고 야단을 치면 핑계거리를 대면서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는 자식처럼 말입니다. 팀원은 아마 이런 식으로 대꾸할 겁니다.

"제가 OOO일로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상무님이 지시사항이라서 그것 먼저 해야 한다고요."

대담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팀원이라면 팀장의 부모형 말에 부모형 대답으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그렇게 급하면 직접 하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박 대리가 요즘 한가한 것 같은데, 걔한테 시키시지요."

팀원이 이렇게 대꾸하면 아마도 팀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팀원의 멱살을 잡을지 모릅니다. 섬약한 성정을 가진 팀장이라면 속으로 화를 삭이면서 괴로워하겠지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감정만 상합니다. 감정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이상도 염려해야 하는, 불행한 '교류 방식'이죠.

팀장이 만약 자식형의 대화법으로 이렇게 말하면 팀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OOO기획안, 빨리 좀 줘. 전무님이 보자고 하신단 말이야."

아마 대담한 팀원(소위 '싸가지가 없는' 팀원)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모형으로 대꾸하겠죠. '급하면 당신이 하라'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팀원보다는 아래와 같이 '칭얼거리는' 자식형 대답을 하는 팀원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저도 힘들어 죽겠단 말이에요. 왜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이런 대화법 또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팀장과 팀원 사이의 불만만 가득 쌓이고 맙니다. 상하를 막론하고 자식형 대화법이 주류를 이루니 팀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이 됩니다.

에릭 번이 이상적인 상호 교류 방식이라고 한 '성인형 대 성인형' 대화법을 팀장과 팀원이 항상 염두에 둔다면, 아마도 아래와 같은 대화가 일어날 겁니다.

팀장 : 자네가 바쁜 건 잘 알지만, 실은 그 기획안을 전무님이 1주일 후에 열릴 경영회의 때 발표해야 해서 꼭 필요해. 해 줄 수 없을까?

팀원 : 죄송합니다. 저도 실은 상무님이 별도로 시킨 OOO일로 좀 바쁩니다. 상무님께 이야기해서 그 일은 잠시 미루자고 하겠습니다. 전무님 일이 더 급하니까요.

팀장 : 고마워. 상무님한테 이야기할 때 나도 같이 갈게.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해하실 거야.

팀원 : 네, 알겠습니다.

팀장 : 아, 그리고 좀 힘들겠지만 오늘부터 나와 같이 기획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보자고. 이따 3시에 회의실에서 보면 어떨까?

팀원 : 네, 자료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요, 5시쯤 보면 어떨까요?

팀장 : 그래, 그러자고. 



이상적인 상황이라서 좀 작위적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팀원으로 하여금 기획안 수립에 전념케 하려면(즉,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인형 지시법과 성인형 대답법이 다른 유형의 교류 방식보다 우월합니다. 

문제가 좀 급하고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면 사람들은 강압적인 부모가 되거나(부모형 교류), 감정이 앞서서 요리조리 피하는 자식이 될(자식형 교류) 가능성이 큽니다. 위와 비슷한 상황일 때 (마음을 좀 차분히 하고) 성인형 교류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방도 성인형 대화법으로 응대하면서 문제해결에 머리를 맞대는 '화기애애'한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이 없이는 팀장과 팀원 간의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부모 같은 팀장과 자식같은 팀원'이라는 구도는 절대로 좋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반응형

  
,

2X2 매트릭스, 꼭 활용하세요   

2011. 9. 15. 09:00
반응형



여러분의 조직에는 여러 유형의 팀이 있을 겁니다. 만일 CEO가 여러분에게 “우리 회사에 존재하는 팀의 유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라”는 지시는 내린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떤 기준으로 팀을 분류하고 어떤 포맷으로 결과를 정리하면 CEO의 마음에 꼭 드는 보고서를 쓸 수 있을까요?

팀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특성을 2개 뽑아내어 그것으로 2X2 매트릭스를 그리면 CEO에게 일목요연하게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팀의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2개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팀의 ‘존속기간’이 그 중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팀은 단기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가 해체됩니다. 반면에 계속해서 장기간 존속되는 팀들도 있죠. 또한 팀의 ‘업무 범위’도 팀의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중요한 차원이 됩니다. 하나의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하는 팀이 있고, 반면에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성과를 이루어내는 팀도 있죠.

그렇다면 ‘존속기간’과 ‘업무범위’라는 2개의 축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2X2 매트릭스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그리면 끝이 아닙니다. 매트릭스의 각 셀에 해당하는 팀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정의를 해줘야 합니다. 존속기간이 상시이고 업무범위가 단일업무인 좌측상단에 속하는 팀들은 아마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을 겁니다. 이런 팀들은 ‘일반 업무 팀’이라고 분류할 수 있죠. 존속기간이 상시이고 업무범위가 다중업무인 우측상단의 팀들은 우리가 보통 ‘Cross Functional Team’이라고 부르는 조직입니다. 우리말로 ‘기능횡단팀’이라고 부르죠. 

좌측하단의 셀, 그러니까 존속기간이 임시이고 업무범위가 단일업무인 팀들은 특정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모임 프로젝트 팀(Project Team)이라고 말할 수 있죠. 임무 수행을 완료하면 바로 해체되는 조직입니다. 존속기간이 임시이지만 다중업무를 수행하는 팀은 ‘특수 목적 팀’ 혹은 ‘태스크 포스 팀(Task Force Team)’이라고 부릅니다. 프로젝트 팀처럼 임시로 운영되지만 특정 과제를 수행하려면 여러 부서를 아울러야 할 때 태스크 포스 팀이 필요하죠.

이렇게 2개의 변수를 가지고 팀의 유형을 4개로 구분한 후에 어떤 팀들이 어떤 셀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면 CEO가 한 눈에 팀의 유형을 조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특정 셀에 지나치게 팀들이 몰려있다면 어느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죠. 

여러분은 아마도 위의 매트릭스와 다른 축을 사용하여 2x2 매트릭스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이 속한 회사의 팀을 꼭 위의 예시처럼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한 상황에 맞게 2X2 매트릭스를 그리면 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현상을 단순하고 간략하게 표현하고, 시각화하는 데에 2X2 매트릭스처럼 좋은 방법이 없다는 점을, 2X2 매트릭스를 쓰면 상황을 조망하고 개선의 방향을 찾기가 수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항상 어떤 현상을 접하면 2X2 매트릭스로 그릴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확신컨대, 2X2 매트릭스를 잘 그리면, '똑똑하다', '깔끔하다'란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2X2 매트릭스를 꼭 활용하세요. 


반응형

  
,

'다른곳의 유'로 '이곳의 유'를 창조하라   

2011. 9. 8. 09:24
반응형



오구라 마사오는 일본의 '야마토 운송'의 회장이었던 인물입니다. 1971년에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된 그는 주력사업인 화물 운송 사업에서 택배사업 쪽으로 기업을 확장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당시가 1976년 무렵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택배 서비스가 처음 시도되는 사업인지라 택배 인프라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구축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죠.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택배 영업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영업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운영비용이 과다하게 들 것이고, 그렇다고 적게 운영하면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택배 서비스가 초기에 외면 당할 것이기 때문이겠죠. 결국 2가지 경우 모두 결과적으로 운영비용을 급증시킬 가능성이 컸습니다.



택배 영업소 수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어느 곳에 각각 영업소를 설치해야 하는 것도 오구라 사장의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는 택배 서비스라는 한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기로 합니다. 앞으로 설치될 택배 영업소처럼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모방'하기로 합니다.

먼저 그는 택배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우편 집배국(우리나라의 우편물 취급소와 비슷한 조직)의 수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 수는 5천 개가 넘었죠. 우편 집배국이 소포(택배의 대상이 되는)를 취급하긴 했지만, 다른 우편물을 더 많이 배달하기 때문에 택배 영업소 수는 5천 개나 될 필요가 없다고 오구라 사장은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에 그가 생각해 낸 전국 네트워크는 중학교의 수였는데, 그 수는 당시에 11,250개였습니다. 중학교는 보통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의 참고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11,250개는 너무나 컸지요.

그가 마지막으로 참고한 대상은 경찰서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경찰서 만큼 딱 들어맞는 벤치마킹 대상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구밀도와 거리를 잘 따져서 설치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들은 관할지를 경찰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택배 차량의 이동 범위와 유사하다고 오구라 사장은 짐작했습니다. 그는 전국의 경찰서 수와 비슷한 규모로 1,200개의 영업소를 오픈했고, 영업소의 위치도 경찰서의 위치를 참조했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된 오구라의 택배 사업은 승승장구하여 야마토 운송을 일본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사업 초기에 우편 서비스를 독점하는 정부의 운수성과 다툼이 있었지만 잘 견뎌냈고, 오구라 사장은 퇴임(1995년)한지 오래 됐지만, 존경 받는 일본의 경영자로 매번 오르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우리는 의사결정 내리는 일을 힘들어 합니다. 의사결정의 기준을 참고할 대상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익숙한 영역에서 사고의 범위를 한정시키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향도 큽니다.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방식의 사고로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데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오구라 사장이 했듯이, 운송사업 안에서는 아무것도 참조할 것이 없을 때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 방식의 사고방식을 통해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택배 사업을 경찰서의 치안 활동에 대입할 줄 아는 사고를 통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린 것처럼 말입니다. 해답은 내부에 있을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이미 존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해답을 이쪽으로 빌려와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적인 모방이죠. (반대로 같은 분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리면 그것은 표절이나 특허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의 유'를 빌려와 '이곳의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반응형

  
,

공 하나가 한 사람을 파멸시키다   

2011. 9. 6. 10:05
반응형



1986년 10월 초,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재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보스톤 레드삭스와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시리즈 5차전이 열렸습니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면 에인절스가 아메리칸 리그를 우승하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9회초 현재 스코어가 5 대 2로 앞선 상태라서 우승은 바로 코 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3점 차이는 레드삭스가 뒤집기 어려운 듯 보였지요.

하지만 레드삭스는 막판까지 힘을 쏟으면서 5 대 4까지 점수차를 줄였습니다. 9회초 투아웃에 1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감독인 진 마우치는 마무리 전문 투수인 도니 무어(Donnie Moore)를 마운드에 올립니다. 무어는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습니다. 이제 스트라이크 하나면 경기가 종료되고 에인절스는 우승과 함께 월드 시리즈로 가는 티켓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러나 그가 던진 마지막 공은 데이브 핸더슨(Dave Hendersen)의 방망이에 맞았고, 그 공은 좌측 담당을 뛰어넘고 말았습니다. 홈런이었죠. 5 대 4였던 점수가 5 대 6으로 역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어는 망연자실한 채 베이스를 달리는 핸더슨을 바라봐야만 했죠. 에인절스는 (하지 않아도 될 뻔 했던) 9회말 공격에 나서서 경기를 다시 역전시키려 했으나 힘이 빠진 나머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레드삭스가 아메리칸 리그의 챔피언이 되고 월드 시리즈 행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무어는 오랫동안 자신이 던진 마지막 공을 곱씹으며 괴로워했습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 던지지만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에 허덕였죠. 언론들도 무어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모든 패배의 책임을 그에게 돌리는 형국이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끄집어내어 무어를 조롱했습니다. 1986년에 21 세이브를 기록하던 성적은 1987년이 되자 5 세이브로 급격히 저조해졌습니다. 성적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도 피폐해져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죠.

결국 무어는 1988년 시즌을 끝으로 야구장을 떠났고 급기야 1989년 7월에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의 자살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그가 자살하기 전에 자신의 부인을 총으로 여러 차례 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결국 공 하나가 게임을 망쳤고 개인의 삶을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가 도니 무어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요?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도니 무어의 사례를 보고 '자신의 실패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런 자기 반성이 구체적인 실천과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기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겠지요. 요컨대, 그런 상황을 개인 스스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겁니다. 

또한 실패를 잘 이겨내고 오히려 실패를 즐기는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실패를 웃으며 털어내지 못하는 자들을 은근 비웃기도 하겠죠. 장방 드 벨드(Jean Van de Velde)라는 골프선수는 1999년에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서 17번 홀까지 2위를 3타 차이로 따돌리면서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확실시됐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그만 트리블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연장전에 돌입했고 결국 힘이 빠진 그는 폴 로리에 우승컵을 넘겨주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패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크게 회자되자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즐겼습니다. 그 게임은 그저 자신의 골프 인생 중에 한 페이지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나는 과거 속에 살지 않는다"란 말을 남기기도 했죠.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이런 그의 긍정적 사고를 치하하면서 개인의 강건한 마음가짐이 실패를 이겨내고 더 나은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역설할 겁니다.

하지만 무어의 비극적 결말을 무어 자신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행을 계속 생산해낼지 모릅니다. 물론 무어 자신의 나약한 심성도 문제이겠지만, '바로 너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런 실패를 하고 말았어, 이 멍청아!'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의 부정적 메커니즘, 게임을 그저 게임으로 바라보지 않고 대단한 지상목표로 여기는 광적인 스포츠 팬덤 현상, 실패한 사람을 찍어 누름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야릇한 경쟁의식 등이 무어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A매치 축구경기에서 우리팀이 패배하면, '저 자식 때문에 다 이긴 경기를 지고 말았어!', '쟤가 잘 막았더라면 우리가 이겼을 텐데!' 등 온갖 비난이 경기 관람을 끝낸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옵니다. 물론 경기에 진 속상함을 그렇게 푼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죠. 하지만 그 비난의 대상이 된 선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한 점을 깨달으며 반성할 겁니다. 비난이 가벼운 불평 정도에서 끝나야지, '확대하고 꼬치꼬치 분석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이고 몇날 며칠 우려먹는 언론과 '유사언론(블로그 등)'은 자신들의 거친 입이 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음을 한번쯤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몇몇 블로그를 보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잘못된 점을 세세하게 지적하면서 '계속 그러다가는 망하고 만다'는 식의 글들이 올라오고, 그런 자극적인 글들은 높은 조회수와 추천수를 기록합니다. 연예인 자신도 아니면서 어쩜 그렇게 속속들이 잘 아는지 놀라울(?) 정도죠. 

누구나 실패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주 '극적인' 순간에 '뼈아픈' 실수를 저지릅니다. 싸구려 언론과 싸구려 '입'들은 그런 사람들의 실패를 이용하는 데에 자신들의 재능 있는 글발과 말발을 세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감싸안는 분위기가 실패를 이용하는 분위기보다 우세한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면 말입니다.

공 하나가 한 사람을 파멸시켰습니다. 아니, 공 하나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에게 큰 책임을 부여한 사회가 한 사람을 파멸시켰다고 해야 옳습니다.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