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엉성함으로부터 창발한다   

2011. 12. 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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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연구소는 억만장자인 하워드 휴스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기관인데, 1년에 의학 연구에 지원하는 돈이 7억 달러나 됩니다. 이 연구소는 이처럼 큰 예산을 가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를 장려함에 있어서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발견되지 않은 불확실한 주제를 탐구하는 데 매진할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는 점입니다. 예산을 받기 위해 연구 과제를 신청할 때 해당 연구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설득하지 못하면 연구 자금을 지원 받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죠.

연구 과제 신청건이 올라오면 그 과제와 관련하여 몇 명의 전문가를 선정하여 해당 연구 과제가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큰지, 연구 결과가 얼마나 확실하게 산출될지, 연구 결과에 따른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납득시켜야만 하는 보통의 연구 조직과는 다릅니다. 애초에 휴스가 이 연구소를 설립할 때부터 유연하고 자발적이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가 조직의 지향점이었습니다.



'지식의 경계를 확장시킨다'는 모토 하에 이 연구소는 연구원들에게 상세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느라 '진을 빼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연구 방향만 제시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연구 과제가 채택되면 5년간 자금을 지원하고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한번 갱신되어 10년까지 연장해 줍니다. 10년이 되어도 연구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그때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데, 연구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지원을 철회하는 속도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야멸차게 자금줄을 끊는 보통의 연구 조직과 또한 다른 모습입니다.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HHMI)의 문화와 정반대의 문화를 지닌 곳이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입니다. 연구원이 확실한 연구 결과를 보장하고 납득시켜야 예산을 편성해주는 철저한 연구 관리 시스템을 지닌 곳이죠. 피에르 아줄라이(Pierre Azoulay), 구스타보 만소(Gustavo Manzo), 조슈아 그래프 지빈(Joshua Graff Zivin), 이 세 명의 경제학자들은 HHMI와 NIH의 서로 상반된 조직문화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문화가 각각 연구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통계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을 구성하기 위해서 각각 HHMI와 NIH에서 탑 클래스에 해당하는 과학자들을 선별했습니다. HHMI에서는 73명, NIH에서는 393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NIH가 HHMI보다 상대적으로 큰 조직이라 NIH의 샘플이 더 큼). 그런 다음, '얼마나 논문의 인용 빈도가 큰지'와 같은 지표를 사용하여 그들의 연구 성과를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두 조직의 과학자들은 탑 클래스에 속하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연구 성과가 비슷해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따져보니,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HHMI와 같이 연구원들에게 불확실한 연구 수행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지지부진한 연구에도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문화라면 나태하고 안일한 '무임승차자'들이 득시글할 거라는 우려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HHMI의 과학자들이 NIH의 과학자들보다 논문을 더 많이 발표했고 논문의 인용 빈도가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해당 연구 분야에서 히트한(키워드에 오를 정도로 독창적인) 논문의 수를 비교해도 역시 HHMI의 과학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논문을 냈는데도 한번도 인용되지 못한 논문의 개수를 비교하면 NIH가 HHMI보다 더 적었습니다. HHMI의 실패율이 더 높다는 의미죠. 이는 HHMI가 연구원들의 실패를 용인하고 그들에게 불확실성이 큰 연구를 장려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HHMI의 혁신성이 훨씬 월등하다는 점에서 그 정도의 실패는 혁신에 따르는 비용으로 충분히 감수할 만합니다. 반면, 연구 결과에 따른 위험(자금 손실 등)을 회피하고 안전한 연구만을 취하려는 NIH의 연구 방식은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무시해 버릴 위험을 오히려 키우는 꼴은 아닐까요?

조사 결과, HHMI의 과학자들이 하나의 주제에서 다른 연구 주제로 더 자주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하며 유연하고 자유롭게 지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방향을 전환한다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고 혁신적 연구를 위한 지적인 도약으로 인식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것만 제대로 하면 혁신할 수 있다'는 충분조건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그런 충분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러나 혁신을 위해서 처음부터 돌다리를 두드려 보면서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는 그 자체가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방만할 정도로 자금을 퍼주다시피 하면서 실패를 용인하고 독창성을 찬양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요점은 '균형'입니다. 새롭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투자할 개방성과, 위험을 감수할 때와 회피할 때를 탄력적으로 분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쉽지는 않죠.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처럼 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합리성이라는 탈을 쓴 관료주의적 문화가 다양한 시도를 옥죄고 실패를 크게 벌주려는 것만은 피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실패를 피하고 벌주면서 조직을 위축시키는 일이 종국에 더 큰 비용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합리성의 함정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혁신은 철저함이 아니라 엉성함에서 더 자주(더 훨씬) 창발합니다. 오늘은 지난 한 해 동안 철저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죽어간 아이디어를 회생시키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 Incentives and Creativity: Evidence from the Academic Life Sci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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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   

2011. 12.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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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 제1 라디오 (FM 97.3 MHz) '성공예감, 김방희 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북한 리스크와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주제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2011년 12월 21일 08:40).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사회자 멘트 : 한 일간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20대 그룹에 긴급설문을 했는데, 절반 가까이가 ‘2012 경영계획’에 북한리스크를 반영하겠다고 답했다죠. 그 만큼 ‘북풍’이 가져올 경영변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일텐데요.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닥칠 수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책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죠. 이것이 바로, 어제, 3분 mba 시간에도 잠시 말씀드린 시나리오 경영인데요. 이 시간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발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죠.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와 말씀 나누죠.

유 대표님, 안녕하세요.


1. 우선, 시나리오 경영의 개념부터 정확하게 설명해주시죠.

개인이나 조직이 뭔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죠.
불확실성은 말 그대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시나리오 경영은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즉 몇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지를 따져 본 다음에, 각 시나리오 별로 별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시나리오 경영은 다리를 여러 개 걸쳐 놓는 ‘양다리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해야만, 특정 시나리오가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경영이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2. 미래에 닥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거기에 맞는 대비책을 세운다는 건데, 시나리오 경영이 어떻게 경영기법이 됐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은 시나리오 플래닝, 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물자를 보급하고 수송할 때 적용하던 방법이었습니다. 허먼 칸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방법인데요, 이 방법을 1960년대에 로열 더치 셸이라는 정유회사가 들여와서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 산유국보다는 정유회사가 더 힘이 셌는데요, 셸은 그런 시나리오가 유지될 수도 있고, 거꾸로 OPEC와 같은 카르텔이 형성되어 산유국의 힘이 강해질 거라는 시나리오를 또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투자전략이나 원유개발전략을 그에 따라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죠. 그 덕에 업계 7위였다가 2위로 급격하게 도약했습니다. 남들보다 시나리오 하나를 더 생각해서 말이죠.



3. 1996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신년사 때, "여러 상황을 가정해,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라“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럼 이후로, 현재, 삼성이나 국내 기업들이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해서 갖추고 있나요?
 

삼성이나 SK와 같은 대기업들은 시나리오 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삼성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서 그에 따라 신수종사업이나 제품개발전략을 조정해 나가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블루레이 전략’입니다. DVD 이후에 과연 어떤 것이 차세대 저장매체가 될지 모르던 상황이었는데요, HD DVD가 있었고 블루레이가 있었습니다. 삼성은 일단 두 개의 기술에 모두 투자했습니다. 쉽게 말해 양다리를 걸친 거죠. 그렇게 하다가 블루레이 쪽으로 힘의 균형이 몰리고 난 다음에, 그쪽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SK그룹은 전 계열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담당하는 임원을 두면서 시나리오 경영을 2008년부터 추진했는데요, 2008년에 유가 급등기 때 SK에너지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밖의 기업에서는 아직까지 시나리오 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알고 보면 , 그냥 긴축경영이나 비상경영인 것을 말로만 시나리오 경영이다, 그런 경우가 많죠.



4. 적어도, 많은 기업들이 당장 북한변수를 내년 경영계획에 포함시킨다는 입장이긴 한데요. 북한과 사업을 하든, 안하든, 글로벌 지정학적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기업은 없을테니까요. 과거, 북핵 실험, 금강산관광객 피살, 연평도 도발도,  재계엔 작지 않은 북한 변수가 됐습니다만, 이번 변수는 급이 달라서요. 이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겠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문 방송을 보니까 북한 전문가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서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의 안정이 걸린 문제라서 그 파급효과도 대단히 크죠. 예전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 사태는 한반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상황이라서 그것은 ‘확실하게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작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안개 속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될 거야’, 이렇게 예측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나리오로 그려야 할 때죠. 기업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이라면, 길면 안 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재고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5.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선, 불완전한 예측보다는 닥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안전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말씀하신 시나리오 경영일텐데. 일단, 북한변수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 어떤 변수들이 불확실성을 크게 만드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과 주변국의 이해관계 등을 면밀히 따지면서, 여러 전문가들이 모호해 하는 변수가 뭔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간의 결속이 얼마나 강한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될 것인가입니다. 그에 따라 북한이 조기에 안정을 취할지가 결정되겠죠.

주변국에서 북한의 조기 안정화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쩌면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 기반을 우려해서 사전에 문제를 봉합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 특히 중국과 미국이 북한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접촉하는지 분석하면 1년 내에 현실로 나타날 시나리오가 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6. 지금 상황에서, 현실 가능한 대표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즉 이너 서클 내의 조화 여부입니다. 순조롭게 과도기를 넘길 수도 있고, 반대로 중간에 뭔가 사단이 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불확실성이 큰 변수는 유럽의 재정 위기가 조기에 안정될 것인가, 아니면 유로존 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느냐의 여부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조기 안정화 여부와 유럽 재정 위기의 해결 여부, 이 두 가지 변수 때문에 모두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한 대표 시나리오가 뭔지 감히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죠. 당분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자세입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체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유럽 재정 위기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는, 그런 상황일 겁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먼저 대비한 다음에,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7. 그런데, 기업의 많은 CEO들은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할 하나의 정답을 원하지만 시나리오가 모든 것을 보여 주는 정답은 아니잖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짚어주시죠.

시나리오는 정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시나리오 하에서 최적의 정답을 찾아가도록 개인과 조직에게 기회를 준다고 봐야 합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더 큰 실패를 하지 않도록 어느 선에서 막아주는 역할도 하죠. 시나리오 경영을 하려면, 기업 경영자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 같냐’, 이렇게 조바심을 내면 안 되겠습니다.

그런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미래는 객관식 문제가 아닙니다. 정답이 수시로 바뀔 뿐만 아니라, 정답의 내용도 모호합니다. ‘나에게 정답을 달라’ 이렇게 말하지 말고,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일단 조망하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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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올해의 책, Top 10   

2011. 12. 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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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살처럼 흘러 어느덧 2011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한 해였기를 바라며, 금년에 읽은 책 중에서 제일 유익하고 재미있었던 10권의 책을 뽑아 보았습니다. 예년보다 적은 독서량 때문에 Top 10을 뽑기가 조금 민망하기도 하네요. ^^

대상이 된 책은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제가 읽은 책들입니다. 2011년에 출판된 책이 아니라는 점을 양지해 주십시오. 지난 번과 같이 지인들(저자, 출판사 등)과 관련한 책들은 Top 10에서 제외했습니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이번에 제가 선정한 올해의 책 Top 10은 바로 아래의 사진 속에 들어 있습니다.



감히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겨 봤습니다. 제 관점에 평가한 것이기에 여러분의 취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책마다 달아놓은 짧은 평을 보고 선서(選書)하시는 데 참고하십시오.


지금 경계선에서

1위 : 지금, 경계선에서 :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뒷통수를 한 대 얻어 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문명의 몰락을 나타내는 징후를 소개하면서 그것이 인간의 진화가 문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에서 근본원인을 찾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매우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5가지 '슈퍼밈'들이 인간의 문제해결능력을 얼마나 옥죄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 비단 문명의 몰락 뿐만 아니라 기업조직의 몰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었습니다.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2위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 제가 존경하는 경영학자 제프리 페퍼의 책입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 즉 지행격차가 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타파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기존의 경영학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서술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개인의 자질과 태도가 아니라 조직문화가 변화의 해법임을 주장합니다. 경영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꼭 읽어 보세요.


사회적 원자

3위 : 사회적 원자 : '사회물리학'이라고 하는 생소한 분야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사회현상을 연구할 때 개인들을 원자나 분자로 간주하고 여기에 간단한 몇 가지 규칙을 대입하면, 실제로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상당히 근사하게 묘사할 수 있을뿐더러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물리학의 연구 방법입니다. 기업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들이 많습니다.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 모든 데이터를 부정하라

4위 : 이기는 결정의 제 1원칙 :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의사결정의 상식들을 뒤집어 버리는, 매우 도발적이면서도 흥미를 당기는 책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오랫동안 논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숙고한다고 해서 좋은 의사결정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주장을 폅니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모든 의사결정 상식들을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책, 강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5위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대략 50%의 사람들이 농구를 하는 선수를 사이를 지나가는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유명한 실험을 수행한 심리학자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범하는 여러 가지의 '인지 오류'와 '착각'을 재미있는 실험과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합니다. 조직 운영에 시사하는 바도 매우 큽니다. 꼭 읽기를 강추합니다.


증거경영: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통찰

6위 : 증거경영 : 제프리 페퍼와 그의 동료 로버트 서튼이 공저한 책입니다. 책 제목은 조금 딱딱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가정과 기대에 의해서 조직을 경영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기법이나 전략만을 실행하라고 주장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가 조직 성과를 높일 거라든지, 리더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든지, 등의 생각은 일종의 myth라고 이야기합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서라도 이 책은 강추를 받을 만큼 좋은 책입니다.


마음의 작동법

7위 : 마음의 작동법 : '자율성'에 관한 심리학의 대가인 에드워시 데시의 책입니다. 분량은 얇은 편이지만 그 안에 내용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느끼게 해 줍니다. 동기부여는 기법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고, 오직 내면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한 듯하지만 새롭게 다가옵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또라이 제로 조직

8위 : 또라이 제로 조직 : 제프리 페퍼와 여러 책을 같이 쓴 로버트 서튼의 책입니다. 제목부터가 남다른 이 책은 내용이 가벼울 거란 예상을 깨뜨립니다. 조직에 한 두 명쯤 있기 마련인 '또라이(asshole)'들이 얼마나 조직에게 피해를 주는지를 명확히 깨달아야 하고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함을 조언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또라이 금지 규칙'은 조직을 경영하는 자가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게 남는 책입니다. 꼭 읽기를 바랍니다.


행복은 전염된다

9위 : 행복은 전염된다 : 행복의 유지와 확산에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일러주는, 보기 드믄 주제의 책입니다. 네트워크가 개인의 정서, 건강, 정치적 성향 등에 매우 중요한 결정인자로 작용한다는 여러 가지 매력적인 실험들과 연구 결과를 담은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머니랩

10위 : 머니랩 :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실행된 여러 가지 경제학 실험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으로 증명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힌트와 인사이트를 줍니다. 

뽑다 보니,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의 책이 상대적으로 많이 뽑혔군요. 제가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추구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

2012년에도 좋은 책과 만나기를 희망하면서, 새해에는 출판시장도 활황이 되기를 또한 기대해 봅니다. (그래야 좋은 책이 출간될 인센티브가 있는 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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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투자는 '신중한 도박'이다   

2011. 12. 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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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라스베거스에 와 있습니다. 주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다. 알다시피 라스베거스는 도박의 도시. 여러분은 수중에 있는 10만원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떳떳하게(?) 도박을 즐기고자 합니다. 10만원을 몽땅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다만 이왕 도박의 도시에 왔으니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종류의 도박을 하든지 한번에 올인(all-in)하지 말고 10만원의 돈을 쪼개어 배팅을 해야겠죠?

그렇다면 1회에 배팅하는 금액을 얼마로 해야 가능한 한 오래 도박을 즐길 수 있을까요? 이때 등장하는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켈리의 공식(Kelly's formula 혹은 Kelly's Criterion)'입니다. 이 공식은 벨 연구소(Bell Lab)에서 일하던 물리학자인 존 L. 켈리(John L. Kelly)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베팅을 할 때마다 얼마의 판돈을 걸어야, 즉 여러분이 가진 돈 중에서 몇 퍼센트의 돈을 매번 판돈으로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켈리는 최대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려면 매번 판돈을 다음과 같은 퍼센테이지만큼 걸라고 충고합니다.

매 게임 판돈(%) =  { p(b+1) - 1 }  / b



이 공식이 바로 켈리의 공식입니다. 여기에서 p는 게임에서 이길 확률을 말하고, b는 배당률을 말합니다. 배당률은 보통 'b:1'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되는데, 이 말은 1원을 걸고 게임에 이기면 b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분 수중에는 1+b 라는 돈이 남겠죠.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도박(블랙잭이든 룰렛이든)을 할 때 이길 확률이 50%, 질 확률로 50%라고 해보죠. 그리고 배당률을 1:1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배당률이 1:1이라는 말은 여러분이 1원를 판돈으로 걸면, 게임에 이겼을 때 1원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1원이 2원으로 늘어날 겁니다). 켈리의 공식에 대입하면, 여러분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 게임 판돈 =  ( 0.5 * 2 -1 ) / 1 = 0%



즉, 여러분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50%라면 매 게임에 거는 판돈은 여러분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의 0%를 걸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도박을 하지 말라!'라는 뜻이죠. 사실 50%의 이길 확률은 여러분에게 유리하게 잡은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카지노를 상대로 게임을 벌일 때 실제 여러분이 이길 확률은 50%보다 조금 작기 때문입니다. 크랩스라는 게임의 경우, 카지노는 여러분보다 이길 확률이 1.42%P 더 큽니다. 그렇다면, 위의 켈리의 공식에 따라 여러분이 매번 게임에 걸 판돈의 크기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즉, 도박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넘어서 카지노로부터 돈을 오히려 받아내라는 뜻이겠죠(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카지노가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를 마음껏 즐김으로써 벌충해야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돈을 따러 온 것이 아니라 즐기러 라스베거스에 왔으니 여러분이 이길 확률이 50% 밖에 안 되더라도 여기에 3% 정도의 추가 승률을 더해서 이길 확률을 53%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3%는 도박이 주는 재미를 감안해서 더해 준 겁니다. 그렇다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이 결정되겠죠.

매 게임 판돈의 퍼센테이지 =  ( 0.53 * 2 -1 ) / 1 = 6%


여러분의 수중에 10만원이 있다면 첫 배팅을 할 때 6천원을 걸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배팅할 때는 '10만원+(첫 게임에서 딴 금액)'의 6%를 걸면 되겠죠. 이렇게 하면 결국에 가서 10만원을 다 잃겠지만(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글을 쓰다 조금 길어졌는데, 오늘 말할 주제는 도박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입니다. 투자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도박과 비슷합니다. 신사업을 하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든 성공확률에 따라 투자금을 크게 상회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으냐 없느냐가 결정되니 말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성공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켈리의 공식을 쓰면 투자를 집행할지를 결정할 때 하나의 참고 기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보통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 투자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줄여서 NPV)를 계산하여 그 값이 0보다 크거나 원하는 값보다 클 때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 방법은 간단하긴 하지만, NPV값이 양수이든 음수이든 투자의 성공확률을 100%으로 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물론 경우에 따라서 확률을 감안해서 NPV를 계산할 수도 있겠죠). 켈리의 공식은 그 단점을 커버하는 보완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신사업의 성공확률을 사전적으로 가늠하긴 어렵지만 벤치마킹이나 역사적 데이터를 감안하여 얻은 다음,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산정하여 켈리의 공식에 대입할 수 있을 겁니다. 만일 공식을 통해 나온 값이 0이거나 0보다 작다면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죠. 예를 들어, p가 60%이고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장기적으로 1 이라면, 켈리의 공식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습니다.

투자(배팅)할 금액 = { 0.6*(1 + 1) -1 } / 1 = 0.2 = 20%



일단 값이 플러스가 나왔으니 투자를 진행해도 좋지만 투자자금을 몽땅 쏟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 중에 20%만 투자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물론 특정 투자건은 성격상 투자금을 찔끔찔끔 투여하기가 힘들고 한꺼번에 투자해야 하기도 합니다(장치사업의 경우).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법을 찾는 것이 쉽게 많은 돈을 잃지 않게 할 뿐더러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망하다가 사업을 털고 나고는 '손절매' 타이밍을 잘 잡도록 하지 않을까요? 투자비를 100% 투입할 것이 아니라, 파일럿 테스트의 개념으로 20% 규모만 실행한 후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80%의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켈리의 공식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의 투자는 도박입니다. 이 말은 투자를 경원시하거나 반대로 방만하게 진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잃기 쉬우니 그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랜 버핏도 애용하는 투자의사결정 방식이라고 합니다. 불확실성이 클 때 이와 같은 보수적인 방법, 하지만 매우 현명한 방법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참고논문 :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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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재보다 보통인재에 집중하라   

2011. 12. 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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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

일을 아주 잘하는 직원 1명과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 1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개인 능력은 회사 전체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이나 기타 방법을 써서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능력 향상에 드는 예산이 한계가 있어서 둘 중 한 명에게 집중해야만 한다면, 누구를 타겟으로 해야 할까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이도록 해야 할까요, 아니면 능력이 그러그런 직원이 성과를 향상하도록 독려해야 할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각자의 인사철학에 따라 누구를 타겟으로 할지 의견이 갈릴 것 같군요. 그러면 아주 간단하면서도 계량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단 저의 가설은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에게 먼저 집중한다'입니다. 왜 그런지 이 가설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2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연봉도 동일(제반 인건비 포함)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의 직원 중 어느 하나가 중간에 회사를 그만 두지 않고 1년 동안 근속한다고도 가정해 보죠.

그런데 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한 지표를 써 보겠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개인의 능력 = 역량 / 인건비



즉, 개인에게 인건비를 1단위 투입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의 정도 차이가 능력의 개인 차를 말해 준다고 정의하겠습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돈(연봉이나 월급여)을 주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이 개인의 진짜 능력을 이야기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역량'이란 단어가 원래 추상적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측정 가능한 계량적인 변수라고 간주하겠습니다.

이번엔 역량의 입장에서 보죠. 역량 1단위를 내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는 다음과 같이 인건비를 역량으로 나눈 값이 될 겁니다. 이를 '역량의 비용'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역량의 비용 = 인건비 / 역량



역량의 비용과 개인의 능력은 서로 역수의 관계입니다. 개인의 능력을 x로 하면 역량의 비용은 1/x 가 됩니다. 그러므로 아래의 그림처럼 우하향하고 아래쪽으로 볼록한 그래프로 표현됩니다. 바로 이 그래프에 지금부터 증명하려는 논리의 핵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팅이 끝났으니 증명을 해보겠습니다.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교육이나 기타 방법)를 취하면 10이었던 능력이 20으로 올라가고, 성과가 뛰어난 직원 B에게 동일한 역량 향상 조치를 제공하면 25였던 능력이 50으로 향상된다고 하겠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개인의 능력' 변화
 
  직원 A : 10 --> 20   (gap = 10 역량/인건비)
  직원 B : 25 --> 50   (gap = 25 역량/인건비)



이렇다면 여러분은 직원 A와 B 중에서 누구를 택해 향상 조치를 취하겠습니까? 직원 A의 향상 정도가 10인데 반해, 직원 B의 향상도는 25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직원 B를 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할 겁니다. 동일한 돈을 들일 때 직원 B의 능력 향상도가 직원 A에 비해 250%나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역량의 비용 차원에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위에서 역량의 비용은 개인의 능력과 역수 관계입니다. 따라서 역량 향상 조치에 따라 나타나는 역량의 비용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역량의 비용' 변화 
  직원 A : 1/10 -->  1/20   ( gap = 1/20  인건비/역량 )
  직원 B : 1/25 -->  1/50   ( gap = 1/50  인건비/역량)



직원 A의 역량을 향상시키니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의 감소분이 1/20이고, 직원 B의 경우에는 1/50입니다. 만일 두 사람의 연봉이 2000만원으로 동일하다면, 역량 향상 조치로 직원 A는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고, 직원 B의 경우는 8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줍니다. 즉, 역량 1단위에 대한 비용 감소분으로 보면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 A를 직원 B에 우선하여 교육시키고 독려하고 끌어당기는 것이 회사의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비록 직원 개인 차원에서 보면 능력 좋은 직원 B에게 돈을 들이는 것이 표면적으로 유리한 듯 생각되지만, 그런 조치를 비용 효과성 측면을 따져 보면 정반대가 나오죠.

위의 상황은 직원이 2명만 존재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했고 직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실제의 기업 조직을 완벽하게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더 잘하도록 투자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줍니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여러 가지 차원으로 회사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그들을 캐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역량 향상 조치(교육 등)보다는 다른 식의 정교한 배려와 인력 활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향상의 '무기'가 범용적인 방식에 그친다면 그 무기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비용 효과성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간단한 증명은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역량 향상 조치의 타겟을 누구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도 좋은 통찰을 주지만, 현 직원들을 외부직원들로 교체할 때에도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더 뛰어난 직원들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 가운데에서 교체 대상을 찾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똑같은 돈을 들이고 더 나은 효과를 누리는 유리한 게임입니다.

우수인재와 보통인재. 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후자를 택하십시오. 그것이 용기이고 현명한 판단이니까요. 대개의 경우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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