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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규칙을 잘 지키고 윤리적일까요? 소위 상류 계층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덜 하고 부정을 덜 저지를까요? 우리는 그들이 그렇지 않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폴 피프(Paul K. Piff) 등은 이런 의심을 명확한 물증으로 증명하는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피프는 자동차가 재산의 많음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고 가정하고 자동차의 메이커와 외양에 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다음 차들이 몰리는 4차선 도로에서 어떤 자동차가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교차로 가로질러 부당하게 끼어들기를 많이 하는지 일일이 세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랬더니 최고급 자동차 운전자들은 30% 넘게 끼어들기를 하는 반면, 가장 낮은 등급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7~8% 정도 끼어들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을 확장하여 자동차들이 교차로로 다가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얼마나 침범하는지를 조사했더니, 가장 낮은 등급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한번도 횡단보도의 선을 밟지 않았으나 최고급 자동차 운전자들은 무려 45% 넘게 횡단보도를 침범했습니다. 이 두 실험은 고급차일수록 교통법규를 더 자주 위반한다는 통념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피프는 실험 방식을 달리 하여 참가자들에게 8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읽게 한 후에 그들이 각 시나리오에서 묘사된 행동을 얼마나 따를 가능성이 있는지 적도록 했습니다. 각 시나리오는 가상의 인물이 무언가로부터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려는 이야기가 기술돼 있었죠. 이 실험은 스스로를 상류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이들에 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드러냈습니다.
이번엔 협상 과정에서 상류 계층의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피프는 입사를 원하는 가상의 지원자가 고용주와 함께 임금 수준을 협상하는 상황을 참가자들에게 말하면서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가 불안정해서 곧 없어질 거라는 사실을 일러줬죠. 참가자들은 고용주가 지원자에게 해당 직무의 안정성에 관해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적어야 했습니다. 상류 계층으로 분류된 참가자들은 고용주가 정직하게 고백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고, 탐욕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태도가 있다고 평가된 참가자일수록 고용주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추가로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부분적이지만 상류 계층의 개인들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보다 탐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속임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이 나타났습니다.
상류 계층의 사람들이 속임수를 잘 쓴다는 사실은 컴퓨터 모니터 상에 띄운 가상의 주사위 실험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사위를 모두 다섯 번 던질 수 있었는데, 나오는 숫자의 합이 클수록 상금을 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진행자로부터 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나오는 숫자를 자율적으로 기록해야 했죠. 하지만 주사위 숫자의 합은 항상 12가 되도록 사전에 조작된 실험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상류 계층으로 평가된 사람일수록 합계를 속이는 비율이 더 많았습니다.
피프의 연구는 실험실에서나 현실에서 상류 계층일수록 법규를 어기고 탐욕적으로 행동하며 비윤리적인 결정을 선호하고 속임수를 거리낌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상류 계층의 사람들은 왜 그런 경향을 보이는 걸까요? 그들은 지위나 직업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독립적이고 프라이버시를 보호 받기 때문에 사회적인 제약이 적고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인한 제재를 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피프는 설명합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평가에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으며 목표 지향적인 경향이 커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조심스러운 시도이지만, 피프의 연구 결과를 기업 내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전반적으로 경영자들은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강제화된 성과지표, 통제 시스템, 규칙, 관료화된 조직 구조 등은 어쩌면 직원들은 기회만 생기면 부정을 저지른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성인인 직원들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아이로 간주한다는 증거입니다. 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체계를 공고히 한다면 그 회사는 윤리경영의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는 겁니다. 직원들에 의해 잘잘하게 저질러지는 부정보다도 고위직이 아무 거리낌없이 휘두르는 부정이 더 잦고 더 심각하고 더 뻔뻔할 수 있음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요?
부정을 저지르는 자는 스스로가 부정을 저지를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 부정의 수준을 실제보다 평가절하하는 사람, 아랫 사람을 많이 두고 권한이 많은 사람들일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권한 없이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리경영을 강조하기 전에 경영진들을 단속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비리나 부정은 경영진이 더 많이, 더 심각하게 저지릅니다.
여러분 조직에서 대부분의 부정은 누가 저지른다고 생각하십니까?
(*참고논문)
Higher social class predicts increased unethical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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