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업들이 운영 중인 성과급을 살펴보면, 회사나 팀의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그룹 성과급'과, 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기초하여 지급하는 '개인 성과급'이 섞인 형태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을 택하는 회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이렇게 두 가지 형태의 성과급을 섞어서 적용하는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그룹 성과급만을 지급할 경우 그룹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려는 직원이 생길 것을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단위로 성과를 측정해서 성과급을 주어야만 직원들의 동기를 높일 수 있고 '농땡이'치는 직원들을 벌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개인 성과급의 적용이 무임승차자를 줄이는 이득이 있다고 인정해 보죠. 하지만 그 이득을 얻기 위해 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이 경험적으로 항상 느끼고 있겠지만, 제도는 항상 트레이드-오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크리스토퍼 반스(Christopher M. Barnes)와 그의 동료들은 그룹 성과급과 개인 성과급을 섞어서 적용할 때와 그룹 성과급만을 적용할 때 팀의 성과와 구성원 개인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경영학과 학부생 304명을 모아서 4명씩 한 팀을 이루게 했습니다. 4명의 팀원들은 한 방에 모여 자신들의 영토를 침략한 적을 인식하여 가능한 한 빨리 적들을 섬멸해야 하는 일종의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을 함께 수행해야 했습니다. 팀원들은 자신만의 PC 앞에 앉아 게임을 진행했지만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공동의 적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의논할 수 있었죠.
연구자들은 학생들 중 절반(38개팀)에게는 무작위로 선정한 라이벌 팀의 점수보다 높게 나올 경우 팀원 각자에게 10달러의 상금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룹 성과급을 적용한 셈이었죠. 반면 나머지 팀의 학생들에게는 그룹 성과급과 개인 성과급을 섞어서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팀의 점수가 라이벌 팀의 것보다 높으면 각자 5달러씩 받을 수 있고, 팀원 개인이 다른 팀의 특정 팀원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개인에게 5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던 겁니다.
게임을 수행하도록 한 결과, 그룹 성과급과 개인 성과급을 섞어서 받기로 한 팀의 학생들이 점수 쌓기에 열을 올렸고 몰려오는 적들을 더욱 빠르게 물리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의 학생들은 자기네 편을 적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명의 팀원들이 한 방에서 게임을 진행했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격 방법을 결정하고 '피아'의 구분을 명확히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의사소통의 질이 높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다른 팀원들보다 적들의 공격을 더 많이 받는 바람에 버거워하는 팀원이 있었는데, 그룹 성과급만을 약속 받은 팀들이 혼합된 성과급을 받기로 한 팀들보다 서로 도와주는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바꿔 해석하면, 개인 성과급이 적용된 팀들이 상대적으로 비협조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 성과급의 존재가 개인의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욕구와 팀의 성과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타심 사이의 '내적 갈등'이 정보 흐름의 단절과 비협조를 유도했던 겁니다. 또한 자기 혼자 다른 팀원을 도와주는 등 이타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다른 팀원들로 인해 자기가 피해(개인 성과급을 못 받는)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와, '다른 팀원들도 나처럼 이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거야'란 인식도 은연 중에 작용했겠죠.
개인 성과급이 적용되면 팀원들 간에 활발히 일어나야 할 의사소통이 저하되고 협조적인 모습이 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기업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팀에 투영하기는 어렵겠죠. 반스가 논문에서 언급했듯이, 이 실험의 결과는 적을 물리쳐야 하는 컴퓨터 게임으로 얻어진 것이기에 일상적인 운영 업무를 주로 하는 팀보다는 특정 주제로 프로젝트를 구성해 긴급히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태스크 포스(Task-force)형' 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허나 점점 더 많은 팀들이 태스크 포스형 팀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반스의 실험을 글자 그대로의 태스크 포스팀에만 적용된다고 제쳐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룹 성과급도 주고 개인 성과급도 주면 성과가 더욱 높아지리라는 기대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매우 순진한 생각입니다. 팀원들이 합심하여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회사 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업환경의 변화와 개인 성과급의 적용은 시너지를 일으키기는커녕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막고 협조적인 분위기를 깨뜨릴지 모릅니다.
모든 제도는 트레이드 오프가 있습니다. 제도를 도입할 때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고 베스트 프랙티스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무엇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참고 논문)
Mixing Individual Incentives and Group Incentives: Best of Both Worlds or Social Dil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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