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연봉이 적은 이유?   

2012. 1. 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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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게임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널리 애용되는 재미있는 실험입니다. 이 게임에는 두 사람이 참여하는데 각각 '제안자'와 '응답자' 역할을 맡습니다.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이 제안자에게 10달러를 주면,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10달러 중 일부를 주겠다고 제안해야 합니다. 만일 응답자가 제안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제안된 금액대로 나눠 가지고, 반대로 응답자가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가지지 못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돈을 제안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응답자에게 돈을 적게 제안하면, 응답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돈을 한푼도 못 가질 것이기 때문이죠. 

사라 솔닉(Sara Solnick)이란 경제학자는 성별에 따라 이 최후통첩게임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입니다(한국 38.8%, OECD 평균 16%, 2008년 기준). 더욱이 동일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임금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솔닉은 최후통첩게임로부터 임금 격차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펜실베니아 주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솔닉은 학생들을 임의로 제안자와 응답자로 나눈 다음,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분리대 양측에 앉도록 했습니다. 실험군의 학생들은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알고 게임을 진행했고, 대조군의 학생들은 상대방의 코드번호만을 전달 받고 게임에 응했습니다. 이름은 상대방의 성별을 유추할 수 있는 거의 확실한 단서라서 성별에 따른 제안 금액의 차이를 알기에 적절하리라 솔닉은 판단했습니다. 물론 중성적인 이름이 있지만, 데이터 분석시에 그것들은 모두 제거했다고 합니다.

실험의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먼저 제안자가 남자이고 응답자가 남성이면, 제안자(남성)는 평균 4.73달러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안자가 남성이고 응답자가 여자이면, 제안자(남성)는 평균 4.43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남성인 경우, 상대방이 여성일 때는 돈을 6.3% 적게 제안했죠. 남성들이 코드번호로만 알려진 상대방에게 4.85달러를 제안한 것과 비교하면 8.7% 적은 금액입니다.

여성이 제안자 역할일 때는 제안 금액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가 남자일 때는 평균 5.13달러를 제안한 반면, 응답자가 여성일 때는 고작 4.31달러만 제안했습니다. 여성들이 동성에게는 16% 박하게 제안했던 겁니다. 상대방의 성별을 모르고 오직 코드번호로 인식한 여성(제안자)들이 평균 4.50달러를 제안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이 실험만 가지고 성별의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응답자가 남성일 때 제안 금액을 적게 제시하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해오리라 염려하는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응답자가 여성이면 적은 금액을 제시해도 그 불이익을 감수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여성은 응답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남성보다 열위에 놓이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솔닉은 이번엔 응답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얼마냐?"고 말입니다. 남성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남성임을 알 때는 2.45달러, 제안자가 여성임을 알 때는 3.39달러를 최소 수용 가능 금액이라 답했습니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남성임을 알 때는 2.82달러, 제안자가 여성임을 알 때는 최소 수용 가능 금액을 4.15달러라고 말했죠.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여성일 때 더욱 강하게 자신의 이익을 주장했던 셈이죠. 이는 여성이 제안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도 남성보다 열위에 놓이게 됨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솔닉의 실험은 임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어느 입장에 놓여져 있든 간에 여성이 항상 불리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근본적인 이유까지 파고 들진 못했지만)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솔닉의 실험이 전달하는 가장 의미 있는 시사점은 남성과 여성에게 고용의 기회가 고루 주어진다고 해서, 즉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고 해서 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남성과 여성에게 주어진 오래된 성 역할의 인습이 남아있는 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성별 행동의 차이가 고정관념으로 작용하여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또 남성들이 여성들을 그렇게 다루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안자 역할을 하는 고용주들 대부분이 남성인 현실 상황에서 남성 지원자들과 동등한 보상을 받으려면, 제안을 보다 비판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고용주들도 지원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지원자들보다 은연 중 낮은 금액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관성을 저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남녀 간에 존재하던 기회의 격차는 아직 크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꽤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허나 성별에 따른 결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정은 아직 요원합니다. 고용주와 지원자 모두에게 결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장치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성분들! 수용하지 말고 투쟁하십시오.

(*참고논문 : Gender Differences In The Ultimatum Ga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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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으로는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없다   

2012. 1. 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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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 중 하나가 면접(인터뷰)입니다. 아마 서류심사만으로 사람을 뽑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 면접도 1번에 그치지 않고 면접관을 달리 해 여러 번 실시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이 있고 얼마나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면접의 강도와 회수만 다를 뿐입니다. 이렇게 면접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학교 성적, 다른 사람들의(전 직장 동료) 평가, 과거의 업무 실적보다 면접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수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은 기업의 면접관들이 '인터뷰 착각(Interview Illusion)에 빠져 있다고 단언합니다. 면접관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 지원자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니스벳은 면접이 근거가 미약하고 정확하지 않은 도구라는 증거는 이미 많다고 말합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로빈 도스(Robyn Dawes)의 조사입니다. 텍사스 대학교의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800명의 지원자 중에서 면접 점수로 150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 주의회가 갑자기 정원을 50명 더 늘리라고 하는 바람에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들 중에서 50명을 추가로 뽑아야 했습니다. 헌데, 추가로 뽑으려고 명단을 살펴보니 뽑을 수 있는 대상자들은 면접 점수가 700~800등에 해당하는 학생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중 43명의 학생들은 그 어떤 의과대학에서도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이었죠. 하지만 주의회의 명령이었기에 학교측은 면접 점수가 하위권인 학생 50명을 합격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들은 어떤 학생이 면접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 알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면접 점수 상위권 그룹(150명)과 하위권 그룹(50명)을 비교했더니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그룹의 학생들은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율이 82%로 동일했고, 우등상을 받은 비율도 비슷했으며, 레지던트 1년차를 이수한 이후의 성과도 별 차이가 없었죠. 50명 중 43명이 모든 의과대학에서 거부된 학생들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입니다. 면접 점수가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설명력이 거의 없었다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왜 면접관들은 인터뷰 착각에 빠지는 걸까요?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원자가 앞으로 그 분야에 종사할 시간에 비한다면 찰나에 비유될 만큼 매우 짧습니다. ‘척 보면 안다’라고 자신하지만, 평소에 가진 편견, 그날의 컨디션,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 등에 따라 지원자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 내리기도 하고, 당황한 지원자가 말 실수를 하면 뭔가 숨겨진 의미 때문은 아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큽니다.

또한 '후광 효과'로부터 모든 면접관들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떤 지원자가 옷을 잘 입고 외모가 훌륭한데다가 겸손까지 갖추고 있다면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지원자들을 면접하다 보면 '대조 효과'에 의해 잘못된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직전 지원자가 유난히 '멍청하게' 면접에 응했다면 다음에 인터뷰하는 지원자가 그저그런 실력이라 할지라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하게 됩니다. 

프랭스 슈미트(Frank L. Schmitt)와 존 헌터(John E. Hunter)라는 심리학자는 무려 85년간의 인력 채용을 자료를 검토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가 지원자의 지적 능력(General mentality ability)과 구조화된 면접(단순한 면접이 아님)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전문적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직무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완벽한 잣대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지적 능력을 과연 파악할 수 있을까요? 어제 포스팅한 글('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에서 봤듯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주어지는 질문 포화에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은 초킹(choking) 현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Stuart Sutherland)는 구조화된 면접이라 할지라도 마주보는 지원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기 쉽기 때문에 차라리 서면으로 답변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섭니다). 또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구조화된 면접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도스는 '당사자를 30여 분 면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이 더 뻔뻔하다'고 단적으로 말합니다. 면접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한 지원자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할 겁니다. 면접의 효과가 근거 없는 믿음이라면 면접을 지원자와 안면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지원자가 직장에서 나타낼 성과를 설명력 있게 가리키는 지표가 적어도 면접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면접으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미신(Myth)입니다. 그런데도 이 순간에도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이 이루어지고 면접에 의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집니다. 과연 괜찮은 걸까요?

(*참고문헌 : House of Cards : Psychology and Psychotherapy Built on Myth )
(*참고논문 :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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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   

2012. 1.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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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머리가 좋은 사람과 지능이 그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에게 동일한 과제를 부여하면 평균적으로 누가 더 과제를 잘 수행할까요? 여러 과제를 던져보면 당연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 지능이 그저 그런 사람에 비해 과제 수행의 속도도 빠르고 완성도도 높습니다. 그런데, 과제를 부여할 때 압박감을 느끼도록 상황을 조성한다면 그래도 머리 좋은 사람이 과제를 훌륭히 수행할까요?

우리는 상식적으로 머리 좋은 사람이 중압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주어진 과제를 빠르고 완성도 있게 완료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 즉 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압박 강도가 센 조건에서 초킹(choking) 현상을 보이며 무너질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사이언 베일락(Sian L. Beilock)과 토마스 카(Thomas H. Carr)는 미시건 주립 대학교 학생 9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지능 테스트와 비슷한 '작업기억(working memory)' 테스트를 보게 하여 높은 인지능력을 지닌 자(46명)와 낮은 인지능력(47명)을 가진 자로 분류했습니다. 베일락과 카가 학생들에게 부여한 과제는 '모듈러 연산'이라고 불리는 수학 문제였습니다. 이 연산을 수행하려면 중간 과정을 머리 속으로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기억을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화면에 나타나는 문제를 재빨리 본 다음에 'True' 혹은 'False'라고 답해야 했습니다.

베일락과 카는 학생들에게 중압감이 적은 상황과 큰 상황에서 문제 풀이의 정확도와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습니다. 그들은 압박감을 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문제를 푸는 속도가 컴퓨터에 의해 측정되고 각자가 문제를 푼 결과가 자기 자신의 보상금액(실험참가자에게 주기로 한 수고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보상금액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일러줬습니다. 과거에 다른 사람들이 받았던 테스트 결과보다 20% 높은 성적을 올릴 때 5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말하고, 다른 학생들은 이미 20%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거짓으로 알렸습니다.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중압감을 주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이렇게 실험 조건을 두 가지(압박감이 적은 상황과 큰 상황)로 조성하고 학생들에게 쉬운 문제 24개와 어려운 문제 24개를 풀도록 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지능력이 높거나 낮거나 관계 없이 쉬운 문제를 풀 때는 압박감이 높은 상황이 되어도 문제 풀이의 정확도와 속도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압감이 큰 상황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달랐습니다. 인지능력이 높은 학생들의 정확도가 인지능력이 낮은 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졌던 겁니다. 특이한 점은 인지능력이 낮은 학생들의 정확도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오히려 올라갔다는 사실이었죠.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지능이 높은 학생과 지능이 낮은 학생의 정확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베일락과 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과제는 작업기억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과정인데 압박감이 커지게 되면 '내가 이걸 못 풀면 어떻게 하지?' '나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수고료를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지?'란 근심이 작업기억을 장악하고 맙니다. 그래서 문제를 풀기 위한 작업기억의 자원이 부족한 상태가 되고 말죠. 그래서 작업기억이 발달된(즉 인지능력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성과의 하락폭이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우수한 학생들은 자신의 낮은 성과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 특성이 있기에 인지능력이 그저그런 학생들에 비해 걱정거리로 인해 작업기억이 장악되기 쉽다는 것이죠. 초킹 현상은 작업기억이 뛰어난 자들에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요즘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압박 면접' 기법을 사용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피면접자가 어려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사람이 발휘할 능력을 파악하겠다는 의도죠. 압박감이 크고 (면접관들에 의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드러내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케이스 인터뷰'라고 이름 붙여진 책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만 봐도 압박 면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일락과 카의 실험은 역량이 뛰어난 자일수록 압박 면접에서 인상적이지 못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뛰어난 인재를 오히려 놓칠 수 있다는 점, 실력보다는 순간적인 기지를 잘 발휘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걸러서 '버리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험에서의 성과가 조직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지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압박감이 적은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는 베일락과 카의 실험에서 보듯이, 중압감을 조성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보다 피면접자가 압박을 덜 느끼도록 배려한다면 우수한 인재 아니 적어도 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겁니다. 압박 면접을 하더라도 그것을 피면접자의 능력 대부분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보지 말고 다른 방식의 평가로 보완하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압박이 아니라 배려와 안정감이 더 큰 성과를 더 꾸준하게 유도하는 법입니다. 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내는 방법일지 모름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 When High-Powered People F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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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1개월 걸릴 일을 1주일에 끝내라고요?   

2012. 1.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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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전문가라고 하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직장 상사들도 전문가로 부를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한 분야에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몸으로 부딪히며 업무를 익힌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그들의 배경지식과 노하우는 아주 풍부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도 무슨 말인지 금세 알아차리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부 전문가인 상사들이 부하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올바르게 예측하여 일은 배분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오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부하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얼마나 빨리 끝낼 것인지 혹은 얼마나 빨리 끝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업무 흐름의 단절 없이 원하는 시간에 업무가 완료되도록 관리할 거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부하직원들이 일을 할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며 일을 배우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한 분야의 전문가라 볼 수 있는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완료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할까요?



스탠포드 대학교의 파멜라 힌즈(Pamela J. Hinds) 교수는 이 가설이 옳은지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힌즈는 실험의 도구로 휴대폰을 사용했는데, 그녀가 실험을 수행했던 1990년대 중반은 휴대폰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휴대폰을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었죠. 힌즈는 휴대폰 기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휴대폰 영업사원들(18명), 어느 정도 휴대폰을 써본 사용자들(44명), 그리고 휴대폰 이용 경험이 전혀 없는 초심자들(34명), 이렇게 세 그룹의 실험대상자들을 모았습니다.

그녀는 먼저 실험대상자들 모두에게 최신형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초심자가 휴대폰에 딸려오는 설명서만 보고 음성메시지함에 인사말을 저장하고, 음성메시지를 발송하고, 도착한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는 등의 일을 얼마의 시간 내에 완료할지 예측하라고 했습니다. 학습에 걸리는 시간을 예측해보라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그런 다음, 힌즈는 초심자들에게 휴대폰을 설명서와 함께 나눠 주고 실제로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세 그룹 중에 누가 초심자의 학습 능력을 올바르게 예측했을까요? 휴대폰 사용 경험이 많은 영업사원들이 가장 근접한 답을 내놨을까요? 아니면, 초심자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학습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까요? 두 그룹의 실험대상자들은 실제값과 크게 빗나가는 예측을 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초심자들은 평균 31.5분 내에 과제를 수행했지만, 영업사원들은 초심자들이 휴대폰 음성메시지함 사용법을 익히는 데 13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라 예측했습니다. 에측의 오차가 약 20분이나 됐죠. 흥미로운 점은 초심자들도 자신들이 과제를 완료하는 데에 13~15분 밖에 걸리지 않을 거라 예측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 셈이죠.

초심자의 학습 능력을 가장 근사하게 예측한 그룹은 휴대폰을 사용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용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19~22분 정도로 초심자의 완료 시간을 예측했습니다. 오차가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과 초심자들보다는 양호했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왜 휴대폰을 한번도 써보지 않은 초심자와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써 온 영업사원의 예측력이 별반 차이가 없을까요?

우리가 어떤 기술이나 방식을 처음 배울 때는 그것을 의식적인 기억 속에 저장하지만, 익숙해지고 능력이 발달할수록 그 기술은 무의식의 영역으로 자연스레 자리를 옮깁니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운전강사로부터 배운 운전법을 외우고 기억해내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무의식에 의해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힌즈는 이렇게 어떤 기술이나 능력이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자리를 옮기면 한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바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기술을 배웠는지, 그 기술을 배울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했는지,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 등을 망각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은 그 기술에 이미 무의식적으로 능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배울 때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지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소위 '지식의 저주'에 빠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상사가 1주일 안에 완료하라고 지시한 업무를 데드라인이 지나도록 끝내지 못해서 상사에게 야단을 맞은 경험이 한번 이상은 있을 겁니다. 상사는 여러분의 게으름과 낮은 열정을 꾸짖으며 '왜 그렇게 간단한 일을 아직까지 못하느냐?'라고 질책했겠죠. 혹은 '나는 예전에 이런 일을 금방 끝냈다고!'라며 여러분의 무능을 질타했을지도 모릅니다.

절대로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꾸중을 듣는다는 것은 참으로 열받는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 상사가 준 기한이 일을 완료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았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위에서 설명한 힌즈의 실험이 여러분의 불만에 정당성을 부여해 줍니다. 상사들이 부하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예측하는 일에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점, 상사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점을 힌즈의 실험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습니다.

힌즈의 실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상사가 부하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옳게 판단하여 업무 프로세스와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관리하려면 자신보다 경험과 지식이 조금 떨어지는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힌즈에 실험에서 초심자의 학습 능력을 근사하게 예측한 사람들은 영업사원만큼 전문적이진 않지만 휴대폰을 사용해본 사람들이었습니다. 팀 내에 그런 부류의 직원들이 '지식의 저주'로부터 상사를 구해냄으로써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불필요한 반목을 줄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요컨대, 상사들은 지시를 내리거나 업무를 할당할 때 자신의 판단에 기초해 정하지 말고 부하직원들과 상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는 관리자의 필수요건입니다. 오랜 경험과 높은 수준의 지식이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관리자라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 The Curse of Expertise: The Effects of Expertise andDebiasing Methods on Predictions of Novice Perform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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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2. 1. 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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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에 저는 모두 7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지 않았군요. ^^ 2011년에 읽은 책을 모두 헤아려보니, 약 80~90권 되는 듯 합니다. 12월이면 다른 달에 비해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제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예년에 비해 읽을 만한 책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몇 년 전의 책 중에서 미처 읽지 못한 양서를 고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012년에는 시장에 좋은 책이 꾸준히 출판되기를 바라고, 그 덕에 저도 마음의 양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책을 가까이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SNS다 뭐다 해서 시간을 빼앗기는 때가 많으니까요.

여러분도 즐거운 독서로 2012년을 활짝 여시기 바랍니다.



어댑트

어댑트 : 미래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적응'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책. 다양한 돌연변이 전략을 창출하고, 각각의 돌연변이 전략을 실험해 가면서,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것이 적응의 과정입니다. 적응은 조직을 경영하는 자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마인드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모든 것의 가격

모든 것의 가격 : 생명, 여성, 공짜, 문화, 신앙, 미래 등 여러 가지의 대상의 가격은 얼마일까, 라는 흥미로는 주제를 풀어가는 책입니다. 경제학 교과서가 수요-공급이라는 딱딱한 관점으로 가격을 서술하고 있지만, 이 책은 가격의 본래 기능인 교환이라는 관점으로 금기시되는 대상의 가격을 산출해 갑니다. 요즘 행동경제학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이 책은 주류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사이의 한 지점을 견지하며 가격의 매커니즘을 탐색해 갑니다.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미적분 다이어리

미적분 다이어리 : 고등학교 때 미적분 때문에 골치깨나 아팠던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당황케 하는 것은 그토록 어렵게 배운 미적분이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쓰지도 않을 것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여러분도 해봤을 겁니다. 이 책은 실생활에서 미적분이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것을 깨달음으로써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의도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선택의 과학

선택의 과학 :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의사결정의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가 뇌에서 벌어지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어떻게 탐구하고 있는지를 서술합니다.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용어들이 너무 전문적이고 서술 방식이 딱딱하여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많고 배경지식이 충분한 사람에게는 즐거운 독서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 탓이겠죠? ^^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 : 심리학의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진 고전적인 실험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짤막하게 여러 가지 실험을 소개하다보니 내용이 깊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의 기본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심리학 입문자들이나 애독가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 제목만 보면 앨빈 토플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책 같지만, 미래를 예측에 실패하면서도 꿋꿋하게 새로운 예측을 끊임없이 내놓는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책의 제목에 등장할 뿐입니다(영어 원서의 제목은 다릅니다). 이 책은 미래 예측이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 지적하면서 전문가들의 예측에 휘둘리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이 책을 통해 미래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할지 다시금 마음을 새로이 할 수 있습니다. 꼭 읽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한호림의 진짜 캐나다 이야기

한호림의 진짜 캐나다 이야기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로 유명한 저자가 40대 초반에 캐나다로 이민 가 살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을 대화하듯 편안한 문체로 풀어가는 책입니다. 전반적으로 캐나다의 문화와 삶의 질을 높이 평가하는 이 책을 읽노라면 캐나다에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라는 의심도 한편에서 자라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처럼 한국에서의 안정된 기반을 버리고 갈 만큼 캐나다가 행복한 낙원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책 내용은 재미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 겁니다. 단, 캐나다에 대한 환상은 가지질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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