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와 직원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2012. 6. 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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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잘못이 기질, 성격, 기능처럼 그 사람의 '고정된' 특성으로부터 야기됐다고 봅니까, 아니면 그 사람이 처한 당시의 상황이나 조건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도록 유도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만일 그 사람이 다른 상황에 처하거나 다른 조건에 주어진다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까? 다시 말해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그 사람의 특성과 행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 동기에 의해 탄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까?

이 질문들을 특정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반목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집단에게 던져 본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쟤네들은 원래 그래.", "걔네들은 절대로 바뀌지 않아"라며 그 집단의 특성이 고정되어 있다고 봅니까, "그들은 바뀔 수 있을 거야", "상황이 걔네들을 그렇게 만든 거지"라며 그 집단의 변화 유연성(malleability)을 기대하겠습니까? 



에란 할페린(Eran Halperin)과 동료 연구자들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갈등 상황에 처한 둘 이상의 집단들이 서로의 집단적 특성이 고착돼 있다고 믿을 경우 갈등 해소의 길은 요원하다고 지적합니다. 집단의 특성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것이 믿을 때 만남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화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할페린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집단은 국제 뉴스의 단골로 오르내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집단이었습니다. 할페린은 먼저 500명의 이스라엘 유태인들과 인터뷰를 벌여 "집단은 자신들의 기본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없다"란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 팔레스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팔레스타인과 타협할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평가했죠. 분석해 보니 집단의 변화 유연성을 믿는 유태인일수록 팔레스타인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타협 의지도 더 컸습니다.

이번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76명의 유태인을 실험실에 모아 놓고 호전적인 집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무관한 집단)에 관한 기사를 읽도록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그 호전적 집단의 특성이 고정적이라고 묘사된 기사를, 나머지 절반은 유연하게 변화 가능하다고 표현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에 팔레스타인 집단에 관해 질문을 던져보니, 후자의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팔레스타인과의 타협에도 더 큰 지지를 보냈습니다. 집단의 변화 유연성을 인식하는 것이 집단 간의 갈등 해소에 첫걸음임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시민이지만 팔레스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시를 받는 사람들은 할페린의 실험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 역시 집단의 변화 유연성이 표현된 글을 읽은 후에 유태인과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할페린은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53명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는데, 역시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특히 그들은 이스라엘인들을 기꺼이 만나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알다시피 만남은 갈등 해소의 시작입니다. 이는 집단의 특성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갈등 완화와 해소에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결과죠.

기업이라는 집단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여러 소집단들이 존재합니다. 경영자와 노동자, '팀장'으로 대표되는 관리자 집단과 '팀원'으로 통칭되는 직원 집단, 사무직 집단과 생산직 집단, 사업부로 각각 나뉜 집단들이 대표적이죠. 애석하게도 소집단끼리 서로 반목하고 경원시하는 경우가 꽤 많을뿐더러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할페린의 연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상대 집단의 특성이 고정적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걔네들은 항상 그래."라며 특성의 고정성(fixation)을 믿고 그 믿음을 강화해 나간다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통제와 징벌이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채택되고, 그로 인해 갈등은 해소되기는커녕 더 큰 물리적인 충돌로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갈등 상황이 아니더라도 조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을 때도 상대 집단의 변화 유연성을 자극하고 유도하려는 조치보다 "너희들은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면 돼."라며 상대 집단을 고정화된 시각으로 대한다면, 그 변화의 나침반은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하게 될 겁니다.

갈등 해소든 변화관리든, 집단이든 개인이든, 상대방에 대한 고정화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상황, 다른 조건에 의해 다른 동기를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갈등 해소와 긍정적 변화가 시작됨을 유념해야겠습니다. 특히 노조와 반목 중인 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죠.

여러분 조직의 경영자는 직원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직원들을 딱딱한 고체처럼 인식합니까, 아니면 그릇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액체로 바라봅니까? 부디 후자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Promoting the Middle East Peace Process by Changing Beliefs About Group Malle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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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없는 직원에게 실력을 깨닫게 하려면   

2012. 6.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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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올린 여러 글들 중에 '능력 없는 직원들이 더 많이 착각한다?'란 글이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이 능력이 뛰어난 이들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크다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소개한 글이었죠. 제목이 도발적(?)이었는지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이 모자란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줄여주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과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똑바로 인식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드미트리 리프킨(Dmitry Ryvkin)과 동료 연구자들은 체코정치경제대학원(CERGE-EI)의 사전 코스(pre-course)에 등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피드백'이 바로 그 방법임을 규명했습니다.



리프킨은 학생들에게 "미시경제학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미시경제학에서 몇 등 정도 할 것 같냐?"란 질문을 학기초에 한번, 중간고사 직전에 한번, 기말고사 직전에 한번씩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미시경제학이라는 과목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던 학기초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점수와 등수를 실제보다 과신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닝-크루거 효과'가 여지없이 나타났습니다. 성적이 하위 25% 이하인 학생들은 실제 점수보다 58.1점이나 과신한 반면, 상위 25% 이상인 학생들은 12점 정도만 높게 예상했던 겁니다. 등수에 대한 예상도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간고사 직전이 되자 이러한 과신 경향은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위 25% 이하의 학생들의 과신 정도는 58.1점에서 45.4점으로 하락했으니 말입니다.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강사가 내준 숙제나 학우들과의 비교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자연스럽게 피드백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말고사 직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과신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줄어 들었습니다. 숙제나 동료 학생로부터의 피드백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느 정도의 최종성적(점수와 등수)를 거둘지를 이미 치러진 중간고사 점수로 확실하게 피드백 받았기 때문이었겠죠.

학교에서 실제로 치러지는 시험을 재료로 한 리프킨의 연구는 피드백을 통해 더닝-크루거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능력이 처지는 이들에게는 피드백을 해도 자신의 실력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결과였죠. 비록 이 연구는 시험 점수가 강사에 따라 임의적이었다는 한계와, 피드백의 효과를 구별해 내기 위한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피드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후속실험(5개의 두 자리 수를 더하는 과제를 사용)에서도 피드백 장치가 실력이 저조한 학생들의 과신 경향을 누그러뜨린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실력은 별로 없으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이 있다', '자기들이 모두 우수인재인 줄 안다"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이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깨닫게 하는 방법은 꾸준하면서도 분명한 피드백임을 리프킨의 연구가 시사합니다. 1년 내내 아무런 공식적/비공식적 피드백이 없다가 평가 시즌에 이르러 그때서야 평가 점수를 매기려 한다면, 평가자의 판단과 피평가자의 기대 사이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실력이 저조한 직원들과의 차이는 더더욱 클 겁니다.

직원들이 지금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성과 달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꾸준히 관찰하고 시의적절하게 피드백해야 상호 간의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겠죠. 또한 저성과자들에게 현실을 직시케 함으로써 자신을 성찰하도록 기회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통제나 측정의 관점이 아니라 육성과 배려의 자세로 저성과자들에게 피드백한다면 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는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신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피드백의 컨텐츠보다는 피드백의 빈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너무나 쉽고 너무나 당연한 해법이라고요? 하지만 이 당연한 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참고논문)
Are the unskilled doomed to remain una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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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서 오랫만에 먹어본 스페인 음식   

2012. 6. 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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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랜드(Wishland)에서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 오늘 가족들과 집 근처에 있는 '보데가'란 스페인 레스토랑에 다녀왔습니다. 추첨에 당첨된 적이 별로 없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사다리 타기를 통해 제가 당첨되었다고 하더군요. ^^

당첨된 덕에 2010년에 스페인에 다녀온 이후 먹어 보지 못한 스페인 음식을 먹게 되었죠. 좋은 음식을 공짜로 먹었으니, 블로그 올려도 괜찮겠죠? ^^
어둔 조명 아래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터라 사진이 좀 그러네요. ^^ 

애피타이저로 타파스(Tapas) 세 가지를 주문했죠. 왼쪽이 하몽 크로켓, 오른쪽 것이 마늘이 들어간 새우


갑오징어 구이입니다. 쫄깃쫄깃 맛있네요.


빵 사이에 끼워 넣어 먹으라고 하몽(jamon)과 페페로니를 주네요.


하몽이 들어간 하몽 크로겟. 아이가 먹기에 좋습니다.


달달한 샹그리아 한 잔도 시키고.



해산물과 닭고기가 섞인 빠에야. 스페인에서 먹던 것보다 짜지 않아 좋더군요. 맛이 한국화된 듯한.


후식으로 나온 푸딩.


우리 식구가 모두 먹는 양이 적어 이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부르더군요.
금요일 밤 8시에 가면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다던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아쉽네요.
오랫만에 스페인 음식을 먹어서 기분 좋은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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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규정을 만들면 비용 지출이 늘어난다   

2012. 6. 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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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이고 불건전한 행위를 억제하거나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 이렇게 행동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이 종종 눈에 띱니다. 이런 캠페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고 바람직한 것인지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행동을 수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실시되곤 하죠.

하지만 사회적 기준을 강조하는 방식의 캠페인은 오히려 억제하고 줄이려고 했던 파괴적이고 불건전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폭음을 줄이기 위해서 캠페인 메시지 속에 일반적인 학생들이 평균 음주량 정보를 알려준다면 원래 평균보다 술을 덜 마셔왔던 학생들은 자신의 음주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학 당국의 본래 의도는 '이 정도를 마시는 게 학생으로서 적당하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학생들은 '내 음주량이 별로 많지 않으니까 더 마셔도 되겠네'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사람들의 평균 전력 소비량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전력 소비량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 P. 웨슬리 슐츠(P. Wesley Schultz)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도 동일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슐츠는 캘리포니아 샌마르코스에 거주하는 여러 가구들의 전력 소비량을 측정한 다음, 각 집의 현관에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 자료에는 해당 가정의 전력 소비량과 이웃들의 평균 전력 소비량 정보가 적혀 있었고 어떻게 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에 관한 방법도 쓰여 있었습니다.

3주 후에 각 가구의 전력 소비량을 측정해 보니 평균보다 전력 소비가 높았던 가구들은 상당한 수준으로 전력을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하루에 1.22kWh를 덜 소비). 이웃들의 평균보다 높다는 정보를 접하고서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었죠.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이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해내는 데 효과적임을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평균보다 전력을 적게 소비하던 가구들은 반대의 소비 패턴을 보였습니다. 자신들이 평균보다 적게 소비한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하루에 0.89kWh의 전력을 더 썼으니 말입니다. "우리집이 다른 집보다 적게 쓰고 있었네? 이제 더 써도 되겠어."라고 생각했다는 의미였습니다. 더 소비해도 괜찮다는 핑계거리를 준 셈이었죠.

조직 내에서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이 정도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기준을 제시하면, 원래부터 바람직하게 행동하던 사람들이 그 기준에 가까워지려는(기준에 가깝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동기를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용을 절감하려고 비용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고 구성원들을 독려하면 비용을 많이 쓰던 사람(혹은 부서)들을 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원래 비용을 덜 쓰던 사람들이 '이 기준까지는 써도 뭐라고 하지 않겠네'라고 생각하며 비용 지출을 늘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조직 전체적으로 비용 절감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비용 지출액이 늘어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어떻게 해야 이런 '부메랑 효과'를 줄일 수 있을까요?

슐츠는 실험 조건을 바꿔서 이웃들의 평균 전력 소비량보다 많이 소비하는 집에는 '울상 이모티콘'을, 그것보다 적게 소비하는 집에는 '스마일 이모티콘(☺)'을 각 가구에 배포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전력 소비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용인되는 수준인지를 넌지시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랬더니 평균보다 많이 소비해서 '울상 이모티콘'을 건네 받은 가정은 전략 소비량을 줄였는데, 그 감소량은 이모티콘이 없을 때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평균보다 적게 소비하던 가정(스마일 이모티콘)은 원래의 적은 소비량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모티콘 하나를 추가하니 평균 전력 소비량 정보만 전달할 때 생겼던 '부메랑 효과'가 사라진 것입니다. 보다 장기적으로 살펴봐도 이모티콘으로 인해 변화된 전력 소비량의 패턴이 꾸준히 유지됐다고 합니다.

조직 내에서 불건전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줄이려고 할 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려 할 때,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슐츠의 실험이 주는 시사점입니다. 억제하거나 줄이려는 행동이 사회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용인되고 수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은근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으로 '넛지(nudge)'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또한 알려 줍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남들은 이런 상황에서 다 이렇게 한다"라는 기준(이를 '기술적 규범'이라고 말함)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그렇게 하는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도록 무엇을 인정되고 무엇이 인정되지 않는지(이를 '당위적 규범'이라고 말함)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슐츠가 제시한 이모티콘은 전력 소비에 있어 무엇이 용인되고 무엇이 용인되지 않음을 알려주는 '당위적 규범'의 장치였습니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유도할 때 기술적 규범과 당위적 규범이 적절하게 제시되고 이해될 수 있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비용 규정이 비용 지출을 늘리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참고논문)
The Constructive, Destructive, and Reconstructive Power of Social N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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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눈에 자주 보여야 평가에 유리하다?   

2012. 6. 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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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원이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고 또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여러분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성실하고 책임감 있으며 회사에 헌신적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여러분이 그 직원의 상사라면 평가 점수를 다른 이들보다 높게 주고 싶은 마음도 들겠죠. 직원들이 회사에 일찍 출근하여 밤늦도록 근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상사에게 얼굴을 '오랫동안 보여주면' 상사로부터 좋은 인상을 얻어 평가나 보상 혹은 승진에 유리할 거라 믿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경영학자인 킴벌리 엘스바흐(Kimberly D. Elsbach)와 동료들은 간단한 연구를 통해 이렇게 암묵적으로만 짐작하고 있던 현상이 사실임을 드러냈습니다. '단순히 얼굴을 보여주는 시간(passive face time)'이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인식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죠. 부하직원의 성과를 관찰하는 상사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중요시한다고 말은 하겠지만, 애석하게도 평가 요소의 상당 부분(특히 역량평가)은 '얼굴 보여주는 시간'에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엘스바흐는 얼굴을 보여주는 시간이 긴 직원일수록 독창적이고 헌신적이며 리더십이 있고 팀워크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경험적 사실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엘스바흐는 먼저 MBA를 졸업한 39명의 관리자와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직장에서 자신이나 다른 직원의 '얼굴 보여주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구체적인 사례를 가능한 한 자세히 묘사해 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또한 멀리 떨어져 일하거나 집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제한된 직원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물었죠. 

인터뷰에서 나온 말을 종합하고 분류해 본 결과, 근무시간 동안 항상 자리를 지키고 늘 얼굴을 보이는 직원들은 '책임감 있고 믿음직하다'는 인상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에 매우 자주 얼굴을 보이는 직원들은 관리자로부터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얼굴을 오래 보여주는 직원들이 비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이고 잘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말하는 관리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나온 결과를 정량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엘스바흐는 경영대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60명의 고참 직장인(평균연령 40.4세)들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했습니다. 처음에 본 정보를 나중에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참여하는 줄 알았던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에 대해서 세 문장으로 짧게 기술한 글을 받아 보았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나는 근무시간 내내 항상 그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라는 문장을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나는 밤 늦게 혹은 주말에도 항상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본다'라는 봤습니다. 이 문장 이외에 글의 나머지 내용은 두 그룹 모두 동일했습니다.

30초 동안 글을 읽게 한 후 엘스바흐는 참가자들에게 3분 동안 낱말 맞히기 게임을 하도록 해서 신경을 분산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15개의 단어를 주고서 참가자 자신들이 읽었던 글에서 나온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요청했죠. 15개의 단어 중 5개는 글에서 나왔지만 나머지 10개는 나오지 않은 단어였습니다. 나오지 않은 10개의 단어 중에는 앞서 관리자들과 했던 인터뷰에서 종합되었던 '책임감 있다', '믿음직하다', '열성적이다', '헌신적이다'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죠. 엘스바흐는 원래의 글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나왔다고 잘못 지적하는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고자 했던 겁니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근무시간 내내 항상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글을 읽은 참가자들은 (원래의 글에는 나오지 않았는데도) '책임감 있다'와 '믿음직하다'란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는 경우가 많았고, '밤 늦게 혹은 주말에 항상 일하는 모습을 본다'는 글을 읽은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성적이다'와 '헌신적이다'란 단어를 골랐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근무시간 동안 얼굴을 항상 보이는 직원일수록 상사로부터 책임감 있고 믿음직하다란 인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업무 특성상 자리를 자주 비워야 하거나 다른 장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고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불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함을 나타내죠. 둘째, 야근하는 직원일수록 소위 '칼퇴근'하는 직원들에 비해 상사로부터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라고 평가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에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들은 좋은 성과물을 산출한다고 해도 열성과 헌신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죠.

얼굴 보여주는 시간에 의해 편향적인 평가가 이루어짐으로써 야기되는 문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실재하는 역량과 성과가 아니라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보상이나 승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글('야근을 많이 해야 승진이 잘 된다')에서 봤듯이, 부하직원들의 역량과 성과 차이를 뚜렷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때 야근의 강도와 지속성이 승진에 유리하도록 만들죠. 부하직원의 역량과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하고자 하는 상사들은 이런 편향이 존재함을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불리하게 평가할지도 모른다는 점도 항상 유의해야겠죠.

어떤 직원이 상사 자신에게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길다면 그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겠죠. 쉽지 않겠지만 그런 관점으로 직원들을 평가하고 독려해야 쓸데없이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는 직원들의 동기가 줄어듭니다. 물론 일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고 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경우라면 그건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많은 일을 부과한 상사나 조직의 과실이므로 즉시 시정되어야 할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오래 근무해야 하는 분위기도 문제지만,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길어야 평가와 보상에 유리하다고 인식하는 문화도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How passive ‘face time’ affects perceptions of employees: Evidence of spontaneous trait i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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