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든 가정용 제품이든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면 우리는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내가 찍은 후보가 찍지 않은 후보보다 훨씬 나아보입니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선택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선택되지 않은 것의 가치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선택 편향'이라고 불릴 만한 이런 현상은 선택된 대안을 재평가하면서 그것이 선택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양과 성능이 비슷한 두 개의 스마트폰 중에서 하나를 골라 구매하고 나면 '왜 내가 이걸 살 수밖에 없는지'를 사후적으로 가져다 붙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 편향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걸까요? 선택된 것을 선택되지 않는 것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지되는 걸까요, 아니면 약화되거나 역전되는 걸까요? 탈리 샤롯(Tali Sharot)과 동료 연구자들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3년에 걸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샤롯은 참가자들을 컴퓨터 앞에 앉힌 후에 모니터를 통해 휴가를 보내기 좋은 80개의 여행지 이름을 하나씩 보여주며 '다음 방학 때 여기를 간다고 하면 얼마나 행복할지'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여행지를 두 개씩 보여주면서 방학 때 가고 싶은 여행지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이 때 모니터 상에 떠오르는 두 개의 여행지 중 70퍼센트는 앞서 참가자가 동일한 선호도를 보인 것들로 구성하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선호도 차이가 있는 것들로 짝을 맺었습니다. 즉,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 쌍을 70퍼센트로('어려운 선택'), 선택하기 쉽게 만든 쌍을 30퍼센트로('쉬운 선택') 구성한 것이죠.
참가자 중 절반은 이렇게 자신이 여행지를 선택했고, 나머지 절반은 컴퓨터가 정해주는 여행지를 선택 받았습니다. 선택 과정이 끝나자마자 참가자 전원은 다시 80개 여행지의 선호도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2.5~3년 후에 다시 실험실로 찾아와 동일한 선호도 평가에 임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을 한 경우와 '쉬운 선택'을 한 경우, 각각 선호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지를 보기 위함이었죠.
어려운 선택을 한 참가자들의 경우, 선택 이후의 선호도가 선택 이전의 선호도보다 높았습니다. 선택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더 좋아하는 '선택 편향'이 나타났다는 의미였죠. 그리고 이런 경향은 3년이 지나고서도 거의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컴퓨터가 여행지를 선택해 준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쉬운 선택을 한 참가자들의 경우, 선택 이후의 선호도와 선택 이전의 선호도 사이에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고 나서 선호도를 평가해 보니 특이하게도 선택한 여행지의 선호도는 하락하고 선택하지 않은 여행지의 선호도는 높아졌습니다. 선호도 차이가 확연해서 두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쉬우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오히려 당초에 선택하지 않은 대안의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샤롯의 실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택 과정이 어려우면 선택된 대안의 선호도는 높아지고 시간이 지나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만(즉 '선택 편향'이 오래 계속되지만), 선택 과정이 쉬우면 그렇지 않습니다. '두 브랜드의 스마트폰 중에 무엇을 살지' 고민이 크면 클수록 구매 이후에 '내가 이걸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서 선택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또 그 정당성을 오랫동안 간직한다는 의미입니다. '둘 중 뭘 선택할지' 고민한다는 것은 두 대안의 선호도가 비슷하기 때문일 텐데 선택했다는 이유로 선택되지 않은 대안의 선호도가 즉시 떨어지고 선호도 하락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것은 사실 불합리합니다. 선택 여부를 떠나 선호도는 변하지 않는 게 맞죠.
조직의 전략이든 개인의 선택이든, 단지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된 대안의 가치를 평가절상하고 선택되지 않은 대안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선택 편향'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없는지 경계해야 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어려웠다는 것 자체가 선택되지 않은 대안의 가치가 선택된 대안의 가치와 비슷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 당시의 상황과 환경이 다르게 변하여 선택되지 않은 대안으로 분명히 갈아타야 마땅한데도 단지 선택된 대안이라 해서 그걸 붙들고 있다가 위험을 온전히 감수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선택한 전략은 어떠합니까?
(*추신)
문재인과 안철수, 선택하기 어려운 두 대안입니다. 선택이 어려울수록 일단 선택이 끝나면 여러분이 선택한 후보가 선택하지 않은 후보보다 훨씬 나아보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선호도는 제법 오래 유지되겠죠.
(*참고논문)
Tali Sharot, Stephen M. Fleming, Xiaoyu Yu, Raphael Koster, Raymond J. Dolan(2012), Is Choice-Induced Preference Change Long Lasting?, Psychological Science, Vol.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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