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를까요?   

2012. 11.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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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7개의 밴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10년이 지난 다음의 '미래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느낄수록 겹치는 부분이 많은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하면 됩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거라고 믿는다면 윗 줄의 맨 왼쪽에 위치한 그림을 고르면 되겠죠. 여러분도 한번 선택해 보세요.


(출처 : 아래의 논문)



할 허시필드(Hal E. Hershfield)와 동료 연구자들은 14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이렇게 7개의 밴다이어그램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과거 실험에서 사람들이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좋은 도구로 인정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많이 겹칠수록 자아 연속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테스트 외에 재무적인 이득과 윤리적인 문제가 서로 충돌하는 6가지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환경적으로는 큰 피해를 야기하는 채굴 사업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건강 상 문제를 일으키지만 매우 이익률이 높은 식품을 얼마나 마케팅하고자 하는지 등이었죠. 





결과를 분석하니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거의 비슷하리라 여기는 참가자일수록(겹치는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한 참가자일수록)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자아 연속성이 낮으면('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많이 다를 거라 느끼면)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후속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을 높게 인식하는 참가자들은 비윤리적인 협상 전술을 승인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고 현재에 내리는 결정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더 많이 고려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결과에 흥미를 느낀 허시필드는 좀더 직접적으로 자아 연속성과 거짓말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176명의 학생들에게 앞서 사용한 밴다이어그램을 제시하여 자아 연속성을 측정한 다음, 며칠 후에 연구실에서 진행될 실험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두 85명의 학생이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연구실에 온 학생은 53명 뿐이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학생들은 73퍼센트가 약속을 이행했지만,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학생들의 출석률은 5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약속의 신뢰성도 자아 연속성과 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연구실에 온 학생들은 가상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게임을 진행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옵션A는 참가자 자신은 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15달러를 받는 것이었고, 옵션B는 참가자는 1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5달러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옵션B가 참가자 자신에게, 옵션 A가 상대방에게 유리한 옵션이었죠. 허시필드는 상대방이 이 두 가지 옵션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옵션A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혹은 "옵션 B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중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상대방에게 거짓 정보를 알리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참가자들의 77퍼센트가 거짓 정보를 상대방에게 알렸지만,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참가자들은 36퍼센트만이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돈을 더 얻을 목적으로 거짓말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할수록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다소 충격적입니다. 


허시필드의 실험은 개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윤리 규정 몇 개를 만들어 통제를 가하는 방식은 윤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무적인 이익과 윤리적인 당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의 자아 연속성을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겠죠(물론 이것만으로 윤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좋은 전략가'를 뽑을 때도 자아 연속성에 대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을수록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리는 이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를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얼마나 같은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Hal E. Hershfield, Taya R. Cohen, Leigh Thompson(2012), Short horizons and tempting situations: Lack of continuity to our future selves leads to unethical decision making an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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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대한 짧은 생각들   

2012. 11. 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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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생각들입니다. 담벼락에 흘러가도록 나뒀다가 저조차 잊어버릴 것 같아 여기에 정리해 둡니다.





[리더십에 대한 짧은 생각]


- 우리는 관리자(팀장, 임원, CEO 등)에게 많은 것을 바란다. 목록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끝이 없다. "우리에겐 그런 관리자가 얼마나 흔한가?"라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그런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관리자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수록 오히려 조직문화의 병폐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자신의 일을 부하직원에게 떠넘기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표현은 아닐까?


-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리더십을 갖추라고 요구한다. 리더의 역할을 맡기지도 않으면서, 권한이양이나 권한위임도 하지 않으면서.


- 자기계발서들은 왜 한결같이 '리더가 되라'고 말하는가? 왜 우리 모두가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가? 리더십은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재능에 속한다. 음악 못하는 사람에게 음악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 리더십을 갖출 능력이 없는 이에게,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 이에게 리더가 되라고 말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 승진은 또 하나의 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새로 뽑는다는 관점에서 승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 승진은 보상의 도구로 쓰인다. 승진이 보상의 방편이 되면 '피터의 법칙'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 함께 진군하는 지휘관보다 멀리서 군대를 지켜보고 있는 장군이 병사들을 전장으로 더 쉽게 보낸다.



[조직문화에 대한 짧은 생각]


- "부하직원"이란 말. 상하적 관계를 강조하는 이 말은 사라져야 한다. 이제부터 "팀원"이라고 불러야 한다.


- 냉소적인 직원들이 많은, 아주 간단한 이유. 경영자가 언행일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소통이 잘 되는 조직에는 갈등이 잦다. 소통이 안되는 조직일수록 조용하다.


- 출퇴근 시간을 개인이 알아서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는 것,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일까? 왜 모두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야 할까? '초연결 시대'에 왜 물리적 장소에 함께 모여 있어야 할까?



[자기계발에 관한 짧은 생각]


- 보고서를 간결하게 핵심만 쓰기 위한 연습. 수첩 한 장에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담아라.


-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룰수록 실천 가능성은 급감한다.


- "효과적인 활동을 했으면 조용히 뒤를 돌아보라. 조용히 뒤돌아보면 훨씬 더 효과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by 피터 드러커


- 회복탄력성(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서 평온을 찾는 것)을 높이는 한가지 방법. 어떤 일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간주한다.


- 긍정의 함정. "지나치게 긍정적인 정서는 유방암, 말기 신장질환과 같이 예측이 힘든 질병을 발견하는 데에는 오히려 해롭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여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필요한 처방이나 검사를 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from <너무 다른 사람들>


- 내일은 '오늘의 태양'이 뜬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현실을 직시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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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가구가 둥글둥글해야 하는 이유   

2012. 11. 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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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나 동료들과 함께 업무에 관련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 서로 약간의 갈등이나 오해가 발생하여 이를 대화로써 해소하려 할 때,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가 마무리되길 원할 때, 여러분은 아래의 두 회의실 중에 어떤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보다시피 위 회의실은 둥글게 마감된 가구들로 채워져 있고 아래의 회의실은 모서리와 꼭지점이 명확하게 살아난 직선형의 가구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출처 : 아래의 논문)



시벨 다즈키르(Sibel S. Dazkir)는 인터넷을 통해 이렇게 곡선형과 직선형의 가구가 각각 배치되어 있는 사진을 100명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방에서 얼마나 행복함을 느끼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지, 각 방의 분위기가 얼마나 사교적으로 느껴지는지 등에 대해 답했습니다. 다른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서 가구의 색깔을 모두 회색으로 통일시켰고 일체의 다른 장식품은 배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두 개의 방이 모두 따분하게 느껴진다고 답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험을 위해 의도적으로 흑백사진을 보여줬고 다른 장식품을 배제하느라 가구 배치가 단조로웠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참가자들은 곡선형의 가구가 배치된 방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보다 느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평가가 끝난 후 이루어진 주관식 설문에서 참가자들은 곡선형의 방이 자신을 환대하는 듯하고 조용한 느낌을 준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물론 다즈키르의 실험은 참가자들의 설문에만 의존한 것이라 '곡선형의 가구가 편안함과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가설을 완벽히 증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곡선형 가구와 직선형 가구들이 각각 놓인 장소에서 참가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살펴봐야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최후통첩 게임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그래도 이 연구는 회사 내에서 겪곤 하는 껄끄러운 일을 대화로 해결하고자 할 때 직선형의 가구들이 놓인 회의실보다는 가능하면 둥글게 마감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회의실을 이용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인간의 심리가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네모난 탁자보다는 둥근 원탁에서, 딱딱한 의자보다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야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겠죠.


여러분의 사무실이나 회의실의 가구는 어떤 모양입니까? 가구 모양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랍니다. '가구는 과학'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참고논문)

Sibel S. Dazkir, Marilyn A. Read(2011). Furniture Forms and Their Influence on Our Emotional Responses Toward Interior Environments. Environment and Behavior, Vol.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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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사회악이다   

2012. 11.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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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POSCO)는 직원들의 금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008년에 30퍼센트였던 흡연율이 거의 제로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정준양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직원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금연 여부를 진단 받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웅진그룹도 불시에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실시하여 금연 여부를 확인한다고 알려져 있죠.1) 직원들의 건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이 기업들이 내세우는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야근에 대해서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은행의 김중수 총재처럼 “젊었을 때 일을 안 하면 아주 나쁜 습관이 들어서 그 다음에 일을 하나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야근은 축복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야근을 개인의 경쟁력과 동일시하는 경영자들이 많죠.2) 흡연과 야근 중 무엇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역량과 성과를 갉아먹는 진짜 주범일까요?




수면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찰스 짜이슬러(Charles A. Czeisler)는 밤을 새우며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을 권장하고 그것을 미화하는 말은 술을 마시며 만취한 채 일하는 모습을 미화하는 말과 같다고 꼬집습니다.3)  "24시간 한숨도 자지 않거나 1주일 동안 하루에 4~5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신체 장애가 나타납니다.” 


짜이슬러는 적어도 24시간 연속으로 줄곧 일하는 병원의 인턴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메스나 주사 바늘로 자신을 찌를 확률이 61퍼센트나 증가하고 자동차 충돌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168퍼센트나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무려 460퍼센트나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연일 계속되는 야근이 생산성의 향상은커녕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짜이슬러는 음주, 흡연, 성희롱 등에 관한 기준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수면에 관한 행동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도록 하고 절대로 16시간 이상(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12시에 퇴근) 연속으로 근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루에 11시간 이상은 휴식을 취해야 하며, 일주일에 60시간 근무도 지양해야 합니다.


"어떤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키면 어차피 밖에 나가 술 마시며 노느라 잠을 자지 않을 것이 뻔하다고 말합니다. 책임감 없는 일부 직원들은 그렇게 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게 하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회사 문화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짜이슬러는 말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야근을 계속해야 한다면 회사에서 그 후의 휴식을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직원 개인의 건강과 회사의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서 말입니다.


기계를 가혹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그 후에는 운행을 중단하고 충분히 정비해야 한다는 말은 상식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일을 가혹하게 한(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후에도 쉬지 말고 계속 일할 것을 권장하는(은연 중 혹은 직접적으로) 문화는 과연 상식적인 문화일까요? 요즘 '스마트'라는 말이 유행하다보니 직원들에게도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주문하는 모양입니다. 첨단기기와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스마트 워커(smart worker)가 되지는 않습니다. 혹자들이 유행에 편승하여 운운하는 '스마트 경영'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직원들이 누구나 가진 두뇌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어 '충분한 수면 보장하기'만큼 스마트한 전략도 없습니다.


젊은 직원들에게 '야근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발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성희롱 같은 사회악이라고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덧불이는 그림)

우리나라가 1등을 놓치지 않는 부문!





(*참고문헌)

1) 독한 회장님들?..”금연해야 승진” 은근협박, 뉴시스, 2012년 4월 8일

2) 김중수 총재 “젊을때 일 안하면 습관 나빠져… 야근은 축복”, 동아일보, 2012년 9월 17일

3) Bronwyn Fryer, <Sleep Deficit: The Performance Killer>, Harvard Business Review(on-line version), Nov.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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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란 말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2012. 11. 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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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서 자기계발서들을 살펴보면 여러 키워드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행복'입니다.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행복의 중요성을 호소합니다. 그런 책을 읽어보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미디어나 언론에서도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국민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놓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책이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듭니까? 행복하게 살겠다는 긍정적인 의지가 샘솟아 오릅니까? 아니면, 행복하지 않은 현재의 자신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느껴집니까?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브록 배스티언(Brock Bastian)이 이끄는 연구팀은 행복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배스티언은 123명의 참가자(호주인과 동아시아인들이 섞인)들에게 설문을 돌려 '우울함을 느낄 때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된다(자기 평가)', '나는 우울함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자신에 대한 기대)', '다른 사람이 날 우울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사회적인 기대)' 등의 질문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가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 참가자일수록 자신들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우울함이나 슬픔)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행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을수록 사람들은 '난 슬퍼하면 안돼', '좌절하면 안돼'라면서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려 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자기 자신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며 비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오히려 행복하지 못한 상태로 이끄는 것이죠.


배스티언은 후속실험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끼친다'라는 결론을 낸 연구 결과를 참가자들 중 일부에게 읽게 했습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잠시 지속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라는 연구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 읽기가 끝나자 배스티언은 참가자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기 위해 과거에 경험한 좋지 않은 사건을 회상하며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현재 감정 상태가 어떤지 측정해 달라고 했죠.


그 결과,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다'란 연구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감정은 괜찮다'란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에 비해 자신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정적인 감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연구 기사(비료에 관한 연구)를 읽은 대조군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다'는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만큼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적으로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라는 식의 사회적인 분위기(혹은 압박)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배스티언의 연구를 종합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슬픔이나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는 쪽으로 사회적 인식이나 기준이 편협하게 흘러갈 때 정상적으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죄악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행복을 강조할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행복하라는 말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복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자기계발서를 가급적 멀리하는 것, 행복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Brock Bastian, Peter Kuppens,Matthew J. Hornsey, Joonha Park, Peter Koval, Yukiko Uchida(2012), Feeling bad about being sad: the role of social expectancies in amplifying negative mood, Emotion,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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