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그린 그림   

2012. 6. 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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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폰으로 그림 그리는 맛에 빠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아이폰의 '그림판 프로' 앱을 실행시켜서 눈 앞에 보이는 정물을 그리거나, 상상 속의 장면을 스케치하곤 합니다. 손가락이 굵고 또 아이폰 화면 크기는 작아서 선 하나를 그리는 데 애를 먹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어지러운 머리 속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몰입의 순간을 느끼기도 하지요.

못 그린 그림이지만, 여기에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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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직원은 승진하기 어렵다   

2012. 6. 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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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리더에게 여러 가지 역량을 기대합니다. 특히 외부환경이 급변하고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리더의 창의력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창의적인 리더가 그렇지 못한 리더에 비해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보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직원을 조직의 리더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죠.

하지만 어떤 직원이 창의적일수록 잠재적인 리더십 역량을 낮게 평가 받는다는, 그래서 승진에 불리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니퍼 뮬러(Jennifer S. Mueller)와 동료들은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뮬러는 194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아이디어 제시자와 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시자를 다시 둘로 나눠 한 그룹은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유용하지만 참신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디어 제시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항공사가 승객으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죠. 아이디어 제시자들이 평가자들에게 10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하면, 평가자들은 아이디어의 창의성, 참신성, 유용성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제시자의 잠재적 리더십을 3가지 차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 '참신하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참가자들은 '유용하기만 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참가자들에 비해 평가자들로부터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잠재적 리더십 점수는 훨씬 낮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두 그룹의 아이디어 제시자 모두 역량과 인간적인 따뜻함에서는 동일한 평가를 받았죠. 이는 리더로 선발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사람이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한 뮬러는 인도 중부에 위치한 다국적 정유 회사에 근무하는 346명의 직원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뮬러는 346명 중 55명을 평가자로, 나머지 291명을 피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런 다음, 평가자들에게 피평가자의 잠재적 리더십 역량과 창의력을 평가하도록 했죠. 

결과는 실험실에서의 결과와 동일했습니다. 성별, 근속년수, 교육, 내적동기 수준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해 보니 창의적인 성과를 낸다고 인식되는 직원일수록 잠재적 리더십 역량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겁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요구하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은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죠. 창의적인 사람은 현상 유지의 관성을 깨뜨리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임의적이고 불확실하며 불편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뮬러는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다고 추측합니다. 뮬러의 연구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상을 추구하고 참신하기보다는 상투적인 아이디어를 고수하는 사람이 리더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합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덜 창의적인 사람이 리더로 선호된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민한 속도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을 리더의 위치에서 알게모르게 제외시키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일 겁니다. 또한 직원들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튀지 말고' 기존의 규율과 조직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은연 중 깨닫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면서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을 리더로 선호하는 모순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Recognizing Creative Leadership: Can Creative Idea Expression Negatively Relate to Perceptions of Leadership Pot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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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2012. 6. 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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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그림 중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 선택해보기 바랍니다. 보다시피 (a)는 두 언덕 사이 정가운데에 나무가 서있고, (b)는 한쪽 언덕에 나무가 치우쳐 서있습니다.


(출처 : The Tell-Tale Brain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어떤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 여러분들은 (a)보다는 (b)가 더 자연스럽다고 말하고, 벽에 걸 그림을 고르다면 역시 (b)를 선택하겠다고 말하리라 짐작됩니다. (a)가 부자연스러운 이유는 여러 지점이 있는데 왜 하필 골짜기 가운데에 나무가 서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때문일 겁니다. (b)처럼 나무가  한쪽으로 치우쳐 자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a)와 (b)의 발생 가능성은 똑같습니다. 두 언덕의 존재와 나무의 위치는 서로 독립적인 사건입니다. 언덕의 위치를 감안하여 나무가 자신이 자랄 자리를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a)보다는 (b)가 더 자연스럽고 더 발생 가능하다고 말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a)나 (b)나 모두 우연일 뿐입니다. (a)라고 해서 더 우연이라고 여길 이유가 없죠.

위 사례는 어렸을 적에 미술 선생으로부터 '언덕 사이 중간에 나무를 두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라고 핀잔을 들었다는 뇌과학자 V.S. 라마찬드란의 일화입니다. 그는 (b)를 선호하는 경향이 '우연의 일치'에 대한 우리의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로또 번호를 택할 때 1, 2, 3, 4, 5, 6 이 나올 확률이나 2, 16, 21, 24, 33, 42 이 나올 확률이나 모두 동일한데도, 전자를 우연의 일치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후자의 번호를 택하려 하죠.

우연의 일치라고 보여지는 현상은 우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경우 중 하나일 뿐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거나 혐오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이 우연의 결과인지 필연의 결과인지를 분명히 가릴 수 있는 능력도 환경 변화를 올바로 읽어내야 할 전략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우연의 일치는 그저 우연일 뿐입니다.


(*참고도서 : The Tell-Tale Brain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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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부하 사이, 갈등의 원인은?   

2012. 6. 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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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친한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은 그 친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친구는 여러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그 친구가 여러분에 대해 아는 것보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믿습니까? 자신이 자신에 대해 아는 바와 남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 사이에 차이는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이 질문들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에밀리 프로닌(Emily Pronin) 등의 연구자들은 '나는 나에 대해 잘 안다'와 '타인은 나에 대해 잘 안다' 사이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먼저 125명의 참가자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리게 한 다음, 여러 항목의 질문을 던져 그 친구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 11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참가자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를 역시 11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죠. 결과를 분석하니, 친구가 참가자를 안다고 믿는 점수보다 참가자가 친구에 대해 안다고 믿는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쉽게 말해, 타인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자신은 타인에 대해 잘 안다고 믿는다는 뜻이었습니다.



프로닌은 이러한 믿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물 밖에 완전히 드러난 빙산부터 물 속에 완전히 잠긴 빙산까지 모두 10개의 그림을 보여주고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이 친구에게 드러난 정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림(A)을 하나 선택하도록 했고, 친구의 본 모습이 자신에게 드러난 정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B)을 또한 선택하도록 했죠. 그 결과, A가 B보다 물 속에 더 깊게 잠긴 모습이었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보다 내가 친구에게 드러내지 않은 것이 더 크다고 느낀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나를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좀더 면밀하게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살피기 위해 프로닌은 기숙사 룸메이트 45쌍을 대상으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기 룸메이트의 답변 내용을 보지 못하도록 서로 격리된 채 질문에 응답했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수줍음, 불결함, 경쟁력, 리스크 수용 경향 등 다양했습니다. 프로닌은 참가자들에게 문항별로 다음과 같이 4가지 질문을 던지고 9점 척도로 측정하게 했습니다.


나-남 : 당신은 룸메이트가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남-나 : 룸메이트는 당신이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나-나 : 당신은 당신 자신이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남-남: 룸메이트는 그 자신이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통계 분석 결과, 내가 나 자신을 아는 정도(나-나)와 남이 나 자신을 아는 정도(남-나)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나는 나를 잘 알지만, 남은 나를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죠.  '나-나'와 '남-남' 사이에도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지만, 상대적으로 남은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남'과 '남-나' 사이의 차이는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남을 잘 알지만, 남은 나를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개인 사이 뿐만 아니라 집단 사이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보수주의자 집단과 진보주의자 집단, 낙태 찬성 집단과 낙태 반대 집단,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우리 집단은 상대 집단을 잘 알지만 상대 집단은 우리 집단을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믿음이 나타났습니다.

프로닌의 연구는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 동료와 동료 사이, 팀과 팀 사이에서 곧잘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갈등은 평가 시즌이 되면 가장 극렬하게 표출되죠. 양측이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그 정도로는 알지 못한다'는 인식의 차이가 갈등과 불만의 시초가 됨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하여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현상도 이러한 인식의 편향으로 설명됩니다. 상사나 동료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 '당신이 나에 대해 뭔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야? 내가 날 더 잘 안다고!'라고 반발심이 생기기 때문이죠. 갈등이 한번 자리잡으면 이런 인식의 편향이 양측 간에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도록 악순환을 야기하는 까닭에 그 갈등이 해소되기가 아주 어려워집니다.

해법은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그 정도로는 알지 못한다'는 편향이 존재함을 양측이 순순히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서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지 파악함으로써 오해를 푸는 것이 최선입니다. 인식의 차이를 인정하고 교정하는 과정이 없으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를 증명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남이 자신을 평가하거나 조언하는 행위를 삐딱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나는 널 잘 알지 못하고, 너도 날 잘 알지 못한다'라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 직원과 직원 사이, 팀과 팀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You Don't Know Me, But I Know You: The Illusion of Asymmetric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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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야 의사결정을 잘할까?   

2012. 6. 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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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가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를 택하는 과정에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면 참가자 각자의 의견이 합쳐져 평균에 해당하는 대안이 선택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참가자들이 혼자서 결정할 때보다 집단의 의견이 어느 한 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을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부릅니다. 집단 극화는 집단의 의사결정이 개인보다 낫다는 통상적인 믿음이 틀렸음을 지적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집단 극화는 어떤 조건을 가진 집단에서 잘 일어날까요?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우두머리가 집단을 통제하는 문화에서 집단사고와 집단 극화 현상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입니다. 헤브루 대학의 일란 야니프(Ilan Yaniv)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첨가했습니다. 그는 16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집단의 동질성'이 높을수록 집단 극화 현상이 나타남을 밝혔습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학교 당국이 등록금을 6000세켈 인상하려 한다는 계획을 상상하게 하고 등록금 인상안을 협상하는 학생회장의 역할을 가상으로 맡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 절반에게 학교 측과 협상할 수 있는 2가지 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A안 : 4000세켈 인상
B안 : 1/3의 확률로 등록금 인상 없음. 2/3의 확률로 6000세켈 인상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따지고 보면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달리한 대안을 제시했죠.

A안 : 학교 측의 당초 인상안(6000세켈)에서 2000세켈 감면
B안 : 1/3의 확률로 6000세켈 전액 감면, 2/3의 확률로 감면 없음

보다시피 처음의 두 대안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손실 관점'의 대안이고, 아래의 두 대안은 '이득 관점'의 대안입니다. 표현만 다를 뿐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동일하죠. 하지만 어떤 관점으로 질문하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손실 관점'으로 질문을 던지면 A안보다는 B안을 선택함으로써 리스크를 수용하는 경향이 크고, 반대로 '이득 관점'으로 질문하면 확실한 이득을 취하려고 안전한 A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대니얼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바입니다.

야니프가 참가자들 각자에게 이렇게 두 가지 관점으로 질문을 던지니, '손실 관점'의 대안을 받은 참가자들은 위험 회피적인 A안을 선호하는 정도가 2.85점(5점 만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득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하니 예상했던 대로 위험 회피적인 A안을 좋아한다는 대답이 3.51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야니프는 동일한 관점의 대안을 받은 참가자들끼리 그룹을 이루게 한 다음에 다시 위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 '손실 관점'으로 질문 받은 참가자들끼리 팀을 이루게 하여 '손실 관점'의 대안을 제시해 보고, 또 '이득 관점'으로 질문 받은 참가자들끼리 모아서 '이득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해 본 것입니다. 혼자서 결정을 내릴 때와 동일한 관점에 노출된 사람들끼리 모여서 결정 내릴 때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보기 위해서였죠.

그랬더니 '손실 관점'팀이 보수적인 A안을 선호하는 정도가 2.85점에서 2.50점으로 하락함으로써 리스크를 더 수용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이득 관점'팀은 보수적인 A안을 선호하는 정도가 3.51점에서 3.86점으로 상승함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최초에 동일한 관점에 노출된(framing) 사람들끼리 모아 놓으니 각각의 경향이 강화된 것입니다.

야니프는 비교를 위해 처음에 '손실 관점'으로 질문 받은 자들과 '이득 관점'으로 질문 받은 참가자들을 고루 섞은 후에 위의 두 가지 관점의 대안을 각각 제시해 봤는데, 어떤 관점의 대안을 제시 받든지 상관없이 비슷한 정도로 A안을 택했습니다. 다른 관점에 노출된 사람들을 모아 놓으니 처음에 가졌던 쏠림 경향이 크게 약화된 것입니다.

집단의 동질성이 높을수록 집단 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의 질도 떨어진다는 야니프의 실험은 의사결정기구의 멤버를 구성할 때나 단위조직의 직원을 구성할 때 필요한 실무적인 지침을 줍니다. 가능한 한 다양한 배경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을 구성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야 구성원 각자의 판단 착오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집단의 의사결정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여러 가지 정교한 방법과 절차를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집단 극화 현상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을 참여시키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쉬우면서도 더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참가자들의 출신이 다양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연스레 동질성이 형성됩니다. 이런 동질성과 동료의식이 건전한 수준을 넘어 어느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들만의 세상'이라고 인식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집단을 해체하고 다시 새로운 멤버로 집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집단 해체로 인한 비용(지식, 노하우, 생산성 등의 소실)을 최소화할 장치를 미리 가동시켜야겠죠.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집단 내 구성원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서로 바꿔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하나의 관점에 고착되는 일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어느 한 극단으로 매번 쏠리는 경향이 발견됩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충성심을 얻은 것에 대한 비용일지 모릅니다. 그 비용이 상당하다면 그 충성심이나 동질감은 환상일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 요소 중 하나입니다. 때에 따라 조직의 동질성을 파괴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Group diversity and decision quality: Amplification and attenuation of the framing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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