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는 일이 창의력에 도움된다   

2012. 11. 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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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면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카락을 잡아뜯으며 고민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즐기라고 권합니다. 휴식과 산책을 통해 고민하는 문제를 의식의 영역에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창의적으로 문제의 해법에 접근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연결'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례로 뉴턴이 산책을 하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착안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사과가 관련됐는지는 여전히 논란이긴 하죠).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바바라 분교의 벤자민 베어드(Benjamin Baird)는 상식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원한다면 단순히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베어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떤 물건의 이름을 알려주고 그것을 얼마나 많은 용도로 쓸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그러고는 참가자들 중 한 그룹에게 컴퓨터 모니터 상에 간혹 나타나는 특정 숫자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답하게 하는,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켰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특정 숫자 이전에 나왔던 숫자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답하게 하는, '기억력이 요구되는 일'을 시켰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에게는 12분 동안 그저 휴식을 취하라고 했습니다.


베어드는 이러한 '인큐베이션' 과정을 거친 다음 참가자들에게 다시 두 개의 물건을 알려주고 얼마나 많은 용도를 생각해내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한 참가자들의 창의력 점수가 40퍼센트 넘게 향상되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상식과 달리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기억력이 요구되는 일'을 수행한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에서 잠시 떨어지되 그저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기억력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문제 를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휴식보다는 산책이 창의적인 발상에 더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을 옮기며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두뇌에 부담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오감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생각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게 됩니다. 이런 '마음의 방랑(Mind Wandering)'이 창의적인 발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베어드가 아무 생각없이 숫자의 짝홀수 여부를 말하게 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마음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지를 측정하자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그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베어드가 실험을 통해 권하듯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난 후에 문제를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저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요? 한번 여러분 자신을 실험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Benjamin Baird, Jonathan Smallwood, Michael D. Mrazek, Julia W. Y. Kam, Michael S. Franklin, Jonathan W. Schooler(2012), Inspired by Distraction : Mind Wandering Facilitates Creative Incubation, Psychological Science, Vol.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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