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회사들   

2014. 7.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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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저의 짧은 생각들을 모아봤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로 조금씩 지쳐가는 시기인데요, 곧 다가올 여름휴가를 떠올리면서 힘을 내어 봅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리더십에 대하여]


- 리더들은 자신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보통 사로잡혀 있다. 전략의 타당성을 계속 성찰하기보다 직원들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뼈아픈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선택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 여러 선택지 중에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객관식형 선택과,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알아내야 할 주관식형 선택이 있다. 시험에선 객관식이 주관식보다 쉽지만, 인생에선 객관식이 주관식보다 더 어려운 듯 하다.


-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정책 방향을 이야기해도 많은 직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그 정책 방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경영자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참 이상한 회사들]


참 이상한 회사 1. 자기 CEO의 의견에도 도전하지 못하면서 회사의 핵심가치가 도전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참 이상한 회사 2. 아이디어 내면 안 되는 이유만 제기하는 회사의 핵심가치가 창의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참 이상한 회사 3. 오너와 CEO가 사기죄로 잡혀 들어가는 회사의 핵심가치가 정직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참 이상한 회사 4. 사장 얼굴 본 적 없고 말해 본 적도 없는 회사의 핵심가치가 소통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참 이상한 회사 5. KPI 평가다, 차등 보상이다, 경쟁 부추기는 회사의 핵심가치가 협력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분석에 몰두하는 조직에 대하여]


-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환경분석에 열을 올린다. 그런다고 불확실성은 절대 줄어 들지 않는다. 분석을 그만두고 대책을 세우라.


- 어떤 회사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조직인지 아닌지를 1분 안에 판단하는 방법. 내부 보고서에 숫자와 그래프가 장황하게 나열될수록(즉 'why'에 크게 집중될수록) 근거를 지나치게 따진다는 뜻이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전문가가 되는 것은 쉽다. 과거를 그럴 듯하게 상세히 '예측'하면 되니까.


- 실력이 뛰어난 국내 컨설팅 펌과, 실력은 잘 모르겠으나 국제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펌이 있을 때, 고객사는 어디를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까? 답은 후자. 그 이유는 결과가 잘못될 경우에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 도전적인 목표는 동기를 저하시킨다. 현실적이고 바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동기를 극대화시킨다. 물론 목표를 계속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예의에 대하여]


-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란 사람은 좋/지/않/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만나기 전에 먼저 내용을 정리하여 메일로 보내야 한다. 그게 예의다.


- 누군가가 힘들어 할 때 함부로 위로의 말을 하지 마라. 대신 지갑을 열어라. 당신의 위로가 그 돈보다 더 가치 있을까?


- 상대방이 원치 않는 조언은 폭력이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사랑도 폭력이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도움도 폭력이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종교도 폭력이다.



[경쟁에 대하여]


-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경쟁에서 이기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성취한 결과를 즐길 줄을 모른다.


- 1등에게 많은 보상이 돌아갈수록 그 게임 참가자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무리수를 둔다.



[믿음에 대하여]


-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틀리다는 증거가 나와도 그 믿음을 쉽게 철회하지 않는다. 그 믿음이 맞아 들어간 경우를 개인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 확신은 신중한 선택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신중한 선택에서 비롯되었다고 착각할 뿐이다. 확신은 대개 감정을 통해 형성된다.


- 자신의 믿음을 고집하는 이유. 자신이 직접 경험으로 얻은 증거를 남이 얻은 증거보다 훨씬 선호하기 때문(단, 종교적 믿음은 예외).


- 음모론의 이점.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고 에너지를 소모케 한다. 음모론은 상황을 정리하도록 믿음을 형성시킴으로써 뇌의 부담을 덜어준다.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


- 상식이란 말의 정의. 그것에 대한 믿음과 증거 사이의 간극이 거의 없어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들.


- 매뉴얼의 폐해. 매뉴얼을 두껍게 만들면 만들수록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긍정적 사고의 사용법]


-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할 때 : 나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일 때 


- 긍정적인 사고가 해가 되는 때 : 나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인생의 깨달음]


-‘ 열심히 해서 되는 일'과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자다.


-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산다. 마치 나중에 죽어 신께 자신의 잘 살았음을 증명하려는 듯이. '잘 못사는' 것도 삶의 일부이거늘.


- 비범한 태몽, 비범한 어린시절, 비범한 투지, 비범한 성공.... 위인전이 아이들을 망친다.


- 경험하는 것과 배우는 것은 다르다. 경험을 하고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 돌을 날카롭게 하려면 필히 깎아내야 한다. 능력을 발휘하려면 덧붙이기보다 필요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 더 크게 만들고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작게 만들고 더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 프로골프 선수가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면 금세 자기 경험치가 무너진다. 프로연주자가 레슨에 몰두하면 금세 '듣는 귀'가 망가진다.


- 프로 운동경기 선수들이 단순한 동작(타격 스윙, 패스하기 등)을 반복하는 이유는 피드백을 계속 받고 행동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연습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는 없다. 직장인들이여, 피드백을 많이 받아라.


- 남들이 정해준 목표에 따라가는 사람일수록 불안과 근심의 포로가 된다. 자신의 목표가 진짜로 자신만의 내적 목표인지 성찰하라.


- 고민 없는 상태가 곧 행복은 아니다. 고민 없다는 소리는 생각없이 산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 승리하면 자신감이 충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패배하면 자신감이 지나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라고? 자신감을 얼마나 가져야 하냐고?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많은 이유]


- 가설1. 사회문화적으로 오른손잡이를 선호하기 때문


- 가설2. 왼쪽에 있는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 가설3. 좌뇌를 더 많이 쓰기 때문(그래서 오른손 사용이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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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2014년 여름휴가 때 읽을 책   

2014. 7. 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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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를 마무리하는 2014년 7월 초, 많은 분들이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1권의 책을 읽으리라 마음 먹고 있을 겁니다(맞죠?). 제 취향과 제 평가에 따라 여러분들이 여름휴가 때 읽으면 좋은 책을 5권 선정해 봤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객관성을 위해서 제 지인들의 책은 제외하였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H팩터의 심리학

중요하지만 간과되어왔던 6번째 성격 성향인 정직성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정직성 낮은 인간이 고위직에 올랐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친절한 문체로 답합니다. 강추!




확신의 덫

성과 낮은 직원은 원래 그렇다기보다 상사에게 그렇게 낙인 찍힌 자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왜 그런 악순환에 빠질가요? 인간의 심리적 한계 때문입니다. 강추,강추!




승자의 뇌

권력자들이 어떤 오류를 범하는지, 그들이 왜 그런 오류를 범하는지를 뇌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파헤친 책입니다. 아주 재밌게 읽힙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추천! 




침팬지 폴리틱스

인간과 98%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침팬지. 그들의 정치적 경향을 통해 인간의 행태를 고찰할 수 있는 명저입니다. 소설처럼 읽히는, 몇 안 되는 교양과학책입니다. 강추!




이야기 파라독스

이 책이 아직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대학교때 읽었던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마치 퀴즈를 풀듯 흥미롭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호흡이 길지 않은 책이니, 놀면서 읽기에 딱 좋은 책. 강추!



즐거운 독서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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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빙하우스 착시(Ebbinghaus Illusion)’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것은 동일한 크기의 원이라 해도 주변을 둘러싼 다른 원의 크기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착시 현상을 말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 착시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보다시피 두 개의 회색 원의 크기는 동일한데도 왼쪽의 원이 더 크게 눈으로 인식되죠.





퍼듀 대학교의 심리학자 제시카 위트(Jessica K. Witt)와 동료 연구자들은 에빙하우스 착시를 통해 목표의 크기를 다르게 인식하도록 조작하면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홈런을 친 야구선수들이 평소보다 공이 크게 보였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실제보다 목표물을 크게 인식하면 성과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크기보다 과장되어 인식하면 오히려 목표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해서 성과가 나빠질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실험을 통해야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있겠죠.


위트는 직경 5 cm(정확히는 5.08 cm)의 구멍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바닥을 비추는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에빙하우스 착시를 구현했습니다. 위트는 36명의 참가자들에게 구멍 주위를 직경 3.08 cm짜리 원 11개를 비추는 경우와, 직경 28 cm짜리 원 5개를 비추는 경우를 보여주고 각각 구멍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구멍이 큰 원들 주위에 있을 때보다 작은 원들 주위에 있을 때 더 크게 인식함으로써 에빙하우스 착시를 경험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위트는 참가자들에게 10개의 공을 주고 구멍에서 3.5 m 떨어진 곳에서 퍼팅하여 구멍 안으로 가능한 한 많은 공을 집어넣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나타났습니다. 보다시피 구멍이 작은 원들 주위에 있을 때의 성과가 큰 원들 주위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이 결과는 목표의 크기를 실제보다 크게 인식할 경우 자신감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성과도 좋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홈런 친 타자가 공이 수박만큼 크게 보였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짐작케 합니다. 그런데, 위트의 실험은 우리가 평소 ‘착시나 편향에 휘둘리지 마라’고 조언하는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입니다. 오히려 목표물이 눈에 크게 들어온다는 ‘긍정적인 착각’을 해야 성과가 나아진다고 말하기 때문이죠. 축구, 농구, 야구, 골프 등 물리적인 목표물이 있는 스포츠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일반화하여 과장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목표물이 크게 보인다’ 혹은 ‘목표가 멀지 않았다’라는 약간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나쁠 것은 없다고 보는 게 좋겠죠. 홈런을 치려면 일부러 공이 수박처럼 크게 보인다고 자기암시를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지만요.



(*참고논문)

Witt, J. K., Linkenauger, S. A., & Proffitt, D. R. (2012). Get me out of this slump! Visual illusions improve sports performance. Psychological Science, 23(4), 397-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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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은 거짓말이다?   

2014. 7. 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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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겁니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훈련하고 자신을 단련하면 마침내 전문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입니다. 1만 시간이면 하루 3~4시간을 훈련할 경우 대략 10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10년 법칙’이라는 말로도 쓰이죠. 이에 관한 자기계발서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고 ‘법칙’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진리’에 가까운 조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콜로라도 대학교의 K.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1993년에 발표한 논문 때문에 매우 유명한 말이 됐습니다. 에릭슨의 논문은 지금까지 다른 논문에 무려 4437회나 인용될 정도로 심리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기 작가 말콤 글래드웰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을 연습하면 전문가가 된다’라는 말로 간명하게 에릭슨의 연구를 요약했고 그밖의 여러 작가들의 저작물에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출처: gonzotennis.com



하지만 과연 1만 시간의 법칙은 소위 ‘법칙’이라는 말이 붙여질 만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일까요? 1만 시간 동안 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할 경우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진짜로 높은 걸까요? 1만 시간의 법칙은 자기계발 강사들이 몇몇 뛰어난 사람들의 사례를 가지고 이끌어낸 성급한 결론은 아닐까요? 만일 1만 시간의 법칙에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은 1만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괴로워 하거나 ‘되지 않을 분야’에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요?


프린스턴 대학교의 브룩 맥나마라(Brooke N. Macnamara)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교육, 전문 직업, 스포츠, 게임, 음악 등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연습(훈련)과 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루어진 88개의 기존 연구 결과를 뜯어 보기로 했습니다. 맥나마라가 ‘메타 분석’을 위해 사용한 88개의 연구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skill)을 연마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와 그들이 얼마나 능숙해지고 우수해졌는지를 따져본 것들이었죠. 


메타 분석 결과, 꾸준한 훈련은 전체적으로 성과의 12%만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의 88%는 지속적인 연습의 결과라고 설명할 수 없었죠. 물론 분야에 따라 꾸준한 훈련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긴 했습니다. 게임, 음악, 스포츠의 경우는 각각 26%, 21%, 18%로 다소 높았지만, 교육은 4%, 전문 직업은 고작 1%에 불과했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결론적으로 말해, 꾸준한 훈련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에릭슨이 주장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은 법칙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았던 거죠.



출처: 아래에 명기한 Macnamara의 논문



맥나마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꾸준한 연습이 통계적 관점에서 그리고 이론적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덜 중요하다.” 1만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훈련하는 노력이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는 데 있어 생각보다 덜 중요하다면, 대체 무엇이 중요한 요소일까요? 앞으로 연구로 증명되어야 하겠지만, ‘시작하는 연령’, 지능, 성격, 작업기억(working memory) 능력 등이 중요한 요소일 것으로 짐작된다고 합니다.


맥나마라의 연구는 어떤 분야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훈련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해서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물론 1만 시간의 법칙이 통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은 1만 시간을 투자한 결과가 아니라 시작 연령이라든지 성격, 작업기억 능력 등 다른 요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능력이 받쳐 주지 못하는, ‘되지 않을 분야’에 10년의 세월을 몽땅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죠. 기본 재능을 갖춘 사람이 그 잠재력을 바깥으로 꺼내 발휘하기 위해 소요해야 할 시간을 1만 시간이라 보는 것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유의하세요. 거짓말일 수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Brooke N. Macnamara, David Z. Hambrick, Frederick L. Oswald(2014).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July 1, 2014 0956797614535810


Hambrick, D. Z., Oswald, F. L., Altmann, E. M., Meinz, E. J., Gobet, F., & Campitelli, G. (2014). Deliberate practice: Is that all it takes to become an expert?. Intelligence45, 34-45.


Ericsson, K. A., Krampe, R. T., & Tesch-Römer, C. (1993).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 Psychological review, 100(3),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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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2014. 7.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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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에는 오랫동안 계속돼 온 해묵은 논쟁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대표적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 바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이다. 본성론자들은 인간의 성격, 행동, 능력 등이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고 믿는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성격이나 지능을 결정하는 변수라고 주장한다. 본성론자 중 대표격인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행동이 동물보다 지능적인 이유는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 속에 이미 많은 것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환경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서판(Blank Slate)’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받아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서판 위에 그려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격을 가한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 개수가 고작 3만개 밖에 안 된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는 양육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 그들은 유전자 수가 적다는 사실을 환경이 주로 개입하여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본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유전적 결정론, 그리고 양육론자들이 내세우는 환경 결정론 중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에는 '양자택일의 오류'라는 게 있다. 두 개의 주장이나 대안이 있을 때 '둘 중 하나만을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해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몰고 갈 때 쓰는 말이다. 방금 던진 질문이 바로 양자택일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다른 가설은 없는 것일까?


과학 저술가인 매트 리들리는 본성론자와 양육론자 모두 양자택일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유전(본성)과 환경(양육)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면서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제3의 개념을 주장한다. 유전자가 서판 위에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환경이 색칠을 하여 하나의 인간을 완성한다는 것이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아름다운 외모’는 확실히 본성의 결과인 듯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음식, 위생, 운동, 화장 등 후천적 환경과 노력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50대의 나이에 ‘동안 미녀’라고 불린 데미 무어. 애쉬튼 커처와의 이혼으로 관리에 소홀했는지 급격히 노화된 얼굴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홀로 집에>에서 깜찍스러운 연기를 보였던 매컬리 컬킨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33세가 아니라 50대 아저씨로 보인다. 따라서 아름다운 외모는 본성과 양육의 협조를 통해 완성되지 어느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해볼까? IQ는 본성일까 아니면 양육의 결과일까? 논란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유전과 환경이 각각 50퍼센트씩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디킨스 박사는 IQ는 유전적인 영향이 크긴 하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부모가 아이를 교육시키면 IQ가 급상승할 수 있고, 그 후에 지능을 자극하는 정도가 낮아지면 IQ는 올라간 만큼 떨어진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고 양육론자들은 사회적, 교육적인 환경이 지적 자극을 가하는 방향으로 조성되면 더 똑똑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우쭐해 할지 모르지만, 디킨스는 나이가 들면서 IQ에 대한 환경적 영향은 적어지고 유전적 효과가 커진다고 말한다. 


<본성과 양육이라는 신기루>를 쓴 과학자 이블린 폭스 켈러는 “환경적 요소가 없다면 유전자는 개체를 발생시킬 수 없고,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환경은 아무런 힘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하면서 “유전자와 환경 중 어떤 원인이 더 많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것 자체부터 어리석은 질문이다.”라고 일축한다. IQ는 유전자와 환경의 합작품인 셈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IQ는 지능검사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높게 나올 뿐, 창의력, 문제해결력, 탐구력과 같은 진정한 ‘지적 능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 IQ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비네도 말했듯이, IQ는 학습 지진의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IQ가 낮다고 유전자나 환경, 어느 한쪽을 특별히 비난하지 말자. 서로 탁구공을 주고 받듯 상호작용한 결과이니까 말이다.



(*이 글은 월간 <샘터> 5월호에 '과학에게 묻다'라는 코너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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