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겁니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훈련하고 자신을 단련하면 마침내 전문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입니다. 1만 시간이면 하루 3~4시간을 훈련할 경우 대략 10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10년 법칙’이라는 말로도 쓰이죠. 이에 관한 자기계발서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고 ‘법칙’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진리’에 가까운 조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콜로라도 대학교의 K.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1993년에 발표한 논문 때문에 매우 유명한 말이 됐습니다. 에릭슨의 논문은 지금까지 다른 논문에 무려 4437회나 인용될 정도로 심리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기 작가 말콤 글래드웰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을 연습하면 전문가가 된다’라는 말로 간명하게 에릭슨의 연구를 요약했고 그밖의 여러 작가들의 저작물에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출처: gonzotennis.com



하지만 과연 1만 시간의 법칙은 소위 ‘법칙’이라는 말이 붙여질 만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일까요? 1만 시간 동안 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할 경우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진짜로 높은 걸까요? 1만 시간의 법칙은 자기계발 강사들이 몇몇 뛰어난 사람들의 사례를 가지고 이끌어낸 성급한 결론은 아닐까요? 만일 1만 시간의 법칙에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은 1만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괴로워 하거나 ‘되지 않을 분야’에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요?


프린스턴 대학교의 브룩 맥나마라(Brooke N. Macnamara)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교육, 전문 직업, 스포츠, 게임, 음악 등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연습(훈련)과 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루어진 88개의 기존 연구 결과를 뜯어 보기로 했습니다. 맥나마라가 ‘메타 분석’을 위해 사용한 88개의 연구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skill)을 연마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와 그들이 얼마나 능숙해지고 우수해졌는지를 따져본 것들이었죠. 


메타 분석 결과, 꾸준한 훈련은 전체적으로 성과의 12%만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의 88%는 지속적인 연습의 결과라고 설명할 수 없었죠. 물론 분야에 따라 꾸준한 훈련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긴 했습니다. 게임, 음악, 스포츠의 경우는 각각 26%, 21%, 18%로 다소 높았지만, 교육은 4%, 전문 직업은 고작 1%에 불과했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결론적으로 말해, 꾸준한 훈련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에릭슨이 주장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은 법칙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았던 거죠.



출처: 아래에 명기한 Macnamara의 논문



맥나마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꾸준한 연습이 통계적 관점에서 그리고 이론적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덜 중요하다.” 1만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훈련하는 노력이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는 데 있어 생각보다 덜 중요하다면, 대체 무엇이 중요한 요소일까요? 앞으로 연구로 증명되어야 하겠지만, ‘시작하는 연령’, 지능, 성격, 작업기억(working memory) 능력 등이 중요한 요소일 것으로 짐작된다고 합니다.


맥나마라의 연구는 어떤 분야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훈련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해서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물론 1만 시간의 법칙이 통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은 1만 시간을 투자한 결과가 아니라 시작 연령이라든지 성격, 작업기억 능력 등 다른 요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능력이 받쳐 주지 못하는, ‘되지 않을 분야’에 10년의 세월을 몽땅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죠. 기본 재능을 갖춘 사람이 그 잠재력을 바깥으로 꺼내 발휘하기 위해 소요해야 할 시간을 1만 시간이라 보는 것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유의하세요. 거짓말일 수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Brooke N. Macnamara, David Z. Hambrick, Frederick L. Oswald(2014).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July 1, 2014 0956797614535810


Hambrick, D. Z., Oswald, F. L., Altmann, E. M., Meinz, E. J., Gobet, F., & Campitelli, G. (2014). Deliberate practice: Is that all it takes to become an expert?. Intelligence45, 34-45.


Ericsson, K. A., Krampe, R. T., & Tesch-Römer, C. (1993).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 Psychological review, 100(3),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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