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이 블로그에 올린 글 중에 ‘서서 하는 회의가 돈 버는 회의’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서 알렌 블루돈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었는데요, 서서 회의를 진행하게 한 그룹이 34%나 짧은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내렸고 의사결정 내용의 질적인 차이도 없었다는 결과를 소개했었죠. 짧은 시간 내에 회의를 끝낼 수 있어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서서 하는 회의’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정리했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서서 하는 회의의 유용함을 증명하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의 앤드루 나이트(Andrew P. Knight)와 마커스 배어(Markus Baer)는 214명의 대학생들을 모집하여 학교 홍보 비디오 제작 아이디어를 구상하라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3명에서 5명으로 이뤄진 그룹의 일원이 되었는데, 절반은 책상만 있고 의자는 없는 회의실에서, 나머지 절반은 5개의 의자가 놓여져 있는 회의실에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www.thoughtworks.com
30분 동안 토론하게 한 후에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니, 의자가 없어서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눠야 했던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피부의 전기적인 활동(Electrodermal Activity)’를 측정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손목에 차고 실험에 임했는데, 이 장치를 통해 얼마나 활발하게 토론이 이루어졌는지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서서 회의를 했던 참가자들이 앉아서 회의했던 참가자들에 비해 회의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활발하게’ 토론을 벌였습니다. 또한 실험을 끝내고 실시한 설문에서 서서 회의한 참가자들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텃세’가 덜 하고 개방적이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나이트와 베어는 참가자들의 회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 두었는데, 이 실험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3명의 조교에게 참가자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지, 아이디어를 얼마나 많이 재구성하고 발전시키는지 등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정보가 얼마나 잘 ‘공유’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그 결과, 역시나 서서 회의했던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이 학교 홍보 비디오 제작에 관해 내놓았던 아이디어의 질은 어땠을까요? 또 다른 3명의 조교를 시켜 아이디어가 얼마나 참신하고 유용한지,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를 평가하도록 하니, 이번에도 선 채로 회의했던 참가자들의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아래의 관계도를 보면, 서서 하는 회의가 활발한 토론과 경계 없는 아이디어 교환을 통해 아이디어의 질을 높이고 결국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회의문화 개선을 위해 이런 저런 규칙을 벽에 붙여 놓고 모래시계까지 탁자 위에 올려 놓지만, 처음에만 반짝하고 나중엔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뀔 거라고 하지만, 행동이 바뀌어야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의 관행이 그런 것 같습니다. 서서 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물론 더 나은 쪽으로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서서 하는 회의가 돈 버는 회의입니다.
(*참고논문)
Knight, A. P., & Baer, M. (2014). Get Up, Stand Up The Effects of a Non-Sedentary Workspace on Information Elaboration and Group Performanc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14538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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