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상사일수록 직원에게 가혹하다   

2014. 8.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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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는 “조직의 서열 구조 속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무능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죠. 피터는 “그래서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은 서서히 떨어진다”라고 꼬집습니다.


여러분이 느끼기에(여러분의 느낌이 맞든 틀리든)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졌지만 능력은 떨어져보이는 상사가 아마 한 명 이상은 존재하리라(혹은 존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상사는 무능함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한, 피터의 법칙에 딱 들어맞는 사람일 테죠. 여러분이 그런 ‘무능한’ 상사 밑에서 일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여러분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낸다면 그는 여러분을 후하게 평가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박하게 평가할 것 같은가요? 그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응원할까요, 아니면 뭔가 꼬투리를 잡고 공격하거나 기각시키려 할까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나타네얼 패스트(Nathanael J. Fast)는 세레나 첸(Serena Chen)과 함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끼는 경우에 다른 사람들, 특히 자신보다 권력이 낮은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패스트는 먼저 무능함과 ‘공격성’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90명의 성인들에게 설문지를 돌려서 각자가 인지하는 본인의 권력 수준, 스스로 인지하는 자신의 역량,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권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능함과 공격성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높은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여길 경우에는 무능할수록 공격적인 측면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무능함과 공격성이 상관이 있다는 점을 알려줄 뿐 인과관계에 대한 증거는 되지 못했습니다.


패스트는 실험적 조작을 통해 참가자들이 느끼는 권력의 수준을 프라이밍한 후에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98명의 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과거에 다른 이에게 높은 권력을 발휘했던 때를 글로 쓰도록 했고, 반대로 두 번째 그룹에게는 다른 이에게 굴종했던 기억을 쓰도록 했습니다. 이 그룹들은 각각 두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과거에 뛰어난 능력을 발산했던 기억과 무능함을 느꼈던 기억을 써야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그 학생에게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경고음의 데시벨을 0 dB에서 10 dB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매번 요청 받았습니다. 이것은 공격성과 냉정함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였죠. 그랬더니, ‘권력자’이고 동시에 ‘무능자’라고 인식한 사람들이 가장 공격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권력자’일 경우에는 ‘실력자’와 ‘무능자’의 공격성 차이는 미미했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이는 권력을 가진 상사가 무능할 경우 휘하의 직원들에게 가혹할 가능성이 큼을 엿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패스트는 또 다른 실험에서 무능한 권력자일 경우에 리더십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역시나 더 공격적이라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이 결과는 자신의 무능함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씁쓸하지만, 상사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직원들 평가에 박하고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폄하하기 쉽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조직에서 위로 승진할수록 힘들어지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아는 체'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죠. ‘아는 체’를 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폄하하거나 틀렸다고 평가하는 것이고 직원들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무능한 상사를 두고 있다면 그 사람의 무능함 자체로 인해 해당 조직의 성과가 저조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휘하의 직원들의 기를 꺾고 평가를 박하게 주려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중고를 겪습니다. 이 때 직원들은 상사의 무능함을 지적하여 상사의 방어 기제를 강화시킬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무능한 상사의 기를 살려주는 ‘아부의 기술’을 사용하는 게 직원 자신에게 유리하겠죠. 씁쓸하지만, 패스트의 연구는 이런 꼼수를 넌지시 시사합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어떠합니까?



(*참고논문)

Fast, N. J., & Chen, S. (2009). When the boss feels inadequate Power, incompetence, and aggression. Psychological Science, 20(11), 1406-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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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다는 느낌으로도 성과가 좋아진다   

2014. 8.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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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리면서도 까다롭고 기한이 정해진 어떤 과제가 여러분에게 주어졌다고 가정해 보죠. 그 과제 수행을 책임지는 사람이 여러분 혼자일 경우와, 여럿이 함께 수행하는 경우를 나눠 가정해 본다면 여러분은 이 두 경우 중 무엇을 선택하고 싶습니까? 어떤 경우에 그 일을 하고 싶다는 내재적 동기가 더 클 것 같습니까? 당연히 여러분 대다수는 여럿이 함께 그 과제를 수행하는 옵션을 선택할 겁니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나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과제를 고민해야 더 좋은 아웃풋이 나올 것이고 자칫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여럿이 모여 하나의 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데, 만일 실제로는 같은 장소에 일하지 않거나 서로 의사소통이 단절된 채로 ‘다른 사람과 같이 이 일을 하고 있다’라는 ‘느낌’만을 갖고 있을 경우는 어떨까요? 실제로는 혼자 일하지만 ‘함께 일한다’는 단서만 제시되는 경우에도 여러분의 내재적 동기는 혼자 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 더 높을까요? 더 많은 흥미를 가지고 일하고 더 오랜 시간을 인내하면서 자기통제를 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물도 더 좋을까요?



(출처 : trauma-recovery.net )



이런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교의 프리얀카 카(Priyanka B. Carr)와 그레고리 월튼(Gregory M. Walton)은 일련의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그들은 참가자들을 어려운 퍼즐을 ‘함께’ 푸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눈 후에 참가자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지켜보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한 명씩 방으로 안내한 후에 본인과 함께 퍼즐을 풀 다른 참가자가 있다고 말하고, 그 참가자와 힌트를 주고 받게 될 거라고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퍼즐을 가능한 한 빨리 풀려고 노력하되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중단해도 된다고 말했죠. 


참가자가 퍼즐을 푸는 동안 연구자는 밖으로 나갔다가 2~3분 후에 들어와서 참가가자에게 쪽지를 전합니다. 함께 퍼즐을 풀고 있다고 ‘알려진’ 다른 참가자가 그를 위해 힌트를 적어 보낸 듯한 쪽지였죠(실제로는 연구자가 쓴 쪽지). 연구자들은 이렇게 다른 참가자와 ‘심리적으로 함께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을 ‘심리적으로 분리된 경우’에 놓이게 한 상태에서도 퍼즐 풀기를 진행했습니다. 이 경우, 참가자들은 실험 진행자로부터 동일한 힌트를 건네 받음으로써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퍼즐을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은 갖지 못했죠. 그 결과, 심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에 참가자들은 어려운 퍼즐 풀기에 48퍼센트나 더 오랫동안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고(17분 3초 대 11분 30초) 퍼즐 풀기가 더 재미있다고 답했습니다. 


카와 월튼은 이 실험을 조금 변형하여 15분 동안 퍼즐 풀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참가자들에게 주문했습니다. 15분 지나고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스트룹(Stroop)’이라 불리는 과제를 통해 자기통제력이 얼마나 소모됐는지를 측정했습니다. 스트룹 과제는 화면 상의 색깔과 그 색깔의 이름이 다르게 제시하여 헷갈림을 유도하는 과제로서,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정확한 답을 제시할수록 자기통제력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죠. 그러자, 심리적으로 함께 한다고 느끼는 참가자들이 더 짧은 시간에 스트룹 과제를 수행했습니다(평균 94.99밀리초 대 157.26밀리초).


이 두 실험의 결과를 요약한 그래프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아래에 명기한 논문)



이 후에 카와 월튼이 수행한 실험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심리적으로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실제로는 혼자 수행하지만) 과제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았고, 성과가 더 좋게 나왔습니다. 특히 그런 조건의 참가자들은 1~2주에도 퍼즐을 더 많이 풀겠다고 말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격리된 느낌을 받은 참가자들보다 내재적 동기가 더 높음을 드러냈죠.




지금까지의 설명한 실험 결과들은 실제로는 혼자 일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동일한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단서(cue)’를 느끼게 한다면 물리적으로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처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직원들에게 업무를 부여할 때 다른 직원들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면(그 방법은 각자 찾아야겠지만) 해당 직원의 동기를 증진시킬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하죠. 


이보다 더 중요한 시사점은 하나의 업무를 여러 직원들에게 함께 수행하라고 부여하기보다(그러면 업무 진행이 비생산적이 될 수도 있음)는 하나의 독립된 업무를 한 사람에게 부여하되 다른 직원들의 도움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만으로도 좋은 성과(그리고 더 높은 생산성)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협업만이 협업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것을 관리자들은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나 혼자 외로이’ 업무를 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Carr, P. B., & Walton, G. M. (2014). Cues of working together fuel intrinsic motiv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53, 169-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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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의 '리더십 상담소' 2차 개최   

2014. 7.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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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와 함께 하는 <리더십 상담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많은 분들의 호평 속에서 끝난 1차 리더십 상담소에 이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와 함께 하는 <리더십 상담소>에 여러분을 다시 초대합니다.


- 일시 : 2014년 8월 14일(목) 19:00 ~ 22:00

- 장소 : 지하철 2호선 시청역 7번 또는 8번 출구 스페이스 노아

   (오는 길 약도: http://www.spacenoah.net/?page_id=1223 )

- 참가비 : 5만 5천원 (부가세 포함, 현장납부 불가)

- 참가자격 : 리더십에 관심있는 분들 모두


- 진행내용

 (1) WPI에 관한 소개

 (2) 성격 유형별 특징 토론

 (3) 성격 및 리더십 유형별 장단점 설명

 (4) 리더십 향상 방향에 대한 제언



출처: m.credu.com



- 신청 방법

(1) 아래의 '신청하기' 버튼을 눌러 참가 신청을 해주세요.

    


(2) 다음의 계좌번호로 참가비를 “바로” 입금해 주세요.

- 하나은행 126-910002-94904 (예금주:위즈덤센터)

- 5만 5천원 (부가세 포함)

- 입금 확인을 위해 반드시 실명으로 입금바랍니다.

- 입금은 신청시에 바로 해 주셔야 합니다.

- 신청 취소시 환불은 불가합니다.

- 단, 차후에 추가로 개최되는 <리더십 상담소>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4) 추후 여러분의 이메일로 WPI 및 WLP 검사 요청 메일이 발송될 예정이니 여러분의 메일을 꼭 확인해 주세요.


- 간단한 음료와 스낵이 제공됩니다.

- 주차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 찾아오시는 길 (아래 링크 참조)

   http://www.spacenoah.net/?page_id=1223

- 문의처 : 전화 070- 7124- 9342,  sherlockwhang@gmail.com




다음은 WPI에 관한 간단한 설명입니다.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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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보다 더 많이 해주면 좋을까?   

2014. 7. 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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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주라. 그러면 고객은 감동할 것이다.’ 이런 조언을 여러 번 들어봤을 겁니다. 처음에는 적은 것을 약속했다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해주면(underpromise and overdeliver),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크게 만족하여 계속적으로 재구매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은 이런 조언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죠. 그러나 우리는 항상 이런 상식과도 같은 조언을 의심해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하죠.


다행히도 UC 샌디에이고의 행동경제학자 아엘릿 그니지(Ayelet Gneezy)는 시카고 대학교의 니콜라스 에플리(Nicholas Epley)와 함께 ‘적게 약속하고 그보다 많은 걸 해주라’는 조언이 옳지 않다는 점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오늘은 그들이 최근에 발간한 논문을 살펴보면서 상식에 반하는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 따져보겠습니다. 그니지와 에플리는 약속한 바를 지키는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 약속한 것보다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경우에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acircleoffriendsoregon.com



먼저 그니지는 62명의 대학생들에게 한 단락 짜리 시나리오를 읽게 했는데, 그 내용은 A라는 학생이 자신들에게 기말 과제(term paper)를 리뷰해 주고 전반적인 피드백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니지는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황, A가 약속한 바를 꼭 맞게 지킨 상황, A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해준 상황으로 학생들을 나눈 후에 ‘얼마나 행복할지’, ‘향후에 A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나중에 A를 얼마나 도와주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 세 가지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A가 약속을 초과했을 때(더 많이 해줄 때)의 평가는 A가 약속을 지켰을 때보다 더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니지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던 다른 학생들에게 똑같은 상황을 제시하고서 A의 성격이 ‘이기적인지, 공정한지, 후한지’를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이기적이라는 평가는 높고 공정하거나 후하다는 평가는 낮았죠. 하지만 A가 약속한 바를 지켰을 때나 약속을 초과했거나 평가는 비슷하게 나왔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지금까지의 실험은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진행했기에 부정확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니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누군가 자신들에게 약속을 깼거나 약속한 바를 지켰거나 약속한 바를 초과해서 해줬던 때를 각각 회상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11점 척도로 평가하라고 했죠. 당연하게도 참가자들은 약속이 깨졌을 때 가장 행복하지 않았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누군가가 약속을 초과해서 해줬던 때의 행복감은 약속이 지켜졌을 때의 행복감보다 특별히 크지 않았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그러나 이 또한 과거의 사건에 대한 회상을 토대로 진행했기에 결과의 신뢰성을 공격할 여지가 있겠죠. 그래서 그니지는 참가자들에게 실제로 약속했다가 깬 상황, 약속을 지키는 상황, 약속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는 상황에 각각 처하게 하는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니지는 참가자들에게 숫자들이 빼곡하게 쓰인 표에서 0의 개수를 세라는 40개의 퍼즐을 준 다음 맞힌 만큼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퍼즐이 40개나 되어서 시간 내에 풀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그니지는 각 참가자들을 ‘내가 10개의 퍼즐을 대신 풀어주겠다’라고 말하는 조력자와 함께 짝을 맺도록 했습니다.


10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가 5개만 풀어주는 상황, 약속한 대로 10개를 풀어주는 상황, 15개나 풀어주는 상황에 각각 처한 참가자들에게 그니지는 조력자가 얼마나 애를 써서 도와줬는지, 조력자가 얼마나 약속을 지킬 의도가 있었는지, 조력자의 도움에 얼마나 기쁨을 느꼈었는지, 조력자의 도움에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조력자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해줬다고 해서 약속한 바를 지킨 상황보다 특별히 더 애를 썼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더 기뻐하거나 고마워 하지도 않았고, 조력자가 약속을 지킬 의도가 더 컸다고 여기지도 않았죠.


그니지와 에플리가 실시한 일련의 실험은 ‘적게 약속하고 더 크게 해주라’는 조언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약속한 것보다 초과해서 해주려고 하기보다 약속한 바를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점도 시사합니다. 약속보다 더 많이 해주려고 하다가는 무리수를 두기 쉬운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주문도 하죠.


물론 실제의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적은 것을 약속하고 그보다 더 많이 해주라’는 소위 ‘최소 약속, 초과 제공’이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지,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곰곰히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니지의 연구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부러 ‘적게 약속하는’ 꼼수를 쓰느니, 할 수 있는 만큼 약속하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Gneezy, A., & Epley, N. (2014). Worth Keeping but Not Exceeding Asymmetric Consequences of Breaking Versus Exceeding Promise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145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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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간직급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을까?   

2014. 7. 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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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무만족도를 조사하면 항상 비슷한 패턴이 발견됩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사원급들의 직무만족도는 비교적 높은데, 대리나 과장과 같은 중간 직급이 되면 직무만족도가 가장 낮고, 다시 차장 고참이나 부장이 되면 직무만족도가 오르는 현상이 여지없이 나타나곤 합니다. 연령대로 보면 30대에서 40대 초반 직원들의 직무만족도는 가장 낮고, 40대 중후반부터 50대 직원들의 직무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모습이 보여지죠. 아마 여러분의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출처: www.businessnlpacademy.co.uk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왜 조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인 30대~40대 초반의 직원들이 자신의 직무에 가장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하네스 자허(Hannes Zacher)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러한 직무만족도 패턴이 나타난다는 걸 여러 학자들이나 기업에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그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래서 자허는 현장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여 연령대에 따라 어떤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로 했죠.


그는 ‘시간적 압박’, ‘업무와 가정생활 간의 충돌’, ‘동료들의 지원’이 가 직무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가설을 수립한 후에 호주의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771명의 블루칼라 및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설문조사 대상자들은 17세에서 74세의 연령 분포를 보였고, 평균 연령은 35.9세였죠. 조사 결과, 역시나 중간 연령대(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감정적 고갈 상태’가 가장 높았죠.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통계 분석을 통해 자허는 중간 연령대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그리고 감정적 고갈이 높아지는 현상)은 시간적인 압박을 강하게 느끼고 동료들로부터도 도움을 적게 받는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화이트칼라이든 블루칼라이든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업무와 가정생활 간의 충돌’과 직무만족도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죠. 육아, 교육, 부모 부양 등 가정 내에서의 책임감이 과중해지는 연령대라서 직무만족도가 낮아진다고는 볼 수 없다는 뜻이죠.


자허는 이 연구를 통해 20대말에서 40대초에 이르는 직원들이 조직의 주축을 이루는 만큼 그들에게 시간적 압박을 덜 느낄 수 있도록 시간관리의 기법을 교육할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그 직원들이 동료들로부터 지원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가장 클 때이기 때문에 그들이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도 조언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각 기업의 숙제이겠지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중간 연령대 직원들이 조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테니, 그들의 직무만족도를 낮추는 요소가 무엇인지, 직무만족에 있어서 그들이 어떤 요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좋은 인재’의 유지에 필수적인 조치가 아닐까요? 



(*참고논문)

Zacher, H., Jimmieson, N. L., & Bordia, P. (2014). Time Pressure and Coworker Support Mediate the Curvilinear Relationship Between Age and Occupational Well-Being.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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