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되면 권한을 남용할 위험이 커진다   

2018. 2. 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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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데보라 그륀펠트, 대처 켈트너, 카메론 앤더슨은 학생들을 3명씩 한 팀으로 편성한 다음 낙태, 공해와 같은 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짧은 글을 완성하게 했다. 그러고는 무작위로 3명의 학생 중 2명에게는 글을 쓰도록 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다른 학생이 써 온 글을 평가하고 그 글이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렇게 해서 3명 밖에 안 되는 팀 내에 상하관계를 구축했다.


실험을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연구자들은 글을 쓰면서 먹으라고 팀마다 5개씩 쿠키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쓰라는 지시보다는 이것이 진짜 실험의 의도였다. 팀원은 3명인데 쿠키가 5개가 주어졌으니, 1개씩 먹고 나면 2개가 남는다. 이때 보통의 사람들은 4번째 쿠키로 선뜻 손을 뻗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4번째 쿠키를 집어먹으면 나머지 두 명에게는 하나의 쿠키만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보스(boss) 역할을 맡은 학생은 다른 두 명의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4번째 쿠키를 집어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듯한 표정은 물론이고, '난 이렇게 4번째 쿠키를 먹고 있다고!' 라고 과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쿠키를 씹어댔다. 입 주변과 테이블에 쿠키 부스러기를 잔뜩 흘리면서 말이다.


이 간단한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2가지이다. 첫째는 작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실험을 위해 남이 써온 글을 평가하는 역할을 잠시 맡겼을 뿐인데도 상대적으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둘째는 그렇게 탐욕스럽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한 시사점일지 모른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으면 나머지 두 명의 팀원들에게 하나의 쿠키만 남게 된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권한을 가진 자가 중앙에 앉아 있으면 그가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고 판단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믿곤 한다.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는 그런 믿음이 환상일지 모른다고 꼬집는다. 오히려 권한과 권력이 눈을 가리는 탓에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팀원들이 애처롭게 하나의 쿠키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를 '중심 역할의 오류(the fallacy of centrality)'라고 칭한다. 이것이 권력이 가진 속성 중의 하나이다. 다른 학생이 쓴 글을 평가하라는 권한만을 주었는데 쿠키를 혼자 2개나 먹을 권한까지 부여 받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월권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요즘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인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및 성폭력 역시 이 실험의 결과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흔히 '권력이 깡패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중심 역할의 오류'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와닿는다.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이 깡패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런 언행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라고 생각하면서 권한 이외의 월권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부하 직원들과의 권력 차이를 증폭시키지 않고 반대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논문)

Dacher Keltner, Deborah H. Gruenfeld, Cameron Anderson(2003), Power, approach, and inhibition, Psychological Review, Vol.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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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아는 사람이 리더에 오르기 쉽다   

2018. 2.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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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랑이 심하고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 믿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토론 그룹의 일원으로 끼어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도 그를 리더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믿는 자, 뭔가 잘못되면 자신은 뛰어난데 주변 상황이 자신을 도와주지 못한다며 불평을 늘어 놓는 자, 즉 '나르시시스트(Narcissist)'에게는 리더의 지위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르시시스트들은 사람들로부터 리더의 소양을 갖춘 자로 인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나르시시스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동료들이 아니라 지근거리 너머에 위치한 나르시시스트의 상사에게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기 쉽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에이미 브루넬(Amy B. Brunell)과 동료 연구자들이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이를 뒷받침한다. 




브루넬은 효용이 이미 증명된 설문지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의 나르시시즘 성향, 5대 성격 특성, 자존감을 측정한 후에 무작위로 4명씩 그룹을 이루게 했다. 각 그룹에게는 학생회의 프로그램 디렉터에 지원한 후보자의 가상 프로필을 읽고서 후보자의 리더십과 능력 등을 평가하는 위원회 역할이 주어졌다. 물론 멤버들은 토론을 통해서 그룹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했고 토론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그룹의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지도 적어야 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의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을수록 그룹의 리더가 되길 원하는 정도가 높았고 자신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은 참가자가 다른 멤버로부터 높은 리더십 평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실험은 나르시시스트가 리더로 인정 받거나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학생회 디렉터를 평가하는 일처럼 확실한 '정답'이 없는 문제를 토론 주제로 주었기에 나르시시즘과 리더십 점수 사이에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을지 모른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브루넬은 난파선이 어느 섬에 가까스로 당도한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난파선에서 구할 수 있는 15개의 물건을 생존에 필요한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과제를 참가자들에게 부여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4명씩 구성된 그룹 멤버들은 토론을 통해 그룹의 의견을 결정해야 했고, 토론이 끝난 후에 자신과 다른 멤버의 리더십을 평가해야 했다. 결과는 동일했다.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을수록 다른 멤버로부터 리더십 평가를 높게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르시시즘 성향은 개인과 그룹의 성적(15개 물건을 옳게 배열하는)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잘났다'고 자랑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이 실상은 그렇게 잘나지 않았다는 하나의 증거였다.


브루넬은 MBA 과정에 다니는 153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수행함으로써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자 했다. 무작위로 4명씩 구성된 각 그룹은 가상의 기업이 기부한 자금을 가지고 예산을 정해야 하는 학교 이사회의 역할을 맡아 자기 그룹의 의견을 최종 결정해야 했다. 앞의 두 실험과 다른 점은 보다 객관적인 측정을 위해 2명의 훈련된 평가자가 멤버들의 리더십을 평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훈련 받은 전문 평가자가 측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은 자가 역시 높은 리더십 점수를 받았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떻게 하여 다른 이들로부터(심지어 전문 평가자로부터) 리더로 인정 받는 걸까? 아마도 그들은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자신의 의견을 남들보다 자주 개진하고 다른 멤버들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나르시시스트의 태도가 다른 멤버들에게는 자신감으로 인식되어 보다 쉽게 영향 받고 보다 쉽게 설득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유가 분명치는 않지만 어쨌든 나르시시스트들은 리더로 인정 받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물론 브루넬의 실험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짧은 시간 동안 느낀 리더십을 평가토록 한 것이기에 멤버들이 오랫동안 같이 일할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실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동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리더로 인정하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동료들에 의해 빨리 탈락되는 나르시시스트들은 그저 일명 '왕자병', '공주병' 환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진짜로 영악한 나르시시스트들은 높은 위치에 오르기 전까지 자신의 발톱을 숨기며 남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말이다. 특히 상사에게는 더욱 그러한 모습을 어필한다. 여기에 사람을 잘 다루며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회적 스킬을 가미하면 나르시시스트가 리더로 인정 받고 선발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리더로 선발할 권한은 대개 나르시시스트의 상사(혹은 경영자)가 쥐고 있기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관점(동료들의 관점이 아니라)에서는 나르시시스트를 비(非)나르시시스트보다 '좋은 리더'로 여길 가능성도 높다.


좋은 리더를 뽑기 위해 평가 센터(Assessment Center)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방법도 나르시시스트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을 브루넬의 세 번째 실험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평가자도 나르시시스트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하면 나르시시스트들을 승진의 사다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발톱을 철저히 감춘 나르시시스트를 밝혀내기란 상당히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은 직원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는 것 뿐이다.



(*참고논문)

Amy B. Brunell, William A. Gentry, W. Keith Campbell, Brian J. Hoffman, Karl W. Kuhnert, Kenneth G. DeMarree(2008), Leader Emergence: The Case of the Narcissistic Leade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Vol. 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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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정예 'HR 튜터링' 개설   

2018. 2.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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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담당자의 역량 향상을 꾀함과 동시에 조직 내의 인사 문제를 '1 대1 코칭'에 준하는 방식으로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HR 튜터링'을 새롭게 오픈합니다. 18년 동안 인사 분야의 컨설팅과 각종 워크숍 및 교육을 진행해 온 제가 직접 진행하는 이번 <HR 튜터링>은 인사의 모든 영역에 걸쳐 기본적인 지식과 컨설팅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HR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조직의 인사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대상자] 인사 담당자 (인사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도 환영) 


[모집인원] 

- 소수정예(4~5명)

- 신청자수가 많으면 4명 단위로 클래스를 나누어 진행함


[일시]

- 금요일반 

  2018년 3월 2일(금) ~ 3월 30일(금)(매주 금요일 오후 4:00~7:00)

- 목요일반

  2018년 3월 8일(목) ~ 4월 5일(목)(매주 목요일 오후 4:00~7:00)

- 요일은 클래스 참여자들 간의 협의로 변경이 가능함


[장소] 인퓨처컨설팅 중요한학교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444-90 )


[수강료] 100만원(부가세 별도)


[입금계좌] 국민은행 394401-04-027132 (예금주: 유정식(인퓨처컨설팅))


[신청방법] 이메일로 신청. 메일 내용에 다음 사항을 적어서 보내 주세요.

(1) 성명:

(2) 소속회사 및 부서:

(3) 휴대폰 번호(강의 안내에 필요):

(4) 세금계산서 필요 여부:

(5) HR 튜터링에 기대하는 것:


[이메일 보내실 곳] jsyu@infuture.co.kr 

[모집 마감일] 2018년 2월 27일

[문의처] 02-733-1568 / 010-8998-8868 (유정식 대표 )


[커리큘럼] 

기본적으로 다음 목차를 따르나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1주차: HR 트렌드 

2주차: 직무분석/인력계획/적정인력 산정

3주차: 평가제도 설계 (역량평가/업적평가)

4주차: 직급호칭체계 / 보상제도 설계(기본급/성과급 등)

5주차: 채용제도/승진제도

기타 주제: 리더십 / 성과관리


[강의교재] 수업 때마다 프린트물 배포(필요시 별도의 도서 배포)




[강의진행 방식]

- 최신 HR사례 소개

- 해당 주제에 대한 강의 및 질의 응답

- 해당 주제와 관련된 각 조직의 현황 공유

- 각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 및 원포인트 컨설팅 


[교육의 특징] 

소수정예 교육! 기본지식뿐만 아니라 실제 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어떻게 기업에 적용되는지를 공유함으로써 향후에 인사 분야의 in-house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집니다.


HR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거나 현재 조직에 존재하는 인사 이슈를 튜터링을 통해 해결하고픈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운로드]

PDF로 된 과정설명서를 다운로드하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Brochure_HR_Tutoring.pdf



[오시는 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ㅡ>마을버스 4번 탑승ㅡ>'평화교회' 정류장에서 하차ㅡ> '상식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란 간판이 있는 건물의 파란 문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장소가 협소하여 주차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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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먹는 무임승차자를 없애려 애쓰지 마라   

2018. 1. 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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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몸 속에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불쾌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흔히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과 같은 선형동물이나 편형동물만을 기생충이라고 생각하지만, 개그 소재로 가끔 입에 오르내리는 모낭충은 진드기류에 속하는 기생충이고 음식점의 위생을 점검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장균 역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장 속에 우글대는 기생충의 일종이다. 이런 크고 작은 기생충들은 숙주가 흡수해야 할 영양분을 중간에서 가로챌 뿐만 아니라 심하면 숙주의 기관을 물리적으로 손상시키거나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숙주의 생명 유지와 재생산(reproduction, 번식)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왜 숙주는 어느 정도의 기생충을 몸 속에 품고 사는 걸까? 숙주가 면역시스템을 총동원해서 기생충을 완전히 박멸하면 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에 유리할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기생충 몇 마리를 제거할 때는 에너지가 별로 소모되지 않지만 가면 갈수록 기생충 한 마리를 없애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에 있다. 반면, 기생충을 한 마리 없앰으로써 숙주가 얻는 이득(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 상의 유리함)은 갈수록 체감한다. 


제르지 벤케(Jerzy M. Behnke), 크리스토퍼 버나드(Christopher J. Barnard), 데렉 워켈린(Derek Wakelin)은 기생충의 감소에 따라 숙주의 비용은 체증하고 숙주가 얻는 이득은 체감하기 때문에 숙주가 어느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는다고 말한다. 즉 최적의 기생충 보유량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일 숙주가 균형점 이상으로 기생충을 없애려 한다면, 기생충 한 마리가 박멸됨으로써 얻는 이득 증가분보다 한 마리를 제거하기 위해 쓰이는 비용 증가분이 더 크다. 그러면 기생충을 없앰으로써 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의 가능성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고 번식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숙주는 균형점 수준에서 기생충을 몸 속에 지니는 것을 최적의 생존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이 균형점이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숙주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균형점이 낮아지기도(최적 기생충 보유량이 상승) 하고 높아지기도(최적 기생충 보유량 하락) 한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큰뿔양(bighorn)의 암컷은 새끼가 없는 암컷에 비해 폐선충에 더 많이 감염되어 있다. 이는 젖을 먹이기 위해 에너지를 이미 많이 소요하는 까닭에 기생충 박멸에 배당할 에너지가 적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기생충을 감내하는 것이다. 동일하게 젖을 먹이더라도 수컷 새끼를 가진 어미양이 암컷 새끼를 키우는 어미양에 비해 더 많은 폐선충을 가지고 있다. 수컷 새끼를 키우는 게 암컷 새끼를 기르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숙주의 면역시스템은 자손 번식과 기생충 보유 사이에 적절하게 에너지를 배분할 줄 안다. 절대 기생충 박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제도를 설계할 때(특히 인사 관련 제도를 설계할 때) 누군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지곤 한다. 제도를 애써 만들어 실행해도 제도의 빈틈을 악용하거나 남들이 거둔 성과에 편승하는 무임승차자가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임승차자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이것저것 제한조건을 갖다 붙이는데(이럴 때 이렇게, 저럴 때 저렇게...). 이렇게 되면 제도는 너무나 복잡해져서 제도의 본질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제도를 실행하고 관리하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만다. 다시 말해, 무임승차자 한 명을 줄임으로써 증가하는 이득보다 무임승차자 한 명을 줄이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커지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예를 들어 팀원들 사이의 협력을 훼손하는 개인성과급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개인성과급을 모두 조직성과급제로 바꾸려고 할 때 항상 무임승차자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팀원들이 모두 조직성과를 달성하려고 합심할 때 나중에 성과급만 받아 챙기려고 건성으로 참여하는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면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말 것이고 기대했던 조직성과도 달성하지 못할 거라 우려를 표한다. 그래서 결국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져서 조직성과급과 개인성과급이 '짬뽕'되고 마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애초에 조직성과급의 도입이 팀원 간, 부서 간 협력 증진이라는 이유를 들며 협력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인이나 단위조직에 할당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개인적으로 협력을 측정하려는 KPI가 가장 우스꽝스러운 지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임승차자를 줄이고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부칙'이 필요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숙주가 번식이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기생충을 몸 속에 보유하는 생존전략을 취하듯이 말이다. 제도에 편승하고 조직에 기생하는 무임승차자가 눈엣가시처럼 보기 싫더라도 그들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조직의 장기적인 건강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숙주가 몸 속에 사는 기생충에 눈 감아 줌으로써 자신의 생존력과 번식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볼 때, 오히려 무임승차자는 조직의 발전에 긍정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참고논문)

ehnke, J. M., Barnard, C. J., & Wakelin, D. (1992). Understanding chronic nematode infections: evolutionary considerations, current hypotheses and the way forward. International journal for parasitology, 22(7), 861-907.


Sheldon, B. C., & Verhulst, S. (1996). Ecological immunology: costly parasite defences and trade-offs in evolutionary ecology.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11(8), 31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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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무임승차자는 몇 명이나 될까?   

2018. 1. 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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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커질수록 무임승차자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어제의 글에 이어, 오늘은 조직의 규모가 충분히 클 경우 무임승차자의 대략적인 비율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자.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심리학자 로버트 쿠르즈반(Robert Kurzban)과 다니엘 하우저(Daniel Houser)는 84명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공공재 게임'이라 불리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그들은 학생들을 4명씩 그룹을 이루게 한 후 각자에게 50개씩 토큰을 나눠 줬다. 학생들은 받은 토큰을 자신의 개인 계좌에 둘 수도 있고 그 중 일부를 떼어 그룹의 공동 계좌에 기부할 수 있었다. 실험자는 공동 계좌에 기부된 돈을 2배로 증액해 주었다. 공동 계좌에 적립된 돈은 나중에 4명이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학생들이 기부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주어졌는데(회수는 4번에서 34번까지 무작위로 실시), 매번 기부를 결정하기 전에 공동 계좌에 얼마나 적립됐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 정보를 들으면 그룹 내 학생들이 이기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아니면 그룹을 위해 협력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신은 기부를 한푼도 하지 않고(즉 50개의 토큰을 자기 주머니 속에 확보해 두고) 나머지 3명이 공동 계좌에 기부한 돈을 나눠 가지면 될 것이다. 하지만 4명이 학생이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면 공동 계좌에 한푼도 적립되지 않을 테고 공동 계좌에 적립된 돈을 2배로 불려준다는 혜택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공동의 이득을 위해 협조적으로 행동하는 학생이라면 공동 계좌에 기부하는 것이 자신이 받아갈 절대금액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어떤 학생은 매번 기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공동 계좌에 얼마나 기부됐는지의 정보를 듣고서 기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마음을 먹을 것이다. 만일 다른 학생들이 직전에 기부를 별로 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기부하지 않겠다', 반대로 공동 계좌에 쌓인 금액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면(직전에 기부가 많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기부해야겠군'이라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그룹 내에는 남들이 협조적으로 행동할 때(매번 기부를 하거나, 상호호혜의 원칙에 따라 기부를 결정하거나) 자신은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에 '무임승차'하려는 학생도 분명 생기기 마련이다.


쿠르즈반과 하우저가 여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반복한 결과, 예상한대로 학생들의 성향이 협력자(cooperator), 보답자(reciprocator),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뚜렷하게 나뉘었다. 협력자는 매번 기부하려는 사람인 반면, 보답자는 조건에 따라 협조 여부를 결정하는 자로서 남들이 많이 기부할 때만 자신도 기부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임승차자는 자신이 가진 50개의 토큰을 내어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부로부터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이다. 중간값(median)을 따져보니 무임승차자는 1개, 보답자는 25개, 협력자는 50개의 토큰을 기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성향의 분포였다. 협력자는 13%, 보답자는 63%, 무임승차자는 20%로 나타났다. 합쳐서 100%가 안 되는 이유는 유형을 정하기가 애매한 3명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아마 3명의 학생들은 전략 없이 무작위로 행동한 탓일지도 모름). 이러한 분포로 인해 공공재 게임을 충분히 반복해 보면 세 유형의 사람들이 비슷한 이익을 얻는 상태로 수렴되는 결과를 보였다. 무임승차한다고 해서 특별히 많은 금액을 독차지하는 것도 아니었고, 매번 기부를 행하는 협력자라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이론적으로 보면 25에서 125의 범위로 가져가는 이익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은 대략 70에서 77.5 정도의 이익을 나눠 가졌다.




쿠르즈반과 하우저는 이 실험을 통해 협력자, 보답자, 무임승차자로 이루어진 인구 분포가 안정적인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시사점을 얻었다. 그룹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 대략 13 : 63 : 20의 분포로 협력자, 보답자,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리란 점도 알려준다. 물론 이 실험으로는 개인이 어떤 종류의 게임(혹은 의사결정)이든 항상 자신의 협력 유형을 고수하는지, 아니면 종류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자-보답자-무임승차자 전략을 넘나드는지의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조직을 둘러보면, 새로운 제도나 전략에 앞장서서 참여하려는 사람, 다른 직원들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려는 사람, 뒷짐 지고 있다가 다른 직원들이 이뤄낸 성과에 얹혀 가려는 사람이 눈에 띌 것이다. 쿠르즈반과 하우저의 실험을 일반화해 본다면, 충분히 큰 조직에서 10명 중 8명 정도는 협조적이고 나머지 2명은 상황에 묻어가려는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리라 추측된다.


조직의 공동 이익을 위해 무임승차자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할 터인데, 쿠르즈반과 하우저의 분석에 따르면 3명의 보답자가 1명의 협력자와 그룹을 이룰 때와 1명의 무임승차자와 그룹을 이룰 때, 전자가 후자보다 약 40% 많은 이익을 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무임승차자를 줄이는 것이 성과 향상의 한 가지 방법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연 무임승차자를 없앨 수 있을까? 무임승차자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며 그들을 모두 발본색원하겠다는 조치는 힘만 많이 들 뿐 별로 효과가 없다. 무임승차자 제거 때문에 '부칙'을 잔뜩 달릴수록 제도가 누더기가 되고 제도의 본래 목적을 상실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참고논문)

Kurzban, R., & Houser, D. (2005). Experiments investigating cooperative types in humans: A complement to evolutionary theory and simula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02(5), 1803-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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