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커질수록 무임승차자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어제의 글에 이어, 오늘은 조직의 규모가 충분히 클 경우 무임승차자의 대략적인 비율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자.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심리학자 로버트 쿠르즈반(Robert Kurzban)과 다니엘 하우저(Daniel Houser)는 84명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공공재 게임'이라 불리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그들은 학생들을 4명씩 그룹을 이루게 한 후 각자에게 50개씩 토큰을 나눠 줬다. 학생들은 받은 토큰을 자신의 개인 계좌에 둘 수도 있고 그 중 일부를 떼어 그룹의 공동 계좌에 기부할 수 있었다. 실험자는 공동 계좌에 기부된 돈을 2배로 증액해 주었다. 공동 계좌에 적립된 돈은 나중에 4명이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학생들이 기부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주어졌는데(회수는 4번에서 34번까지 무작위로 실시), 매번 기부를 결정하기 전에 공동 계좌에 얼마나 적립됐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 정보를 들으면 그룹 내 학생들이 이기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아니면 그룹을 위해 협력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신은 기부를 한푼도 하지 않고(즉 50개의 토큰을 자기 주머니 속에 확보해 두고) 나머지 3명이 공동 계좌에 기부한 돈을 나눠 가지면 될 것이다. 하지만 4명이 학생이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면 공동 계좌에 한푼도 적립되지 않을 테고 공동 계좌에 적립된 돈을 2배로 불려준다는 혜택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공동의 이득을 위해 협조적으로 행동하는 학생이라면 공동 계좌에 기부하는 것이 자신이 받아갈 절대금액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어떤 학생은 매번 기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공동 계좌에 얼마나 기부됐는지의 정보를 듣고서 기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마음을 먹을 것이다. 만일 다른 학생들이 직전에 기부를 별로 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기부하지 않겠다', 반대로 공동 계좌에 쌓인 금액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면(직전에 기부가 많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기부해야겠군'이라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그룹 내에는 남들이 협조적으로 행동할 때(매번 기부를 하거나, 상호호혜의 원칙에 따라 기부를 결정하거나) 자신은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에 '무임승차'하려는 학생도 분명 생기기 마련이다.


쿠르즈반과 하우저가 여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반복한 결과, 예상한대로 학생들의 성향이 협력자(cooperator), 보답자(reciprocator),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뚜렷하게 나뉘었다. 협력자는 매번 기부하려는 사람인 반면, 보답자는 조건에 따라 협조 여부를 결정하는 자로서 남들이 많이 기부할 때만 자신도 기부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임승차자는 자신이 가진 50개의 토큰을 내어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부로부터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이다. 중간값(median)을 따져보니 무임승차자는 1개, 보답자는 25개, 협력자는 50개의 토큰을 기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성향의 분포였다. 협력자는 13%, 보답자는 63%, 무임승차자는 20%로 나타났다. 합쳐서 100%가 안 되는 이유는 유형을 정하기가 애매한 3명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아마 3명의 학생들은 전략 없이 무작위로 행동한 탓일지도 모름). 이러한 분포로 인해 공공재 게임을 충분히 반복해 보면 세 유형의 사람들이 비슷한 이익을 얻는 상태로 수렴되는 결과를 보였다. 무임승차한다고 해서 특별히 많은 금액을 독차지하는 것도 아니었고, 매번 기부를 행하는 협력자라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이론적으로 보면 25에서 125의 범위로 가져가는 이익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은 대략 70에서 77.5 정도의 이익을 나눠 가졌다.




쿠르즈반과 하우저는 이 실험을 통해 협력자, 보답자, 무임승차자로 이루어진 인구 분포가 안정적인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시사점을 얻었다. 그룹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 대략 13 : 63 : 20의 분포로 협력자, 보답자,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리란 점도 알려준다. 물론 이 실험으로는 개인이 어떤 종류의 게임(혹은 의사결정)이든 항상 자신의 협력 유형을 고수하는지, 아니면 종류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자-보답자-무임승차자 전략을 넘나드는지의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조직을 둘러보면, 새로운 제도나 전략에 앞장서서 참여하려는 사람, 다른 직원들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려는 사람, 뒷짐 지고 있다가 다른 직원들이 이뤄낸 성과에 얹혀 가려는 사람이 눈에 띌 것이다. 쿠르즈반과 하우저의 실험을 일반화해 본다면, 충분히 큰 조직에서 10명 중 8명 정도는 협조적이고 나머지 2명은 상황에 묻어가려는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리라 추측된다.


조직의 공동 이익을 위해 무임승차자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할 터인데, 쿠르즈반과 하우저의 분석에 따르면 3명의 보답자가 1명의 협력자와 그룹을 이룰 때와 1명의 무임승차자와 그룹을 이룰 때, 전자가 후자보다 약 40% 많은 이익을 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무임승차자를 줄이는 것이 성과 향상의 한 가지 방법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연 무임승차자를 없앨 수 있을까? 무임승차자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며 그들을 모두 발본색원하겠다는 조치는 힘만 많이 들 뿐 별로 효과가 없다. 무임승차자 제거 때문에 '부칙'을 잔뜩 달릴수록 제도가 누더기가 되고 제도의 본래 목적을 상실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참고논문)

Kurzban, R., & Houser, D. (2005). Experiments investigating cooperative types in humans: A complement to evolutionary theory and simula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02(5), 1803-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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