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개인평가와 조직평가를 하다 보면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무임승차'라는 단어이다. 알다시피 이 말은 남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아무런 노력 없이 가져간다는 뜻이다. 조직에는 이렇게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눈에 띈다.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했는데 단지 우리 팀이라는 이유로 성과급을 받아가다니, 참 불합리하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아마 여러분에게 한 두 번쯤은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무임승차는 모든 조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조직관리(혹은 성과관리)를 잘못할 때 발생하는 경영의 실패일까?




사회학자인 로버트 엑스텔은 이러한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해서 시뮬레이션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먼저 가상의 사람들을 시뮬레이션 모델 속에 '살게' 했다. 그리고 그 가상의 사람들이 이익의 크기에 따라 독립적으로 일하기도 하고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는 로직을 집어 넣었다. 혼자 일하냐, 모여서 일하냐의 문제는 개인에게 돌아갈 이익의 크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엑스텔은 모델을 현실과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개성의 차이를 부여했다. 그것은 열심히 일해서 높은 소득을 원하느냐(소득 중시자), 아니면 높은 소득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더 많이 원하느냐(개인생활 중시자)의 차이였다. 쉽게 말해 일과 생활(Work and Life) 중 어디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느냐의 차이를 개인들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2개의 로직을 시뮬레이션 모델에 집어넣은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엑스텔은 살펴봤다. 예상대로 일을 열심히 하는 야심가(소득 중시자)들은 독립적으로 일할 때보다 같이 일할 때 더 많은 소득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기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델의 로직상 그들은 높은 소득을 따라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자들 사이에선 기업이 만들어지기 어려웠다. 


야심가들이 만들어낸 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점점 사람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용된 사람 중에는 소득 중시자와 개인생활 중시자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기업이 작을 때는 한 사람이 조직에 기여하는 성과의 비율이 크기 때문에 개인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럴 때는 무임승차를 하지 못한다. 자신이 놀면 조직성과가 급락해서 자신에게 돌아올 몫도 눈에 띄게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커질수록(즉 인력이 많아지면) 1명의 직원이 기여하는 비율이 작아진다. 절대액은 같아도 상대적인 기여분(分)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바로 이때 야심 없는 자(개인생활 중시자)들은 상대적인 기여가 작기 때문에 자기가 일을 하는 척만 해도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속임수를 써도 받아가는 연봉은 열심히 일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렇게 되니 무임승차가 유리한 전략이 되고 열심히 일하던 야심가들도 무임승차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열심히 일할 때보다 자신에게 높은 순이익(소득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뺀 값)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엑스텔은 모델에 하나의 로직을 더 첨가했다. 사람들이 더 높은 소득을 벌 기회가 있다면,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도록 한 것이다. 그랬더니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즉 무임승차 전략을 채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기업을 이탈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기업에는 무임승차자들이 우글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엑스텔의 모델은 비록 단순한 몇 가지 로직에 의존한 시뮬레이션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매우 비슷하게 나타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기업이 처음에는 열심히 일하는 소수에서 시작하다가, 규모가 커지면 무임승차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급기야 일 잘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우리가 익히 아는 기업의 사이클을 모사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자. 무임승차는 모든 조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조직관리를 잘못할 때 발생하는 경영의 실패일까? 대답은 '둘 다'이다.


엑스텔의 실험은 무임승차자의 발생이 조직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무임승차는 기업에 고용되는 직원들의 개성(태도)이나 역량 차이에서 비롯되는 필연이다. 하지만 필연이라고 해서 조직관리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무임승차자의 증가를 차단하지 못하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고 조직에는 무능한 사람들만이 남는다는, 소위 '파킨슨의 법칙'이 현실로 나타나니 말이다.


그러므로 무임승차가 이득을 최대화하는 좋은 전략이라는 인식이 퍼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규제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거나,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무임승차보다 좋은 전략임을 '넛지(nudge)'하는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개인성과와 조직성과 중에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이 떠오르는데, 이 질문은 관리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무임승차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다 보면 자신의 성과지표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행동이 만연하여 협력이 미약해진다. 그렇다고 협력을 권장하기 위해 팀이나 사업부 단위의 조직성과를 강조하다 보면 무임승차자를 용인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트레이드 오프인 셈이다.


조직의 규모가 크면 소수의 무임승차자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한다. 엑스텔의 실험에서 봤듯이 그들의 발생을 막을 도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개인성과를 우선함으로써 무임승차자를 뿌리 뽑겠다는 접근보다는, 협력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단위조직(팀이나 사업부)의 성과를 높게 인정하고 동시에 협력의 요소를 개인의 성과지표에 담음으로써 무임승차가 결코 유리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요컨대 성과관리는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성공한 기업들이 보이는 경쟁력의 뿌리는 개인들의 협력과 자발적인 기여로부터 나온다. 그 협력을 훼손하거나 무임승차자들이 조직을 오염시키게 놔두는 기업은 협력으로 똘똘 뭉친 경쟁자의 공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수의 무임승차자를 그대로 두면서 협력을 권장하는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무임승차자를 '발라내겠다'는 극단과, 무임승차자를 '방치하는' 극단 사이에서 적절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참고도서)

<사회적 원자>, 마크 뷰캐넌, 사이언스북스, 2010년 8월)


(*참고논문)

Axtell, R. (1999). The emergence of firms in a population of agents: local increasing returns, unstable Nash equilibria, and power law size distributions. Brookings Institution Discussion paper: Center on Social and Economic Dyna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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