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할 때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무엇일까? 과중하고 까다로운 업무일까, 아니면 하는 일의 수준과 양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상일까?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람 관계'가 직장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상사와의 관계'를 지목하리라 짐작된다. 적어도 '상사와의 관계'가 직원의 근무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라는 점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30년간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직속 상사'였다고 한다. 상사가 직원의 만족도와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직속 상사의 리더십이 훌륭하냐 그렇지 못하냐가 직원의 건강(그리고 수명)과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스톡홀름 대학의 안나 뉘베리(Anna Nyberg)와 동료들은 3,122명의 스웨덴 남성들을 대상으로 상사의 리더십이 '심장 발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상사의 리더십을 평가하도록 했다. 리더십 평가 항목은 직원에 대한 배려심, 목표와 역할에 대한 명확한 지시, 정보와 피드백 제공,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능력 등이었다. 그런 다음, 병원 기록을 토대로 직원들의 심장 발작 여부, 그로 인한 사망 여부 등을 조사했다.
뉘베리는 상사의 리더십 점수가 부하직원들의 심장 발작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상사의 리더십 점수가 높을수록 직원들의 심장 발작 확률이 20% 낮았던 것이다. 그리고 좋은 상사(리더십 점수가 높은 상사)와 오랫동안 같이 일할수록(4년 정도) 심장 발작 확률은 3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나쁜' 상사와 일하는 직원일수록 심장 발작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상사와 같이 일할 경우, 심장 발작 위험도의 변화
1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76
2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77
3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69
4년 같이 근무하면 : 1.0 --> 0.61
물론 뉘베리의 연구가 '상사가 훌륭한 리더십을 가질수록 부하직원들이 더 건강하다'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상사의 리더십과 직원들의 건강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을 뿐이라서 나쁜 상사가 나의 건강을 해친다, 라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이 연구 결과는 상사가 직원의 건강, 더 나아가 직원들의 웰빙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수 중에 적어도 하나라는 점을 추론케 한다. 심장 발작과 같은 질병이 주된 원인이 스트레스이고, 스트레스의 주된 원천이 상사라고 많은 직원들이 호소하는 점을 인정한다면, 상사의 리더십과 직원의 건강 사이에 '어느 정도'는 인과관계가 존재하리라 추측할 수 있다.
만일 이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서 상사의 리더십을 강화하거나, 강화할 수 없다면 다른 이로 교체하는 등의 조치가 효과적일 것이다. 직원의 생산성은 정신과 신체의 건강함에서 기반하니까 말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7년에 남녀 직장인 63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이 겪는 우울증에 관하여 설문조사한 결과는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다. 남성 직원의 76.3%, 여성 직원의 88.2%, 즉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직장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원인의 대부분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있으며, 인간관계 문제의 대부분은 상사와 직원 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이제부터라도 세심히 살펴야 하지 않을까?
(*참고논문)
Nyberg, A., Alfredsson, L., Theorell, T., Westerlund, H., Vahtera, J., & Kivimäki, M. (2009). Managerial leadership and ischaemic heart disease among employees: the Swedish WOLF study.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66(1), 51-55.
(*참고기사)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104_0000194382&cID=10201&pID=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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