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은 어떻게 '직원 경험'을 향상시켰을까?   

2018. 11. 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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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의 새로운 흐름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약자로 EX)'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회사는 아예 HR이라는 말을 버리고 기존의 인사 부서를 '직원 경험' 부서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죠. 직원 경험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직원들을 'Human Resource(인적 자원)'로 간주하지 않고 인간 그 자체(Human Being)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직원들이 채용되어 조직에서 일하며 보상 받고 승진하며 퇴직하는 일련의 수많은 장면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모든 경험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직원 경험이라는 관점이죠. 


직원 경험은 예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신경을 써온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로부터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직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고객 경험에 대한 그동안의 현장 실천 과정 속에서 '좋은 고객 경험은 좋은 직원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HR부서와 고객만족(CS) 부서가 별개로 움직이지 않고 직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프로세스를 통합시켜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죠.




조직이 직원 경험을 향상시키려면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게 하고 무료 음료를 잔뜩 제공하는 등 달콤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닙니다. 그런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나중에 금전적인 부담이 되기도 하니까요. 5,200개 사이트를 지니고 4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Hilton)은 직원 경험 향상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호텔은 직원 경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직원들의 이직률을 4% 포인트 이상 감소시키고, 포천 지의 '일하고 싶은 직장 100곳' 중 3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17년에 힐튼은 'Thrive@Hilton'이라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인 에리안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정신 및 육체 건강,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을 직원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원들이 소진(Burn-out)되지 않도록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고객만족의 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죠. 이 프로그램 덕분에 24시간 고객 대응을 하기 위해 직원들이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직문화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죠. 또한, 힐튼은 라커룸을 리모델링하고 '구내식당' 같은 직원식당을 고급 레스토랑처럼 분위기를 바꾸는 등 물리적인 업무 공간을 변경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오래된 호텔의 경우, 이런 리모델링에 10만 달러 정도 돈이 들었다고 합니다. 


힐튼은 고급 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언더 아머(Under Armour) 사로부터 직원 유니폼을 공급 받음으로써 직원들이 유니폼을 선택하는 폭을 넓혀 주었습니다. 부부 중 육아를 전담하는 쪽의 육아휴가를 10주로 확대하고 그 배우자에겐 2주의 휴가를 주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복리후생스러운' 프로그램에서 그쳤다면 힐튼의 직원 경험 향상 노력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 겁니다. 힐튼은 채용 과정부터 직원 경험이 시작된다고 믿었습니다. 채용 과정을 질질 끄는 것은 지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갖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이고 1차, 2차, 3차로 이어지며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원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가 끝나면 합격 여부는 2~3일 내로 결정되는데 일부러 지원자에게 늦게 알려주는 기업들도 종종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갑질이죠. 갑질을 즐기느라 좋은 인재를 다른 회사에 빼앗기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합격인지 아닌지를 지원자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알려 주는 것이 향후에 그 지원자가 직원이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좋은 경험'의 시작입니다.


힐튼의 HR팀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채용의 스피드와 '질'을 향상시키고 신입직원들이 빠르게 업무에 안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AI를 통해 수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가려냄으로써 HR부서가 인터뷰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을 확보했던 것이죠. 또한 챗봇(chatbot)으로 지원자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한 것도 지원자들이 직원이 되기 전부터 회사에 대한 좋은 경험을 느끼도록 한 조치 중 하나였습니다. 화상 인터뷰 역시 대규모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부담을 경감해 주었죠. 채용 과정의 여러 가지 노력 덕분에 힐튼의 채용 속도는 85% 가량 향상되었습니다. 6주 걸리던 것이 1주 안에 이루어진 것이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직률이 4% 포인트 감소되었는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1년에 400만 달러의 비용이 절감된 것이라고 힐튼 측은 설명합니다. 이직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 결원 채용에 따른 비용과 소요시간 등을 따지면 그렇습니다.  이러한 힐튼의 성과는 경영자들이 직원 경험 향상에 투자하면, 인재 채용, 생산성 향상, 우수인재 보유(retention) 차원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제도(굳이 인사제도 뿐만 아니라)가 직원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각 제도가 직원 경험 차원에서 서로 충돌하지는 않는지, 직원 경험 향상을 위해 각 계층의 리더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부단히 노력하는 기업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를 겁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자원(resource)가 아니라 인간 자체로 보려는 관점의 전환부터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참고문헌

http://hrexecutive.com/are-you-delivering-a-great-employee-experience/


https://www.hrdive.com/news/hilton-hotels-to-upgrade-staff-spaces-to-improve-the-employee-experience/5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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