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조급합니까?   

2011. 2. 21. 09:00
반응형



현대인 중에는 "바쁘다, 바빠", 이런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무언가에 쫓기듯이 일을 하고,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 걱정에 안절부절하느라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활하게 멀티 태스킹을 해야만 일을 '열심히', '잘' 하는 것만 같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급증'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자신의 조급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로버트 레빈이 제안하는 다음의 항목들을 가지고 스스로를 측정해 보기 바랍니다. '매우 그렇다'라고 동의하는 항목의 개수를 세어보세요. 긴가민가하거나 가끔 해당되는 항목은 '아니다'로 판단하면 됩니다.

1. 시계를 자주 들여다 본다
2. 다른 사람보다 말을 빨리 하는 편이다
3. 다른 사람이 말을 길게 하면 말을 자르고 끼어들고 싶다
4. 다른 사람이 나의 말을 자르지 못하게 한다

5. 다른 사람보다 식사를 빨리 하는 편이다
6.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천천히 걸으라고 할 때가 많다
7. 앞에 천천히 가는 차가 있으면 자주 경적을 울리는 편이다
8. 시간 엄수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9. 무엇을 계획할 때 목록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하는 일 없이 앉아 있으면 불안해진다
11. 음식점이나 은행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면 포기하고 돌아선다
12. 다른 사람으로부터 서두르지 말라고 '자주' 주의를 받는다


아마 여러분은 대부분 위의 항목 중 몇 가지에 해당될 겁니다. 하지만 9개에서 12개의 항목에 '매우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면 여러분은 '조급증' 증세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급증이 심각하면 누군가가 시간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죠. 강박관념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마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젠먼은 조급함이 심한 사람들이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급증을 일으키는 시간적 압박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회심리학자인 조나단 프리드먼과 도널드 에드워스는 실험을 통해서 적정한 수준의 시긴적인 압박은 삶의 만족을 이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시간적인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해 매우 조급한 상태가 되면 일에 대한 만족도가 당연히 떨어지겠죠. 흥미로운 것은 지나치게 시간적인 부담이 없어서 조급할 필요가 사라지면 삶이 권태롭고 지루해져서 역시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가장 만족도가 높을 때가 적당한 시간적 압박이 있는 상태였음을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아마도 어제 밤에 출근해서 일할 걱정으로 '회사 가기 싫다'란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째깍째깍거리는 일요일 밤은 가장 불편한 시간 중 하나죠.

시간 압박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말합니다. 압박을 받되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 하지 않는 월요일이 되길 바랍니다. "한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말한 찰스 다윈의 말을 새기면서 느긋한 tea time을 가져보세요. ^^


(*참고도서 :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로버트 레빈)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나쁜 회사를 판별하는 지표   

2011. 2. 18. 09:00
반응형



여러분이 누군가로부터 A라는 회사를 소개받을 때(혹은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아닌가?"란 궁금증이 아마 제일 먼저 들 겁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그 회사의 무엇을 보고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를 금방 가려낼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엔 그 회사의 '이직률(Employee Turnover)'를 가장 먼저 살펴봅니다. 경험상 이직률 데이터와 추이는 '회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고 외부인이 회사의 분위기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컨설턴트나 auditor가 아니면 외부인이 회사의 이직률을 알기가 쉽지는 않겠죠). 

이직은 직원 개인에게 매우 중대한 의사결정입니다. 요즘처럼 고용이 불안한 시절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비전을 주지 못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물론 이직률이 낮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로 사람들이 현재 다니는 직장에 머물려고 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직률이 높다고 해서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니죠. 회사가 사양사업을 버리거나 축소할 때(즉 구조조정할 때), 또는 성장사업이라서 여러 회사에서 영입 제의가 쏟아질 때 일시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요인이 없는데도 이직률이 높아진다면 이미 심각한 문제가 여기 저기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직을 결심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7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한번 이상 이직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7가지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 연봉이 적다(다른 회사가 더 많이 준다)
- 회사가 위태위태하다(회사가 비전을 못 준다)
- 공부를 더 하고 싶다(진학이나 유학)
- 조직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
-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다
- 직무가 자신의 역량이나 성격에 맞지 않는다
- 입사할 때의 기대와 많이 다르다

본래 직원이 사직서를 내면 '퇴직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그 직원이 왜 나가기를 결심했는지 조사해야 무엇이 회사의 문제인지 파악하여 개선할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퇴직 인터뷰는 고사하고 사원증이나 PC를 반납했는지 등과 같이 '정산 처리'만 겨우 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게다가 퇴직 인터뷰를 의무화하는 회사들 중 많은 곳이 기록을 남기기 위한 절차로 인터뷰를  형식적으로 운영합니다. 개선을 위한 데이터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죠.

직원 한 사람이 이직하면 회사는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게 될까요? 어떤 경영자는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그만큼의 임금이 절약되니 이익이라고 생각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겁니다. 다음과 같은 각종 비용이 직원 한 사람의 이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대체인력을 뽑는 데 드는 비용
- 대체인력을 뽑기 전까지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이 어느 정도 일을 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과 기존직원들이 호흡을 맞추기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을 교육시키는 비용

비즈니스 위크 지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하는 직원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직원 규모가 1천 명이고 이직률 10%면, 1년에 100명의 직원이 이직을 한다는 소리니까 대략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의 비용(10억~30억 원 정도)이 알게 모르게 지출된다는 말이죠.

이 비용이 별로 크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퇴직하는 직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지는 '암묵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게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우수인재일수록 서둘러(?) 이직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역량에 큰 타격을 입습니다. 따라서 이직률을 1%P 낮추려는 노력이 매출을 1%P 높이려는 노력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높은 이직률 혹은 갈수록 높아지는 이직률을 간과하는 일은 회사의 암세포 덩어리를 그냥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직률 상승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대표적인 '자각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자각증상까지 이르지 않도록(이직률이 높아지지 않도록) 평소에 조직관리를 잘 해야 좋겠지만, 이직률이 올라갈 때 신속히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 회사의 이직률은 안녕하십니까?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복사기 기술이 천대받은 이유   

2011. 2. 17. 09:00
반응형



'종이 없는 사무실'이란 말이 쓰이지만 여전히 많은 종이와 복사기가 사무실에서 사용 중입니다. 아마 사무실에 복사기와 A4용지를 없애버리면 업무가 꽤 오랫동안 마비되거나 혼란스럽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그만큼 복사기는 PC 다음으로 업무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 됐습니다.

현대식 복사기의 효시는 체스터 칼슨이라는 사람이 개발한 '제로 그래픽 기술'입니다. 혼자서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없었던 그는 등사기 회사인 'A.B. 딕'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철필로 파란 등사지에 가정통신문 같은 내용을 쓰면 그것을 등사실의 아저씨들이 판화 찍듯이 검은 잉크를 묻혀 한장 한장 찍어내던 기억이 있습니다. A.B. 딕은 바로 그런 등사기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의 경영진은 제로 그래픽 기술에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복사기에 비해 등사기가 훨씬 경제적이었고 등사기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10분 안에 20부를 복사하라는 지시를 쉽사리 내리지만 그때는 그럴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지요. 설령 똑같은 문서가 여러 장 필요해도 타이핑 속도가 뛰어난 비서들에게 시키면 그만이었습니다. 돈을 비싸게 들여 복사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A.B. 딕 뿐만 아니었습니다. 무려 20개가 넘는 회사가 칼슨의 기술에 퇴짜를 놓았으니까요. 이렇게 여러 회사의 문전에서 박대를 받았던 칼슨의 복사기 기술은 1947년에 '할로이드(나중에 제록스가 됨)'라는 회사가 수용했고 그로부터 11년 후에 최초의 사무용 복사기가 탄생했습니다.

문서를 원래 모양대로 찍어내는 복사기는 당시에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한 기술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왜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 걸까요? 바로 '패러다임' 때문이었습니다. 복사기 기술은 '효율'을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낮은 비용'이란 개념과는 반대되는 물건이었죠. 요즘에야 효율이 중요한 경영의 가치로 인식되지만 당시에는 효율은 저비용이란 가치보다 훨씬 후순위였습니다. 싼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타이피스트들과 복사기보다 훨씬 싼 등사기가 저비용이란 가치에 부합되었죠. 여러분은 복사기의 미래 가치를 보지 못한 A.B. 딕의 경영진이 멍청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비용 패러다임' 하에서 그들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 중 하나는 패러다임이 생각의 공간을 제공하고 의사결정과 미래에 대한 시각을 규정하는 틀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패러다임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에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됩니다. 패러다임 없이는 분석적인 추론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해지죠. 따라서 A.B. 딕 경영자의 선택은 당시에 패러다임 하에서 행한 '옳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현재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그것의 울타리를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의 일들을 웬만해선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를 예견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패러다임이 사고의 틀을 제한하기 때문에 '복사기가 거의 모든 사무실의 필수 사무기기가 될 것이다'란 전망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게리 해멀은 "기업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실패한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매우 근본적인 물음이고 그렇기 때문에 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면 미래 예측력이 높아진다"고 선전하는 책들이 넘쳐나지만 딱히 해답이 손에 잡히지 않는 고차원적인 선언만 난무합니다. 저에게도 딱부러지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답이 없습니다.

최선의 대답은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워크맨으로 휴대용 오디오 기기의 선두주자였던 소니가 MP3의 기회를 외면한 것, 즉석카메라 기술로 유명했던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했음에도 그 기회를 애써 무시한 것, 알타비스타와 야후가 구글의 검색기술을 100만 달러라는 싼 가격에 사라는 제안을 거부한 것 등이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 단적인 사례들입니다.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고 그것의 기회와 위협의 시나리오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시각화함으로써 창조적인 도약을 방해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에 의도적으로 저항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상력과 통찰력과 직관을 총동원하여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시도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런 시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거대한 성공과 거대한 실패를 가르는 변곡점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스마트 월드', 리처드 오글)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꿔라   

2011. 2. 16. 09:00
반응형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2011년이 시작된 지 벌써 1달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러분은 연초에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을 겁니다. 다이어트 하기, 책 읽기, 영어 공부하기처럼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도 있고 MBO와 같이 회사에서 세운 목표도 있겠죠. 그 목표들이 지금 계획에 맞게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은 채 선언적인 목표로만 남아 있습니까?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는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전에 연휴 동안 해야 할 일을 각각 2개씩 정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식구들과 모여 식사하기, 스포츠 활동하기처럼 쉬운 과제를 세우게 했고, 나머지 하나는 식구끼리의 의견 충돌 중재하기, 세미나에 발표할 자료 만들기 등과 같은 어려운 과제를 정하게 했죠. 학생 한 명 당 어려운 과제 하나와 쉬운 과제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겁니다.



그런 다음, 골위처는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정한 2개의 과제를 각각 '언제'가 되면 실행할지, 그리고 '어느 곳'에서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물어보고 그것을 과제와 함께 제출하게 했습니다. 나머지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과제 2개만 정하게 하고 구체적인 때와 장소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골위처는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완료했는지 점검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려운 과제에 대해서 A그룹이 B그룹보다 실행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A그룹은 3분의 2가 어려운 과제를 완료한 반면, B그룹은 4분의 1만 과제를 수행했죠. 쉬운 과제에 대해서는 어땠을까요? 두 그룹 간에 실행률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두 그룹 공히 80% 이상의 실행률을 나타냈습니다.

골위처는 이 실험 이후에 유사한 실험을 다시 수행했습니다.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연휴 동안 어떤 이벤트를 즐길 것인지 레포트를 써서 자신에게 이메일로 보내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요즘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다고 학생들에게 둘러댔죠. 단, 그 이벤트가 끝나고 48시간 안에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죠.

그는 역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에 A그룹에게는 '언제', '어디에' 있을 때 그 레포트를 써서 메일을 보낼지를 물어봤습니다. 반면 B그룹에게는 48시간 안에 이메일을 보내라고만 했지요. 어떤 학생들이 약속을 잘 지켰을까요? A그룹은 75%가 48시간 안에 메일을 보낸 반면, B그룹은 33% 정도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골위처가 행한 2개의 실험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를 정할 때 실행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이를 '실행의도 이론(Implementation Intention)'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과제만을 세우는 것을 '목표의도(Goal Intention)라고 부르죠.

실행의도 이론이란 말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목표나 과제를 계획할 때 그것을 구체적인 '조건문'으로 바꾸면 성공할 확률이 크게 높아짐을 일컫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하기'란 목표를 정했다면 "감자튀김을 보면 그것을 멀리하겠다"와 같이 "X이면 Y이다"의 형태로 바꾸면 다이어트의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한 골위처의 실험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9시가 되면 OO을 실행하겠다", "OO에 있을 때 레포트를 쓰겠다"와 같은 조건을 달게 하면 실행할 확률이 높아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결과입니다. 특히 어렵고 까다로운 과제일수록 효과가 있지요.

여러분의 회사가 MBO를 운영한다면 지금쯤 목표 수립을 모두 완료했을 겁니다. 그런데 몇몇 회사의 MBO sheet를 보면 과제와 타겟만 나와있을 뿐 그것을 언제 누가 실행할지와 같은 기본적인 실행계획조차 없더군요. 왜 구체적으로 수립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일정이나 R&R을 정해놓으면 옥죄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정하지 않는다"와 같은 이상야릇한 대답이 나옵니다.

충실한 MBO되려면 골위처가 조언했듯이 구체적인 조건문들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고객 발굴'이 목표라면, "언제가 되면 OOO회사를 방문하겠다", "목표 고객사 사람들이 어떤 행사에 참여하면 그들과 명함을 교환하겠다"와 같이 여러 개의 "X이면 Y이다"를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조건문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목표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는 '선언적인' 목표일 겁니다.

저는 1년 째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에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주말 제외). 그 전에는 마음이 내키면 글을 썼는데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 인정 받으려면 정기적인 발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고 때로는 괴로운 일임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매일 밤 10시가 되면 책상에 앉아 블로그 창을 열어서 글을 쓰고, 다음날 아침 9시에 발행되도록 예약을 걸어두자"라는 '실행의도' 장치를 만들어 두자 '매일 하나씩의 글을 올리자'란 목표가 그리 버겁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밤에 글을 못쓰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라도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세운 목표 중에 어려운 목표가 있다면 "필히 달성하겠다"란 의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숫자를 넣어서 "7kg을 감량하겠다"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언제 할지, 어디에 있을 때 할지, 어떤 경우에 어떻게 처신할지 등을 조건화할 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겁니다.

(*참고도서 : '클루지', 개리 마커스)
(*참고논문 : 여기를 클릭)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   

2011. 2. 15. 09:00
반응형



1986년 1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위에 갈라진 오링(O-ring) 때문이었지만, 그 결함을 알고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오류가 사고 발생의 근본원인이라는 다이앤 본(Diane Vaughan)의 주장을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또한 사고 발생의 원인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의사소통의 단절'이 결국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한 걸까요?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로스 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라는 걸출한 물리학자가 개발의 총괄 책임자였고 파인만은 그 중 하나의 모듈 담당자였죠. 적이었던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일치단결해야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원자폭탄 선(先) 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문제해결에 전력을 다했죠. 부분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였으니 말입니다.

파인만은 나사(NASA) 역시 우주선을 달로 쏘아 보내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협력 분위기가 조정됐으리라고 추론했습니다. 소련이 1957년에 스푸트니크 호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인간을 달에 올려 놓겠다"는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이 두 국가의 치열했던 경쟁을 대변합니다. 알다시피 결국 미국이 먼저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을 달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무사히 귀환시킴으로써 경쟁의 승리자가 되죠.

파인만은 챌린저 호가 폭발하게 된 문제의 씨앗이 달 착륙 이후에 잉태됐다고 말합니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나사는 어느새 휴스턴, 헌츠빌, 플로리다 등의 기지에 수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거대한 조직이 됐죠. 하지만 달 착륙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소련과의 경쟁이 무의미해지자 거대조직을 이끌고 갈 명분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겠죠.

만약에 여러분이 나사를 이끄는 고위 관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대한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이곳저곳 흩어진 기지들을 통폐합하겠습니까? 제3자라면 모를까, 자신이 이해관계자라면 자기 살을 깎아내는 행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의회로부터 좀더 많은 예산을 책정 받기 위한 로비에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나사라는 조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알려야 했습니다. 기술력보다는 정치력이 나사의 존속에 요구되는 필수역량이 되어 버렸죠. 파인만은 이러한 예산 책정을 둘러싼 로비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과장된 홍보가 남발됐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왕복선 한 대로 몇 번이고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결국 우리는 달 착륙에 성공했듯이 우주왕복선 개발도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나사의 고위관리자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부풀렸으리라고 파인만은 생각했죠. 그래야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가 거대조직인 나사를 계속 유지할 명분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여러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거나 좀더 검증이 필요한 기술을 곧바로 구현하라고 지시 내리는 고위관리자들을 바라보는 기술자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당연히 책임감 있는 엔지니어로서 "안 된다"란 거부 의사를 밝힐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정치적인 힘에 눌려 묵살되고 프로젝트는 강행되고 맙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 발생되는 여러 결함을 보고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긍정적인 이야기만 듣고 싶어하는) 윗사람들에게 기각되어 버립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회가 알게 되면 힘들게 얻어 온 예산이 철회될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문제가 제시되는 족족 묵살 당하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처음엔 윗사람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대화를 해보지만 계속해서 무시를 당하게 되면 될대로 돼라는 심정이겠죠. 그래서 입을 닫고 윗사람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양방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만 쏟아지는 최악의 의사소통 구조가 굳어지고 맙니다.

바로 이것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이유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오링(O-ring)이 갈라져 버리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누출을 막아주지 못할 거란 경고가 챌린저 호 발사 전에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관성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말았죠.

파인만은 "아랫사람들이 실무적인 내용을 가지고 윗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그러면 윗사람들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게 된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해, '업적 경쟁' 때문에 의사소통이 마비된다는 이론이죠.

여러분의 회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고객에게 주주에게 경영자에게 자기부서나 자기사업부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 역량이 부족해 수행하기 어렵거나 그다지 긴급하지 않는 과제들을 전시용(혹은 과시용)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몇몇 회사에서 서로 업무분장이 겹치는 부서들이 업적을 돋보이려고 불필요하게 경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심한 조직일수록 연초가 되면 전시용 과제들이 사업계획서에 넘쳐나는 모습을 봅니다.

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에 의하면 그런 조직들은 상하간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일을 위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가 의사소통의 질과 양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아닐까요? 의사소통은 참 미묘하고 섬약합니다. 이렇듯 과도한 업적 경쟁에 의해서도 쉽게 영향을 받으니 말입니다. 상하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문제는 자주 회의를 한다고 해서, 간담회 같은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못합니다. 관리자들의 과도한 경쟁과 불필요한 공명심이 발호하는 한 의사소통 단절 문제의 해결은 요원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 참고도서 : "남이야 뭐라 하건!", 리처드 파인만)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