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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엄청나게 내려 도로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눈은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고 바람까지 세게 몰아쳐서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입니다. 헌데 불행히도 오늘은 월요일이라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날입니다. 여러분은 창밖을 내다보면서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회사에 가지 말고 오늘은 집에서 일할까?' 혹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늘은 집에서 쉴까?' 라고 말입니다. '집에서 쉬겠다고 하면 부장님이 뭐라고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듭니다. 아마 이렇게 기상 조건이 최악이면 여러분이나 저나 회사에 나가기 싫은 마음은 똑같을 겁니다.
허나 최악의 기상조건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죠. 산업심리학자인 프랭크 스미스는 그런 사람들이 과연 어떠하기에 악천후를 감수하고 출근을 감행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사실 스미스는 시카고에 있는 시어스(Sears) 본사 직원들 3,000명을 대상으로 근무만족도가 회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수고를 감수하는지를 연구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카고에 강력한 눈 폭풍이 몰아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스미스는 바로 그 날 직원들의 근무만족도가 '눈보라를 뚫고 기꺼이 출근하려는 수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회사에 결근해도 괜찮을 듯한(혹은 휴가를 내도 뭐라고 할 만하지 않은) 그 날, 근무만족도가 높은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통근버스를 타고 더 많이 출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시어스 본사 직원들의 평소 출근율은 96%(휴가자를 감안한 값인 듯)를 기록했지만,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에는 평균 70%의 출근율을 나타냈습니다. 스미스는 직원들을 27개 집단으로 나눠 각각 근무만족도를 조사했는데, 근무만족도가 낮은 집단일수록 출근율이 낮은 패턴이 나왔습니다. 가장 낮은 출근율은 37%였고, 가장 높은 출근율은 평소보다 상회하는 97%를 기록했습니다. 아주 편차가 컸죠.
스미스의 연구는 근무조건이나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눈보라가 치는 악천후를 기꺼이 감수하고 회사에 나오려는(즉 출근하려는) 의지를 결정한다는 점을 알려 줍니다. 좀더 일반화하면,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는 직원일수록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알아서 찾으려 하고 자발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특히 보스)들로부터 시달리는 직원, 과중한 업무량을 떠 안았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직원,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겉도는 직원일수록 근무만족도가 낮고, 그런 직원일수록 자발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우리가 이미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이지만 스미스의 연구는그런 상식이 옳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한 회사의 CEO 혹은 임원이라면, 악천후인 날에 직원들의 자리가 많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느껴야겠죠. 직원들이 회사나 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지, 성과를 내라는 압력에 치어 사는 건 아닌지,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리더십이 직원들의 근무만족도와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는지도 돌아봐야겠죠.
물론 요즘의 직원들은 과거보다 사고방식이 '리버럴' 해서 기상조건이 최악인 날이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할 절호(?)의 기회다'라고 생각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근무만족도가 낮아서 출근하기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재택근무해도 별 탈 없는 직무를 가진 직원들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하지만 회사 내에 여러 집단(혹은 여러 팀)별 근무만족도의 차이가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여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다면, 그런 생각을 가지라고 외치기 전에 직원들이 얼마나 근무에 만족하는지, 왜 근무에 만족하지 못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피는 일이 먼저입니다. 근무만족도를 저해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피로감이 가장 심각한 악성요소입니다. 경영자와 관리자는 그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서 날씨가 나쁜 날에 '너희들이 얼마나 출근하는지 보겠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최악의 날씨를 보이는 날에 직원들의 빈 자리를 보면서 반성과 변화의 계기를 다짐하는 자가 중용의 덕을 실천하는 경영자일 겁니다.
(*참고논문 : Work attitudes as predictors of attendance on a specific day )
(*참고사이트 : http://www.psychologytoday.com/blog/work-matters/201011/the-snowstorm-study-classic-study-employee-commit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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