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과도하면 성과가 떨어진다   

2011. 4.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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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이런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피실험자에게 모두 6개의 게임을 수행하게 한 다음에 수행 성적에 따라 돈을 지급하기로 한 실험이었죠. 하나의 게임에 대해 '매우 좋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40루피, '좋음' 등급을 받으면 20루피를 받지만 '좋지 않음'이란 평가가 내려지면 그 게임에 대해서는 돈을 받을 수 없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래서 피실험자는 6개의 게임을 모두 훌륭하게 수행하면 최대 240루피의 돈을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240루피는 약 5달러 정도 되는 돈인데, 인도 사람들에게는 한달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습니다. 단 1~2시간 만에 최대 240루피를 벌 수 있으니 피실험자들은 게임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겠죠. 6개의 게임은 미로 찾기, 퍼즐 맞추기 등과 같이 창의력, 기억력, 문제해결력 등 머리를 좀 써야 하는 게임들이었습니다.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피실험자들은 돈을 얼마나 받아 갔을까요? 그들은 어떤 게임은 잘하고 어떤 게임은 잘하지 못해서 평균적으로 제시된 금액의 40% 정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240루피의 40%인 96루피 정도를 받아갔죠. 240루피보다는 적지만 1~2시간 만에 한달 수입의 25%를 벌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은 만족해 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공동 설계한 댄 애리얼리, 니나 마자르, 우리 그리니, 조지 뢰벤스타인 등의 행동경제학자들이 알아보려고 했던 것은 게임에 걸린 금액의 크기가 게임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주사위를 던지게 해서 게임의 판돈을 결정하게 했습니다. 1과 2가 나오면 게임당 4루피, 3과 4가 나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게임당 40루피로 정했지만, 5와 6이 나오면 게임당 무려 400루피의 판돈을 걸었습니다. 피실험자가 운이 좋아 주사위를 던져서 5와 6을 얻으면 무려 2400루피나 되는 거액(5개월치 급여에 해당)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여러분도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해오면 당연히 게임에 임할 겁니다.

게임에 걸린 판돈의 크기가 피실험자들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운이 나빠 최대 24루피 밖에 벌 수 없었던 사람들, 즉 '낮은 보상'을 받기로 한 사람들은 최대 판돈 24루피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10루피 정도만 받아 갔습니다. 이것은 최대 240루피라는 '중간 정도의 보상'을 받기로 된 사람들의 성과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낮은 보상'과 '중간 정도의 보상'을 받기로 된 사람들 중 '매우 좋음'이란 평가를 받은 사람은 대략 20%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낮은 보상'을 받기로 한 사람들이 '매우 좋음' 등급을 조금 더 받았다고 합니다.

반면 최대 2400루피를 받기로 된 사람들, 즉 '높은 보상'을 제안 받은 사람들의 성과는 어땠을까요? 실망스럽게도 그들은 2400루피의 25~30% 밖에 안 되는 600~720루피만 받아 갔습니다. 절대 금액은 '낮은 보상'과 '중간 정도의 보상' 그룹보다는 높았지만, 소위 '성과 달성률'은 그들보다 훨씬 낮았던 겁니다. 게다가 '매우 좋음' 등급은 받은 사람들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과와 보상이 서로 비례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보상을 높게 책정하면 그에 따라 성과가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이 실험은 그러한 통념이 틀렸음을 일깨웁니다. 물론 보상은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꽤 괜찮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보상 수준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성과와의 비례관계가 깨지고 오히려 성과가 하락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 실험이 단적으로 보여주죠.

그렇다면 매우 높은 보상을 받기로 한 사람들의 성과는 왜 높지 않은 걸까요? 댄 애리얼리 등은 높은 보상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성과 수준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극심한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실험에서 사용된 6개의 게임은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직무를 모사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소위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을 약속하면 집중력이 분산되고 초초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나에게 CEO 만큼의 연봉을 주면, CEO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내주마"라고 호언하는 분들이 몇몇 있겠죠.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머리 속으로 한번 상상해보면 금세 호언장담을 취소하고 싶어질 겁니다. 지나치게 높은 보상은 '사회적 압박'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니 "차라리 적게 받고 마음 편히 일하겠다" 라고 생각할 겁니다. 오히려 그래야 보상에 걸맞는 성과를 내기가 쉽다는 점을 위의 실험이 시사합니다.

그러면 "보상의 적정 수준은 얼마인가?"란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기는군요. 다시 말해, 성과와 보상 사이의 비례관계가 유지되는 선에서 최대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란 문제입니다. 그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과가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에 이 질문은 경영자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은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회사마다 영위하는 업의 특징과 내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방치할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의 해법은 적정한 보상 수준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보상을 함으로써 성과에 대한 동기를 높이되 '직원들이 성과에 대해 과도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가 직원들을 단기적인 '성과 전쟁'에 내몰고 그에 따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평가가 압박감을 고조시킨다면 평가 주기를 1년보다 길게 가져가는 것도 해법이 되겠죠. 또한 연말에 한꺼번에 큰 성과급을 나눠주기보다는, 조금씩 나눠준다든지,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비금전적인 보상의 비율을 늘린다든지의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목이 오해를 좀 불러일으킬지 모르겠군요. 연봉이 높으면 성과는 향상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으면 성과가 떨어지고 맙니다. 성과와 보상 간의 스위트 스폿을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 그리고 동기부여와 압박감 사이의 균형점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것, 이것 또한 중용이라 말할 수 있죠. 그냥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리멍텅한 자세가 중용이 아닙니다. 중용은 끊임없는 탐색이고 동적인 모색입니다.

(*참고도서 : '경제심리학')
(*참고논문 : 'Large Stakes and Big Mista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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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4.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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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저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 많은 독서량은 아니였지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는 한 달이었습니다. 저는 컨설턴트입니다. 큰 컨설팅펌이 아니라 작은 컨설팅 부띠끄(나쁘게 말하면 구멍가게 ^^)를 운영하죠. 큰 컨설팅펌들은 자체적으로 DB가 있고(그게 얼마나 막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교육과정이 있습니다(그게 또 얼마나 컨설턴트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반면, 저는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회사만큼의 DB가 없고 교육과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런 DB나 교육과정보다 독서가 제일이라고 믿습니다. DB나 교육과정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이지만 독서는 본인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배운 지식이 더 오래 갑니다.



'회사에서 교육을 별로 안 시켜준다'란 불만을 인터뷰할 때 자주 듣습니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거의 항상 나오는 불만이죠. 물론 회사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정말 필요로 한다면 누군가가 자기에게 뭔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 찾아서 공부한다고 마인드 세트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다양한 방면 혹은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책을 스스로 찾아 진정한 지식을 섭렵하는 게 회사에서 몇 시간 해주는 교육보다 더 큰 강점으로 남을 겁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완연한 봄이라서 독서하기엔 별로 좋은 계절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책보다는 봄 구경에 쏠리기 때문이라네요. 관심을 둘만한 다른 이벤트가 많으면 두툼한 책을 보면서 '이걸 언제 읽나?'란 생각에 책을 펴보기가 더 두려워집니다. 저도 자주 그렇습니다. 그럴 땐 '한 페이지만 읽고 바로 끝내자' 라고 마음 먹고 읽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10 페이지, 20페이지를 넘어서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길 권합니다.

아래에 짧게 평을 달았으니, 책을 고를 때 참고하기 바랍니다.

로지코믹스

로지코믹스 : 수학의 토대를 찾으려고 애썼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란트 러셀의 삶을 만화로 그려낸 책입니다. 만화라서 마음만 먹으면 1~2시간 내에 읽을 수 있지만, 수학을 이야기하기에 내용은 나름 심오하고 철학적입니다. 작가의 그림체와 그림의 흐름이 매력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러셀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조만간 그의 자서전을 읽어 볼 생각입니다. 추천합니다.


성공의 심리학

성공의 심리학 : 자기계발서와 같은 제목이 붙었지만, 이 책은 마인드세트에 관한 책입니다. 분야에서 많이 알려진 캐롤 드웩이 썼죠. 그녀는 마인드세트를 '성장 마인드세트'와 '고착 마인드세트'로 나눕니다. 둘 중에 어떤 마인드세트를 가지느냐에 따라 행복, 성공, 육아, 교육, 사랑, 대인관계 등에 큰 차이가 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심리학 책이지만 평이하게 서술한 탓에 금세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마인드세트를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점검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추천합니다.


머니랩

머니랩 :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실행된 여러 가지 경제학 실험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으로 증명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힌트와 인사이트를 줍니다. 꼭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봤던 책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다른 책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쪼개서 각각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지만, 이 책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디 랭귀지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의 보디 랭귀지를 관찰하려면 그 사람의 baseline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합니다. '배꼽의 법칙', '거시기의 법칙' 등 흥미로운 개념도 소개합니다. 읽어보길 권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보이지 않는 고릴라 : 대략 50%의 사람들이 농구를 하는 선수를 사이를 지나가는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유명한 실험을 수행한 심리학자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범하는 여러 가지의 '인지 오류'와 '착각'을 재미있는 실험과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합니다. 조직 운영에 시사하는 바도 매우 큽니다. 꼭 읽기를 강추합니다.


문제해결의 기술

도서명 미정 : 위의 사진에는 5권의 책 밖에 없는데, 왜 6권의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할지 모르겠네요. 아직 출간되지 않은(4월 중순 출간 예정) 책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측에서 감수 의뢰를 받아 읽게 된 책이죠. 책이 나오면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익 모델' 혹은 '비즈니스 모델'의 유형과 그것을 적용하는 방법을 소설 형식을 빌어 설명합니다.

즐거운 독서,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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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총소득 2만 달러의 허구   

2011. 4.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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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GNI(1인당 국민총소득)가 2만 달러를 다시 회복했다는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지표만 보자면 우리가 예전보다 더 잘 살게 됐다는 뜻이죠. 실질 GDP 성장률도 6.2%로 기록했는데 2009년의 0.2%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크게 상승했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보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콧방귀를 뀌기도 하더군요. 아마 여러분들도 그랬을 것 같네요. 피부로 체감하는 부(富)와 괴리가 크게 느껴지는 탓이겠죠. 1인당 GNI가 늘었다고 해서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부를 제외하고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2008~2009년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원/달러 환율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헌데 작년 들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대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원화 가치 덕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회복한 겁니다. 경제의 펀더멘탈이 강해졌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저 환율로 인한 착시효과죠. 

사람들이 1인당 GNI의 증가를 자신의 부의 증가로 일치시키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 계수'를 보면 1990년 이래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니 계수란 전체가구(인구)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사이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뜻입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어떨까요? 이 값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값이 클수록 소득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큼을 나타냅니다. 역시 1990년 이래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위 소득 50% 미만의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 역시 증가하고 있죠.



1인당 GNI가 증가한다고 해서 단순히 좋아할 수 없는 까닭은 이처럼 소득의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1인당 GNI 안에 포함된 소득의 '질'이 과연 좋으냐 나쁘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총소득(혹은 국내총생산) 안에는 자동차 사고, 환경오염, 통근, 질병 등 사람들의 생활방식 때문에 생겨나는 각종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용들이 모두 '소득' 혹은 '생산'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함께 합산되기 때문에 일종의 '허수 효과'를 나타냅니다. 경제전문가들이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까닭은 재해 복구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결국에는 경제성장에 기여(?)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1인당 GNI(혹은 1인당 GDP)는 오직 숫자로 산출되는 소득액이나 생산액만 다룰 뿐, 양육이나 가사 노동과 같이 사회의 결속과 안녕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의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1인당 GNI(혹은 1인당 GDP)는 국가와 사회의 경제적 발전과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외하고, 가사노동과 육아로 인한 유익함을 더해서 새롭게 지표를 산출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만든 지표를 '1인당 실질진보지표(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라고 명명합니다. J. 베네툴리스와 C. 코브는 1950년부터 2002년에 이르는 미국의 1인당 GPI를 계산했습니다. 그랬더니, 1인당 GDP는 1만 달러에서 3만 5천 달러 선까지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GPI는 5천 달러와 1만 달러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던 겁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1인당 GDP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으로 인해 과다하게 부풀려졌음을 뜻하는 건 아닐까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1인당 GPI를 관리하지 않지만, 만약 산출해 본다면 미국과 비슷한 패턴이 나오리라 추측됩니다. 개인적으로 통계청에서 GPI를 꼭 관리하기를 요청해 봅니다.

오늘은 만우절인데,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말았군요. 하지만, "1인당 GNI 2만 달러 회복"이라는 말처럼 만우절에 어울리는 주제가 있을까요?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참고 사이트 : 통계청)
(*참고자료 : The Genuine Progress Indicator 1950-2002 (2004 Up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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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   

2011. 3.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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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을 만드는 어떤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지역에 3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커다란 부품 계약 2건을 놓치는 바람에 3개의 공장 중 두 곳의 임금을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사회는 두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15%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죠.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공장은 임금을 삭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심리학자 제럴드 그린버그(Jerald Greenberg)는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진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는 실험 조건을 놓치지 않았죠. 그가 실험하고자 했던 가설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들이 회사의 물건을 절도하는 일이 더 많다" 였습니다. 그가 이 연구를 시작한 1990년에는 직원들에 의한 절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인식되던 터였습니다. 좀 오래된 정보이지만, 미국 경영자 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에 의하면 1975년에 미국만 해도 50억불에서 100억불 정도의 '직원 절도(Employee Theft)'가 일어났다고 추정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면 직원 절도 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임금 삭감이 결정된 두 공장 중 한 곳의 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왜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지 그래프와 그림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고통 분담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습니다. 사장의 설명은 9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다른 공장의 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이 '앞으로 15%의 임금 삭감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알아라' 식으로 설명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임금 삭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그래프도 없었고 설명은 겨우 15분 동안 성의 없게 이뤄졌지요.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린버그는 임금 삭감 조치가 실행되기 전의 직원 절도율(Rate of Employee Theft)를 조사했는데, 당연히 세 공장 모두 비슷한 값이 나왔습니다(평균 3.0% 수준). 하지만 임금 삭감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임금이 삭감되기로 한 두 곳의 공장에서 직원 절도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이는 삭감된 임금을 무언가를 통해 벌충하려는 직원들의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개인적으로 필요가 없는 물품인데도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죠.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신입으로 들어간 첫 직장이 부도를 맞아 휘청거릴 때 월급이 일주일 정도 늦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복사기 옆에 쌓인 A4 용지 한 권을 집에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유용(?)했죠.

그렇다면 똑같이 임금 삭감이 결정됐지만 상세한 설명을 들은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은 어떤 차이가 생겼을까요? 사장으로부터 성의 있는 해명을 들은 공장 직원들의 절도율은 대략 평균 4.7%로 상승한 반면, 부사장의 성의 없는 설명을 들은 공장 직원들은 평균 8%에 이르는 절도율을 나타냈습니다. 세 공장 중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서 대조군(control group)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 직원들의 절도율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린버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의 설문에서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한 직원들은 임금 불평등에 대해 매우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반면, 상세한 설명을 들은 직원들은 임금 삭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급여의 불평등에 대하여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사 물건을 절도함으로써 임금 삭감을 벌충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심리, 상세하고 충분한 설명과 해명이 직원 절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부당하게 대우 받는다고 느끼고 게다가 성의 없는 설명을 들을 때 직원 절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은 아마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알고도 시간을 좀더 들여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임금 삭감과 같이 '강력한 조치'일수록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한 자세로 나가면 임금 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더 커지지라 지레 짐작합니다.

비단 임금 삭감과 같은 조치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직원들로부터 협조를 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사항에 대해 충분하고 성의 있는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장은 임원에게, 임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팀원에게 통보하면 된다는 하향식 의사소통의 방식이 여전합니다. 가능한 한 직원들의 반발을 눈앞에서 보기를 꺼려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소통 방식은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절도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더 보이지 않는 비용이 크게 발생합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업무를 게을리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놓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훨씬 크죠. 이런 비용은 절도보다 더 장기적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중대한 의사결정은 그만큼 변화관리가 중요합니다. 멀찌감치 물러서서 사태를 조망하겠다는 말은 직원들의 반발이 '겁난다'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더 반발할 거라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모욕적입니다. 직원들을 '생각 없고 돈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은근히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외집단(out-group)이 아닙니다. 그들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아픈' 조치일수록 진정성이 우러난 해명과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 그것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배려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절도는 나쁜 짓이고 정도가 심하면 범죄에 해당합니다. 절도를 저지른 직원들을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직원 절도율이 높아진다면 직원들을 탓하기 이전에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
http://www.personal.psu.edu/faculty/k/r/krm10/PSY597SP07/Greenberg%20costs%20of%20pay%20cuts.pdf )
(*참고도서 : '머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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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2011. 3.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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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비곤 호수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라디오 진행자인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er)가 "워비곤 호수가에 사는 남자들은 모두 잘 생겼고 모든 여자들은 강하며, 모든 아이들의 지능은 평균 이상이다" 라고 언급하면서 생긴 심리학 용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여긴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죠. 대략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지능과 능력에 있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50퍼센트의 사람들이 상위 50%에 속한다고 생각해야 옳은데도 말입니다.

바로 이런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에 다면평가(360도 피드백)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고 심하면 크게 충격을 받고 좌절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의 괴리가 왜 그렇게 큰지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MBA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정례화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신입생(대개 직장을 다니다가 들어온)들의 예전 동료, 고객, 그리고 현재의 급우들이 다면평가자가 되었죠.



다면평가를 실시하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평가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9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왜 자신이 느끼는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자신이 다른지 이해하지 못했죠. 자신을 리더라고 생각한 어느 학생은 남들이 자신을 똑똑하게 평가하지만 경영자가 될 재목은 아니라는 평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격이 다혈질은 어느 학생은 남들로부터 정서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서 매우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이엔가는 이런 '부조화' 현상이 매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에 왜 이런 갭이 생기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은 나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 합리화할 기회를 가지지만, 타인은 나의 행동이나 사고를 그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합리화'라는 색안경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타인은 '그들 자신의 경험'이라는 색안경으로 나를 바라보기 때문이죠.

'워비곤 호수 효과'는 '지식의 저주'라는 말과도 연관이 됩니다. 1990년에 엘리자베스 뉴턴은 스탠퍼드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생일 축하송'과 같은 간단한 노래의 멜로디를 입으로 소리내지 말고 오직 박자에 맞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만 두드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슨 노래인지 알아맞히라는 임무를 부여했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노래의 제목을 맞혔을까요? 실험에 사용된 노래는 모두 120곡이었는데, 그 중 3곡 밖에 맞히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테이블을 두드리면, '듣는 그룹'의 학생들 중 50%는 곡명을 알아맞히리라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못미치게 결과가 나오자 상당히 의아해 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곡도 못 맞히다니, 바보 아냐?" 라는 반응도 나왔죠.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입니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은 자신이 이미 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박자를 듣는 사람들이 왜 곡명을 모르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른다는 것이 '용서'가 안 되는 것이죠. 칩 히스와 댄 히스는 그들의 책 '스틱'에서 "무언가를 알게 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고 지적합니다. 즉 자신의 행동과 사고에는 분명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알지만, 남들이 그것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죠.

미국에서는 '포춘 지' 선정 500대 기업 중 90%가 다면평가를 채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기업들과 공공기관들이 다면평가를 도입했는데, 운영하다가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해 버리는 조직이 많습니다. 제도를 운영해서 구성원의 불만만 야기하느니 차라리 폐지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와 '지식의 저주 효과'로 인한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을 다면평가 자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다면평가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좋은 게 좋다'란 생각으로 다면평가를 '인기투표'로 변질시키지 않는 한(대개 다면평가를 보상으로 연결시킬 때 인기투표의 경향이 나타남), 다면평가는 남들이 생각하는 '나'를 통해 좀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비록 평가 결과를 받는 순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간의 괴리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충격을 받겠지만, 그런 자극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하죠. 1년에 한번 정도 그런 자극은 직원 개인에게 꼭 필요한 '입에 쓴 약'입니다.

다면평가에 문제가 많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남들의 평가을 통해 스스로를 계발할 동기를 찾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에게는 타인의 평가가 그저 기분 나쁜 것에 그칠 뿐입니다. '목소리 큰'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다면평가를 폐지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입니다.

다면평가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다면평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채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상'에는 반영하지 않아야 합니다. 연봉이나 승진 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인기투표로 흐르거나 건강한 긴장감을 소모적인 갈등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직원 각자에게 피드백하여 역량 계발의 동기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평가로만 끝나고 개인들에게 피드백하지 않는 기업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다면평가 결과가 이상한 용도로 쓰인다고 오해를 키울 뿐입니다.

다면평가를 통해 직원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와 '지식의 저주'를 깨뜨림으로써 다른 직원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하는 장치로 다면평가를 유도하는 일이 인사부서와 경영자의 몫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왜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라고 말하면서 다면평가로부터 아무것도 배우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참고도서 : '쉬나의 선택실험실',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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