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가 조직을 죽이고 살린다   

2011. 5.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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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교의 리 로스(Lee Ross)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워낙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로스가 실시한 게임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게임에 참가하는 두 사람이 서로 정직하고 협조적이면 둘 다 공평하게 보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상대방을 이기려 하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협조적일 때는 내가 큰 보상을 받습니다. 반대로 내가 협조적으로 상대방을 대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이기려고 달려들 때는 나는 큰 손해를 입게 되죠.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사람들은 경쟁과 협조 중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까요? 당연히 사람들은 협조보다는 경쟁 전략을 택할 겁니다. 내가 협조적으로 나갔는데 상대방이 경쟁적으로 나오면 큰 손해를 입으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 모두 경쟁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둘다 협조했을 때보다 결과적으로 나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게 죄수의 딜레마의 요지입니다.



로스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 게임을 상대방과 여러 번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로스는 실험에 한 가지 트릭을 추가했습니다. 학생들을 절반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이 게임의 이름이 '커뮤니티 게임'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알려줬던 겁니다. 두 게임 모두 방식은 앞에서 말한 대로 동일했습니다.

단순하게 게임의 이름만 달리 부여했는데, 두 그룹 사이의 게임 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커뮤니티 게임'이라는 말을 듣고 게임에 임한 학생들이 '월스트리트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보다 훨씬 협조적이고 최종적인 보상의 크기도 컸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요? 로스는 이렇게 추론합니다. '커뮤니티 게임'이란 말을 들은 학생들은 상대방과 자신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무의식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습니다. 반대로 '월스트리트 게임'이란 이름을 듣는 학생들은 주가가 오르내리고 악을 질러대는 증권시장을 연상하면서 약육강식의 경쟁이란 프레임으로 게임에 임합니다.

이렇게 게임을 인식하는 최초의 상태가 상대방을 나의 친구로 보느냐 아니면 적으로 보느냐를 결정하죠.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첫판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협력할지 경쟁할지)가 은연 중에 결정되고, 첫판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했느냐를 보고 다음 판에서 취할 자신의 전략을 선택합니다. 만일 첫판에서 상대방이 나를 이기려 했다면 괘씸해서라도 다음 판에서는 경쟁 전략을 취할 테고, 상대방이 나에게 협조적으로 나왔다면 다음 판에서는 자신도 협조하려고 하겠죠. 최초에 게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다음 판, 그리고 또 다음 판의 게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 그룹의 학생들이 나타낸 결과가 달랐던 겁니다.

로스는 이 실험을 이스라엘의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도 수행했는데 그때도 역시 비슷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협력이 강조되는 전형적인 조직이라고 할 만한 공군사관학교에서도 동일하게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게임에 대한 최초의 프레임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를 가늠케 합니다. 작은 언어의 차이도 이렇게 게임의 양상과 결과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리는 회사라는 조직이 외치는 가치, 구호(비전이나 미션), 전략, 제도들이 직원들의 행동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실험은 성과주의 제도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성과주의 제도는 필연적으로 직원들 간의 경쟁을 유도합니다. 간단히 말해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죠.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댓가를 주겠다는 것이 사람들의 경쟁에 불을 붙이고 그로 인해 회사의 성과는 더욱 높아진다는 발상입니다.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소식은 '이제부터 경쟁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직원들에게 줍니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협력하면 안된다', '협력하면 손해를 본다'라는 메시지도 함께 부여한다는 것이죠. 100 미터 달리기에서 옆 트랙을 달리는 선수를 도와주다가는 이기기는커녕 꼴찌로 처질 테니까요.

성과주의라는 강력한 프레임이 이제껏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던 문화를 세랭기티 초원에서 펼쳐지는 약육강식의 문화로 순식간에 변화시킵니다. 이런 변화가 긍정적일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생각한다면 성과주의라는 단어를 함부로 내뱉지 말아야 합니다. 어제의 포스팅에서 언급한 HP의 사례를 보면 성과주의의 문제를 그저 작은 부작용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듭니다. 우리의 조직문화에, 우리 업의 특성에 꼭 필요한 가치라는 판단이 든 후에야 성과주의를 말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한번 덮어 씌워진 프레임은 웬만해서 쉽게 벗겨지지 않으니 조심해야 하죠. 

보수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건강한 보수주의적 경영은 말 한 마디가 직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는지 매번 검증하고 경계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경쟁사가 한다고 해서 또는 최첨단 기법이라고 해서 척척 받아들이는 자세는 겉으로는 꽤나 진보적으로 보이겠지만, 어쩌면 무사안일하고 직원들을 헛갈리게 만드는 나쁜 보수주의일지 모릅니다.

말 한 마디가 조직을 살리기도 하고 조직을 죽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 The Name of the Game: Predictive Power of Reputations versus Situational Labels in Determining Prisoner’s Dilemma Game Mo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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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가 망쳐버린 HP   

2011. 5. 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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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대 초반에는 보상을 차별적으로 하면 직원들의 동기를 끌어올려 회사 성과에 기여하도록 만든다는 논리가 막강한 힘을 얻을 무렵이었습니다. 다국적 기업인 휴렛 팩커드(HP)의 경영진도 업계 분위기에 편승하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전면적으로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pay for performance)을 도입하려는 조치를 유보하고 차별적인 보상이 과연 효과적인지를 검증해 볼 만큼 현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13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보상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팀 성과 기반의 보상, 개인 스킬 기반의 보상, 이익 공유(profit sharing) 등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미국을 포함한 6개 국가에 이 보상 프로그램들을 시험적으로 운영해 봤죠. 실험을 통해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는 보상 프로그램이 발견되면 그것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시험적으로 운영한 13개의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애석하게도 실험을 시행한지 3년만에 모든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HP의 경영진들이 직원들과 인터뷰와 설문을 진행하고 생산과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후에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의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비어 교수와 밴더빌트 대학의 마크 캐논 교수도 HP의 데이터를 리뷰하고 직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왜 HP 경영진이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은 (적어도 초기에는) 회사 성과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여러 지사 중에서 샌디에고 지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지사에 적용된 보상 프로그램은 팀 성과 기반의 보상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 6개월 동안에 금세 효과를 나타냈죠. 이 지사는 목표 달성도를 Level 1, 2, 3의 3단계로 구분했는데, 거의 모든 팀이 Level 2 이상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리자들은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거의 모든 팀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에 예상보다 많은 성과급이 지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였죠. 그래서 샌디에고의 경영진은 목표가 너무 낮게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서 목표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죠. 목표를 올려버리면 그동안 받았던 성과급을 못 받을 게 뻔했습니다. 관리자들은 일보다는 성과급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직원들을 보면서 우려를 나타냈죠.

게다가 팀 성과 기반의 보상 방식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일으켰습니다. 예를 들어 부품이 늦게 입고된다든지 입고된 부품에 크게 하자가 발견된 탓에 '조립 부서' 직원들이 성과급을 못 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외부요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부서는 거의 없었죠. 이러한 외부요인의 효과를 감안하기 위해서 성과 목표를 재조정하는 일 역시 관리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도대체 외부요인을 어디까지 인정해 줘야 하는지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또한 능력이 좀 떨어져 보이는 직원을 자기 팀에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기주의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이 저조한 직원이 팀에 들어오면 팀 성과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성과급을 덜 받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죠. 특히 고성과자로 이뤄진 팀에서 이런 '벽'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벽은 사람들의 순환을 막아서 자연스러운 지식과 경험의 공유가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엔 회사 성과에 악영향을 줄 것이 눈에 훤했습니다. 새 보상 프로그램이 신뢰와 협력을 저해한다고 판단한 샌디에고 지사는 결국 1년 만에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을 폐기했습니다. 다른 지사나 공장에서도 3년 안에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시켰죠.

우리는 HP의 사례에서 3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그 효과를 사전에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HP 경영진은 현명하게도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의 효과를 떠벌리는 업계의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네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에 적합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는 용기를 보였습니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은 좋은 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도 큽니다. 득보다 실이 크다면 아무리 유행하는 기법이라고 해도 '증거에 기반하여' 꿋꿋이 자기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겠죠.

두 번째로 배울 점은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의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HP처럼 도입 초기에는 회사 성과가 잠시 상승할 수 있겠지만, 성과급에 익숙해지면 다시 원래로 회복합니다. 여기에 구성원들이 겪어야 할 스트레스, 갈등, 불신, 비협조 등을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상승한 회사 성과가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죠. 구성원들의 고통은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의 병으로 자라나서 성과를 갉아먹을지 모릅니다.

세 번째 시사점은 증거를 무시하는 경영자 하나가 조직문화를 망친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에 HP 경영진들이 애써 "차별적 보상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그 유명한(?) 칼리 피오리나가 1999년에 CEO로 부임하면서 전면적인 차별적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야심 만만한 그녀는 과거의 증거를 무시하고 보상폭이 큰 성과급이 회사의 성과를 견인하는 동력이라고 굳게 믿었고, '인간 경영'을 표방하던 HP의 이사회는 당시 실추된 HP의 위상을 그녀가 끌어올릴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그녀의 결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알다시피 HP는 인간 중심의 회사라는 좋은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말았죠.

여러분의 회사가 현재 새로운 제도나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HP 사례가 시사하는 이 세 가지 교훈을 충분히 염두에 둔 후에 일을 진행하기 바랍니다. 믿음이 사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면 지금 벌이는 일의 매몰비용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바로 중단하기 바랍니다. 그게 진정한 용기이고 중용입니다.


(*참고논문 : PROMISE AND PERIL IN IMPLEMENTING PAY-FOR-PERFORMANCE )
http://hbswk.hbs.edu/archive/34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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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커리어 컨설턴트 양성과정   

2011. 5. 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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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 사람의 생활방식을 비롯한 인생의 종합적인 부분들이 포함된 컨설팅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 커리어는 오직 일만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커리어는 인생 그 자체이며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즉 라이프 커리어 입니다.개인의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만족에서 오는 것입니다. 심리적 만족을 가져오는 커리어, 당신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커리어가 바로 내적 커리어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 및 은퇴하신 분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이 시니어의 내적 커리어를 찾아주고, 인생 전체의 계획에서 주도적인 경력개발을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시니어 커리어 컨설턴트 
시니어 커리어 컨설턴트 양성과정이 협력 업체인 (주)인덱스루트코리아 부설 휴먼피아 학원에서 개설되어 여러분께 소개를 드립니다. 교육에 대한 상세한 안내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 대상

모든 직무, 모든 직급

교육 내용
- 시니어의 발달과제 및 Career Transition으로 인한 심리적 변화과정 이해 
- 인생후반부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커리어 전략
- 생애설계의 이론적 구조와 생애설계의 흐름을 이해
- 인생관 및 가치관을 점검
 
- 여가유형, 시니어의 바람직한 가족관계, 시간관리방법, 건강관리의 3요소 학습
- 시니어의 직업능력개발에 대해 이해하고 일 이외의 다양한 역할
- 시니어의 재무설계의 프로세스 및 생애수지규모를 파악하고 수지균형을 위한 대응전략
- 인생사명서의 이해와 액션플랜 구성요소 및 작성방법. 라이프다이아 그램 작성지도
 
- 시니어커리어 카운슬링의 7단계 프로세스
- 시니어 구직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시니어의 전직 시 7가지 장애 요인의 이해를 통해
   시니어의 효과적인 구직전략을 학습
- 시니어 창업 시장의 특징을 이해하고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적합 직종 분야 소개
 
교육 일정
* 일 자 : 2011.06.04~2011.06.25(매주 토요일/4주 간)
* 시 간 : 09:30~18:30 (하루 8시간, 총 32시간)
* 강 사 : 라이프커리어 전략연구소 오영훈 소장
* 교 재 : 무료 워크시트 배부
* 강의  비용 : 
- 일반 수강 : 50만원 
- 근로자 능력개발카드 : 무료 (단, 2011.04.01 이후 발급카드부터는 20% 자비부담) 
- 근로자 수강지원금 : 수강료의 약 30% 환급
* 신청 방법 : 휴먼피아 홈페이지(http://www.humanpia.co.kr)에서 신청서 작성
* 결제 방법 : 현금, 입금, 카드결제 가능
* 장 소 : (주)인덱스루트코리아 부설 휴먼피아 학원(1호선 영등포)
* 홈페이지: http://www.humanpia.co.kr
  - 문의전화 : 070-8670-0914 (담당자 : 김윤영)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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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면이 없으면 협력도 없다   

2011. 5. 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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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린다 캐포랠(Linnda Caporael)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그녀와 동료들은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 않고 '사회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련의 실험을 10년 동안 수행했죠. 그들이 수행한 실험들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캐포랠은 서로 알지 못하는 9명의 참가자를 모아놓고 그들에게 각각 5달러씩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이야기했죠. "여러분 중 5명 이상이 방금 드린 5달러를 모금함에 기부하면, 9명 모두 10달러의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이면 돌려 받는 돈은 없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만일 9명 중에서 5명 이상이 기부에 동참(협력)하면, 기부한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10달러의 돈을 얻게 됩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15달러를 벌 수 있겠죠. 만일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상황이라 해도 기부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처음 받은 5달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기부에 동참함으로써 돈을 더 벌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으면서 남들의 협력에 무임승차하여 돈을 추가로 벌 것인가, 남들이 충분히 협력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가진 돈이라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참가자들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실험을 직접 해보면 기부에 협력하는 사람이 5명을 넘게 될까요? 애석하게도 매번 실험을 할 때마다 5명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참가자가들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상태에서는 '남들이 벌이는 잔치에 숟가락만 얹어놓자' 혹은 '가만히만  있으면 5달러라도 벌 수 있는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서 협력이 일어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총대 메주기(기부하기)를 원했죠.

캐포랠은 실험의 조건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실험 시작 전에 각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즉 기부해서 돈을 추가로 벌지, 기부하지 않아서 불로소득을 챙길 것인지 등)를 놓고 10분 동안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부에 동참하는 참가자가 5명이라는 문턱값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적으로 7~8명이 기부했던 겁니다. 그래서 9명의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평균 110~115달러의 돈을 번 셈입니다. 실험하기 전에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은 토론 그룹과 대비하여 평균적으로 60%의 돈 밖에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실험은 구성원 간의 협력이 더 큰 부(富)를 이루는 데에 필수적임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안면'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강한 유인(誘因)이라는 사실입니다. 10분 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안면을 틈으로써 협력을 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가 부여됐던 겁니다.

동료들 간의 협력, 부서 간의 협력이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개인 이기주의와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려고 이런 저런 묘책을 강구합니다. 때로는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지표를 만들어서 평가하겠다는 채찍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을 강요하는 제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협력을 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 기업에서 부서간 협조도를 도입했더니 이게 협조를 강화하기는커녕 평가시즌만 되면 상대부서를 공격하는("저 부서가 괘씸하니 평가점수를 낮게 줘야지") 용도로 쓰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협조를 잘하는 부서에게 상을 주는 평가가 아니라, 우리 부서를 친절히 대하지 않은 부서에게 벌을 주는 방법으로 평가가 운영되었죠.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협조도 평가지표'와 같이 협조하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과 부서 간의 벽을 두텁게 만들 뿐입니다. "두고보자. 다음에 너네 부서의 협조도 점수를 낮게 줄 테니까" 라고 말입니다.

협력은 신뢰가 바탕이 되고, 신뢰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서로를 잘 앎'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평가지표 도입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다는 뜻이고, 또한 피상적인 해결책에 젖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도록 순환보직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순환보직이 지나치게 잦으면 직무의 전문성을 해칠 염려가 있지만, 순환보직을 통해 상대방 직무를 더 잘 이해하고 자주 의사소통함으로써 얻는 득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순환보직은 장려되어야 합니다.

순환보직이 어려우면 잠시라도 다른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도 좋겠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임원들은 공항 카운터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을 자주 맡기도 합니다. 사보나 홈페이지에 올릴 이벤트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니즈와 고충을 직접 몸으로 겪어 봄으로써 회사 전략을 수립할 때 탁상공론에 빠지지 않기를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서로의 일을 잘 알게 되면서 신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 간, 부서 간의 이기주의가 심하여 남들이 벌여 놓은 잔치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의사소통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안면을 터주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평가지표는 갖다 버리십시오.

(*참고문헌 : Getting out from number one: selfishness may not dominate human behavi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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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조직은 위험하다   

2011. 5.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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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병원이 있습니다. 한곳은 투약 과정에서 실수가 거의 없는 곳이고 다른 한곳은 100배나 많은 투약 실수가 발생합니다. 여러분이 두곳 중 한곳을 택해 입원해야 한다면 어떤 병원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마도 여러분은 전자를 택할 겁니다. 투약 실수가 적다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이러한 통념이 옳은지를 밝히기 위해  한 대학병원(하버드 의대 소속)에 딸린 8개 병동을 대상으로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병동들은 모두 인력 구성, 전문성, 업무량 등에서 비슷했습니다. 그녀는 4가지 유형의 투약 실수(피할 수 있는 실수, 피치 못할 실수, 잠재적인 실수, 중간에 바로잡혀진 실수)를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6개월 동안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서 의료진의 리더십, 업무지시능력, 팀워크, 치료 성과,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등을 폭넓게 조사했죠.



그녀는 사전에 의료진의 실력이 좋을수록, 팀워크가 좋을수록, 만족도가 높을수록, 병동의 분위기가 우호적일수록 모든 유형의 투약 실수가 적을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이 연구에 임했습니다. 즉 최고의 병동일수록 실수가 적으리라 예상했죠.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의사들의 차트를 분석하고 불시에 방문해서 살펴본 결과, 최고의 병동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이 발견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수간호사들의 업무지시능력과 투약 실수 건수와의 상관계수가 0.74이 나왔고, 나머지 독립변수에 대해서도 0.7 이상의 상관계수가 측정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결과였죠. 병동 관리자의 능력과 리더십이 긍정적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에드먼슨은 추가 분석을 통해 이런 아이러니를 설명했습니다. 실수를 드러내고 실수를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연시하는 병동일수록 기록된 투약 실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죠. 즉, 겉으로 보기에 투약 실수가 많은 것은 실력이 떨어지고 병동의 근무 분위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실수를 드러내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려는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문화 때문임을 알아냈습니다. 반대로 투약 실수가 적은 병동은 누군가가 실수를 보고하면 질타 받거나 징계 받는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가급적이면 실수를 감추려는 동기가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실수를 드러내지 않고 억압하려는 문화는 의료진의 치료 성과와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됐으리라고 에드먼스는 추측했습니다.

우리는 실수를 용인하고 장려하라는 말을 자주 듣고 또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실수가 '능력 없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실수는 나쁜 것이고 저지르지 말아야 할 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기업에서는 관리자들이 부하직원들이 실수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조용히 덮으려는 동기가 강합니다. 겉으로 드러내면 상위 관리자(예 : 임원)에 자신과 그 부하직원이 '찍힐'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부하직원을 따로 불러 호되게 야단친 후에 조용히 문제를 위장하거나 피해가려고 조치하죠.

이렇게 되면 문제를 일으킨 부하직원은 실수를 통해 뭔가를 학습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학습의 결과가 전파되지 못합니다. 또한 부하직원이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면 혼날 것을 염려해 보고하지 않고 자신이 처리하려 들겠죠. 겉으로 보기엔 실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완전무결한 조직이 알고보면 문제투성이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이 사람으로 이루어진 이상 크고 작은 실수가 생기지 않을 리 없습니다. 실수와 문제가 없는 조직일수록 무언가 감추는 게 있다고 생각해야 옳습니다. 시끄러울 정도로 실수를 드러내고 지적하는 조직이 조용한 조직보다 성과가 높을뿐더러 오래 갑니다. 그런 조직은 실수를 환경에 적응해 가는 '진화'의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의 건강성은 무결점의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그것을 고쳐 나가려는 동적인 과정에서 찾아야 합니다. 

조용한 조직은 성과를 높일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조직입니다. 조용한 조직은 성과 향상은 기대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과 적응'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모릅니다. 조용한 조직은 위험한 조직입니다. 그들은 억누르고 있는 실수가 언제 큰 파국으로 번질지 모릅니다. 

공자는 말했습니다. "지혜란 무엇을 아는지 그리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말은 실수는 잘못이나 죄가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수단이자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실수를 용인하고 권장한다는 말이 더 이상 듣기 좋은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실천에 옮기는 일이 지혜로운 경영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조용한가요, 아니면 시끄러운가요?

(*참고논문 : Learning from mistakes is easier said than d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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