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보수적으로! 특히 신생기업은.   

2011. 5. 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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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해넌(Michael Hannan)과 제임스 베이런(James Baron)은 1995년부터 2001년에 걸쳐 실리콘밸리에 있는 181개의 신생 기업(start-ups)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신생 기업 설립자들이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경영자원과 인적자원에 대한 기초를 다졌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신생 기업들이 취한 제도와 시스템이 조직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면밀하게 살폈죠.



해넌과 베이런은 설립자들이 인적자원관리의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다섯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둔다고 가정했습니다. 그것은 스타(핵심인재) 확보, 엔지니어링, 몰입, 관리체계 구축, 직접적인 통제였죠. 그들은 신생 기업 설립자가 회사를 일으켜가는 과정에서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어떤 방향으로 채택하느냐가 회사의 성과와 지속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리비용, 이직률, 매출과 이익, 도산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죠.

문제는 설립자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인적자원관리의 방향을 원래의 것으로부터 변화시키면 관리비용이 높아지고, 이직률이 증가하며, 매출과 이익이 떨어지고, 도산 가능성이 두 배나 증가된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인적자원관리 상의 변화가 좋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조직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치러야 할 댓가도 그만큼 크다고 해넌과 베이런은 결론지었습니다. 실리콘밸리처럼 수만큼 기업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격변의 장소에서조차 그러한 변화로 인한 불안정은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죠.

이 연구 결과로 우리는 변화가 항상 좋은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변화는 오히려 기업을 도산 문턱에까지 이르게 만들지도 모르는, 그 자체가 리스크라고 봐야 합니다. 특히 신생 기업처럼 '맷집'이 약한 조직이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도약을 위한 발판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회사의 운명을 위태로운 룰렛 위에 맡기는 도박이 되기도 합니다.

신생 기업들은 매출과 인력이 증가하면 조직에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더 이상 설립자와 몇몇 관리자들에 의해 조직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평가나 개인평가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서 일사불란한 관리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시스템적 경영'으로 나가야 한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도 그런 욕구를 부추깁니다. 컨설턴트인 저도 그런 기업에게 조직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반드시 '새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새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이 기업의 성장통이고 통과의례라고 믿었죠.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변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할 당위는 아닙니다. 여러분의 조직이 신생 기업 혹은 중소기업이라면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기 전에 반드시 그러한 변화가 꼭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가 과연 나중에 손에 쥘 수 있는지, 오히려 회사의 역량과 관계를 훼손하는 암적 요소가 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다른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 해도 과감하게 폐기하고 '마이 웨이'를 고수하는 것이 옳은 결정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기로 결정했다면 뜨뜨미지근하게 해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봤듯이 회사 설립자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들여온다 해도 어차피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따르는데, 변화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그런 리스크야 말로 '변화통'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밀고 가려는 강단이 필요합니다.

이제 회사를 만들어 날개를 펴려는 신생 기업의 경영자들은 조직을 발전시키는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힐 겁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단 한 번의 변화로 헤쳐 나가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점진적인 개선과 수정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대체로' 현명합니다. 거친 환경의 파고를 견디기에는 아직 맷집이 약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주는 충격과 부담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변화는 어렵게 결정하되, 하기로 했으면 죽기 살기로 변화하고자 하는 마인드셋이 신생 기업 경영자에게 필요한 진정한 보수의 가치입니다.

(*참고논문 : Organizational Blueprints for Success in High-Tech Start-Ups: Lessons from the Stanford Project on Emerging Compan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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