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과 메신져에서 벗어나라   

2011. 5.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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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이메일, 메신저, 그룹웨어 등과 같은 정보기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히 익숙합니다. 기업이 커지다보면 자연스레 본사 근무나 공장 근무와 같이 여러 장소에 직원들이 흩어져서 일합니다. 그럴수록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전화나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활용되겠죠. 정확하게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의사소통 중에서 정보기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대면(face-to-face) 커뮤니케이션보다 적지 않은 듯 합니다.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직원들과 말로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을 굳이 메신저로 대화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메신저를 통한 '묵음'의 대화를 처음엔 재미로 시작하지만, 하다보면 그게 익숙해져서 둘 사이의 친밀감을 고양시키는 느낌을 줍니다. 또 제3자가 둘 사이의 대화를 듣지 않는다는 편리함(?) 때문에 메신저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비밀스러운 사항이 아니라면 제3자가 둘 간의 대화를 지나가다가 들음으로써 문제를 같이 해결하거나 조언을 줄지도 모르는데, 그런 '바람직한 간섭'이 메신저를 통한 대화에서는 일어나지 못하죠. 



정보기술을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상은 그와 다릅니다. 파멜라 힌즈와 다이앤 베일리는 정보기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직원들 간의 신뢰와 협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일하는 팀원들은 어쩔수없이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정보기술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해야 하겠죠. 그들은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일하는 직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비해 상호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서로 분노와 적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떨어져서 일하다 보면 업무의 맥락(context)을 공유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에 정보기술을 통한 의사소통 방식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듯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힌즈와 베일리는 지적합니다. 전화, 이메일, 메신져를 통한 의사소통은 미묘한 수준의 정보까지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문자를 통할 때와 얼굴을 보며 들을 때가 다르죠? 그래서 쌍방 간에 오해가 싹트고 '저 녀석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합니다. 전화를 하면 갈등이 생길 때 목소리가 격앙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불편함을 피하려고 이메일과 같은 '더 차가운' 의사소통 도구를 자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정보가 있을 때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옳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보기술을 통하면 최초의 정보량이 직원들에게 전달되면서 중간에 손실되기도 합니다. 사실 정보가 실제로 손실된다기보다는 정보를 받는 쪽에서 적극적이지 않아서 혹은 마음대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주 정보를 공유해도 "왜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가 이메일이나 게시판 내용을 꼼꼼히 보지 않았으면서 말입니다.

또 정보기술을 가지고는 의견 충돌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중재하거나 타협안을 이끌어 내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회사의 직원들은 서로의 의견을 문서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말로 대화하지 않고 무조건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항상 과거 이메일의 내용을 밑부분에 계속 첨부시키죠. 그들에게 'Re:Re:Re....'가 길게 이어지는 이메일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이메일이 의견을 조율하는 데에 부적합한 도구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10분 안에 끝날 사안이 이메일을 통하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열어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열어본 후에 답변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등을 모두 더하면 의사결정에 낭비되는 시간이 한없이 늘어납니다. 메신져라고 해서 시간을 줄여주지는 못합니다. 메신져에 메시지가 떠도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다가 '메시지를 나중에 봤다'라고 간단히 핑계를 대면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정보기술을 통한 의사소통을 권장(?)하면 업무 상의 갈등, 의견 불일치, 직원들 사이의 정서적인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상하 간, 직원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때 정보기술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의사소통의 간극을 넓히고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한번 엇나간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정보기술이라는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이 정보기술을 통한 의사소통에 익숙해지려면 아주 적게 잡아도 앞으로 수 백, 수 천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인간의 진화 속도가 더디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가 첨단 정보통신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보기술을 통한 의사사소통에 익숙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이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은 아직 원시성을 벗지 못했습니다. 원시성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정보기술 기반의 의사소통 방식을 강요하는 일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얼굴을 맞대고 표정을 읽어가며 의사소통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먹히는' 시대입니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이메일과 메신져를 제쳐둬야 합니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이것이 여전히 유효한 해법입니다.

(*참고문헌 : Out of Sight, Out of Sync: Understanding Conflict in Distributed Tea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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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개설   

2011. 5.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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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입니다.

이번에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게 되어 여러분께 공지를 드립니다. 본 과정은 공개교육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 자] 2011년 6월 18일(토)과 6월 25일(토) 양일간에 걸쳐 진행

[시 간]  09:30~18:30 (하루 8시간, 총 16시간)

[장 소] (주)인덱스루트코리아 부설 휴먼피아 평생교육원
   2호선 역삼역 6번 출구 바로 앞 송촌빌딩 17층
   지도 보기 http://dmaps.kr/2pz7

[강 사] 인퓨처컨설팅 대표 유정식 (http://www.infuture.kr)

[교육 커리큘럼] 아래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교 재] 무료 워크시트 배부

[교육비] 
일반 수강시 : 48만원 
근로자 능력개발카드 사용시 : 무료 (단, 2011.04.01이후 발급카드부터는 20% 자비부담) 
근로자 수강지원금 신청시 : 수강료의 약 18% 환급

[신청 방법]
휴먼피아 강의 신청서 이메일 접수 후 결제 (신청서 양식은 휴먼피아(http://www.humanpia.co.kr) 고객센터 자료실에서 신청서 다운로드 후 작성
이메일 신청 : sunghee.jee@indexroot.co.kr 

[결제 방법] 현금, 입금, 카드결제 가능
입금 계좌 : 우리은행 1005-501-798838 (주)인덱스루트코리아

[홈페이지] http://www.humanpia.co.kr 
[문의전화] 070-8633-7134 (담당자 : 지성희)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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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마라   

2011. 5. 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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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를 개선하기를 원하는 고객사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 남들보다 일을 잘 했는데도 똑같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라 일 잘하는 사람에게 차등적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 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인건비 예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 잘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일 잘 하면 돈을 많이 주는 게 당연하다' 라며 이 말에 동의하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는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을 못했는데도 일 잘하는 사람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직원들은) 차등 보상이 강화된 연봉제를 좋아하리라고 간주할 겁니다. 연봉제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사 담당자들도 이런 가정(assumption)을 가지고 있죠.



여기서 한 가지 따져볼 게 있습니다. 진짜로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할까요? 당연히 그렇죠. 본인이 남들보다 뛰어난 기여를 했는데도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돌아오는 보상이 같다면 힘이 빠지겠죠.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도 평균 이상이라고 여깁니다. 90%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바로 지난 번에 이야기한 바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이죠. 요즘 화제가 되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을 잠시 본 적이 있는데, "설마 내가 7위는 아니겠지"란 인터뷰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평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직원들이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남들보다 능력과 성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나에게' 높은 연봉을 주는 게 당연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차등 보상 강화를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보상을 차등화하면 당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냐?"라고 물어보면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괜찮다"라고 대답합니다. 진짜로 괜찮아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등 보상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차등 보상을 진짜로 시행해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평가가 불투명하다'는 식의 불만이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성공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실패는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습니다. 자기들에게 나쁜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자신이 남보다 적게 받는다며 모든 분노의 화살을 관리자들에게 한없이 쏘아댑니다.

관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차등 보상을 위해 부하직원들의 성과를 상대평가하는 일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모두 고생한 직원들인데 '줄세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괴롭고 미칠 지경이라는 말도 하죠. 그들 중에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연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폐해가 크기 때문에 제도를 객관적으로(대체 객관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고쳐야 한다는 딜레마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관리자들과 직원들 사이의 반목이 커지고 직원들 간의 협력은 깨지고 맙니다. 이러한 폐해는 일정 부분 '나는 능력이 평균 이상이니까 적게 보상 받을 리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차등 보상에 동조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봐야 옳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런 지적이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직시해야 합니다. 회사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높은 연봉을 받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이 '능력 있는' 자신보다 같거나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닐까요?

차등 보상을 도입한 350개 기업 중 83%가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본래의 목적을 매우 부분적으로 달성했거나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휴잇의 조사 결과(2004년)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워비곤 호수 효과에 현혹됐거나 남들 따라하다가 벤치마킹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사부서에서 평가제도와 보상제도를 다시 뜯어 고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차등 보상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설계되어 상황이 악순환에 빠집니다. 차등 보상이 회사 성과를 견인하는 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서 더욱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때문이죠.

인사 부서에서는 직원의 표면적인 의견만을 청취하고서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막을 줄도 알아야죠. 차등 보상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업의 특성상 직원들의 능력과 성과를 '개인 단위'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차등 보상이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인지, 나아가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가 회사 성과 향상에 진짜로 기여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런 증거를 충분하게 확보한 후에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지, 직원들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인사제도의 트렌드가 그렇다고 해서 인사제도를 변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와 비용을 엄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차등 보상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원들이 (표면적으로) 원해도, 경쟁사가 도입한다고 해도 꿋꿋이 본래의 인사 철학을 고수하는 것이 옳습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인사제도의 고객이지만, 고객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차등 보상을 좋아하고 금전적 보상의 차이가 동기를 부여하며 높은 연봉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에 따라 회사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가정(assumption)입니다. 이 가정이 옳다는 증거는 매우 미약합니다. 가정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hard fact)에 근거하여 조직을 경영하는 일, 기업마다 업의 특성에 맞게 조직가치나 문화에 맞게 조직을 이끄는 일, 이것이 중용을 실천하는 경영의 마인드입니다.

(*참고도서 : '증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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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는 상사의 성격을 닮는다   

2011. 5. 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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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란 말이죠. 즉,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그사람을 닮게 되니 조심하라는 뜻이 담긴 말입니다. 이 말은 기업이라는 조직에서도 통합니다. 성질이 못되고 다혈질적인(게다가 비열하기까지 한) 상사를 만나면 부하직원들은 대개 그를 싫어하고 멀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상사의 위치에 오르면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근묵자흑이란 말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자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리 톰슨(Leigh Thomson)과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카메론 앤더슨(Cameron Anderson)이 조직에서의 '근묵자흑 원리'를 실험으로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을 3명씩 팀을 이루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경영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관리자 회의'를 진행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업에서 어떻게 경영자원의 배분을 의사결정하는지 배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톰슨과 앤더슨은 3명 중 한 명에게 '큰 회사의 최고 경영자' 역할을 맡겼고, 다른 두 명의 학생들에게는 각각 중간 레벨의 관리자와 낮은 레벨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우리 식으로 쉽게 말하면, 학생들에게 각각 사장, 부장, 과장의 역할을 맡겼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렇게 역할을 부여하고 학생들에게 경영자원 배분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라고 했더니, 예상대로 사장 역할을 맡은 학생이 회의를 빠르게 장악했습니다.

흥미로운 현상은 No. 2인 '부장'에게서 발견되었죠. 부장(역할을 맡은 학생)이 사장의 행동과 말투를 닮아가는 모습이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특히 회의를 주관하는 사장이 에너지가 넘치고 공격적이면서 비열하기까지 한 '골목대장'일 경우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장은 사장의 언행을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장 역할을 한 학생의 성격이 원래 약자를 괴롭히는 걸 좋아해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실험을 실행하기 전에 톰슨과 앤더슨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본래 감정을 잘 억제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지닌 학생들이 실험에서 부장 역할을 맡으면 사장의 못된 언행을 거의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들(부장 역할의 학생들)은 경영자원을 배분할 때 금액의 크기에 많이 집착하고 과장 역할을 하는 학생들의 말을 자르기도 했습니다. 근묵자흑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실험이죠.

반대로 사장 역할을 한 학생이 온화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지만 꽃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부장은 그런 사장의 성격에 동화된다는 것을 톰슨과 앤더슨은 또한 발견했습니다. 부장 역할을 한 학생의 본래 성격이 공격적이고 다혈질이라고 해도 사장의 온화함이 그런 성격을 중화시켰던 겁니다. 그렇다면 No. 3인 과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그들은 (이 실험에서는) '쫄병'이기 때문에 수동적이겠죠. 따라서 그들은 사장과 부장의 언행 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행동할 겁니다. 만일 그들(과장 역할의 학생)에게 부하직원이 주어졌다면, 짐작컨대 그들 역시 사장과 부장의 언행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였을 테죠.

이처럼 조직의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 드러내는 언행 스타일이 조직 전체에 빠르게 전염됩니다. 이를 '정서적 전염'이라고 부릅니다. 상사가 폭군 스타일이고 다혈질이면 부하직원도 화를 잘내고, 상사가 온화한 덕장이라면 부하직원들 역시 그러합니다. 이런 정서적 전염의 강도는 매우 강해서 실권을 지니지 못한 직원 1명이 조직의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혹은 나쁜 쪽으로)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직 분위기에 금세 동화되고 적응하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면 누구나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 중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것은 리더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격적이고 상명하달 식의 일방적 소통을 좋아하는 리더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을 꿈꾸는 일과 같습니다.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다짐과 실천은 쏙 뺀 채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조직문화가 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자신의 무지를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서적 전염을 잘 활용하면 조직문화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목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제도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리더 스스로 원하는 방향대로 변하고 실천하면 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듯이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테니 말입니다.

직원들을 검게 물들이지 않으려면 리더 스스로 검은 때를 벗어야 합니다. 그게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리더의 덕목이자 중용입니다. 근본적인 것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껍데기만 바꾸려는 태도는 중용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외도입니다.

(*참고문헌 : Fear in the workplace : The bullying Boss)
(*참고도서 : '또라이 제로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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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깡패다   

2011. 5.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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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데보라 그륀펠트, 대처 켈트너, 카메론 앤더슨은 학생들을 3명씩 한 팀으로 편성한 다음 낙태, 공해와 같은 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짧은 글을 완성하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무작위로 3명의 학생 중 2명에게는 글을 쓰도록 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다른 학생이 써 온 글을 평가하고 그 글이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3명 밖에 안 되는 팀 내에 상하관계를 구축했죠.

실험을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연구자들은 글을 쓰면서 먹으라고 팀마다 5개씩 쿠키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실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쓰라는 지시보다는 이것이 진짜 실험의 의도였습니다. 팀원은 3명인데 쿠키가 5개가 주어졌으니, 1개씩 먹고 나면 2개가 남습니다. 이때 보통의 사람들은 4번째 쿠키로 선뜻 손을 뻗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4번째 쿠키를 집어먹으면 나머지 두 명에게는 하나의 쿠키만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헌데 이 실험에서 보스(boss) 역할을 맡은 학생은 다른 두 명의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4번째 쿠키를 집어드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듯한 표정은 물론이고, '난 이렇게 4번째 쿠키를 먹고 있다고!' 라고 과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쿠키를 씹어댔습니다. 입 주변과 테이블에 쿠키 부스러기를 잔뜩 흘리면서 말입니다.

이 간단한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2가지입니다. 첫째는 작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실험을 위해 남이 써온 글을 평가하는 역할을 잠시 맡겼을 뿐인데도 상대적으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한다는 말, 그리고 부자들이 더 무섭다는 속설을 이 실험은 부분적이나마 시사합니다.

둘째는 그렇게 탐욕스럽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한 시사점일지 모릅니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으면 나머지 두 명의 팀원들에게 하나의 쿠키만 남게 된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는 흔히 권한을 가진 자가 중앙에 앉아 있으면 그가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고 판단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이런 믿음이 환상일지 모른다고 꼬집습니다. 오히려 권한과 권력이 눈을 가리는 탓에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팀원들이 애처롭게 하나의 쿠키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를 알아차리지 못하죠. 이를 '중심 역할의 오류(the fallacy of centrality)'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권력이 가진 속성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학생이 쓴 글을 평가하라는 권한만을 주었는데 쿠키를 혼자 2개나 먹을 권한까지 부여 받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죠.

이런 월권 현상이 비일비재해서인지 '권력이 깡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중심 역할의 오류'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와닿는 말이네요.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이 깡패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런 언행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라고 생각하면서 권한 이외의 월권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하 직원들과의 권력 차이를 증폭시키지 않고 반대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권력을 뽐내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 성과가 나빠지는 바람에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해서 '이면지 사용'과 같은 대표적인(?) 비용 감축 지시가 내려진 상황임에도 경영자는 여전히 운전기사가 딸린 번쩍거리는 검은 승용차를 타고서 출퇴근을 한다면 직원들은 허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직원들은 비용 절감에 동참하기보다는 뭔가 회사에서 빼내갈 것은 없는가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죠. 아마 경영자는 그런 반응을 예상치 못할 겁니다. 예상하더라도 자신은 검은 승용차를 탈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겠죠. "난 사장이야!" 라면서.

여러분의 회사엔 남이야 쿠키를 먹든 말든 권력을 깡패처럼 휘두르는 그런 사람은 없습니까? 부디 여러분은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Dacher Keltner, Deborah H. Gruenfeld, Cameron Anderson(2003), Power, approach, and inhibition, Psychological Review, Vol.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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