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션을 낮추거나 없애세요   

2011. 4.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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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헨리 타이펠(Henri Tajfel)은 한 슬로베니아 친구가 유고슬라비아의 빈민촌에서 이주해 온 보스니아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을 듣고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와 동료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in-group, 내집단)과 소속되지 않은 집단(out-group, 외집단)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다른지를 실험을 통해 규명하기로 했죠. 타이펠은 영국의 브리스톨 시에 사는 14~15살 남자 학생 64명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수많은 점들이 찍힌 화면을 보고 정해진 시간 내에 점의 개수를 세어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점들이 많이 찍혀 있기 때문에 개수를 세는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타이펠은 학생들을 실제의 개수보다 많이 헤아린 그룹과 실제의 개수보다 적게 헤아린 그룹, 이렇게 8명씩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이렇게 과대측정 그룹과 과소측정 그룹으로 구분했다고 학생들에게 알려줬죠. 하지만 타이펠은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하는 트릭을 썼습니다. 점의 개수를 센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룹을 나눈 겁니다.



이렇게 그룹을 나누고 나서 타이펠은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그 돈을 다른 학생들에게 배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 받은 학생은 그 돈의 일부를 가져서는 안 되고 모두 배분해야 했죠. 이 때 그 학생은 자신이 돈을 배분해 줄 다른 학생이 내집단인지 외집단인지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은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이를 통해 타이펠은 학생들이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해 차별적인 결정을 내릴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겁니다. 실험 결과, 내집단 학생들에게는 돈을 더 많이 분배하고 외집단 학생들에게는 적게 분배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과대평가 그룹은 과대평가 그룹에게, 과소평가 그룹은 과소평가 그룹에게 우호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죠. 자신이 돈을 가질 수가 없었기에 어떻게 결정하든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집단에게 유리하도록 외집단을 차별한 겁니다. 그저 점의 개수를 많이 헤아리거나 적게 헤아렸다는, 의미 없는 구분에 의해서도 이런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죠.

타이펠은 후속 실험을 통해 내집단을 옹호하고 외집단을 차별하는 경향이 '상대성'의 특징을 가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자기 집단에 11점을 주고 타집단에 7점을 준다' 였고, 다른 하나는 '두 집단 모두에게 17점을 준다'였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면 두 집단 모두에게 17점을 준다는 옵션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첫 번째 옵션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주 많았죠. 6점이나 손해를 보면서도 자기집단을 타집단과 구분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실험이었습니다.

타이펠의 실험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지금도 만만찮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리하면 알게모르게 구성원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감이 조성되는데 이를 제거하면 내집단을 옹호하는 현상이 사라진다고 마이클 호그(Michael Hogg)라는 학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타이펠의 실험에서 점의 개수를 단순하게 많이 세거나 적게 셌다는 최소한의 이유로 집단을 나눴는데도(이를 '최소집단'이라고 함)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차별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집단을 구분할 만한 이유가 보다 그럴 듯하고 보다 논리적이라면(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잘 푼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나누면), 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 그리고 내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의미 없는 '집단 구분'조차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실험은 기업에서 단위조직을 나누고 합치는 '조직도 그리기'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업무의 효율과 효과를 따져 팀이나 사업부를 구분하는데, 이렇게 정해진 팀과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전사적으로 볼 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가 왕왕 나타납니다. 여기에 냉정한 성과주의가 결합되면 단위조직 사이에 놓은 벽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죠.

하다못해 사무실에 파티션(큐비클)을 설치하는 '작은 행동'에 의해서도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보통 팀과 팀을 구분하기 위해서 앉은 상태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파티션을 높게 설치하는데, 하루 종일 다른 팀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퇴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 내부의 결속과 우의를 다지는 데 좋을지는 몰라도, 고작 몇 센티미터 높은 파티션이 팀 간의 협력과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자리잡는다면 파티션 설치에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큰 돈이 빠져나간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단위조직을 나누지 않고 '통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파티션을 설치하지 않을 수도 없겠죠. 문제는 집단 구분으로 인한 이득과 비용의 최적점을 찾는 일입니다. 지나치게 조직을 세분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조직을 방대하게 가져가서도 안 되겠죠.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서 기존의 팀을 쪼개 새로운 팀을 만들거나, 성과 측정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팀을 세분하는 일은 팀과 팀 사이의 의사소통 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좀먹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폐가 될 겁니다.

요즘엔 팀과 팀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추고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도록 유리로 바꾸는 회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업무의 필요에 의해 팀을 구분하되 팀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은 없앰으로써 팀 간의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뜻이겠죠. 여러분의 회사가 '팀 이기주의'로 만연해 있다면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추는 작은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릅니다. 타이펠이 점의 개수를 많이 셌느냐 적게 셌느냐는 사소한 차이로 집단을 구분해도 집단 간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의 '역(易) 적용'이 되겠죠.

단위조직 구분의 최적점을 찾는 일. 이것은 늘 조직의 숙제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상황에 따라 최적점이 변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 이것이 중용의 마인드를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당장 파티션부터 낮추거나 없애보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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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지 마세요   

2011. 4.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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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톤에서 워싱턴 D.C. 까지의 거리는 약 700 km로 자동차로 8~9시간 걸리는 구간입니다. 이 두 도시 사이에는 필라델피아, 뉴욕, 하트퍼드 등 비즈니스 중심지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상 필요에 의해 비즈니스맨들의 이동이 많습니다. 이 황금노선의 교통 수요를 차지하기 위해 AMTRAK(앰트랙)이라는 철도회사는 Acela(아셀라)라고 명명한 고속열차를 운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셀라는 우리나라의 KTX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시속 240 Km의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로 8~9시간 걸리는 두 도시를 3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었죠. 앰트랙의 최대 경쟁자는 항공사였습니다. 사람들의 니즈를 항공 서비스에서 자기네 아셀라로 유도하는 것이 사업 초기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셀라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으로 보나 서비스로 보나 비행기보다 낫다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죠.



공항까지 오고가는 택시비를 합치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데에 총 729 달러가 들지만, 아셀라를 이용하면 택시비를 포함하여 338 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면 (택시 이용시간까지 합쳐) 2시간 6분 밖에 들지 않지만,  1시간 정도를 절약하는 데에 400 달러 가까운 돈을 더 지불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해보라고 고객에게 묻기도 합니다. 또한 객차와 역에서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WiFi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비행기와의 차별성을 가져갑니다.

이처럼 앰트랙은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인 비행기를 이기기 위해서 초기부터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셀라 만큼은 객차 내부의 디자인이 비행기를 능가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로 유명한 IDEO에게 객차 내부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IDEO의 CEO인 팀 브라운은 앰트랙의 의뢰를 받은 후에 아셀라의 객차 내부라는 '부분'이 아니라 아셀라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전체'를 조망했습니다. 그는 디자인팀에게 스스로 고객이 되어 아셀라의 서비스 전반을 검토하라고 지시내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제는 객차 내부가 아니었습니다.

고객들이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로 쏠리는 이유는 열차를 타기 위해 표를 구매하는 것이 불편하고 역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고객접점(Moment of Truth)에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포인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아셀라를 이용할 만한 이유를 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객차 디자인을 '삐까뻔쩍'하게 한들 고객들의 발길을 아셀라로 돌리기가 역부족이라는 점을 브라운은 간파한 거죠.

그래서 IDEO는 앰트랙의 경영진을 설득해서 객차 내부 디자인보다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역제안합니다. 고객이 아셀라를 이용하기 위해서 역사에 들어서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역사를 떠나기까지 일련의 고객 동선에 아셀라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심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고 경영진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그래서 IDEO는 매표소, 대합실, 고객 라운지, 플랫폼 등 모든 고객접점에 아셀라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내보이도록 로고, 직원들의 드레스 코드, 열차의 외관, 객차 내부 등을 일치시키는 '통합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죠.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아셀라는 비행기와는 차별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게 됩니다. IDEO의 강점은 이렇듯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할 줄 아는 데에 있습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볼 줄 아는 힘의 기저에는 단순화와 전문화를 경계하는 마인드가 숨어 있습니다. 팀 브라운이 문제를 단순화했다면 앰트랙의 요구대로 객차 내부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을 겁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디자인 수수료를 받으면 그만이었겠지만, 그랬다면 그들은 그저 그런 여러 디자인 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겁니다.

"고객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으려고 IDEO가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조직 내부의 문제를 풀 때 IDEO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의 발생 원인이나 문제의 해법을 의도적으로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평가제도나 연봉에 불만이 많다면 인사제도를 정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고객이 경쟁사의 제품에 열광하면 성능이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빼앗긴 고객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단순화하면, 직원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가 인사제도 때문이 아니라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의 '직원 경험'이 직원들의 불쾌와 괴로움을 가중시킬지 모른다는 진짜 원인을 조망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고객들이 경쟁사에 매료되는 이유가 경쟁사로부터 느끼는 신뢰, 배려, 소속감 때문임을 간파하지 못합니다. 아니, 어쩌면 속으로 알고는 있으면서도 힘들고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까 단순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마치 도박하듯이 말입니다.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단순한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단순화 경향'은 '전문화'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망치를 든 목수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한곳을 깊게 파고든 사람은 전체를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좁은 영역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우를 종종 범합니다. 경쟁사에게 고객이 몰리는 현상을 접하면, R&D는 성능 혁신, 생산은 생산품질 개선, 영업은 프로모션의 확대 등을 각기 내세우면서 "이것만 하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부분 최적화'가 심화되기도 하죠.

창의적인 해법은 문제나 현상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 자체를 단순하게 재단하고 쪼갠다고 해서 문제가 단순해지지 않습니다. 전문화라는 색안경을 통해 의도적으로 단순화시킨 문제를 푸는 해법이 복잡했던 원래의 문제의 해법이 되지도 못합니다. 문제를 잘게 쪼개면 숲 전체를 보는 시각을 상실합니다. 앰트랙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제를 객차 내부 디자인의 문제로 단순화시켰지만 IDEO는 문제를 오히려 확장시키고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궁극적이고 획기적인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떤 문제에 처해 있더라도 문제 자체를 단순화시키려고 애쓰지 말기 바랍니다. 문제를 단순화시키려는 본능에 가까운 욕구를 절제하고 문제의 복잡성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키우려는 마인드,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시각을 확장시키려는 마인드, 이런 중용의 마인드가 여러분을 통찰로 이끄는 힘이 됩니다.

요즘 카이스트(KAIST)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카이스트의 문제는 총장의 문제, 총장의 문제는 징벌적 등록금 문제, 징벌적 등록금 문제는 영어 강의 문제.... 이런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시키면 정작 카이스트 전체의 문제를 놓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 앰트랙 홈페이지 )
(*참고 도서 :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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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 감량 다이어트, 이렇게 했다   

2011.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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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가 '소식소식(少食少式)'이었습니다. 앞의 소식(少食)은 말 그대로 밥을 적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이고, 뒤의 소식(少式)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말이죠.

오늘 여러분에게 두 개의 소식 중 '앞의 소식'에 대한 목표를 달성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립니다. 지난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10주만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으니 말입니다. 당초 목표는 7킬로그램 감량이었지만, 살을 빼다 보니 재미(?)를 느껴 내친김에 10킬로그램을 뺐지요. 요요현상을 대비해 3킬로그램 정도의 버퍼는 마련해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2월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는 우습게도 크게 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날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고 탈이 나서 며칠 동안 속이 안 좋아 제대로 밥을 못 먹었죠. 그 덕(?)에 이틀 만에 1.5킬로그램이 쑥 빠지더군요. 그래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라는 생각에 마음만 먹고 실행하지 않았던 다이어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겁니다.

다이어트의 적!



비결이랄 것도 없지만, 제가 실행한 다이어트법은 3끼 식사를 거르지 않되 예전 식사량의 2분의 1만 먹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인남자 하루 권장 칼로리(2500 Kcal)의 50~60%에 해당하는 1300 Kcal 정도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한 끼당 450 Kcal만 섭취하는 꼴이죠. 그리고 저는 육류를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기만을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다이어트법은 고기의 지방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기를 섭취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 이상의 지방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적이 되죠.

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 대신에 두부를 하루에 1~2모를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했죠. 두부를 기름에 부치지 않고 물에 삶아 간장을 찍어 먹으면 다른 음식을 적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유도 하루에 2개 정도를 먹었고, 식간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되더군요.

갑자기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니 몸이 '이게 왠일이야!' 하면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배고픔이 끼니 사이마다 찾아와서 빨리 음식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더군요. 특히 밤 10시 이후의 시간은 배고픔을 참기가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쓴 방법은 배가 고파 고통스러울 지경이 되면 튀밥 한 주먹(대략 20Kcal)을 그릇에 담아 한 알씩 입으로 녹여 먹은 후 물 한모금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뭔가를 먹고 있다는 위안(?)을 주는 효과가 있었고, 인터넷이나 독서로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10분 정도 지나 배고픔이 조금이나마 가셨답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만 하는 다이어트는 근육량도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어서 조그만 과식하면 금세 요요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운동도 병행했죠. 제가 한 운동은 하루에 1시간 정도를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운동은 아니지만,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죠. 웨이트 트레이닝은 아니라서 근육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다리 만큼은 탄탄해지더군요.

매일 아침 속옷만 입고 저울에 몸무게를 재면서 어제보다 얼마나 빠졌는지 측정했는데, 몸무게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선형이 아니라 계단의 모습을 띠더군요. 처음 2킬로그램은 잘 빠지다가 2~3일간 더 줄지 않고 있다가 다이어트를 계속하면 다시 2킬로그램이 빠지는 패턴이더군요. 마치 몸이 "네가 어디까지 다이어트 하나 보자" 라는 것 같았습니다. 몸무게가 다이어트 기간에 비례해서 줄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다이어트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적겠죠?

10킬로그램을 빼고나니 더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 6킬로그램이나 더 남아서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단기간의 감량은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일단은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빼는 전략으로 전환할 생각합니다. 요요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몸이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야"라고 충분히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당분간 지금의 몸무게로 몸을 고정시켜야겠죠. 다이어트 성공의 축배를 드는 순간 요요가 찾아온다니 경계를 늦추지 않으렵니다.

10주에 걸쳐 10킬로그램을 감량하니 그전에는 몰랐던 내 몸의 선들이 드러나더군요. 무엇보다 10년 넘게 실종됐던 허리 라인이 살아 돌아와서 아주 반가웠지요. 아직 군살이 여기저기에 많아 더 뺄 여지가 있지만, 10주 전과는 달라진 몸을 보니 신기한 느낌마저 듭니다. 작년에 산 바지를 입을 때 흘러내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즐겁구요. 몸이 가뿐해져서 오르막을 오를 때도 발걸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를 계획하거나 시도 중일 겁니다.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다이어트 초기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거짓신호를 스스로에게 주라는 것입니다. 소위 'Quick Win'을 경험하라는 말이죠.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밤에 옷을 입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 아침에 속옷만 입고(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몸무게를 쟀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 잰 몸무게가 1킬로그램 이상 덜 나갔겠죠? 옷의 무게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몸무게가 빠졌다는 신호를, 몸무게를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거짓 신호라 해도 다이어트의 동기를 불태우는 데 좋은 방법임을 경험했답니다. 굶주리고 운동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니까 말입니다.

저의 10킬로그램 감량을 자축(?)하며, 여러분의 다이어트 성공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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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항상 초과하는 이유   

2011. 4.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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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기 바랍니다.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매출공식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빙빙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시장 수요의 10%를 점한다면 매출이 얼마 정도 나오고 이익이 대략 얼마 정도일거야'라며 사업을 시뮬레이션 해보죠. 만약 매출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나오면 성공을 기대하면서, 또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싶어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겠죠. 절대 망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사람은 별로 없겠죠.

하지만 그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소규모 사업의 3분의 2 이상이 4년 이내에 망한다는 통계를 안다면 사업을 시작할 때의 자신감이 지나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 오류' 혹은 '과신 오류'는 종종 1% 이하의 성공확률을 90% 이상의 성공확률로 부풀리는 '뻥튀기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업가로 하여금 도박에 가까운 의사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실패에 대한 확률을 인식할 때도 과신 오류가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말았는데, 사고가 있기 전 NASA는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항상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10만분의 1이란 확률은 우주왕복선을 매달 한 대씩 띄워 보낸다 해도 8333년에 1번 정도 일어나는 미미한 확률이었기에 NASA는 실패할 리가 없다며 자신만만했죠. 하지만 챌린저 호가 폭발하고 나서도 컬럼비아 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두 폭발 사이의 시간은 겨우 17년에 불과했습니다.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할 때도 과신 오류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대규모 SOC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그러합니다. 호주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 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래 이 아름다운 건물은 1957년에 건립이 추진되었는데,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700만 달러(호주 달러)였습니다. 그 돈으로 1963년까지 완공한다고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실제로 들어간 돈은 얼마였을까요? 당초 예산의 15배나 되는 1억 200만 달러가 소요되고 말았습니다. 건립 규모를 대폭 축소했는데도 말입니다.

바로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오 가우디는 1886년에 이 성당을 착공하면서 10년만에 완공할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아직까지 건립 중이라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습니다. 착공한지 무려 140년이 지난 2026년에야 완공이 예상된다고 하네요. 보스턴 시 당국이 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빅 딕(Big Dig)' 프로젝트는 1982년부터 계획에 들어갔는데 처음에 추정한 사업비는 60억 달러였지만, 완공된 2006년에는 무려 1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신 오류'가 잘못된 의사결정과 예측을 낳은 예는 이것 말고도 아주 많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에서 원형가속기를 건설할 당시 총사업비로 750억 원 정도가 책정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완공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비는 당초 예산보다 2~3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과신 오류'가 발생하는 걸까요? 왜 예산을 항상 오바하고 말까요? 그것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실패의 확률을 적게 추산하고 비용을 적게 예측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나쁜 것'을 축소해서 말하고 '좋은 것'을 과장해야 계획이 통과되기 때문이겠죠. 돈이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걸릴 거라고 말하면 누가 계획을 통과시켜줄까요? '기획을 위한 기획'일 때 과신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과신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을 잘 구분해야 과신 오류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과 계획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차와 방법이 어느 정도 규격화된 것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업체들이 수십 번 동일한 프로젝트를 해봤기 때문에 공사기간이나 소요공사비 예산을 어느 정도 맞춥니다(물론 처음에 공사비를 낮게 책정해서 아파트 조합원을 설득하고나서 나중에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높이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긴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은 대개 처음 해보는 일들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건립도 보스턴의 빅 딕 프로젝트도 과거에는 해보지 않은 새롭고 낯선 프로젝트입니다. 참고할 만한 경험이 없다는 소리는 그 프로젝트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을 리 없다'라고 오인하기가 딱 좋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처음 해보거나 과거의 경험과는 다른 사업(프로젝트)을 진행할 때는 과신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세운 기간과 비용이 타당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야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터져나올 불확실성을 미리 살펴보고 대비하기 위해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자나 프로젝트 수행자들이 '나는 과신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이다'라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또한 중용이죠.

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나라 전역에 방사능이 섞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황사까지 섞이면 '황사능 비'라고 말하더군요. 이 비는 일본 당국이 원전 사고에 대해 '우리가 혼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라고 자만했던 탓에 내리는 '과신 오류의 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오류', '보이지 않는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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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이 두려우세요?   

2011. 4.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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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아부 그레이브 감옥에서 간수 역할을 담당한 미국 병사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상대로 저지른 가혹행위는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알다시피 이반 프레드릭 상사를 비롯한 여러 병사들은 그 때문에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불명예스럽게 군대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들은 왜 나약한 포로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잔인한 행위를 저질렀던 걸까요? 무엇이 그들을 '악인'으로 만들었을까요?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나약함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를 수행한 학자입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평범한 인간들이 악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이유는 그사람이 원래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그는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을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짐바르도는  미국 병사들이 극도로 열악하고 초조한 상황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합니다.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에서 병사들은 쥐들이 들끓고 변기가 흘러넘치는 더러운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교도소 바깥에는 적대적인 이라크인들이 호시탐탐 자기들을 노리고 있었고 폭탄 공격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죠.

여러분이 미국 병사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포로(혹은 죄수)들에게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우리는 포로들을 발가벗기고 맹견으로 위협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간수들의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 경악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히 정당하지 않을뿐더러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의 심리에 내재된 '노출 불안'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노출 불안'이란 자신의 나약함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날까 염려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자신이 지배적인 위치에 있을 때 지배를 받거나 통솔을 받는 사람들로부터 약한 사람이라고 인식될까 두려운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나약함을 드러내면 그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나아가 공격까지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약하게 보이면 저들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폭동을 일으킬거야' 라는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되죠. 특히 돌아가는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노출 불안은 극에 달합니다.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에서 간수들이 처한 상황처럼 말입니다.

기업에서도 노출 불안의 현상이 가끔씩 나타납니다. 내외부 환경이 회사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때, 직원들이 경영자들을 상대로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거나 회사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할 때 노출 불안을 보이는 리더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들은 '직원들에게 현 상황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는 안돼. 그렇게 하면 분명히 나를 우습게 볼거야. 강하게 나가야만 해' 라고 결심하고 소위 '강경책'이라는 카드를 직원들에게 내보입니다.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유화책보다는 강경책이 더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겉으로는 리더들의 주장대로 문제해결의 신속함과 효과인 듯하지만 속을 파고 들어가면 리더 자신의 위신과 신뢰감을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신과 신뢰감이 한번 무너지면 권위가 무너지고 회사 성과가 파탄에 이른다는 사고의 악순환이 머리 속에서 끝없이 순환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단절, 협상 불가, 무리한 억제 등 강경 일변도의 정책에 매달리게 되죠.

노출 불안은 비단 리더나 경영자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종종 물리적인 충돌로 악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측과 노측 모두 노출 불안에 휩싸여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제거해 버리기 때문은 아닐까요? 차갑고 강인하게 보여야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는 믿음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교착상태에 이르게 만듭니다.

피지배적인 계층을 강경하게 억압하거나 협상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 말고 노출 불안의 심리가 일으키는 악효과는 한번 결정한 사항은 절대로 수정하지 않고 밀고 가는 독단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됐다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어와도 이미 실행 중인 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조직 성과에 반하는 내부의 적으로 규정짓기도 합니다.

노출 불안으로 인한 과잉 대응, 강압적인 조치, 의사결정의 독단은 상대방의 '과잉 보복'을 야기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 것이죠. 노출 불안은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측의 배려 없는 조치에 직원들의 물품 절도율이 크게 느는 현상과 같은 '작은 복수'부터 시작해서 총파업에 이르는 과잉 반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노출이 두려운가요? 노출 불안이 이러한 잘못된 행동과 의사결정을 야기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상황이나 난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노출 불안 심리를 걷어낸다면 강경책이 아니라 유화책이, 억압보다는 화합이, 일방통보보다는 협상과 설명이 조직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테니까요.

존 F. 케네디는 "정중함은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인정 받고자 나약함을 감추지는 않는지, 그로 인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지 매순간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 이것도 중용의 마인드일 겁니다.

(*참고도서 : '루시퍼 이펙트', '생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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