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는 반동주의자로 살자   

2011. 6.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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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과대학의 신경학자인 알바로 파스쿠알 레온은 국립보건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에 이런 실험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피아노 연주 경험이 없는 피실험자를 여럿 모은 다음에 단순한 음으로 된 멜로디를 그들이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피실험자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피실험자들에게는 앞으로 5일 동안 키보드로 멜로디를 연습하도록 지시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같은 기간 동안 자신들이 배운 멜로디를 머리 속 건반으로 연주하는 상상만 하도록 했습니다.

파스쿠알 레온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 실험 도중, 실험 후에 피실험자들의 뇌 활동을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그는 그룹과 상관없이 피실험자 모두 뇌 활동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밝혔습니다. 놀라운 것은 머리 속으로 상상의 연주만 하도록 허용됐던 그룹이 실제 건반을 사용해서 연습하도록 했던 그룹과 뇌 활동 변화에 있어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상상만으로도 실제 손가락으로 연습한 것과 동일하게 뇌 활동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파스쿠알 레온의 실험은 우리가 흔히 '마인드 트레이닝'이라 부르는 방법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죠.



인간의 뇌가 이처럼 일정 기간의 '상상 훈련'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이유는 '가소성(plasticity)'라고 부르는 뇌의 특성 때문입니다. 가소성은 인간의 뇌가 계속해서 환경과 반응하면서 처음의 구조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성질을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라고 말하면서 뇌의 가소성은 어렸을 때나 존재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외부나 내부에서 가해지는 힘, 긴장, 집중적인 사고 등에 의해 여전히 가소성은 유지됩니다.

뉴런은 항상 환경과 반응하면서 기존의 연결을 끊고 새로운 연결을 취합니다. 역동적으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기도 하죠. 한번 만들어지면 변하지 않는 기계가 아니라, 늘 말랑말랑한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환경 적응력을 최고조로 유지하죠. 뇌의 가소성 덕에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새로운 사실을 배우거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죠. 피아노를 연주한 적이 없는 피실험자들이 5일 간의 연습과 마인드 트레이닝만으로 뇌에 변화가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뇌의 가소성이 우리에게 환경 적응력이라는 긍정적인 능력만을 부여한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사실 가소성이란 성질은 뇌를 다르게 변화시키는 환경이 인간에게 '좋으냐, 나쁘냐'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환경의 자극과 긴장에 따라 반응할 뿐이죠. 그래서 '나쁜 습관'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이 강하게 자극을 가하면 우리의 뇌는 그런 방향으로 고착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 노먼 도이지(Norman Doidge)는 "일단 우리의 뇌 속에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낸다면 오랫동안 그 회로를 활동하도록 둔다"고 말합니다.

도이지의 이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우리의 뇌가 유연하기도 하고 동시에 '완고'하다는 뜻이죠. 특히 쾌락의 물질인 도파민을 갈망하는 쪽으로 뇌의 구조가 변하면, 웬만해서는 도파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회로를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뇌의 가소성이 지적 능력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합니다.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의 일반화, 스마트폰과 SNS의 폭발적 증가, 증강현실의 확대가 낳은 긍정적인 변화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점차 깊게 사고하며 정보를 탐색하는 능력을 상실해 간다는 어두운 그늘이 분명 존재합니다. 
한번의 클릭으로 광범위한 대량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우리의 뇌는 가소성 덕에 점차 그것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정보를 찾기 위해 책을 읽기보다는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모니터에서 기사를 읽을 때도 뛰엄뛰엄 읽고는 다른 사이트로 재빨리 이동합니다. 그래서 긴 글을 읽을라치면 머리부터 아파옵니다. 정보와 지식을 배우는 능력보다는 어디에 있는지 잘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정보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우리의 집중력 또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기웃거리느라 업무를 중단하는 경우가 잣습니다. 특별히 볼 것도 없는데 웹브라우저를 켜놓아야만 안심이 됩니다. 
찻집에 차분히 앉아 차를 마실 때도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고개를 숙이며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대화에 몰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인데,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교육을 받다가 특별한 이유없이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다른 행위를 하는 교육생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처럼 단편화된 정보만을 취하고 집중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방랑하는 인간의 뇌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니콜라스 카는 경고합니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우리의 사고방식을 얕고 가볍게 만든다며 일침을 가합니다. 스마트한 정보기술 환경이 인간의 뇌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보가 차고 넘친다고 해서 우리의 뇌가 그만큼 똑똑해진 것은 아니라는 그의 생각은 깊은 동의를 불러 일으킵니다.

일주일에 하루 쯤은 철저히 오프라인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내 말랑말랑한 뇌가 자꾸만 편한 쪽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인터넷에 의존하느라 덜 생각하지 않도록, 한줄의 글을 읽더라도 글쓴이의 심상과 교감할 수 있도록, 나의 내면과 대화하고 상대방의 눈을 응시할 수 있도록, 일주일 중 하루는 '언플러그드 라이프(Unplugged Life)'를 즐기면 어떨까요? 
의미 있는 삶을 탐색하고 회복하기 위해 나의 뇌를 수호하는 반동주의자가 되면 어떨까요?

(*참고도서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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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컨설팅 회사의 거짓말?   

2011. 6.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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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컨설팅 회사가 자기네들의 컨설팅 능력을 과시하면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이 그렇지 않은 고객들보다 주가가 훨씬 올랐습니다. 무려 4배나 높은 주가수익률을 보였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의 컨설팅을 받으세요."  이런 말을 전하는 컨설턴트는 자기 말이 진짜임을 분명하다면서 주가 그래프를 여러분에게 보여주겠죠. 그렇게 말할 만큼 자신들의 전문 컨설팅 서비스가 우수함을 자랑하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아니면 의심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이 블로그를 자주 방문했다면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알 겁니다. 맞습니다. 여러분은 자랑스레 말하는 그 컨설턴트의 말을 무시하고 "그건 그렇고, 당신네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뭡니까?"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그 사람의 말은 완전히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엉터리로 선전하는 컨설팅 사가 어딘지 궁금할 겁니다. 바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베인 앤 컴퍼니'입니다. 그들은2006년에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이렇게 올렸습니다. "베인의 고객들은 시장수익률보다 4배나 높은 주가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1980년에서 2004년까지의 S&P 500 지수였습니다. S&P 500 지수는 그 기간 동안 15배 상승했지만, 베인의 고객들은 같은 기간 동안 60배가 상승했습니다. 고로 시장보다 4배나 높게 주가가 올랐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올린 이 문구에서 무엇이 문제일까요? 첫 번째 치명적인 결함은 주가 상승을 비교한 기간에 있습니다. 베인이 근거로 내세운 S&P 500 지수의 상승 기간은 25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고객이 25년 동안 컨설팅 서비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길어 봤자 2~3년이죠. 기껏 2~3년 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가 상승 비교는 25년 간의 데이터를 사용하다니, 이것만 봐도 정말 엉터리입니다. 자기네 컨설팅 서비스가 유용하고 해도 그 효과가 그렇게 오래 갈까요? 갈수록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두 번째 문제점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헷갈렸다는 데 있습니다. 베인의 주장을 받아 들여서 그들의 고객이 다른 기업보다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치죠. 그래도 그것이 베인의 컨설팅 서비스가 고객사에게 높은 실적을 가져다 준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컨설팅 서비스가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에 베인의 고객들이 우연히 더 높은 실적을 보였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베인의 고객들이 컨설팅을 받을 만큼 자금의 여력이 있기 때문에, 즉 다른 기업보다 주가수익률이 높아서 베인에게 컨설팅을 해달라고 요청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더 타당한 이유겠죠.

아마도 베인은 자신들의 주장에 이런 치명적인 두 가지의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홈페이지에 그런 이야기를 올렸는지도 모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을 현혹시킬 목적으로 말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를 클릭하면 페이지 하단에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고객이 4배나 더 큰 수익을 올렸다는 말이 자랑스레 써 있군요.

(출처 : Bain & Company 홈페이지)


아마도 베인이 아니라 다른 컨설팅 사에서도 자기네 고객들의 주가수익률 그래프를 그려 보면 위의 그래프와 거의 같은 패턴이 나올 겁니다. 베인 측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말하려면 이렇게 단순한 비교 그래프가 아니라, 자신들의 서비스를 받기 전과 받은 후의 성과 차이를 근거로 내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베인의 컨설팅 서비스가 기업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인과관계의 설명력을 높일 수 있죠(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말이 아님을 주장해야 합니다. 그냥 위의 그래프만 달랑 보여주는 것은 고객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무엇을 주장할 때 그 주장의 진위 여부를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럴 듯하게 들리는 말일수록 철저하게 따져야 합니다. 안 그러면 컨설팅에 돈을 썼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그래도 효과가 있겠지'하는 자기 위안에 빠질지 모를 일입니다.

(*참고도서 : 헤일로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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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자의 평가 및 코칭 스킬 교육   

2011. 6.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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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퓨처컨설팅이 새로운 '인하우스 교육 프로그램'인 '평가자의 평가 및 코칭 스킬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합니다. 성과관리의 성공요소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관리자(평가자)의 평가 역량과 코칭 역량입니다. 매년 요식적으로 실시하는 1~2시간의 평가자 교육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 다음과 같이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자의 코칭 및 평가 역량을 극대화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성과관리를 뿌리 내리기 바랍니다.



[교육 목표]
- 성과관리의 진정한 의미와 평가자의 역할을 인지함
- 성과관리의 절차와 단계별 방법을 실습을 통해 학습함
- 성과관리자로서 평가자가 갖춰야 할 코칭 및 평가 역량을 습득함

[교육 대상]
- 평가자(팀장급)
- 예비 관리자

[교육 방법]
- 강의
- 실습 (조별 실습, 개인별 실습)
- 토론
- 롤플레이
- 동영상 자료 시청 등

[교육 커리큘럼 : 8시간]

Chapter 1. 목표 설정 (2시간)

목표설정 1단계 : 전사 목표 파악
목표설정 2단계 : 팀 목표 설정
목표설정 3단계 : 개인 목표 설정
목표설정 4단계 : KPI 결정
목표설정 5단계 : 실행계획 수립
목표수립 면담

Chapter 2. 코칭 (3시간)
코칭이란 무엇인가
코칭스킬 1. 자긍심 유지 및 강화
코칭스킬 2. 적극적인 경청
코칭스킬 3. 구체적인 피드백
성과촉진을 위한 실전 코칭

Chapter 3. 평가 (1.5시간)
평가의 오류
평가의 오류를 막는 방법 
평가 방법

Chapter 4. 피드백 (1.5시간)
평가 면담 및 피드백
동기부여의 기술
육성계획 수립


이 교육은 기본적으로 1일(8시간) 과정입니다. 필요에 따라 1일(6시간), 2일(12시간)로도 진행이 가능합니다. 6시간 미만의 평가자 교육은 이론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습니다. 

평가자의 '평가 및 코칭 스킬 교육'에 대해 보다 자세한 사항이 필요하시면 아래의 연락처로 전화 주시거나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el)  02-733-1568 / 010-8998-8868
(email) jsyu@infu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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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2011. 6. 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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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무실을 오고 갈 때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예전엔 버스 번호와 노선이 익숙하지 않아서, 교통 정체에 갇히면 아무리 버스 전용차선이 있다 해도 지하철보다 느려서 버스를 거의 타지 않았습니다. 1년에 한번 탈까 말까 였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사무실까지 바로 가는 버스 노선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한 두 번 타보니까 지하철이 주지 못하는 버스만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어두컴컴한 선로를 달리는 지하철은 나를 가둬두고 어딘가로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지만,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버스는 마치 짧은 여행을 가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특히 조금 열어둔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배우 한석규가 
한껏 머리칼을 날린 채 어디론가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석규가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란 음악을 배경으로 나직하게 나레이션하는 그 장면 말입니다.

느긋하게 브런치를...


이렇게 버스를 예전보다 자주 이용하게 되니 아이폰에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어플이 유용하더군요. 버스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몇 분 안에 이 정류장에 도착할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트위터를 보면 가끔 버스 어플 덕에 막차를 놓치지 않고 탔다는 트윗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상당히 유용한 어플임에 틀림 없습니다. 자주 사용하기에 아이폰 맨 첫 페이지에 이 어플을 올려 두었지요.

하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일까요? 정확히 말하면 버스 어플 자체의 단점은 아닙니다. 어플은 아주 훌륭합니다. 어플에서 알려주는 버스 도착 시간에 쫓기며 허둥지둥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제 모습을 종종 발견하면서 한편으로는 불편한 느낌이 가끔 들곤 합니다. 어플이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알지 못하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긴 했지만 그만큼 느긋하게 준비하고 느리게 걷을 수 있는 자유를 양보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막 떠나 버릴 때, 다음에 올 버스를 앞으로 10분이나 넘게 기다려야만 할 때, 어플 탓이 아닌데도 괜히 화가 나더군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 버스 기사분을 원망하기도 하죠. 따지고 보면 그렇게 바쁘게 서두를 상황도 아닌데 말입니다.

불확실성은 어떤 일이 언제 터질지, 어떤 양상으로 터질지, 그 파급효과는 어떤 크기일지 사전에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크면 우리는 불안해지고 불편해집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눈에 보인다면 마음이 편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각각 50%인 상황(그래서 어떤 면이 나올지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보다는, 동전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린 탓에 앞면이 나올 확률이 70%가 넘는 상황(그래서 앞면이 나오는 경우가 뒷면이 나오는 경우보다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버스 어플이 우리에게 현재 서있는 정류장에서 몇번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를 실시간으로 확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는 편리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버스 어플이 불확실성 자체를 없애거나 줄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버스 어플을 우리가 사용한다고 해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 버스 사이의 간격 등에서 일어나는 불확실한 변동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버스 어플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에 불과합니다. 버스 어플이 우리에게 주는 효용은 '버스 도착 시간의 불확실성'을 우리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데에서 찾아야 합니다. 버스 어플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갑갑함을 해소시키는 도구입니다.

만약 우리에게 버스 어플이 존재하지 않고 버스도 무작위하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면 우리는 차라리 느긋하게 준비하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서둘러 정류장으로 뛸 이유가 없죠. 따라서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눈에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조급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도봉구에 산 적이 있었는데, 집에 가기 위해서는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국철을 탔어야 했습니다. 국철은 일반 지하철과는 달리 배차 시간 간격이 넓어서 한번 놓치면 15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5호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종종 국철 플랫폼으로 질주하곤 했죠.

그렇게 미친듯이 뛴 까닭은 따지고보면 국철의 도착시간을 사전에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불확실성을 눈에 드러내어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버스 어플도 우리에게 의도하지 않는 불편을 주지만, 거의 시간에 맞춰 도착하고 출발하는 국철처럼 불확실성이 별로 없는(그래서 확실성이 큰) 상황도 우리로 하여금 느긋할 자유를 빼앗아 갑니다. 지하철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언제 도착할지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점 때문일지 모릅니다.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오히려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버스 어플을 보며 서둘러 옷을 챙기는 제 자신을 보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없애는 것,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삶에 불확실성을 가미함으로써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불확실성은 무조건 기피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수용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도 명확해집니다.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상황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기도 하니까요. 부자가 되어도 시간의 노예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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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예지력은 형편 없다   

2011. 6.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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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예지력은 얼마나 됩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 일을 사전에 알아맞힐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즉 무엇이 일어날지 사전에 알아맞히는 확률이 얼마입니까? 알아맞히는 방법은 그게 직관이든 분석이든 관계 없습니다. 그리고 알아맞혀야 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주가의 변동이든, 내일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이 A매치에서 거둘 득점이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면 모두 예지의 대상이죠.

그 일이 일어난 후에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즉 확률)을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랍니다. 30%? 아니면 80%? 기회가 되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고 싶은데, 지금 짐작으로는 무언가를 사전에 예지해서 맞힐 확률이 적어도 10~20%는 될 거라고 사람들이 대답할 듯 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10~20%면 스스로 자신의 예지력에 대해 '겸손하게' 평가한 거라고 생각할 테지요. 하지만 과연 10~20%의 예지력(맞힐 확률)이 겸손한 수준일까요?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예언을 직업으로 삼는 점술가들의 예지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그들에게 복채를 주면서 우리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조언을 얻으려면 그들이 어느 정도의 예지력을 가져야 할까요? 여러분과 같은 수준의 예지력이라면 그들에게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겠죠. 아마도 여러분은 그들이 70~90%의 예지 능력이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그들의 예지력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보다는 높아야 하겠죠.

그러나 점술가들의 예지력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별로 크지 않습니다. '지니 딕슨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용어은 심령술사인 지니 딕슨이라는 여자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녀는 수많은 예언을 내놓았지만 적중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적중했다고 여겨지는 예언도 따져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되도록 뭉뚱그려서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가 빗나간 예언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보다는 그녀가 어쩌다가 맞힌 예언만을 머리 속에 각인시켰습니다. 그래서 지니 딕슨은 용한 점술가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예지력을 실제 수준보다 높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수(大數)의 법칙' 때문입니다. 대수의 법칙이란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으면 그 중에서 원하는 결과가 '한 두 개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 자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이렇게 되겠지? 아마 그렇게 될지도 몰라"란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은 그런 생각이 빗나가곤 하지만 어쩌다가 기막힐 정도로 적중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헌데 우리의 뇌는 빗나간 예언은 싹 무시하고 극소수의 적중한 예언만을 강하게 인식합니다. 그때문에 점술가의 예지력에는 거품이 잔뜩 끼게 되고(그로인해 그들에게 카운셀링 서비스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자신의 예지력을 스스로 10~20%라고 평가하는 일반인들은 그정도면 겸손한 수준이라 여기죠. 실제의 예지력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서점에 가면 천만원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몇 십억을 벌었다, 젊은 나이에 부동산으로 성공했다는 책들이 사람들의 눈을 끕니다. 그 책이 일러주는 대로 실천하면 우리도 떵떵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많은 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듭니다. 헌데 희망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맹신한다면 문제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요? 적게 잡아도 몇 백만 명은 될 겁니다. 대수의 법칙 때문에 그 중에서 '이런이런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이 한 두 명 쯤은 나오게 마련입니다. 확률로 따지면 아주 작지만(예를 들어 몇 백만 분의 1 정도), 확률이 작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오로지 그가 투자에 성공했다는 사건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그런 책들은 절찬리에 판매되고 많은 이들이 헛된 꿈을 갖고 맙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업이 업계에서 리더로 급부상하면 모두들 그 회사가 성공한 비결을 찾기 위해 경영학자, 기자, 블로거들이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그러고는 그 회사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내어 책을 내거나 기사를 씁니다. 그 회사처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죠. 이때도 우리는 대수의 법칙이 부리는 장난이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리더로 올라설 수 있는 기업은 얼마되지 않기에 그 회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알고보면 별것 없는데도(다른 회사가 별 차이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대수의 법칙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을 바라보지 말고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 사건의 발생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도록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지 매번 의심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회의주의자가 되는 것, 그것이 숱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잡스러운 오보가 날뛰는 세상에서 의사결정의 중용을 잡아가는 자세입니다. 우리의 예지력이 형편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기분이 좀 나빠도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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