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게 비지떡'인 진짜 이유   

2011. 9. 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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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성분, 브랜드 등이 모두 동일한 제품인데 하나는 정가로 팔고 다른 하나는 할인(반값 정도로)해서 판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구입하겠습니까? 당연히 싼 제품을 사겠죠. 헌데, 싼 제품을 구입한 후에 갖는 느낌과 정가로 제품을 구입하고 나서의 느낌과 같을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같은 제품을 싸게 살 때 얻는 효용이 더 크다고 생각할 겁니다. 비용 대비 효과 차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제품임을 '머리'로는 알지라도, 싸게 구입했을 때의 효과가 정가로 구입할 때보다 낮다는 것이 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3명의 연구자(바바 쉬브,  지브 칼몬, 댄 애리얼리)들이 실험에서 선택한 제품은 'Twinlab Ultra Fuel'라는 원기회복 음료였습니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운동을 하고 난 후의 피로를 풀어 준다는 음료입니다.



연구자들은 운동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둘로 나눠 첫번째 그룹에게는 정가로 음료를 팔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반값으로 팔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설문을 돌려서 피로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똑같은 음료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정가로 구입한 학생들이 반값에 마신 학생들보다 덜 피곤하다는 통계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의 결과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주제로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음료는 'Sobe Adrenaline Rush(소비 아드레날린 러쉬)'라는 제품이었죠. 역시 원기회복 음료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125명의 학생들에게 'Sobe'가 정신활동을 촉진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는 점을 상기시킨 다음, 첫번째 그룹에게는 그 음료를 정가인 1.89달러에 팔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할인가인 0.89달러에 팔았습니다. 음료가 정신활동에 효과를 가져다 주려면 시간이 필요한지라(이렇게 말해야 음료의 효과를 학생들에게 극대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지라) 학생들에게 10분 동안 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낱말 맞추기 퍼즐 15개를 학생들에게 냈습니다. 이 퍼즐은 예컨대 'TUPPIL' 이라고 뒤섞인 철자를 보고 'PULPIT'이라는 옳은 단어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었죠. 연구자들은 학생들이 15개의 퍼즐을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주고 풀게 했습니다. 정가로 구입한 학생들이 더 많이 풀었을까요, 아니면 구입가격과 상관없이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까요?

실험 결과를 따져보니 정가에 구입한 학생들은 15개 중에서 9.7개를 맞혔습니다. 음료를 마시지 않고 퍼즐을 푼 학생들(대조군)이 9.1개를 맞혔으니, 통계적으로 음료가 정신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증거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관심은 음료의 성분이 진짜로 정신활동에 도움이 되는지가 아니었죠. 할인된 가격으로 음료를 마신 학생들이 정가로 구입한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어떤 결과를 보였는지가 관심이었으니까요.

할인 가격으로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흥미롭게도 15개 중에 평균 6.75개의 퍼즐만 맞혔습니다. 9.7개와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였습니다. 이로써 가격이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키는 원인이고, 가격이 제품의 질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잣대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싼 제품들은 보통 품질이나 기능이 제대로 값을 받는 제품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싼게 비지떡'이라고 흔히들 말하면서 경제적인 여건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괜찮은 브랜드의 좋은 그레이드의 것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품질, 기능, 브랜드 등이 '똑같은 제품'일지라도 싼 가격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싼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어떤 경로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갖게 만든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싼 제품의 품질과 기능이 실제로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값이 싸면 좋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본능적인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나쁜 게 아닌데도 나쁘다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한다는 말이죠.

이 실험은 제품의 가격을 정할 때 비용과 마진을 적용하는 재무적인 기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을 통해 제품의 품질과 기능을 어떻게 가늠할지 미리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름을 이야기합니다. 가격을 싸게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할 거라 무조건으로 믿는 것이 착각일 수 있음을 시사하죠. 소비자들의 편향 때문에 좋은 제품을 내놓고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프라이싱(Pricing)도 회사의 내부의 '재무적인 기준'과 소비자 입장에서의 '심리적 기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만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제품이라는 칭찬을 받거나 더 많이 팔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싼게 비지떡'인 진짜 이유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겠죠?

(*참고논문 : Placebo Effects of Marketing Actions: Consumers May Get What They Pay F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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