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은 왜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2012. 1. 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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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합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을 얼마나 옳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만일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평가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을 경우, 그 잘못된 평가를 깨끗이 지워내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까? 사람(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가졌던 처음의 인상이나 견해는 부족하거나 부정확한 정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기에 그 후에 추가로 얻는 정보를 가지고 수정해 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런 믿음이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음을 알려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리 로스(Lee Ross) 등 3명의 심리학자들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의 오류가 얼마나 끈질지게 지속되는지의 여부를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그들은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니는 144명의 여학생들을 피실험자로 모집한 다음, 무작위로 '수행자(actor)'와 '관찰자(observer)'의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72명의 '수행자'에게 25개 세트로 구성된 '자살 노트(suicide note)'를 읽도록 했습니다. 자살 노트란 자살을 감행한 사람들이 일을 저지르기 전에 남긴 글을 말하는데, 한 세트의 자살 노트에는 실제의 것과 가상의 것이 각각 하나씩 적혀 있었습니다. '수행자'들은 그것들을 읽어본 후에 그 중에서 무엇이 실제의 것인지 알아 맞혀야 했습니다.

수행자들은 25개 세트를 읽으면서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답을 제시했지만 그가 무엇을 답하든지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수행자의 실력과 관계없이 잘 맞히는 사람과 못 맞히는 사람을 미리 정해 놓았던 겁니다. 연구자들은 25개 중 24개 이상을 맞히는 경우를 '우수한 수행자'로, 25개 중 10개를 맞히는 경우를 '저조한 수행자'로 설정했죠.

이렇게 과제를 끝마치고 난 후에 연구자들은 수행자들에게 '향후에 이런 과제를 다시 수행하게 되면 정답률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은가'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우수한 수행자'들은 21개 이상을 맞힐 수 있다고 자신한 반면, '저조한 수행자'들은 11개 정도만 맞힐 수 있을 거라 답했습니다. 또한 실제의 자살 노트를 알아맞힐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7점 척도로 평가해 보라고 하자 '우수한 수행자'는 5.25로, '저조한 수행자'는 2.58로 평가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연구자들이 무작위하게 설정한 결과를 자신의 실력으로 오인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후에 벌어졌습니다. 연구자들은 자살 노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실력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우수한 수행자와 저조한 수행자를 배정했노라고 실험의 진실을 밝혔습니다. 자살 노트의 진위 여부에 대한 평가가 의미 없음을 분명히 알린 것이죠. 연구자들은 수행자들에게 자살 노트를 알아맞힐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라고 설문을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우수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들은 5.00, 저조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들은 3.83으로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거짓으로 실력을 알려줬음을 고백했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더욱이 연구자들은 이 실험의 목적이 다른 사람의 평가로 인해 자기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더욱 자세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향은 (약해지긴 했지만)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실력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강하게 지속되었는지 우수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는 4.75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는 3.83으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했으니 말입니다.

리 로스 등의 연구자들이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진행할 때, 관찰자(observer)로 참여한 학생들은 수행자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이 관찰자들에게 수행자의 실력을 평가하라는 설문을 돌렸을 때, 관찰자들은 우수한(우수하다고 평가 받은) 수행자들의 능력을 5.67로, 저조한 수행자들의 능력을 3.83으로 평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거짓으로 우수한 수행자들과 저조한 수행자를 배정했기에 이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연구자들이 관찰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실력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우수와 저조' 여부를 배정한 것이라고 실험의 진실을 밝히고 나서도 그런 경향은 지속됐습니다. 실험의 진짜 목적을 소상하게 밝히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죠. 타인의 능력을 평가할 임무를 맡은 관찰자들도 연구자들이 무작위로 설정한 '우수와 저조' 여부에 여전히 묶여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자신 혹은 타인에 대해 최초로 가졌던 인상이나 견해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지속된다는 점, 더욱이 그 인상이 거짓으로부터 나왔음을 안다 해도 처음 가졌던 인상(혹은 견해)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 실험이 극명하게 시사합니다. 우리는 처음에 가진 인상이나 견해에 반대되는 증거를 수도 없이 접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 합니다. 자살 노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능력과 같이 어찌보면 별것 아닌 것에도 그런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사람들은 신념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도 그것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만 받아들이고 그 증거를 통해서 자신의 신념을 발전시킵니다. 반대되는 증거라도 자신의 신념에 맞게 다시 재단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념에 부합되는 증거만 선별적으로 기억함으로써 반대되는 증거를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죠. 또한 반대되는 증거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바꾼다는 것이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이라 여겨서 잘못된 신념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견해가 선입견, 첫인상, 최초의 평가 등에 의해 좌우되고 그것이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은 인사 평가로 인해 발생하는 팀장과 부하직원들 사이의 갈등에 불씨로 작용합니다. 애초에 '나는 이런이런 능력이 뛰어나(혹은 부족해)' 그리고 '저 사람은 이런이런 능력이 뛰어나(혹은 부족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면 신념으로 이어지고 서로에 대한 평가가 충돌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A라는 부하직원의 프레젠테이션 역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견해를 한번 가지게 되면 A가 제아무리 뛰어난 프레젼테이션 실력을 보여주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잘하는 점보다도 잘못하는 점만을 집어내려 할 겁니다. A가 프레젠테이션을 잘하지 못하는 그럴싸한 이유를 찾으려 할 겁니다.

팀장과 부하직원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가지는 최초의 견해가 잘못된 정보로부터 비롯됐을 수 있고 한번 굳어진 견해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평가지표를 정교화하고 계량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계량적 지표는 신념을 강화하고 잘못된 신념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잘못된 견해를 희석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객관적인 평가란 또 하나의 미신입니다.


(*참고논문 : Perseverance in Self-Perception and Social Percep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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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생각의 유연성을 해친다   

2012. 1. 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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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당신은 아무 생각 없이 삽니까?')에서 심리학자 에이브러험 S. 루친스의 물항아리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용량이 다른 세 개의 항아리를 가지고 원하는 물의 양을 얻어내라는 실험이었죠. 세 개의 항아리가 각각 21리터, 127리터, 3리터 짜리일 때 100리터의 물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127리터 짜리 항아리에 물을 가득 담은 다음, 21리터 짜리 항아리로 물을 덜어내고 3리터 짜리 항아리로 두 번 물을 덜어내면 127리터 짜리 항아리에는 100리터의 물만 남게 됩니다. 각각의 항아리를 순서대로 A, B, C 라고 하면, B-A-2C의 방법으로 답을 구할 수가 있죠.

케네스 맥그로우(Kenneth O. McGraw)란 심리학자는 이렇게 B-A-2C의 방법으로 원하는 물을 얻을 수 있는 문제를 피실험자들에게 여러 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을 둘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문제를 풀 때마다 약간의 보상금을 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보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피실험자들을 여러 문제를 풀어가며 'B-A-2C'라는 패턴을 익숙해지기 때문이었죠.



맥그로우는 일찍이 루친스가 제시한 바 있었던 전혀 다른 패턴의 문제를 마지막에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B-A-2C의 패턴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제시했던 거죠. 예를 들어 항아리의 용량이 각각 100리터, 26리터, 5리터일 때 52리터의 물을 만들려면, 26리터 짜리 항아리를 두 번 사용하면 52리터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B-A-2C의 패턴에 너무나 익숙해진 피실험자는 그 쉬운 방법을 찾아내는 데 제법 어려워 합니다.

맥그로우가 주목한 것은 보상의 여부가 새로운 패턴의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였습니다. 보상을 받은 피실험자들은 보상을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새로운 패턴의 문제를 더 오랫동안 고민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전환하는 데에 보상이 방해를 일으킴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보상을 받으면 성과가 오르리란 직관적인 상식과 반하는 결과죠.

물론 보상을 하면 성과가 향상된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상과 성과의 비례 관계가 성립되는 경우는 지적능력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업무일 때로 한정됩니다. 지적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일을 수행할 때는 보상과 성과의 비례 관계가 깨지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보상을 많이 받게 되면 좋은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적능력의 일부 혹은 거의 전부를 차지하여 성과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예전의 포스팅('연봉이 과도하면 성과가 떨어진다')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보상 받는 금액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수행하는 일과 그것에 주어지는 보상 사이의 상대적 가치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A라는 일에 통상적으로 100의 보상이 주어질 때 150의 보상을 부여하면 50이라는 추가 보상이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이어집니다. 일명 '루친스의 물항아리' 문제처럼 보상을 받지 않아도 괜찮은 간단한 과제에 보상을 받고 실험에 응한다는 것은 비록 그 절대 금액이 작더라도 피실험자들에게 압박감을 부여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또 하나의 설명은 보상이 일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맥그로우의 실험에서 보상을 받은 학생들이 쩔쩔 맨 진짜 이유일지 모릅니다.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는 8명의 학생들을 2개조로 나눠 대학신문사의 헤드라인을 쓰게 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조의 학생들에게는 헤드라인을 하나 쓸 때마다 50센트의 돈을 주고 두 번째 조의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12주 동안의 성과를 지켜본 결과, 보상을 받은 학생들보다 보상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초기에 비해 더 많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보상을 받은 학생들의 성과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보상이 일의 가치를 저하시켰음을 시사합니다. 루친스의 물항아리 문제를 돈을 받고 푼다는 것이 피실험자들이 느끼는 일의 가치를 떨어뜨려서 새로운 패턴을 찾으려는 욕구를 저하시키고 B-A-2C 패턴에 집착하려고 유도했을지 모릅니다. 이처럼 보상으로 인해 사고의 유연성이 저해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케네스 맥그로우의 실험은 보상이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기존의 통념이 옳지 않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보상이 학습의지를 저하시키고 일의 가치를 낮게 인식시키며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직원들에게 연봉을 많이 올려주고 나서 성과의 양과 질이 향상되리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 깨닫게 됩니다.

랜시스 리커트(Rensis Likert)는 "직원들이 일을 잘하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유능한 일꾼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부심을 통해 사고의 유연성이 극대화되고 그것을 통해 자발적인 성과 창출로 이어집니다. 보상의 효과는 모르핀처럼 오래가지 못합니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없이 보상만으로 성과 창출을 기대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을 비둘기나 쥐와 같이 보상과 처벌로 특정 행동을 강화해 나타내는 동물로 취급하려는 단순무지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헌데 이처럼 보상이 성과 창출에 그리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전하면, "돈이라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런 냉소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런 냉소와 푸념을 곧이곧대로 믿어 연봉을 올려주면 불평 없이 열심히 일하리라 생각하는 CEO가 있다면 성과 향상은 커녕 그 조직의 냉소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말 겁니다. 

돈이라고 많이 주면 좋겠다는 회사가 아니라, 돈을 많이 못 받아도 일하고 싶다는 회사를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참고도서 : '비합리성의 심리학')
(*참고논문 : Effects of externally mediated rewards on intrinsic motivation ,

Evidence of a detrimental effect of extrinsic incentives on breaking a mental s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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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보다 연봉이 적은 이유?   

2012. 1. 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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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게임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널리 애용되는 재미있는 실험입니다. 이 게임에는 두 사람이 참여하는데 각각 '제안자'와 '응답자' 역할을 맡습니다.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이 제안자에게 10달러를 주면,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10달러 중 일부를 주겠다고 제안해야 합니다. 만일 응답자가 제안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제안된 금액대로 나눠 가지고, 반대로 응답자가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가지지 못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돈을 제안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응답자에게 돈을 적게 제안하면, 응답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돈을 한푼도 못 가질 것이기 때문이죠. 

사라 솔닉(Sara Solnick)이란 경제학자는 성별에 따라 이 최후통첩게임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입니다(한국 38.8%, OECD 평균 16%, 2008년 기준). 더욱이 동일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임금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솔닉은 최후통첩게임로부터 임금 격차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펜실베니아 주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솔닉은 학생들을 임의로 제안자와 응답자로 나눈 다음,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분리대 양측에 앉도록 했습니다. 실험군의 학생들은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알고 게임을 진행했고, 대조군의 학생들은 상대방의 코드번호만을 전달 받고 게임에 응했습니다. 이름은 상대방의 성별을 유추할 수 있는 거의 확실한 단서라서 성별에 따른 제안 금액의 차이를 알기에 적절하리라 솔닉은 판단했습니다. 물론 중성적인 이름이 있지만, 데이터 분석시에 그것들은 모두 제거했다고 합니다.

실험의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먼저 제안자가 남자이고 응답자가 남성이면, 제안자(남성)는 평균 4.73달러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안자가 남성이고 응답자가 여자이면, 제안자(남성)는 평균 4.43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남성인 경우, 상대방이 여성일 때는 돈을 6.3% 적게 제안했죠. 남성들이 코드번호로만 알려진 상대방에게 4.85달러를 제안한 것과 비교하면 8.7% 적은 금액입니다.

여성이 제안자 역할일 때는 제안 금액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가 남자일 때는 평균 5.13달러를 제안한 반면, 응답자가 여성일 때는 고작 4.31달러만 제안했습니다. 여성들이 동성에게는 16% 박하게 제안했던 겁니다. 상대방의 성별을 모르고 오직 코드번호로 인식한 여성(제안자)들이 평균 4.50달러를 제안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이 실험만 가지고 성별의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응답자가 남성일 때 제안 금액을 적게 제시하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해오리라 염려하는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응답자가 여성이면 적은 금액을 제시해도 그 불이익을 감수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여성은 응답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남성보다 열위에 놓이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솔닉은 이번엔 응답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얼마냐?"고 말입니다. 남성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남성임을 알 때는 2.45달러, 제안자가 여성임을 알 때는 3.39달러를 최소 수용 가능 금액이라 답했습니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남성임을 알 때는 2.82달러, 제안자가 여성임을 알 때는 최소 수용 가능 금액을 4.15달러라고 말했죠. 응답자들은 제안자가 여성일 때 더욱 강하게 자신의 이익을 주장했던 셈이죠. 이는 여성이 제안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도 남성보다 열위에 놓이게 됨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솔닉의 실험은 임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어느 입장에 놓여져 있든 간에 여성이 항상 불리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근본적인 이유까지 파고 들진 못했지만)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솔닉의 실험이 전달하는 가장 의미 있는 시사점은 남성과 여성에게 고용의 기회가 고루 주어진다고 해서, 즉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고 해서 결과의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남성과 여성에게 주어진 오래된 성 역할의 인습이 남아있는 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성별 행동의 차이가 고정관념으로 작용하여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또 남성들이 여성들을 그렇게 다루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안자 역할을 하는 고용주들 대부분이 남성인 현실 상황에서 남성 지원자들과 동등한 보상을 받으려면, 제안을 보다 비판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고용주들도 지원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지원자들보다 은연 중 낮은 금액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관성을 저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남녀 간에 존재하던 기회의 격차는 아직 크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꽤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허나 성별에 따른 결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정은 아직 요원합니다. 고용주와 지원자 모두에게 결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장치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성분들! 수용하지 말고 투쟁하십시오.

(*참고논문 : Gender Differences In The Ultimatum Ga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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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으로는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없다   

2012. 1. 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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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 중 하나가 면접(인터뷰)입니다. 아마 서류심사만으로 사람을 뽑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 면접도 1번에 그치지 않고 면접관을 달리 해 여러 번 실시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이 있고 얼마나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면접의 강도와 회수만 다를 뿐입니다. 이렇게 면접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학교 성적, 다른 사람들의(전 직장 동료) 평가, 과거의 업무 실적보다 면접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수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은 기업의 면접관들이 '인터뷰 착각(Interview Illusion)에 빠져 있다고 단언합니다. 면접관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 지원자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니스벳은 면접이 근거가 미약하고 정확하지 않은 도구라는 증거는 이미 많다고 말합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로빈 도스(Robyn Dawes)의 조사입니다. 텍사스 대학교의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800명의 지원자 중에서 면접 점수로 150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 주의회가 갑자기 정원을 50명 더 늘리라고 하는 바람에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들 중에서 50명을 추가로 뽑아야 했습니다. 헌데, 추가로 뽑으려고 명단을 살펴보니 뽑을 수 있는 대상자들은 면접 점수가 700~800등에 해당하는 학생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중 43명의 학생들은 그 어떤 의과대학에서도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이었죠. 하지만 주의회의 명령이었기에 학교측은 면접 점수가 하위권인 학생 50명을 합격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들은 어떤 학생이 면접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 알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면접 점수 상위권 그룹(150명)과 하위권 그룹(50명)을 비교했더니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그룹의 학생들은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율이 82%로 동일했고, 우등상을 받은 비율도 비슷했으며, 레지던트 1년차를 이수한 이후의 성과도 별 차이가 없었죠. 50명 중 43명이 모든 의과대학에서 거부된 학생들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입니다. 면접 점수가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설명력이 거의 없었다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왜 면접관들은 인터뷰 착각에 빠지는 걸까요?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원자가 앞으로 그 분야에 종사할 시간에 비한다면 찰나에 비유될 만큼 매우 짧습니다. ‘척 보면 안다’라고 자신하지만, 평소에 가진 편견, 그날의 컨디션,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 등에 따라 지원자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 내리기도 하고, 당황한 지원자가 말 실수를 하면 뭔가 숨겨진 의미 때문은 아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큽니다.

또한 '후광 효과'로부터 모든 면접관들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떤 지원자가 옷을 잘 입고 외모가 훌륭한데다가 겸손까지 갖추고 있다면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지원자들을 면접하다 보면 '대조 효과'에 의해 잘못된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직전 지원자가 유난히 '멍청하게' 면접에 응했다면 다음에 인터뷰하는 지원자가 그저그런 실력이라 할지라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하게 됩니다. 

프랭스 슈미트(Frank L. Schmitt)와 존 헌터(John E. Hunter)라는 심리학자는 무려 85년간의 인력 채용을 자료를 검토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가 지원자의 지적 능력(General mentality ability)과 구조화된 면접(단순한 면접이 아님)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전문적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직무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완벽한 잣대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지적 능력을 과연 파악할 수 있을까요? 어제 포스팅한 글('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에서 봤듯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주어지는 질문 포화에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은 초킹(choking) 현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Stuart Sutherland)는 구조화된 면접이라 할지라도 마주보는 지원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기 쉽기 때문에 차라리 서면으로 답변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섭니다). 또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구조화된 면접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도스는 '당사자를 30여 분 면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이 더 뻔뻔하다'고 단적으로 말합니다. 면접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한 지원자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할 겁니다. 면접의 효과가 근거 없는 믿음이라면 면접을 지원자와 안면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지원자가 직장에서 나타낼 성과를 설명력 있게 가리키는 지표가 적어도 면접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면접으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미신(Myth)입니다. 그런데도 이 순간에도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이 이루어지고 면접에 의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집니다. 과연 괜찮은 걸까요?

(*참고문헌 : House of Cards : Psychology and Psychotherapy Built on Myth )
(*참고논문 :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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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   

2012. 1.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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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머리가 좋은 사람과 지능이 그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에게 동일한 과제를 부여하면 평균적으로 누가 더 과제를 잘 수행할까요? 여러 과제를 던져보면 당연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 지능이 그저 그런 사람에 비해 과제 수행의 속도도 빠르고 완성도도 높습니다. 그런데, 과제를 부여할 때 압박감을 느끼도록 상황을 조성한다면 그래도 머리 좋은 사람이 과제를 훌륭히 수행할까요?

우리는 상식적으로 머리 좋은 사람이 중압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주어진 과제를 빠르고 완성도 있게 완료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 즉 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압박 강도가 센 조건에서 초킹(choking) 현상을 보이며 무너질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사이언 베일락(Sian L. Beilock)과 토마스 카(Thomas H. Carr)는 미시건 주립 대학교 학생 9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지능 테스트와 비슷한 '작업기억(working memory)' 테스트를 보게 하여 높은 인지능력을 지닌 자(46명)와 낮은 인지능력(47명)을 가진 자로 분류했습니다. 베일락과 카가 학생들에게 부여한 과제는 '모듈러 연산'이라고 불리는 수학 문제였습니다. 이 연산을 수행하려면 중간 과정을 머리 속으로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기억을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화면에 나타나는 문제를 재빨리 본 다음에 'True' 혹은 'False'라고 답해야 했습니다.

베일락과 카는 학생들에게 중압감이 적은 상황과 큰 상황에서 문제 풀이의 정확도와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습니다. 그들은 압박감을 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문제를 푸는 속도가 컴퓨터에 의해 측정되고 각자가 문제를 푼 결과가 자기 자신의 보상금액(실험참가자에게 주기로 한 수고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보상금액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일러줬습니다. 과거에 다른 사람들이 받았던 테스트 결과보다 20% 높은 성적을 올릴 때 5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말하고, 다른 학생들은 이미 20%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거짓으로 알렸습니다.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중압감을 주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이렇게 실험 조건을 두 가지(압박감이 적은 상황과 큰 상황)로 조성하고 학생들에게 쉬운 문제 24개와 어려운 문제 24개를 풀도록 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지능력이 높거나 낮거나 관계 없이 쉬운 문제를 풀 때는 압박감이 높은 상황이 되어도 문제 풀이의 정확도와 속도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압감이 큰 상황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달랐습니다. 인지능력이 높은 학생들의 정확도가 인지능력이 낮은 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졌던 겁니다. 특이한 점은 인지능력이 낮은 학생들의 정확도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오히려 올라갔다는 사실이었죠.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지능이 높은 학생과 지능이 낮은 학생의 정확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베일락과 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과제는 작업기억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과정인데 압박감이 커지게 되면 '내가 이걸 못 풀면 어떻게 하지?' '나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수고료를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지?'란 근심이 작업기억을 장악하고 맙니다. 그래서 문제를 풀기 위한 작업기억의 자원이 부족한 상태가 되고 말죠. 그래서 작업기억이 발달된(즉 인지능력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성과의 하락폭이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우수한 학생들은 자신의 낮은 성과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 특성이 있기에 인지능력이 그저그런 학생들에 비해 걱정거리로 인해 작업기억이 장악되기 쉽다는 것이죠. 초킹 현상은 작업기억이 뛰어난 자들에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요즘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압박 면접' 기법을 사용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피면접자가 어려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사람이 발휘할 능력을 파악하겠다는 의도죠. 압박감이 크고 (면접관들에 의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드러내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케이스 인터뷰'라고 이름 붙여진 책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만 봐도 압박 면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일락과 카의 실험은 역량이 뛰어난 자일수록 압박 면접에서 인상적이지 못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뛰어난 인재를 오히려 놓칠 수 있다는 점, 실력보다는 순간적인 기지를 잘 발휘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걸러서 '버리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험에서의 성과가 조직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지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압박감이 적은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는 베일락과 카의 실험에서 보듯이, 중압감을 조성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보다 피면접자가 압박을 덜 느끼도록 배려한다면 우수한 인재 아니 적어도 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겁니다. 압박 면접을 하더라도 그것을 피면접자의 능력 대부분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보지 말고 다른 방식의 평가로 보완하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압박이 아니라 배려와 안정감이 더 큰 성과를 더 꾸준하게 유도하는 법입니다. 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내는 방법일지 모름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 When High-Powered People F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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