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없는 자동차 회사   

2011. 7.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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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분이 어느 자동차 회사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그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자동차 회사라면 으레 있을 법한 거대한 공장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일하는 직원들도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그 회사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니 더욱 혼란스럽다. 자동차 회사가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 파트가 이 회사엔 없으니 말이다. 엔진이나 차체를 연구하는 R&D 부서도 없다. 디자인, 연구개발, 생산 기능이 없는 회사를 자동차 회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책 ‘매크로 위키노믹스’에서 소개하는 로컬모터스의 사장인 제이 로저스는 여러분에게 한껏 웃어 보이며 “우리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회사다”라고 분명하게 대답할 것이다.



집단지성의 잠재력에 눈뜨다
로컬모터스에 디자인 기능이 없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들에겐 상근 직원으로 이뤄진 디자인 부서가 없을 뿐이다. 대신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5000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취한다. 자신의 디자인이 채택되면 그 디자이너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디자이너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로컬모터스는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제시하는 수많은 시안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서 단 14개월 만에 불과 200만 달러의 자금으로 오프로드 경기용 자동차인 랠리 파이터를 생산해냈다.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가 수 억 달러를 들여 2년 만에 신차를 개발하는 것과 매우 대비되는 성과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독특한 협업체계와 그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혁신과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이 책 ‘매크로 위키노믹스’의 저자들은 말한다. 이런 현상은 그들의 전작인 ‘위키노믹스’에서 이미 예견한 바 있는데, 이번에 낸 신작에는 ‘매크로’라는 이름을 덧붙여서 위키노믹스가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부터 전세계로 확산되고 더욱 촘촘하게 얽혀 가는 거대한 트렌드임을 역설한다. 미시경제가 아니라 거시경제 차원에서 위키노믹스를 조망하고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실천해야 함을 주장한다.
 
로컬모터스와 같은 신생기업 뿐만 아니라 P&G와 같이 역사가 오래되고 거대한 다국적 기업 역시 매크로 위키노믹스적인 ‘오픈 비즈니스’로 새로운 성공을 구가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P&G는 연구 개발 분야에 외부 인력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이름이 높다. 그들은 풀리지 않는 연구 난제를 내부에서 풀기 위해 끙끙거리는 여느 기업과는 달리 이노센티브닷컴과 같은 사이트에 공개하거나 광범위한 여러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세계 어딘가에 있는 전문가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방식을 2000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연구센터와 같은 물리적인 시설 없이도 200만 명이나 되는 가상의 연구부서를 가지는 셈이다. 기업 내외부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P&G는 이처럼 글로벌 인재 풀(pool)이 가진 막강한 잠재력을 활용함으로써 150개 분야에서 300개 브랜드를 아우를 수 있게 되었다.

기회는 열려있다
매크로 위키노믹스는 로컬모터스와 P&G와 같이 명민한 기업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젖어 있는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불행을 야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신문이다. 새로운 웹의 등장으로 인터넷은 수동적으로 읽고 듣고 보는 행위 이상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하고 교제하며 협업하고 창조한다. 이런 현상 속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여 가판과 배달 판매, 지면 광고로 돈을 버는 전통적인 신문은 설 자리를 빠르게 잃어가는 중이다. 저자들은 신문의 몰락은 우연이 아닐뿐더러 갑작스레 발생한 일도 아니며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미 신문의 몰락은 정해진 일이라는 소리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는 얻는 정보보다 신문 기사를 덜 신뢰한다는 사실은 신문업계에게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다.
 
그렇다면 신문업계엔 희망은 없는 것일까? 저자들은 ‘허핑턴 포스트’와 ‘가디언’에서 해답을 찾는다. 허핑턴포스트는 매달 2000만 명이 구독하는 온라인 신문으로 구독자 수가 매년 50%씩 급성장 중이다. 하지만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원은 고작 150명에 불과하다. 이런 소규모 인력으로도 대형 언론사를 뛰어넘는 이유는 역시 각지에 퍼져있는 3000명의 기고자들과 1만 2000명의 ‘시민 언론인’이 있기 때문이다. 로컬모터스와 P&G와 마찬가지로 회사 외부의 전문인력과 함께 대규모 협업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기사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동 참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새로운 목소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기사를 전달하자는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가 태생부터 매크로 위키노믹스를 실현했다면, 오래된 영국 신문인 ‘가디언’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이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기업이다. 자체 인력으로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인간 센서’를 이길 방법이 없다고 그들은 느꼈다. 가디언은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혁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기사, 동영상, 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이 그것들을 재사용할 기회를 주었다. 자기네 기사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게 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수입원을 발굴할 기회를 찾고자 한 것이다. 사람들이 가디언의 기사를 더 많이 재사용하고 변경할수록 가디언의 광고 네트워크가 더욱 발전할 것임을 그들은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시대로!
저자들은 기업들이 먼저 투자하고 나중에 질문하는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 다음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샅샅이 탐색할 줄 아는 기업이 매크로 위키노믹스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구시대적인 ‘피아의 구분’ 따위는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 외부에 있는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공동 창조할 것을 기업들에게 주문한다. 매크로 위키노믹스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환경을 조성하는 큐레이터가 되고, 공유의 문화를 활성화하며, 자기조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협업의 문화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젊은이들에게 주목하면서 그들에게 변화를 주도할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는 매크로 위키노믹스에는 오직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일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다. 많은 이들이 광범위한 협업과 공유체계 때문에 일자리가 줄고 임금이 깎질 지 우려한다. 무엇보다 개인정보가 유용되고 프라이버시가 존중 받지 못하는 문제가 심화되리라 걱정한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클라우드(cloud) 서비스를 보면서 ‘내가 그곳에 올린 자료가 나의 성향에 대한 분석 정보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내 자료를 다른 곳에 팔거나 유용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들은 이런 걱정들이 기우이며 피해도 적으리라 단정한다. 그들은 매크로 위키노믹스는 개방적이고 광범위한 참여를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가 창출되고 돈을 벌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단적인 예로 애플의 앱스토어가 생겨나 개발자들에게 수익의 70%를 주는 구조가 안착되면서 개발자나 애플이나 모두 윈-윈하게 됐으니 말이다. 허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에 대해서 저자들은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한다.  좋은 프라이버시 정책을 가질수록 사람들에게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 받게 됨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데에서 희망을 찾는다. 그리고 개인들도 스스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온라인 행동’을 수정하는 데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뾰족한 해법이 없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교육, 방송과 영화, 과학과 의료, 정부와 글로벌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매크로 위키노믹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폭넓게 조망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매우 충분하다. 협업을 단순하게 같이 모여서 회의 몇 번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독자라면  매크로 위키노믹스에 담긴 의미를 우리 회사에, 그리고 나 자신에 어떻게 대입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라.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오히려 짧게 느껴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이 책과 함께 변화하는 세상의 리더십을 탐색해 보라.

(* 이 글은 교보문고 북모닝CEO에 오늘 실린 저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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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7.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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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에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 많은 독서량은 아니지만, 좋은 책을 여러 권 만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책을 다 읽으면 트위터에 "이 책을 방금 완독했다"는 트윗을 날립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경향이 있는데, 하나 읽다가 좀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는 독서법을 취합니다. 그래서 월말에 가면 '완독했다'는 트윗이 몰리죠. 어떤 분들은 하루에도 이런 트윗이 여러 개 올라오는 걸 보고 제가 한 두 시간 만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시더군요. ^^


이제 여름의 한복판인 7월입니다. 휴가철이라 들뜬 마음에 독서를 멀리할지 모르겠군요.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세어보니 5권이나 되네요.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 여러분도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제가 읽은 책에 대해 짧게 평을 달아봅니다. 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매크로위키노믹스

매크로 위키노믹스 : '위키노믹스'를 써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들이 새롭게 내놓은 후속작입니다. 위키노믹스가 미시적인 수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여러 '굴뚝산업'에서 오픈 비즈니스의 실현해내는 혁신가들의 사례들은 타성에 젖은 여러 기업의 몰락을 예견하는 듯 합니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위키노믹스가 어떻게 광범위하게 펼쳐지는지, 그리고 그 산업들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

상식 밖의 경제학 : 나온지 좀 된 책입니다.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의 최근작인 '경제심리학'을 읽고 나서 그가 글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고 내용 또한 재미있어서 찾아 읽은 그의 첫 책입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그가 실제로 수행한 여러 실험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조직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그의 후속작인 '경제심리학'도 좋은 책입니다.


하이퍼포머 팀장매뉴얼(개정판)

하이퍼포머 팀장 매뉴얼 : 얼마 전에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워크샵을 위해 참조한 책입니다. 매뉴얼이란 이름에 걸맞게 조직과 개인의 성과관리를 위해  팀장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여러 가지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헌데 실제 현업에서 적용하기에는 조금 복잡하고 load가 많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꼭 필요한 방법들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

나는 몇 살까지 살까? : 90년 전에 루이스 터먼 박사가 시작한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이어 받아 연구를 계속해 온 '인생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를 소개한 책입니다. 건강과 장수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일례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과 살을 빼는 것은 장수와 상관 없다고 합니다. 장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성격은 성실함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는 도발적인 책입니다. 인터넷과 SNS가 집중력을 상실케 해서 깊게 사고하는 법을 점차 잃어가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주장이 '러다이트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한곳에 집중하기가 점차 버거워지는 나 자신을 보며 동의할 수밖에 없더군요. 스마트 기기가 도처에 널려 있다 해서 우리가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딜리버링 해피니스

딜리버링 해피니스 :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진 유통업체 재포스(Zappos)의 CEO인 토니 셰이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이 찻집에 비치되어 있길래 갈 때마다 짬짬이 읽었죠. 그가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서 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액의 기업을 성장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어떤 계기로 깨달았는지, 재포스의 독특한 문화는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특유의 발랄한 필체로 '떠들어' 댑니다. 원래 이런 류의 성공 스트리를 즐겨 읽지 않는데, 그의 '행복 경영' 철학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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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쓴다고 교육이 스마트해질까?   

2011. 7. 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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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5년까지 2조 2천억 원을 투입하여 소위 '스마트 교육'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책이 기사화됐습니다. 학생들과 교원들에게 갤럭시 탭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지급하고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스마트 교육의 주된 내용이더군요. 정부는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컨텐츠를 검색하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일석이조로 사교육비까지  줄일 수 있으니 2조 2천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교과부가 생각하는 대로 정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과 교원들에게 스마트한 교육을 가능하게 할까요? 인터넷을 통해서 학생들의 문제해결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과연 스마트 교육은 스마트할까요?



얼핑 주(Erping Zhu)라는 학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PC로 하나의 글을 읽으라고 지시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모두 동일한 글이 주어졌지만 어떤 학생들은 글에 링크(URL)가 많은 글을, 어떤 학생들은 링크가 없거나 몇 개 안 되는 글을 읽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얼핑 주는 학생들에게 읽은 내용을 요약하도록 했고 이해력을 평가하기 위한 객관식 문제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링크의 개수가 많은 글을 읽을수록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링크가 '인지 과부하'를 일으킴으로써 글읽기에 몰입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증거로 볼 수 있죠.

이런 실험도 있습니다. 스티븐 록웰(Steven C. Rockwell)과 로이 싱글턴(Loy A. Singleton)은 피실험자 100명에게 웹브라우저를 통해 어떤 발표문을 읽도록 했습니다. 피실험자들은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한 그룹은 순전히 텍스트로만 이뤄진 글을 읽었고, 어떤 그룹은 텍스트와 함께 동영상과 같은 시청각 자료가 포함된 글을 읽었습니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10개의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순전히 텍스트로 이뤄진 글을 본 사람들은 평균 7.04개의 문제를 맞혔습니다. 반면에 멀티미디어 자료가 포함된 글을 읽은 사람들은 5.98개(약 6개)의 정답을 말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이 정도의 차이는 유의미한 수준입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차이가 더욱 명확했습니다. 텍스트만으로 된 글을 읽은 사람들은 내용이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었다고 답했고, 멀티미디어 자료를 읽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라고 대답한 빈도가 훨씬 높았으니 말입니다. 이 실험 역시 멀티미디어 자료가 글의 내용에 몰입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증거를 보여 줍니다.

요즘에 CNN뉴스나 YTN뉴스를 보면 화면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 정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가 전하는 뉴스가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지만, 화면 하단에는 '오늘의 주요뉴스', '주가 현황', '지역별 날씨' 등의 자막이 왼쪽으로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로리 베르겐(Lori Bergen) 등의 심리학자들은 한 그룹의 피실험자들에게 전형적인 CNN뉴스 프로그램을 보여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보여주되 화면 하단의 자막방송과 그래픽을 없앴습니다.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사람들이 뉴스 내용을 더 많이 기억했을까요? 당연히 자막과 그래픽이 제외된 뉴스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었습니다. 여러 메시지를 한꺼번에 전달하면 '인지 과부하'와 '집중력 저하'가 야기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명백한 증거입니다.

서두에 던졌던 질문을 다시 던져볼까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정말 학생들을 스마트하게 만들까요? 스마트 교육이 학생들의 문제해결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자료와 이곳저곳으로 넘나들 수 있는 수많은 하이퍼링크를 학생들에게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입안자의 주장에 강한 의문이 듭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실험들은 멀티미디어, 링크, 많은 정보에 노출될수록 이해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사실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문제해결력과 의사소통력과 무관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학습의 시작과 기초는 이해력에서 출발하고 기억력에 의해 강화됩니다. 또한 이해력과 기억력은 집중력이라는 엔진 없이는 불가능하죠. 헬레네 헴브루크(Helene Hembrooke)와 게리 게이(Geri Gay)는 실험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이 문제가 있음을 보였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으로 서핑하게 한 그룹과 강의만 듣게 한 그룹 사이에서 기억력과 이해력의 큰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사용한 학생들의 점수가 형편없게 나왔죠.

인터넷, 멀티미디어, 스마트 기기 등은 인간으로 하여금 많은 주제를 폭넓게 탐구하도록 만드는 좋은 효과를 주지만, 깊게 배우려는 능력과 의지를 갉아먹는 심각한 부작용을 함께 낳습니다. 사람들이 정보통신 기기를 통해 예전보다 많은 글을 읽지만, 많은 이들이 그 글들을 깊게 읽지 않고 '대충 훑어보는' 습관에 이미 젖어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득을 보는 측은 학생이나 교원들이 아니라 스마트 기기를 제조하는 업체일지 모릅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와 같은 수단에 기대는 일은 근시안적인 조치입니다. 이미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정보와 지식에 노출되어 있고 알게 모르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삽니다.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하이퍼링크와 멀티미디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4~6시간 만큼은 깊게 읽고 깊게 사고할 기회를 주면 안되는 걸까요?

정부가 제시한 스마트 교육은 그리 스마트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스마트 교육이 진짜로 스마트해지려면 스마트 기기를 버리고 교육의 본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도서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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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하는 자의 마인드 3종 세트   

2011. 6.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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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가수 배리 매닐로의 얼굴이 그려져 보기에도 민망한 티셔츠를 어떤 학생에게 입게 한 후에 다른 학생들이 모인 강의실에 들어가게 했다. 이 실험을 진행한 길로비치는 적어도 2분의 1 정도의 학생들이 그 민망한 티셔츠를 알아볼 거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겨우 23%의 학생들만이 그 티셔츠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티셔츠(남루한 것, 촌스러운 것 등)를 가지고 실험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실패의 공포를 벗어라
새출발의 두려움은 실패의 기억으로부터 나온다. ‘타인이 다시 시작하는 나를 어떻게 볼까?’, ‘만약 내가 또 실패하면 그들은 날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라는 걱정이 새출발하는 자의 마음을 옥죄어 온다. 굳세게 마음 먹고 시작한 일이 실패하면 '난 왜 이리 못 낳을까?'라며 자신을 꾸짖는다.

실패에 대한 자책이 반성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타인의 시각을 ‘상상’하기 때문에 더 큰 열패감에 사로잡힌다. 길로비치의 실험은 이 같은 걱정이 기우에 불과함을 말해준다. 타인은 우리의 새출발에 대해서도 우리의 실패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 이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우리의 새출발이 실패할 수는 있어도 상처 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니까.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을 쓴 사무엘 베케트는 "이번에도 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더 세련되게 실패했다." 라고 말했다.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좀더 세련되게 만드는 법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고 기회라는 뜻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크로토는 "열 번의 실험 중에 아홉 번을 실패했다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좋은 기록이다"라고 말하며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충고한다.
 
실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새출발에 앞서 실패를 '성공을 위한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실패'라고 다짐하면 어떨까? 성공과 실패를 별개의 것으로 떨어뜨려 놓자는 말이다. 만일 지금의 출발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이번에도 실패했군. 그렇지만 저번 실패보다는 조금 나아졌다'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출발선 밖으로 한걸음 내디딜 용기와 동력을 얻을 것이다. 실패의 기억으로 새출발의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낮게 달린 사과’만 따려고 하는 안일함에 빠지기도 한다.

어려운 길로 가라
하지만 쉬운 목표는 우리를 결코 발전시키지 못한다. 영어 단어의 철자가 하나 정도 바뀌어도 그것이 어떤 말인지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가령 일부러 어떤 문장 속에 'FOOTBLAL'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써놔도 그것이 'FOOTBALL'이라고 이해한다. 우리가 단어를 철자 하나하나의 조합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FOOTBALL'의 철자를 뒤죽박죽 섞어서 'LBOFTOAL'이라고 쓰면 어떨까? 아마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철자를 재조합하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그것이 FOOTBALL임을 알아 맞힌다. 심리학자 S.W. 타일러는 실험참여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서 A그룹에게는 철자 하나만 바꾼 단어들을, B그룹에게는 철자를 마구 뒤섞은 단어들을 여러 개 보여주고 어떤 단어인지 맞히게 했다. 그런 다음,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들이 푼 단어들이 무엇인지 기억해보라는 질문을 각 그룹의 참여자들에게 던졌다. 그랬더니 A그룹보다 B그룹의 참여자들이 더 많은 단어들을 기억해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푼 B그룹의 사람들은 뒤죽박죽 섞인 철자를 재조합하여 올바른 단어를 만들기 위해 집중력을 높여야 했다. 타일러는 'LBOFTOAL'로부터 'FOOTBALL'이란 답을 얻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단어가 머리 속에 각인되기 때문에 기억이 오래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실험 결과는 '쉽게 이룬 것일수록 쉽게 잊혀진다, 어렵게 얻은 것일수록 오래 남는다'는 오래된 지혜를 다시금 명백하게 보여준다. 또한, 쉬운 부분이나 잘하는 부분만을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어렵고 못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효과적임을 깨닫게 한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출발점 앞에 놓여 있다면, 어렵고 험한 길을 택하는 용기가 우리의 출발을 더욱 값지게 할 것이다. 쉽고 평탄한 길을 선택하는 일은 '내가 잘 하고 있구나'란 거짓된 확인을 받기 위한 자기기만을 아닐까 되돌아봐야 한다. 새출발의 선상에 선 우리는 이런 자기기만의 껍질을 먼저 깨야 한다.

데드 포인트를 넘어서라 
출발선을 뛰쳐나가 결승점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하면 "난 정말 노력했어,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전에 “노력 = Dead Point + 1” 라는 공식을 떠올려 보라. 데드 포인트(Dead Point)는 마라톤에서 쓰는 말이다. 달리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목이 타 들어 가고 가슴이 터질 듯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시점에 이르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데드 포인트이다. 하지만 데드 포인트를 지나고 30초에서 2분 정도 지나면 숨쉬기가 편해지고 오히려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이 때가 바로 세컨드 윈드(Second wind)다. 선수가 장거리 경주를 완주하려면 반드시 데드 포인트를 극복해서 세컨드 윈드 상태에 돌입해야 한다.

노력은 누구나 한다. 힘들 때까지 노력했다고 해도 그 정도는 남들도 다 한다. 사람들은 서로 비슷해서 힘듦을 느끼는 정도도 비슷하다. 데드 포인트까지 이르는 시간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데드 포인트에 이르면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에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데드 포인트를 뛰어넘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데드 포인트에 이르러 달리기를 포기한다면, 그가 과연 결승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까? 데드 포인트를 지나 한 발 더 앞으로 더 나아가야 '노력을 다했으며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새출발 선상에 섰다면, 일단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뛰겠노라고 다짐하라. 그리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때가 언제인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라. 만일 ‘정말로 이제 그만 두고 싶다’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데드 포인트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결승점에 이르지 못한다. 멈추면 남들과 다를 바 없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더 뛰자면서 스스로를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세컨드 윈드가 찾아오고 남들보다 오래 정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성공은 빠르게 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오래 정진하는 자의 것임을 기억하자.
 
실패의 두려움을 벗어 던지고,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가며, 그 어떤 고통에도 멈추지 않겠다는, 이 3가지 마인드세트를 갖춘 사람만이 성공이란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 출발선에 선 당신에게 부부젤라보다 더 큰 응원의 축포를 보낸다.

(*이 글은 'SPP조선'의 사보 'SPP Magazine 17호'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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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당신의 권리이자 의무다   

2011. 6.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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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를 멈추는 것에서 도전은 시작된다
나는 가끔 수첩에 그림을 그린다. 주로 찻집에서 혼자 커피를 마실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곤 한다. 취미 수준에도 미치지 않을 법한 그림 수준이라 꽤 조심스럽게 그린다 해도 어긋나는 선이 생기곤 한다. 지울 수 없는 볼펜으로 그리기 때문인데, 그냥 선 몇 개를 더 그려 넣어 실수를 대충 무마한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데엔 아주 젬병이다.



어느 날은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을 그렸다. 다 그리고 아들에게 보여주니 "내가 왜 이렇게 생겼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초등학생을 늙은 아저씨의 얼굴로 그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들은 그림이 싫다며 수첩을 찢을 기세로 달려들고 아이의 엄마도 합세하여 면박을 주었다. 나름 힘들여 그린지라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봐도 한심하고 쓰레기 같은 그림이라서 반박하기 어려웠다. ‘정말 못 그린 그림이야!’ 라며 자학하는 수밖에.
 
반면 내 그림을 무시하는 아들은 자기 그림을 폄하하는 법이 결코 없다. 아들은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는 늘 이렇게 말한다. "정말 잘 그렸지요? 예쁘죠?"라고. 감탄이 나오는 그림도 있지만 솔직히 낙서 같은 그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들은 항상 자신의 그림에 무한한 자긍심을 보인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그리지요?"라며 스스로를 극찬하기도 하니까.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자기비하를 할 줄 모른다. 9살 이하의 아이는 언제나 자기 작품을 한없이 사랑하고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며 높은 자존감을 드러낸다. 이런 아이들이 커가면서 불행히도 자기비하를 배운다. 사회화의 과정이라지만 씁쓸하다. 자신을 혹평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은 포기를 합리화할 줄 알게 된다는 의미이고 소질이 계발될 기회를 스스로 묻어버림을 뜻하기 때문이다. 자기비하는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즐거움과 희열을 싸구려 감정으로 전락시키고 그대로 마음의 앙금으로 쌓이게 만든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停滯)이다. 자기비하가 계속되면 정체의 늪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자기비하의 관성을 버리고 도전하려는 태도를 가질 때 개선과 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의 못난 작품을 감상하듯 즐기고 반성을 통해 배운다면 다음엔 조금 더 나은 작품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못난 그림에도 뻔뻔해지자.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아무렴 어떤가?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린 그림이다"라고 외치자. 자기비하라는 가뭄을 끝내고 자신감이라는 단비를 내려주어야 도전의지가 자란다. 자기비하는 개인과 조직의 도전의지를 갉아먹는 해충일 뿐이다.

도전하지 않는 조직은 위험하다
1979년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DC-8-61편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기가 포틀랜드 공항에 접근했을 때 랜딩 기어가 말을 듣지 않아 기장과 부기장은 애를 먹었다. 그들은 랜딩 기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기다리면서 공항 근처를 1시간 정도 선회하려고 했는데, 2명의 승무원이 연료계의 바늘이 0을 향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상황은 즉각 기장에게 보고해야 할 위급한 상태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들은 기장이 무서워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기장은 평소에 자신에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제안하는 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매우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승무원들은 혼나는 게 무서워 죽음을 택하는 믿기 힘든 결정을 했다. 연료가 다 소진되자 모든 엔진은 꺼지고 말았고 비행기는 공항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했다. 기장의 거짓된 권위와 승무원들의 나약함 때문에 무고한 승객들이 죽거나 크게 부상 당했다.
 
사고의 근본원인은 도전을 허용치 않은 권위의식에 있었다. 이처럼 바람직한 도전을 굴복시키는 권위의식이 팽배할 때 조직은 치명적인 위험을 스스로 자초하고 만다. 도전이라고 번역되는 영어의 Challenge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진실, 가치, 권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라는 뜻이다. 전통, 규칙, 습관 등처럼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익숙해져서 바꾸기 힘들 것이 부정적인 권위를 형성한다. 그런 권위들을 밑바닥에서부터 하나씩 따져보며 옳은 것은 수용하고 옳지 않은 것은 가차 없이 깨뜨려 나가지 못한다면 비행기가 추락해도 입을 봉하던 승무원과 다를 바 없다. 여러분은 그런 비행기에 타고 싶은가?

도전은 도약의 엔진
위대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맹목적으로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가장 큰 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던 실업자 시절에 그는 물리학 논문들을 탐독하며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유명한 학자들의 논문에서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가 누구든 상관없이 편지를 보내어 오류를 지적하곤 했다. 그 때문에 ‘권위자’들의 분노를 사 소망하던 대학 교수 자리를 오랫동안 얻지 못했지만 그는 의지를 결코 꺾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상대성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그의 무모한 도전에 있었다. 사실 동시대에 앙리 푸엥카레 역시 시간의 상대성을 주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뉴턴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함몰된 탓에 과거의 이론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푸엥카레는 전형적인 완고한 전통주의자로서 ‘에테르’라고 하는 가상의 물질을 고집하느라 위대한 발견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거추장스러운 기존의 틀을 폐기하면서 물리학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는 수백 년 동안 과학을 지배해왔던 기존의 사고방식과 권위에 도전하는 용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물리학의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냈다.
 
HP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팩커드는 어느 날 연구소를 방문해서 모니터를 개발 중이던 젊은 엔지니어에게 개발을 포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엔지니어는 이에 불응하고 휴가를 냈다. 휴가를 낸 목적은 쉬기 위한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를 돌아다니면서 잠재고객들에게 모니터를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고객들이 모니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연구를 강행하고 상사를 설득해 결국 모니터를 생산해내어 결국 3,500만 달러라는 높은 매출을 올렸다. 팩커드는 그 엔지니어를 벌하기는커녕 "탁월한 도전"이라고 치하하며 메달을 수여했다. 팩커드는 도전이 도약의 엔진임을 아는 경영자였기 때문이다.
 
모든 권위를 차가운 머리로 의심하고 도전하라. 최고권력자든, 오래된 믿음이든, 최신 유행이든, 난공불락의 경쟁사이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덤벼 이겨라. 도전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 글은 'SPP조선'의 사보 'SPP Magazine 18호'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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