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자는 '신중한 도박'이다   

2011. 12. 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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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라스베거스에 와 있습니다. 주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다. 알다시피 라스베거스는 도박의 도시. 여러분은 수중에 있는 10만원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떳떳하게(?) 도박을 즐기고자 합니다. 10만원을 몽땅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다만 이왕 도박의 도시에 왔으니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종류의 도박을 하든지 한번에 올인(all-in)하지 말고 10만원의 돈을 쪼개어 배팅을 해야겠죠?

그렇다면 1회에 배팅하는 금액을 얼마로 해야 가능한 한 오래 도박을 즐길 수 있을까요? 이때 등장하는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켈리의 공식(Kelly's formula 혹은 Kelly's Criterion)'입니다. 이 공식은 벨 연구소(Bell Lab)에서 일하던 물리학자인 존 L. 켈리(John L. Kelly)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베팅을 할 때마다 얼마의 판돈을 걸어야, 즉 여러분이 가진 돈 중에서 몇 퍼센트의 돈을 매번 판돈으로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켈리는 최대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려면 매번 판돈을 다음과 같은 퍼센테이지만큼 걸라고 충고합니다.

매 게임 판돈(%) =  { p(b+1) - 1 }  / b



이 공식이 바로 켈리의 공식입니다. 여기에서 p는 게임에서 이길 확률을 말하고, b는 배당률을 말합니다. 배당률은 보통 'b:1'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되는데, 이 말은 1원을 걸고 게임에 이기면 b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분 수중에는 1+b 라는 돈이 남겠죠.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도박(블랙잭이든 룰렛이든)을 할 때 이길 확률이 50%, 질 확률로 50%라고 해보죠. 그리고 배당률을 1:1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배당률이 1:1이라는 말은 여러분이 1원를 판돈으로 걸면, 게임에 이겼을 때 1원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1원이 2원으로 늘어날 겁니다). 켈리의 공식에 대입하면, 여러분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 게임 판돈 =  ( 0.5 * 2 -1 ) / 1 = 0%



즉, 여러분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50%라면 매 게임에 거는 판돈은 여러분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의 0%를 걸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도박을 하지 말라!'라는 뜻이죠. 사실 50%의 이길 확률은 여러분에게 유리하게 잡은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카지노를 상대로 게임을 벌일 때 실제 여러분이 이길 확률은 50%보다 조금 작기 때문입니다. 크랩스라는 게임의 경우, 카지노는 여러분보다 이길 확률이 1.42%P 더 큽니다. 그렇다면, 위의 켈리의 공식에 따라 여러분이 매번 게임에 걸 판돈의 크기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즉, 도박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넘어서 카지노로부터 돈을 오히려 받아내라는 뜻이겠죠(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카지노가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를 마음껏 즐김으로써 벌충해야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돈을 따러 온 것이 아니라 즐기러 라스베거스에 왔으니 여러분이 이길 확률이 50% 밖에 안 되더라도 여기에 3% 정도의 추가 승률을 더해서 이길 확률을 53%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3%는 도박이 주는 재미를 감안해서 더해 준 겁니다. 그렇다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이 결정되겠죠.

매 게임 판돈의 퍼센테이지 =  ( 0.53 * 2 -1 ) / 1 = 6%


여러분의 수중에 10만원이 있다면 첫 배팅을 할 때 6천원을 걸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배팅할 때는 '10만원+(첫 게임에서 딴 금액)'의 6%를 걸면 되겠죠. 이렇게 하면 결국에 가서 10만원을 다 잃겠지만(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글을 쓰다 조금 길어졌는데, 오늘 말할 주제는 도박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입니다. 투자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도박과 비슷합니다. 신사업을 하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든 성공확률에 따라 투자금을 크게 상회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으냐 없느냐가 결정되니 말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성공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켈리의 공식을 쓰면 투자를 집행할지를 결정할 때 하나의 참고 기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보통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 투자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줄여서 NPV)를 계산하여 그 값이 0보다 크거나 원하는 값보다 클 때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 방법은 간단하긴 하지만, NPV값이 양수이든 음수이든 투자의 성공확률을 100%으로 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물론 경우에 따라서 확률을 감안해서 NPV를 계산할 수도 있겠죠). 켈리의 공식은 그 단점을 커버하는 보완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신사업의 성공확률을 사전적으로 가늠하긴 어렵지만 벤치마킹이나 역사적 데이터를 감안하여 얻은 다음,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산정하여 켈리의 공식에 대입할 수 있을 겁니다. 만일 공식을 통해 나온 값이 0이거나 0보다 작다면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죠. 예를 들어, p가 60%이고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장기적으로 1 이라면, 켈리의 공식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습니다.

투자(배팅)할 금액 = { 0.6*(1 + 1) -1 } / 1 = 0.2 = 20%



일단 값이 플러스가 나왔으니 투자를 진행해도 좋지만 투자자금을 몽땅 쏟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 중에 20%만 투자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물론 특정 투자건은 성격상 투자금을 찔끔찔끔 투여하기가 힘들고 한꺼번에 투자해야 하기도 합니다(장치사업의 경우).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법을 찾는 것이 쉽게 많은 돈을 잃지 않게 할 뿐더러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망하다가 사업을 털고 나고는 '손절매' 타이밍을 잘 잡도록 하지 않을까요? 투자비를 100% 투입할 것이 아니라, 파일럿 테스트의 개념으로 20% 규모만 실행한 후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80%의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켈리의 공식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의 투자는 도박입니다. 이 말은 투자를 경원시하거나 반대로 방만하게 진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잃기 쉬우니 그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랜 버핏도 애용하는 투자의사결정 방식이라고 합니다. 불확실성이 클 때 이와 같은 보수적인 방법, 하지만 매우 현명한 방법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참고논문 :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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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재보다 보통인재에 집중하라   

2011. 12. 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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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

일을 아주 잘하는 직원 1명과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 1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개인 능력은 회사 전체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이나 기타 방법을 써서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능력 향상에 드는 예산이 한계가 있어서 둘 중 한 명에게 집중해야만 한다면, 누구를 타겟으로 해야 할까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이도록 해야 할까요, 아니면 능력이 그러그런 직원이 성과를 향상하도록 독려해야 할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각자의 인사철학에 따라 누구를 타겟으로 할지 의견이 갈릴 것 같군요. 그러면 아주 간단하면서도 계량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단 저의 가설은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에게 먼저 집중한다'입니다. 왜 그런지 이 가설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2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연봉도 동일(제반 인건비 포함)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의 직원 중 어느 하나가 중간에 회사를 그만 두지 않고 1년 동안 근속한다고도 가정해 보죠.

그런데 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한 지표를 써 보겠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개인의 능력 = 역량 / 인건비



즉, 개인에게 인건비를 1단위 투입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의 정도 차이가 능력의 개인 차를 말해 준다고 정의하겠습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돈(연봉이나 월급여)을 주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이 개인의 진짜 능력을 이야기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역량'이란 단어가 원래 추상적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측정 가능한 계량적인 변수라고 간주하겠습니다.

이번엔 역량의 입장에서 보죠. 역량 1단위를 내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는 다음과 같이 인건비를 역량으로 나눈 값이 될 겁니다. 이를 '역량의 비용'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역량의 비용 = 인건비 / 역량



역량의 비용과 개인의 능력은 서로 역수의 관계입니다. 개인의 능력을 x로 하면 역량의 비용은 1/x 가 됩니다. 그러므로 아래의 그림처럼 우하향하고 아래쪽으로 볼록한 그래프로 표현됩니다. 바로 이 그래프에 지금부터 증명하려는 논리의 핵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팅이 끝났으니 증명을 해보겠습니다.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교육이나 기타 방법)를 취하면 10이었던 능력이 20으로 올라가고, 성과가 뛰어난 직원 B에게 동일한 역량 향상 조치를 제공하면 25였던 능력이 50으로 향상된다고 하겠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개인의 능력' 변화
 
  직원 A : 10 --> 20   (gap = 10 역량/인건비)
  직원 B : 25 --> 50   (gap = 25 역량/인건비)



이렇다면 여러분은 직원 A와 B 중에서 누구를 택해 향상 조치를 취하겠습니까? 직원 A의 향상 정도가 10인데 반해, 직원 B의 향상도는 25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직원 B를 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할 겁니다. 동일한 돈을 들일 때 직원 B의 능력 향상도가 직원 A에 비해 250%나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역량의 비용 차원에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위에서 역량의 비용은 개인의 능력과 역수 관계입니다. 따라서 역량 향상 조치에 따라 나타나는 역량의 비용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역량의 비용' 변화 
  직원 A : 1/10 -->  1/20   ( gap = 1/20  인건비/역량 )
  직원 B : 1/25 -->  1/50   ( gap = 1/50  인건비/역량)



직원 A의 역량을 향상시키니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의 감소분이 1/20이고, 직원 B의 경우에는 1/50입니다. 만일 두 사람의 연봉이 2000만원으로 동일하다면, 역량 향상 조치로 직원 A는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고, 직원 B의 경우는 8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줍니다. 즉, 역량 1단위에 대한 비용 감소분으로 보면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 A를 직원 B에 우선하여 교육시키고 독려하고 끌어당기는 것이 회사의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비록 직원 개인 차원에서 보면 능력 좋은 직원 B에게 돈을 들이는 것이 표면적으로 유리한 듯 생각되지만, 그런 조치를 비용 효과성 측면을 따져 보면 정반대가 나오죠.

위의 상황은 직원이 2명만 존재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했고 직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실제의 기업 조직을 완벽하게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더 잘하도록 투자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줍니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여러 가지 차원으로 회사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그들을 캐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역량 향상 조치(교육 등)보다는 다른 식의 정교한 배려와 인력 활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향상의 '무기'가 범용적인 방식에 그친다면 그 무기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비용 효과성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간단한 증명은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역량 향상 조치의 타겟을 누구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도 좋은 통찰을 주지만, 현 직원들을 외부직원들로 교체할 때에도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더 뛰어난 직원들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 가운데에서 교체 대상을 찾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똑같은 돈을 들이고 더 나은 효과를 누리는 유리한 게임입니다.

우수인재와 보통인재. 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후자를 택하십시오. 그것이 용기이고 현명한 판단이니까요. 대개의 경우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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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쥐는 왜 꼼짝하지 않을까?   

2011. 12.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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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쥐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이 쥐를 길다랗고 좁은 길 위의 한쪽 끝에 놓습니다. 쥐가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길은 바닥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 다음, 길의 반대편 끝에 먹이를 놓아 둡니다(아래의 그림 참조). 

A --------------------------- B
(쥐)                                        (먹이)

그러면 쥐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당연히 그 쥐는 좁은 길을 종종 걸음으로 달려가 길 끝에 있는 먹이를 취하겠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보통의 쥐는 특이한 조건(배가 엄청나게 부르거나 아프거나)이 아니라면 대개 그렇게 행동합니다. 

헌데, 실험조건을 아래와 같이 조금 바꿔 보면 쥐의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A --------------------------- B
(쥐)                                     (전기충격)

먹이가 위치했던 곳에 전기충격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쥐는 멋도 모르고 좁은 길을 달려가다가 B 위치에서 강한 전기충격을 느끼겠죠.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쾌하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일 겁니다. 그래서 B는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점을 학습하겠죠. 그래서 A에 머물러 있으려는 경향을 보일 겁니다.



이제 위의 두 실험조건을 하나로 합쳐보겠습니다. 아래와 같이 먹이와 전기충격 장치를 B 위치에 같이 놓으면, 이 불쌍한 쥐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A --------------------------- B
(쥐)                                     (먹이 & 전기충격)

이 쥐는 지금 배가 몹시 고픈 상태입니다. 그래서 B에서 솔솔 풍겨져 나오는 먹이 냄새로 인해 배고픔이 더욱 가중되겠죠. 하지만 이미 B에 가면 상당히 기분 나쁜 전기충격을 받아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쥐는 먹이를 향해 조금 다가가다가 좁은 길 위의 어느 지점에 머물며 먹이를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상황을 연출하겠죠.

B쪽으로 갈수록 먹이의 유혹이 커져서 B쪽으로 다가가고 싶은 욕망과, B쪽으로 갈수록 전기충격의 '악몽'이 더욱 생생해져서 B로부터 멀리하려는 욕망이 균형을 이루는 위치에서 쥐는 걸음을 멈출 겁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쥐는 그 위치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쥐의 욕망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전기충격을 피하고 싶은 욕망의 기울기'가 '먹이에 접근하고 싶은 욕망의 기울기'보다 더 큽니다. 그 이유는 대개의 동물이 생존을 위해 일단은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생명에 지장을 줄 거라 여기는 것)에 더 큰 가중치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닐 밀러(Neal Miller)라는 심리학자가 1944년에 수행한 고전적인 실험을 간단하게 설명한 것입니다. 두 개의 동기가 충돌하는 갈등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었죠. 닐 밀러는 음식에 접근하고자는 동기와 전기충격을 회피하고 싶은 동기 사이의 갈등을 '접근-회피 갈등'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어떤 대상에게로 다가가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때 겪는 갈등을 말합니다. 

인간도 수없이 다양한 '접근-회피 갈등' 상황에 놓입니다. 이 '접근-회피 갈등'이 조직 운영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뭔가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기를 기대합니다. 좀더 획기적이고 창의적이면서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하기를 원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독려합니다.

하지만 많은 도전들은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만 그 성공확률은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실패했을 때 얻게 되는 손실과 도전 과정에서 소요된 돈, 시간, 인력 등이 시도하지 않았으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인식됩니다. 그 바람에 도전에 실패하면 도전을 독려할 때와는 판이하게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집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자를 찾고 그 사람을 희생양 삼으려는 사태까지 악화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패했다는 사실이 지워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나중에 생길 또다른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믿곤 합니다.

바로 이것이 위의 불쌍한 쥐가 겪었던 '접근-회피 갈등'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뭔가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직간접적인 비난과 벌을 받았던 경험이 있을때, 실패한 다른 도전자의 말로를 직접 보고 들을 때, 조직이 실패에 '필벌'하는 문화가 강할 때, 어느 누구도 선뜻 도전의 열매를 취하려 발벗고 나서기가 힘들 겁니다. 비록 그 도전을 성공리에 마쳤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제아무리 크다 해도 말입니다.

'우리 회사는 실패를 너그러이 용인한다' 혹은 '실패를 장려한다'라며 외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질 않는다', '직원들은 도전정신이 없다'며 한탄하는 '입'들을 자주 만납니다. 도전에 성공하면 나름 괜찮은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도 왜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알아서 착착 하지 않는지 답답해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기업들은 진짜로 실패를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겁니다. '먹이'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더 큰 '전기충격' 장치를 함께 가져다 놓고서 직원들에게 그곳으로 달려가라 명하는 것이 과연 먹힐지, 그렇게 명하는 자기 자신은 그곳으로 달려갈 용기가 진짜로 있는지 자문하고 자답해야 할 겁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업무 수행을 잘 하려다가 몇 천만 원 가량의 손실을 회사에 끼쳤다고 합니다. 그 분의 상사가 괜찮다면서 자신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노라고 다독였다고 합니다. 적어도 앞에서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후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진짜로 실패를 사랑합니까? 아니면 사랑하는 척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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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 생각 없이 삽니까?   

2011. 12.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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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서로 용량이 다른 3개의 항아리 A, B, C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는 21리터, B는 127리터, C는 3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다고 해보죠. 이때, 어느 한 항아리에 100리터의 물이 담기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어렵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쉬운 해결책이 나옵니다.

먼저 B에 물을 가득 채워서 127리터를 만듭니다. 그런 다음 B의 물로 C를 채웁니다. 그리고 C의 물을 바닥에 버리고, 다시 B의 물로 C를 채웁니다. 그러면 B에는 121리터의 물이 남겠죠.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B의 물로 A를 채우면, B에는 100리터의 물만 남게 됩니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B-2C-A




심리학자 에이브러험 S.루친스는 이런 문제를 6개 만들어서 피실험자들에게 풀어 보라고 했습니다. 피실험자들에게 주어진 문제 6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 1 : A (21)   B (127)  C (3)  --> 100 리터 만들기
문제 2 : A (14)   B (163)  C (25)  --> 99 리터 만들기
문제 3 : A (18)   B (43)  C (10)  --> 5 리터 만들기
문제 4 : A (9)   B (42)  C (6)  --> 21 리터 만들기
문제 5 : A (20)   B (59)  C (4)  --> 31 리터 만들기 
문제 6 : A (23)   B (49)  C (3)  --> 20 리터 만들기 



이 문제들은 모두 위의 공식으로 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 4의 경우, 42-(2*6)-9를 계산하면 21이 나오죠. 하지만, 루친스는 피실험자들에게 공식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알아서 풀도록 했습니다.

문제 1부터 차례로 풀기 시작한 피실험자들은 처음엔 문제를 오랫동안 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문제에 패턴이 있다는, 즉 위에서 제시한 공식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문제 6으로 갈수록 문제를 푸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죠. 평균적으로 문제 1을 푸는 데에 10분 정도 걸렸는데, 문제 4를 풀 때는 1분 남짓 걸렸다가 문제 6을 풀 때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문제 1을 푸는 데에 10분이나 걸렸다는 게 의아할지 모르지만,루친스의 실험 대상은 어린이부터 대학원생까지 다양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의 실험은 루친스가 목표로 했던 실험은 아니었습니다. 루친스는 피실험자들에게 위의 6가지 문제를 풀게 한 다음, 아래의 문제 7을 제시했습니다.

문제 7 : A (15)   B (39)  C (3)  --> 18 리터 만들기 



문제 7도 역시 위의 공식으로 풀 수 있습니다. 39-(2*3)-15를 계산하면 18이 나오기 때문이죠. 피실험자들은 별 생각 없이 이런 규칙을 적용하여 문제 7을 풀었습니다. 여기에 루친스가 파놓은 함정이 있습니다. 사실 문제 7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항아리 A와 C에 물을 가득 채워서 모두를 B에 부으면 끝이죠. 즉 A+C 를 하면 답이 나옵니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은 이런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문제 1부터 문제 6까지 적용했던 풀이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64~83%의 피실험자들이 성가신 예전의 풀이법을 고수했습니다. 반면, 문제 1부터 문제 6까지를 풀지 않고 곧바로 문제 7을 접한 대조군에서는 20%만이 간단한 풀이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루친스는 이러한 현상에 기계화(mechanization)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번 굳어진 방법을 별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더 나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심리학자 엘렌 랭거(Ellen Langer)는 기계화를 '생각 없음(Mindlessness)'라는 말로 부르기도 했죠. 다음과 같은 우스개소리들이 '생각 없음'의 대표격입니다.

손님 :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점원 : 뜨거운 거 드릴까요, 차가운 거 드릴까요?

손님 : 치즈버거 세트 50개 포장이요.
점원 : 드시고 가실 건가요, 가져갈 건가요? (Here or To go?)

배달원 :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 배달 왔습니다. 18000원입니다.
주문한 사람 : 지금 돈이 똑 떨어졌는데.... 나중에 뼈 찾으러 오실 때 드릴게요.



이러한 기계화 혹은 '생각 없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루친스는 문제 7을 내기 전에 피실험자들에게 '맹목적으로 풀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을 답안지에 스스로 적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 없이 복잡한 방식을 적용하기보다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기계화의 오류(혹은 위험)를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우리 머리 속의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긴 하죠. 곰곰히 바라보면 개인의 생활에서나 여러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넘기는 게 무척 많습니다. '효율'이란 미명 하에서 옛것을 그대로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효율을 해치는 요인일지 모릅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주변에서 '내가 기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하지 말자'라는 다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한 두 개 쯤은 예전보다 좋은 해결책이 눈에 보이지 않을까요? 

끝으로, 문제 8을 내보겠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문제 8 : A (28)   B (76)  C (3)  --> 25 리터 만들기  


답은 댓글로 달아 주세요. ^^

(* 참고도서 :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
(* 참고문헌 : 'Cognition Psychology 215 Emory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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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1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12.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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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과 11월, 저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개월 간인데, 독서량이 형편없이 적습니다. 책 번역 작업에 매달려야 했고, 갑자기 쏟아진 강의 일정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책을많이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책감이 듭니다. 이 글을 포스팅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사실 '스티브 잡스'란 책도 읽었는데, 워낙 두꺼운 책이라 아직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

이제 좀 일정의 여유가 생겼으니 책을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독서량이 부족하니 블로그의 글 쓰는 것도 줄었습니다. 주로 책에서 포스팅할 주제와 아이디어를 찾기 때문이죠.

벌써 2011년도 한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좋은 책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2012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생각의 빅뱅

생각의 빅뱅 : 우리 뇌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조직이나 개인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단기 지향적인 이유, 나쁜 소식을 거부하는 이유 등을 약간의 신경생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합니다. 변화관리를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인데, 내용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되니 일독을 권합니다.


불합리한 지구인

불합리한 지구인 : 행동경제학의 여러 가지 내용을 사례와 함께 재미있게 풀어가는 책입니다. 예제가 많이 등장해서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보이는 편향들이 무엇이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쉽게 서술합니다. 이번 기회에 행동경제학의 기본 지식을 갖추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 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들 때는 인간의 편향과 판단 상의 오류를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못 행동함으로써 상처 받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자기계발적인 성격이 강한 책입니다. 제목과 내용이 불일치한 것이 아쉽습니다.


닥치고 정치

닥치고 정치 :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닥치고 읽다 보면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명랑하게' 정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책 내용 중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을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방식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간단하지만 명쾌하더군요. 여러 정치인들에게 대한 김어준 총수만의 분석을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정치를 명랑하게 즐길 분들에게 추천!


달려라 정봉주

달려라 정봉주 : '나는 꼼수다'에서 맹활약하는 17대 국회의원 정봉주의 책. 마치 '나는 꼼수다' 방송을 옆에서 듣는 것처럼, 예의 그 '깔대기'가 여러 곳에서 허를 찌르며 등장합니다. 가벼운 농담을 줄기차게 던지는 특유의 문체가 이 책에서도 나타납니다. 2시간만에 다 읽을 만큼 재미도 있습니다.




Demand : 이 책은 읽었다기보다는 제가 요즘 번역하고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미국 내에서는 경영의 구루로 통하는 슬라이워츠키의 책이죠. 수요의 비결을 6가지로 정리하고, 각각에 대한 대표 기업들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수요 창조의 시사점을 전달합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릅니다. 부드럽게 읽히도록 최대한 꼼꼼하게 번역하느라 힘이 드는군요. 아마도 내년 2월 중에 발간될 것 같습니다.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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