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성과를 정규분포에 껴맞추지 마라   

2012. 6. 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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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딱딱하게 냉동된 감자를 벽에 던지면 당연히 여러 가지의 크기로 깨집니다. 어떤 것은 포도알만 하고 또 어떤 것은 쌀알 만하겠죠. 냉동 감자 수천 개를 벽에 던진 후에 깨진 감자 조각들을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나열해보고 그래프를 그린다면 어떤 패턴이 나타날까요? 아마 여러분은 중간 정도 크기의 조각이 가장 많고 양쪽으로 갈수록 개수가 줄어드는 종(bell) 모양의 정규분포 곡선을 머리 속에 그릴 겁니다.

하지만 깨진 감자들은 정규분포를 그리지 않음을 덴마크의 과학자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냉동감자를 깨뜨리는 실험을 한 결과, 조각의 무게가 반으로 줄 때마다 개수가 6배씩 늘어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뚝 떨어지는 '둥근 L자' 모양이 됩니다. 무게가 큰 덩어리는 얼마 안 되는데 반해, 무게가 그보다 작은 덩어리들은 '긴 꼬리'를 형성하는 패턴이죠. 아래의 그림에서 음영이 칠해진 그래프처럼 오른쪽으로 갈수록 뚝 떨어지듯이 급감하는 모양을 갖는 분포를 ‘멱함수(power law) 분포’라고 부릅니다. 정규분포(실선으로 그려진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하단에 명기한 논문)


정규분포를 따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지진의 경우에도 에너지 방출이 두 배로 되면 빈도가 네 배로 줄어드는 멱함수 패턴을 따릅니다. 산불의 경우에는 피해 면적이 두 배가 되면 그런 산불은 2.48배로 드물어진다고 합니다. 상위고객 20%가 매출의 80%를 기여하고, 20%의 제품이 이익의 80%를 올리는 등 우리가 보통 80대 20법칙으로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멱함수의 일종입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부터 순서대로 2,400곳을 나열해보면 어떤 분포가 나올까요? 1997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크기의 도시의 수는 면적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멱함수 분포를 띱니다. 풀어서 말하면, 어떤 도시보다 면적이 절반인 도시는 4곳이 있고, 그보다 2배인 도시의 수는 4분의 1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성과 분포는 어떨까요? 역량이든 업적이든 평가가 끝나면 인사팀은 평가 서열을 결정하고 등급별로 직원들을 배분하는 작업을 합니다. 등급은 보통 5개로 나뉘는데, 가장 높은 등급인 S등급에 10퍼센트, A등급에 20퍼센트, 중간 등급인 B등급에는 40퍼센트, C등급에는 20퍼센트, 가장 낮은 등급인 D등급에는 10퍼센트의 직원들을 강제로 할당하곤 합니다. 이 등급을 기준으로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액이 결정되고, 승진에 필요한 점수가 누적되죠. 이렇게 좌우 대칭의 분포로 평가 등급을 결정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역량과 업적의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경영자들도 마찬가지)은 신장(키)의 분포처럼 직원의 성과도 평균과 표준편차가 명확한 종(鍾) 모양의 곡선을 그릴 거라 여깁니다. 실제의 성과 분포가 정규분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아무도 하지 않죠.

직원들의 성과는 정말 정규분포를 따를까요? S등급부터 D등급까지 직원들을 강제 할당하는 상대평가 방식이 정말 실제를 옳게 반영하는 걸까요? 어니스트 오보일 주니어(Ernest O'Boyle Jr.)와 허먼 아귀니스(Herman Aguinis)는 정규분포에 대한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과연 옳은지를 검증하기 위해 5가지 분야에서 총 633,26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5가지 분야에서 모두 정규분포적 관점이 현실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보일과 아귀니스는 연구자, 연예인, 정치인, 아마추어 및 프로 운동선수의 실제 성과 분포는 정규분포가 아니라 멱함수 분포에 가깝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먼저 오보일과 아귀니스는 54개의 세부 연구 영역에서 연구자들이 2000년 1월부터 2009년 6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논문을 상위 5개 학술 잡지에 게재했는지 분석했습니다. 총 490,185명의 데이터가 수집됐는데, 54개 세부 영역들 모두 정규분포보다는 멱함수 분포에 가깝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가 보여주듯, 9년 동안 1편의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논문을 펴낸 연구자들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급감하는 모양을 띠었습니다. 좌우 대칭의 종 모양을 갖는 정규분포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죠.

(*출처 : 하단에 명기한 논문)



연예계에 종사하는 17,750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마찬가지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에미상, 그래미상, 골든글로브상 등 42개의 시상에서 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오른 사람들의 분포를 그려보니 역시 오른쪽으로 갈수록(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회수가 증가할수록) 해당자가 급감하는 멱함수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정치인들의 재임기간을 분석해도, 운동선수들의 성적과 범실(error) 분포를 따져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오보일과 아귀니스의 연구는 비록 실제 기업의 직원 성과를 직접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의 성과 분포도 멱함수 분포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직원들의 성과 분포를 정규분포라 간주하고 S등급부터 D등급까지 강제 할당하는 관행이 얼마나 잘못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정규분포는 표본을 이루는 개별 사건들이 독립적이고 서로 동일할 경우에 성립됩니다. 특정 학교 학생들의 신장(키)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르는 이유는 신장에 관한 한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뿐더러 학생 한 명이 표본에 추가될 때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은 학생들 모두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별 사건들이 상호작용을 벌이는 네트워크의 일부이고 특정 사건의 영향력이 다른 것보다 월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규분포는 현실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조직 내의 직원들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고 우리는 모두 동의합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성과가 정규분포를 따르리라는 가정은 정규분포의 형성 조건에 비춰 봐도 상당히 잘못된 믿음임을 알 수 있죠. 직원의 성과가 멱함수 분포에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의 성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특출 난 성과를 보이는 직원은 극소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5개 등급으로 나눠 기본급과 성과급을 차등 적용하는 관행은 '성과에 따른 보상(Pay for Performance)'이라는 성과주의의 철학에 오히려 반하는 조치입니다. 성과주의 제도를 올바로 운영하려 한다면, 대부분의 직원들에게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하고, 누구나 공히 인정하는 특출한 직원이 있다면 그에게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 하에 추가로 보상하는 것이 옳습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부터 역량이 뛰어난 자까지 정규분포에 들어맞게 사람을 뽑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여러분 조직의 채용 능력이 형편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대개 역량이 중간 이상은 되는 직원들을 뽑을 겁니다. 사람의 역량이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의 것이라면(사실 한 사람의 역량은 교육 등을 통해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역량 분포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정규분포를 띤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역량 분포를 정규분포에 맞게 재단해서 그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발상은 정말로 모순인 셈이죠.

직원들을 정규분포에 근거한 상대평가를 통해 강제 할당하는 조치는 대단히 잘못된 가정을 품고 있습니다. 행정적 편의를 위해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현실을 왜곡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불만을 야기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직원들을 상대평가하지 마십시오.

(*추신 : 이 글은 '승자독식의 구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 드립니다. 직원들의 성과 분포가 적어도 정규분포는 아님을 말하는 글입니다.)

(*참고논문)
THE BEST AND THE REST- REVISITING THE NORM OF NORMALITY OF INDIVIDUAL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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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의견을 탐하라   

2012. 6. 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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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좋은 판단을 하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자신의 의견이 다른 이들의 것보다 더 근거 있고 더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일반적 경향이 좋지 않은 판단을 이끈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의사결정을 내릴 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이득을 의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고 근거를 보강하려고 합니다. 대상이나 상황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자신이 가진 편향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상투적인 격언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헤브루 대학의 일란 야니프(Ilan Yaniv)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어떤 음식을 보여주고 칼로리를 맞혀보라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음식 이름을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칼로리 값을 쓰면, 곧바로 5명의 다른 사람들이 그 음식에 대해 예상한 값이 컴퓨터 화면 상에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 데이터를 보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예상값을 기입했죠. 야니프는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의 예상값을 최종 기입하지 말고 '당신과 짝지어진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이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라고 예상할 것 같은가?'에 답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죠.



'자기 입장'에서 판단한 참가자들보다 '타인 입장'에서 판단한 참가자들이 최초 예상값을 더 많이 수정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자기 입장' 참가자들은 5명의 의견을 보고 나서도 최초값을 고수하는 경우가 50.3%에 달했지만, '타인 입장' 참가자들은 16.8%만 최초값을 유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도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전체적으로 '타인 입장' 참가자들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칼로리 값이 '자기 입장' 참가자들의 것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 입장' 참가자들의 평균 절대 오차가 77.5였는데 반해, '타인 입장' 참가자들은 그 값이 62.8이었으니 말입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타인은 어떻게 판단 내릴 것 같은가'라 질문에 답한 값이 오차가 적었다는 사실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조언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어제의 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고 질문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실제에 가깝지 않은 판단을 내릴 위험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겠죠. 

이와 비슷한 실험이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T. Gilbert)에 의해 실시되었습니다. 길버트는 여학생들에게 특정 남학생과 5분간의 '스피드 데이트'를 실시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남학생과 데이트를 마친 첫 번째 여학생은 남학생과의 대화가 얼마나 즐거웠는지에 대해 쓰고 그것을 100점 척도로 평가했습니다. 길버트는 두 번째 여학생을 초대하여 남학생의 프로필과 사진을 보여 주거나, 첫 번째 여학생이 남학생과의 대화에 대해 쓴 글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 남학생과의 데이트가 얼마나 즐거울지 100점 척도로 예상해 보라고 했죠. 그리고 남학생과 5분간 데이트를 즐긴 후에도 대화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데이트하기 전 남학생의 프로필을 본 경우보다 첫 번째 여학생이 남학생과의 대화에 대해 쓴 글을 본 경우에 더 정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첫 번째 여학생의 의견을 참조할 때 오차가 49%나 줄어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여학생들 중 75%가 남학생의 프로필 정보를 볼 때 데이트의 즐거움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게다가 84%의 여학생들은 미래에 만날 남자의 프로필 정보가 있으면 그 남자와의 데이트가 어떨지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도 믿었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서 더 나은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라 타인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정의 결과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기에 판단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타인의 입장에 서서 판단하거나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가 실리적입니다. 여러 의견을 듣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사람이 독선의 위험을 피할 줄 아는 현명한 의사결정자라는 점을 새기기 바랍니다. '네 이웃의 의견을 탐하라.' 뛰어난 의사결정자가 지켜야 할 계명 중 하나입니다.


(*참고논문)
- When guessing what another person would say is better than giving your own opinion: Using perspective-taking to improve advice-taking.

- The Surprising Power of Neighborly Ad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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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받기 전, 상사에게 사포를 만지게 하라   

2012. 5. 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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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얻어내려면 차가운 커피 대신에 뜨거운 커피를 대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 전혀 의식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글의 후속편으로서 온도 뿐만 아니라 촉감이나 무게감 등도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MIT의 조슈아 애커만(Joshua M. Ackerman)과 동료들은 참가자들에게 어떤 후보의 역량을 평가하라고 하면서 평가지가 끼워진 클립보드를 나눠 주었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무거운 클립보드(약 2 kg)를, 나머지 절반은 가벼운 클립보드(약 340 g)를 들고 평가에 임했는데, 무거운 클립보드를 사용한 참가자들이 후보자를 전반적으로 더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번엔 정부가 대기 오염 기준과 같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와 공중목욕탕 규제처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슈에 각각 예산을 배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역시 참가자들은 둘로 나뉘어 가벼운 클립보드와 무거운 클립보드를 사용해야 했죠. 그랬더니 남성과 여성이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거운 클립보드를 든 남성들이 가벼운 클립보드를 쓴 남성들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반면, 여성들은 클립보드 무게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이슈에 배정 가능한 최대의 예산을 부여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성이 손으로 느껴지는 무게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추측되는 결과입니다. 중요한 이슈에 관해 결재나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 상대방이 남자라면, 무거운 물건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는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무게가 아니라 감촉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애커만은 참가자들에게 다섯 조각으로 된 퍼즐을 완성하도록 했는데,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매끈매끈한 원래 상태의 퍼즐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표면이 사포로 되어 있어 까끌까끌한 퍼즐을 나눠 주었습니다. 퍼즐을 끝낸 참가자들은 사회적인 관계를 표현한 글을 읽고 느껴지는 인상을 평가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거친 감촉을 느낀 참가자들은 부드러운 퍼즐을 사용한 참가자들보다 글에서 나타난 사회적 관계가 덜 조화롭다(어렵고 힘겹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복권을 사용하여 최후통첩게임을 하도록 하자 거친 퍼즐을 만졌던 참가자들이 게임 상대방에게 더 많은 복권을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거친 감촉이 상대방을 거친 사람으로 인식케 하여 참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복권을 제시하도록 은연 중 유도했다는 의미입니다. 협상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 받고 싶다면,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사전에 거친 사포를 만지게 하는 것이 유리할지 모릅니다.

딱딱하다는 느낌도 역시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후속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애커만은 마술사의 마술을 보고 비법을 추측해보라고 요청하면서 마술에 사용된 물건에 이상한 점이 있는지 참가자들에게 직접 만져보라고 했습니다그 후 참가자들은 상사를 대하는 부하직원의 성격을 평가해야 했는데, 딱딱한 나무 블럭을 만졌던 참가자들은 부드러운 천 조각을 만진 참가자들에게 비해 부하직원을 융통성 없고 엄격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무게감은 중요성과 심각성에, 거침은 조화성에, 딱딱함은 융통성과 유연성에 대한 판단에 각각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애커만이 실행한 일련의 실험들은 손으로 느껴지는 여러 촉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대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신호로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판단이 객관적이기 어렵다는 또 하나의 증거를 제시합니다.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면 이제 '객관적'이라는 말의 정의를 바꾸거나 그저 갖다 붙이기 좋은 클리셰(cliche)에 불과한 말이라고 인식해야 할 겁니다. 여러분이 오늘 중요한 평가나 결재를 앞두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어떤 촉감을 느끼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것도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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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두 권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   

2012. 5. 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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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와 슬로우뉴스가 함께 하는 이벤트가 있어 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여기(http://slownews.kr/bori-event )에 들어가셔서 알려 주는 내용대로 진행하면, 15명을 뽑아 아래의 만화책 두 권을 선물로 준다고 합니다.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책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라 큰 울림을 전해 주는 만화인 것 같습니다. 제목이 딱 말해 주네요. 저도 꼭 읽어보고 싶군요.



이벤트 신청자가 많지 않다고 하니, 지금 하면 거의 100% 당첨 확률일 겁니다(막판에 몰린다면 확률이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요. ^^)

지금 바로 http://slownews.kr/bori-event 를 눌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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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이 닥쳐야 일이 잘 될까?   

2012. 5. 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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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 일이 더 잘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압박이 가해질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결과물의 품질이 높다고도 말합니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도 일부러 마감일까지 기다렸다가 일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의 압박이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결과물의 품질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는 점을 안다면 그런 믿음은 그저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에서 비롯된다고 깨달을 겁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시간의 압박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에게 아이오아 갬블링 태스크(Iowa Gambling Task)라고 불리는 게임을 수행하게 한 마테오 셀라(Matteo Cella)와 동료들의 실험입니다. 이 게임은 컴퓨터 화면 상에 카드 데크 4개를 보여주고 하나의 데크에서 한 번에 한 장의 카드를 선택하게 합니다. 한 장을 뽑을 때마다 돈을 딸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는데, 4개의 데크 중 2개는 한 번에 따는 돈이 컸지만 그만큼 잃는 돈도 컸습니다. 나머지 2개의 데크는 따는 돈이 적은 대신에 잃는 돈도 적었죠. 그래서 이 게임에서 충분히 많은 수의 카드를 뽑아야 할 경우 '저수익 저위험' 데크가 무엇인지 빨리 파악하고 그 데크에서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런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임한 참가자들은 카드를 한 장씩 뽑아가면서 이런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셀라는 카드를 빨리 뽑으라고 압박을 가할 때와 아무런 압박을 가하지 않을 때 참가자들이 돈을 따는 데에 유리한 데크를 얼마나 빨리 깨닫는지 보고자 했습니다. 셀라는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서 첫 번째 그룹에게는 카드를 2초 안에, 두 번째 그룹에게는 4초 안에, 세 번째 그룹에게는 시간 제한 없이 카드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시간 안에 카드를 뽑지 못하면 화면에 "너무 늦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게 하여 참가자에게 부담을 주었죠.

모두 100장의 카드를 뽑도록 한 후에 결과를 살펴보니, 모든 참가자들이 카드를 많이 뽑을수록 '좋은 데크'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압박을 받지 않은 참가자들이 2초 안에 카드를 뽑아야 했던 참가자들보다 '좋은 데크'에서 카드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반면 4초 그룹과는 차이가 없었고, 2초 그룹과 4초 그룹 사이에서도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2초 내'라는 시간 압박이 참가자로 하여금 '좋은 데크'가 무엇인지 늦게 깨닫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하지만 '4초 내'라는 제약은 참가자들에게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았음을 의미). 시간의 압박이 가해질 때 판단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동일한 시간 제약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그 시간을 압박으로 여기도록 하느냐의 여부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또 다른 실험으로 규명되었습니다. 마이클 드돈노(Michael A. DeDonno)와 동료들은 셀라의 실험과 동일한 방법을 따르되 참가자들에게 2초라는 시간 제약을 다르게 느끼도록 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각 카드를 2초 내에 뽑아야 했지만, 드돈노는 첫 번째 그룹에게 2초라는 시간이 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일러준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는 2초라는 시간이 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알려줬습니다.

이렇게 동일한 시간을 서로 다르게 인지하도록 한 후에 100개의 카드를 뽑도록 하니,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다고 인지한 그룹이 그렇게 인지하지 않은 그룹보다 '좋은 데크'에서 더 많은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똑같은 시간 제한이라도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드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역시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였죠.

두 실험의 결과를 통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때와 상대적으로 시간적 압박을 느낄 때 모두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마감일이 다 될 때까지 일을 미루는 것이 생산성과 결과물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좋은 전략이 아닐뿐더러, 다른 이에게 시간적 압박을 가해야 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헛된 기대라는 점도 말해 줍니다. 다시 말해, 마감일이 닥쳐서 일을 해야 일이 잘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입니다. 집중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을지는 몰라도 결과물의 질은 시간 여유를 가질 때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들은 조직의 의사결정 관행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내외부 환경이 급변할수록 직원들에게 빠른 판단과 빠른 행동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순식간에 퍼집니다. '빨리빨리'가 직원들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 버리면 빨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의사결정의 목표로 둔갑하고 맙니다. 시간의 압박을 뚫고 나온 전략이나 제도는 빠른 시간 안에 수립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할지 몰라도 그 수립 과정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기회를 비용을 치렀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서둘러 마련한 전략이 삐걱거리거나 실패로 끝날 때 매우 촉박한 상황이었다 해도 적어도 한번쯤 차근차근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냐의 여부는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주는 압박을 압박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냉철함에 있습니다. 과감한 의사결정일수록 시간적 압박의 결과물은 아닌지 찬찬히 뒤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논문)
Effects of decision-phase time constraints on emotion-based learning in the Iowa Gambling Task.
Perceived time pressure and the Iowa Gambling T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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