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달성하고 역량을 계발하는 데에 상사의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피드백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현장에서 상사와 직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고가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우리는 압니다. 1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평가 시즌이 되어서야 피드백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죠. 상사나 직원이나 각자 업무가 바빠 피드백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자식이 어떻게 행동하는 1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12월에 가서 지난 1년을 되돌아보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피드백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유를 잊어버리고 각자가 서로 다르게(보통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일상적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전달하는 피드백은 아주 자세해야 좋을까요? 아마 여러분은 모호한 정보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피드백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 동안 피드백을 거의 하지 않는 상사를 모시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자세한 피드백이 모호한 피드백보다 성과 달성에 긍정적일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유타 대학의 히만슈 미쉬라(Himanshu Mishra)와 동료들은 모호한 정보나 피드백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직관에 반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먼저 미쉬라는 사전 테스트를 위해 38명의 참가자들에게 플라바놀(flavanol)이 함유돼 있어 정신적 활동을 활발하게 해 준다는 초콜릿을 먹도록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플라바놀이 정확히 1그램이 들어있다고 말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플라바놀이 0.5~1.5그램 들어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초콜릿을 먹은 후에 참가자들은 초콜릿이 자신들의 정신적 활동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를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정확한 함유량을 들은 참가자들보다 모호한 함유량을 들은 참가자들이 초콜릿이 두뇌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답했습니다. 

미쉬라는 이 사전 테스트 후에 106명의 참가자를 모집하여 '브레인 에이지(Brain Age)'라 불리는 닌텐도 DS 게임을 하도록 하여 각자의 기준점수를 확보했습니다. 그런 다음, 사전 테스트와 같은 조건을 설정하여 참가자들에게 초콜릿을 먹이고 다시 브레인 에이지 게임을 하도록 했죠. 그랬더니 대체적으로 점수가 향상됐지만 플리바놀 함유량에 대해 모호한 정보를 들은 참가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게임 점수가 더 나아지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참 특이한 일이었죠. 모호한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플라바놀의 최대값인 1.5그램을 더 의미 있는 수치로 받아들인 까닭일까요? 어쨌든 모호한 정보가 정확한 정보보다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하거나 모호한 정보의 차이가 게임과 같은 두뇌 활동보다 신체적인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미쉬라는 캠페롤(Kaempferol)이 함유되어 있어 근육의 힘을 키워준다는 과일 쥬스 한 잔을 참가자들에게 주고 손의 악력을 측정하는 후속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37명의 참가자 중 절반은 캠페롤이 1그램이 정확히 들어있다는 말을 들었고, 다른 그룹은 0.5~1.5그램 들어있다는 정보를 전달 받았죠. 미쉬라는 한 가지 실험 조건을 추가했는데, 참가자 중 절반에게 조심스럽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을 상기시킴으로써 정확성을 강조하는 조건에 프라이밍(priming)되도록 만들었죠. 나머지 절반에게는 최근에 일어난 일을 묘사해 보라고만 했습니다.

악력을 측정한 결과,  정확성에 프라이밍되지 않은 참가자 중 모호한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정확하 정보를 들은 자들보다 더 높은 악력 수치를 나타냈습니다(217.22 대 168.30). 반면, 정확성에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캠페롤 함유량을 정확하게 알든 모호하게 알든 악력 측정치 사이에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미쉬라는 정확성을 강조하는 환경에 놓이면 정확한 정보(피드백)를 들을 때 성과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모호하게 제시된 정보는 참가자로 하여금 자기 식대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두뇌 활동과 신체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두뇌 활동이나 신체 능력이 아니라 '목표 달성'에 피드백의 정확성 여부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살피기 위해 또다른 실험이 3주 동안 실시됐습니다. 미쉬라는 39명의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번 실험실에 찾아와 HHI라고 불리는 가상의 건강지수와 체중 등을 측정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정확한 HHI 지수를 제시한 반면,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 3퍼센트의 구간으로 HHI 값을 알려줬습니다. 3주 동안의 체중 변화를 살펴본 결과, 정확한 HHI 지수를 피드백 받은 학생들은 몸무게가 변하지 않거나 약간 늘었지만, 모호한 HHI 지수를 피드백 받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체중이 더 많이 감소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에 HHI값이 85였던 참가자 중 정확한 HHI값을 피드백 받은 사람은 체중이 1파운드 늘었지만, 모호하게 HHI값을 피드백 받은 사람은 4파운드 가까이 몸무게가 줄었죠. 정확한 피드백보다 약간은 모호한 피드백이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였습니다.

여러분은 미쉬라의 실험들이 조직 내 현장에서 벌어지는 피드백 상황을 정확하게 재현하지는 못하고 피드백의 내용과 방식도 같지 않기에 '모호한 피드백이 정확한 피드백보다 좋다'는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의 의미는 상사가 부하에게 지나치게 상세하게 피드백할 경우 부하직원들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그에 따라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도 저하될지 모른다는 데에 있습니다. 시시콜콜한 피드백은 부하직원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죠. 부하직원이 상사의 피드백을 듣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여백'을 주어야 성과 달성의 동기가 유지되거나 높아지는 법입니다. 

또한 상사들도 부하직원에게 자세하게 피드백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이 실험은 일러줍니다. 오히려 상세한 피드백으로 대변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여러 모로 부정적인 분위기를 초래할지 모릅니다. 상사가 부족한 면을 상세하게 피드백한다면 부하직원의 마음 속에는 '내 사정도 잘 모르면서...', '날 얼마나 감시하고 있길래...'라는 불만이 자라나기 마련입니다.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내적동기가 상사의 피드백에 의해 훼손될지 모르죠. 어느 정도는 모른 척하면서 상사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모호하게 제시하는 것이 부하직원의 자율성과 동기를 제고합니다. 물론 정확하고 상세한 피드백(정보)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의사결정을 바로 내려야 할 때, 정보를 모호하게 제시하거나 뭉뚱그려 피드백한다면 곤란하겠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상사는 소위 '대리급 팀장'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피드백도 중용이 필요합니다. 모호한 피드백과 상세한 피드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직원들의 내적동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피드백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겠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극단은 쉽지만 중용은 어려운 법이니까요.


(*참고논문)
In Praise of Vagueness: Malleability of VagueInformation as a Performance Bo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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