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사망원인을 미리 부검하라   

2012. 2. 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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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혹은 전략)들이 모두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쉬쉬하지만 사실 실패가 다반사죠.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로 판명되면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뜯어보고 여기서 얻은 교훈을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거울로 삼는 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실패의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르도록 프로젝트를 흐지부지 끝내거나 관심을 다른 프로젝트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를 통한 진정한 배움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패를 쉬쉬하지 않고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기업이 건강한 문화를 지닌 조직임에는 틀림없지만, 더욱 건강한 조직이라면 '사후 부검(post-mortem)'보다는 '사전 부검(pre-mortem)'을 통해 실패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줄 압니다. 알다시피 부검은 불분명한 이유로 죽은 사람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죠. 사전 부검이란, 말 그대로 프로젝트가 '죽기 전'에 실시하는 부검으로서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라고 가상으로 선언한 다음 "왜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예상되는 실패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규명된 실패원인을 통해 프로젝트 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성공확률을 끌어올리려는 게 목적이죠.



실패를 기정사실화한 후에 실패원인을 미리 찾자는 것은 말이 쉽지 의외로 실행이 어렵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성공을 꿈꾸며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뭐? 실패를 기정사실화하자고?'라는 집단사고에 밀려 사전 부검란 말은 금기시되고 맙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프로젝트에 몰입하지 않는 자로 '찍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전 부검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습니다. 데보라 미첼(Deborah Mitchell), 제이 루소(Jay Russo), 낸시 페닝턴(Nancy Pennington)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전 부검이 프로젝트의 산출물을 옳게 설정할 확률을 30% 높여준다고 합니다. 

사전 부검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매니저가 '프로젝트의 사망'을 선언합니다. 그런 다음 팀원들에게 왜 프로젝트가 사망했는지를 묻습니다. 팀원들은 처음에 프로젝트의 사망원인을 끄집어내는 일을 꺼려합니다. 불충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나서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언을 종용하기보다는 각자 독립적으로 실패원인을 종이에 적게 함으로써 의견이 집단사고에 의해 공격 받거나 폐기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때 프로젝트 매니저는 분위기를 잘 조성해야 합니다. 재미삼아 거치는 과정이 아니라, 진짜로 프로젝트가 사망했다는 상황으로 팀원들을 몰입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 계획서의 말미에 양념처럼 들어가는, 아무도 참조하지 않는 리스크 계획에 그치고 맙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부터 시작해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한 다음, 각각의 실패원인을 사전에 막으려면 프로젝트 계획을 어떻게 수정 보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사전 부검을 마무리합니다. 사전 부검을 거치면 현실적이지 않은 희망(특히 프로젝트에 공을 많이 들인 사람들)에 부풀어 오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완료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거나 예산을 필요 수준보다 적게 설정하려는 오류를 피하고 실질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죠. 또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중간에 CEO가 교체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입에 올리기 힘든 '진짜 실패원인'을 제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위험신호를 재빨리 감지해서 대응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효과도 있죠.

지금 프로젝트를 착수 중이라면 사전 부검의 과정을 꼭 진행하기 바랍니다. 부검이라는 말 자체가 꺼림칙하다고요? 약간의 충격적인 용어가 프로젝트의 실패를 직시하도록 만듭니다. 바로 실행에 옮기세요!


(*참고논문 :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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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착각에 빠져 있습니까?   

2012. 2.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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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이스라엘의 교육부는 학자들과 교사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에게 새로 생기는 교과목을 위한 커리큘럼을 마련하라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착수하던 연구팀원들은 이 과제를 완료하여 최종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해보기로 했습니다. 팀원들 각자에게 종이에 예상 프로젝트 기간을 쓰게 한 다음 취합해 보니 18개월에서 30개월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때 팀원 중 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는 "여러분들은 모두 과거에는 없던 과목의 커리큘럼을 설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서로 비교해 보고 프로젝트의 예상 소요 기간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합니다. 사람들이 질문에 반응이 없자 그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커리큘럼 설계를 맡았던 연구팀들이 프로젝트를 모두 완료하지는 못했습니다. 40%가 중단을 선언했죠. 게다가 제가 알기로 프로젝트를 완료했던 연구팀들도 7년 내에 과업을 완수하지 못했고 어떤 연구팀은 10년이나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꾸려진 연구팀이 다른 연구팀들에 비해 능력이 특별히 뛰어난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다른 연구팀들보다 가용자원도 적고 연구능력도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용기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그 팀원은 커리큘럼 개발 전문가이자 후에 헤브루 대학교의 교육대학 학장이 된 시모어 폭스(Seymour Fox)였습니다. 그가 말하고자 한 요점은 여러 커리큘럼 연구팀들의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예상 완료 기간을 객관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수용해야 할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그의 제안을 무시해 버렸습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완료하는 데까지 8년이나 걸렸고 팀원들의 노력은 아무런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소요해 만들어진 커리큘럼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니까요.

이 사례는 행동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이 연구팀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직접 목격했던 일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처음의 예상과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간 여러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 신형 전투기인 유로파이터(EuroFighter)를 1997년에 하늘에 띄우겠다고 선언했을 때 예상했던 개발비용은 200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1997년이 넘도록 프로젝트는 완료되지 못했고 비용은 두 배가 넘어 450억 달러나 되었습니다.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또다른 대표적 사례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위치한 의회 건물입니다. 이 건물의 신축을 1997년에 처음 계획할 때는 4천만 파운드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1999년 6월이 되자 예상 비용은 1억 9백만 파운드를 훌쩍 넘었고 2002년 말에는 2억 9천 5백만 파운드를 돌파하더니 급기야 2004년에 최종 완공될 때는 총비용이 무려 4억 3천 1백만 파운드에 이르러 최초의 예상을 10배나 뛰어 넘어 버렸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5년에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1969년부터 1998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철도 건설 사업 중 90퍼센트 이상이 철도 이용 고객수를 과도하게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으로 실제 이용객 규모보다 106퍼센트 많게 예상했고 예산은 평균 45퍼센트를 초과했다고 합니다. 30년 동안 예측력은 나아지지 못했던 겁니다.

카네만은 이러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들이 '성공의 착각(Delusion of Success)'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진단합니다. 계획 오류란 프로젝트나 전략의 성공 가능성과 성공으로 인한 이득을 과장하는 반면 실패 가능성과 실패에 따른 비용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하려는 경향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성공의 착각은 어떤 분야의 초심자가 아니라 전문가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카네만은 말합니다.

오랜 경력과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들은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 또한 많겠죠. 하지만 그 성공 경험들은 '그때 잘 했으니 이번에는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거야'라고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새로 시도하는 전략이나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판단하는 데에 오류를 일으키고 맙니다. 분명 실패했던 경험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실패를 접한 적도 많았을 터이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런 기억은 참조되지 못하고 예방주사가 되지도 못합니다. 

실패를 떠올릴 때마다 나빠지는 감정은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조언을 자연스레 무시하도록 만듭니다. 또한 위의 사례처럼 누군가가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한다면, 그 의견을 수용하여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기보다는 '어디서 고추가루를 뿌리고 그래?'라고 핀잔을 주면서 그 사람을 프로젝트에 몰입하려 하지 않는 자, 나아가 조직에 충성을 다하지 않는 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 많은 개인이나 조직들은 프로젝트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하느라 외부에서 이미 일어났던 여러 실패 사례를 프로젝트 수행에 감안하지 못하는 '내부적 시각'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프로젝트의 목적, 수행에 필요한 자원들, 예상되는 장애, 미래의 트렌드 등을 고려할 때 외부 사례를 참조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뒷받침해주는 것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죠. 이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까닭은 90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신의 지능이 상위 10퍼센트에 속한다고 믿는 이유(이를 '워비곤 효과'라고 부름)와 맞닿아 있습니다.

카네만은 '외부적 시각(outside view)'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외부적 시각이란 예전의 비슷한 경험과 유사한 외부 사례들의 입장에서 지금 계획하는 프로젝트를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외부적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내부적 시각(inside view)의 오류를 줄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앞으로의 학업 성과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니 자신들이 동급생들의 84퍼센트보다 나을 거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학시험 점수와 동급생의 점수에 대해 물어 본 후에 동일한 질문을 제시하니 동급생의 64퍼센트보다 자신의 학업 성과가 더 뛰어날 거라고 답했습니다. 내부적 시각에 의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학생들이 외부적 시각을 주입 받은 후에 보다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전략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희망은 참여의 동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낙관적 희망이 '성공의 착각'에 휩싸인 내부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외부적 시각을 통해 경계하고 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성공의 착각에 빠져 있습니까?


(*참고논문 : Delusions of Success: How Optimism Undermines Executives' Decis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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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보고서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   

2012. 2. 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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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개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보고서는 글씨체가 또렷하고 바탕색과의 대비가 커서 알아보기 쉽게 쓰여져 있는 반면, 다른 보고서는 폰트가 조악하고 흐리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내용상의 차이가 전혀 없을 때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은 둘 중 어느 보고서에 높은 점수를 줄까요?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히 전자의 보고서가 사람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 추측할 겁니다.

아누즈 샤흐(Anuj Shah)는 이런 상식이 맞는지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108명의 실험참가자들은 MP3 플레이어의 재원(성능)과 그 제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고객 리뷰 정보를 읽고 나서 MP3 플레이어의 적정 가격을 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샤흐는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는 12폰트 짜리 Times New Roman체의 검정 글씨라서 읽기 쉽게 쓰여진 정보를 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읽기 힘든 12폰트 짜리 이탤릭 Monotype Corsive체의 회색 글씨로 적힌 정보를 읽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읽기 쉬운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MP3 플레이어의 가격을 평균 126.3달러로 책정한 반면, 읽기 어려운 정보를 받은 참가자들은 평균 162.1달러를 써냈습니다. 읽기 편안한 글을 제공 받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고객 리뷰에 크게 영향 받았다는 의미였죠. 다시 말하면, 읽기 어려운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된 고객 리뷰에 높은 가중치를 두지 않았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표면적인 형식이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샤흐는 심화된 두 번째 실험을 통해 표면적인 형식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 들어갔습니다. 이번 실험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가상의 로비스트 집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샤흐는 참가자들에게 특정 로비스트 집단을 평가한 결과라며 두 개의 가짜 평가지수를 제시했는데, 139명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이미지가 선명한 평가지수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흐릿하게 인쇄된 평가지수를 나눠 준 다음, 해당 로비스트 집단의 능력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그 집단이 로비에 성공하면 2백만 달러 중에서 얼마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지, 6점 척도로 그 로비스트 집단을 얼마나 추천하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선명한 이미지를 본 참석자들은 흐릿한 이미지를 접한 참석자들보다 로비스트 집단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 실험 역시 내용과 상관없이 눈에 편안한 정보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드러냈죠.

세 번째로 실시한 실험은 눈으로 쉽게 인지되는지의 여부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 본 위의 두 실험과 다른 주제를 다뤘습니다. 샤흐는 터키어로 된 가상의 증권회사 이름 중에서 Artan, Kado, Boya 처럼 발음하기 쉬운 것들과, Lasiea, Taahhut, Emniyet 과 같이 발음이 어려운 것들을 구성했습니다. 그런 다음, 144명의 참가자에게 발음하기 쉬운 증권회사와 발음하기 어려운 증권회사가 각각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내놓은 평가 의견들을 제시했습니다.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두 증권회사의 의견은 때때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각 의견을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을 해야 했죠. 하지만 참석자들은 의견의 내용과 상관없이 발음이 어려운 증권회사(Taahhut 등)보다 발음이 편한 증권회사(Artan 등)에 높은 가중치를 주었습니다. 즉, 발음하기 쉬운 증권회사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죠. 또한 참석자들은 발음이 쉬운 증권회사를 터키의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추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샤흐의 실험을 통해 눈에 얼마나 편안한가, 그리고 말하기가 얼마나 편안한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통설이 확인되었습니다. 감각기관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보는 피하고 쉽게 감각되는 정보를 수용하려는 이유는 가능하면 인지 노력을 덜 부담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작성한 보고서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상대방의 인지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상대방의 미간을 찌뿌리게 만들고 동공을 확장시키죠. 그래서 상대방은 그 내용을 들여다 보기도 전에 무의식 속에서 보고서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 꼬투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보고서의 내용이 전달되고 설득되려면 그러한 '활성화 에너지'의 벽을 극복해야 합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키는 촉매가 활성화 에너지의 벽을 낮추듯이, 읽기 쉽고 또렷한 글씨체와 시원한 글자 배치 등의 형식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용에 몰입하기 좋은 조건을 형성합니다.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고 설득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론 일부러 흐릿하게 보이고 발음이 어렵도록 만들어서 '뭔가 있어 보이는' 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소통의 속도와 질을 감안한다면 형식적인 '또렷함'이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때로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를 살펴 보세요. 글씨가 크고 또렷하며, 문장은 발음하기 좋고 리드미컬합니까? 내용이 좋다고 형식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죠?

(*참고논문 : Easy does it: The role of fluency in cue weigh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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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학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 실시   

2012. 2. 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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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인퓨처컨설팅 대표 유정식입니다.

인퓨처컨설팅은 지난 번에 총 3일(사전 미팅, 워크샵 1일, 후속 미팅)에 걸쳐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K대학의 2030년 비전 설정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으며, 급변하는 대학 환경 속에서 K대학이 각 시나리오마다 어떤 장기적 전략 방향을 추구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본 워크샵에는 K대학 내 각 학부별 교수님들과 외부 관련 전문가들(총 20여명)이 참가했으며, 아래의 사진이 짐작케 하듯이 그 자리에서 열띤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012년도 이제 2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 회사의 전략 방향을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재조정해야 하는 조직들이 많을 겁니다.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통해 각각의 변화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퓨처컨설팅은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을 다양한 포맷(최소 4시간 ~ 최대 5일)으로 진행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의 기본적인 일정을 보려면 여기(http://www.infuture.kr/236)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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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합시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   

2012. 2. 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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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샤이 댄지거(Shai Danziger)는 수감자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관들이 내린 의사결정 패턴을 살펴보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밥을 언제 먹었느냐가 가석방 신청을 통과시키느냐 기각시키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뚜렷하고 지대하게 말입니다. 댄지거가 8명의 가석방 심사관들이 내린 1112건의 심사건을 수집해보니, 한 명의 심사관은 하루 동안 14건에서 35건 정도(평균 22.6건)를 심리했고, 하나의 신청건에 대해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평균 6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또한 심사관들은 심리를 진행하다가 두 번의 식사 겸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심리를 진행하다가 9시49분에서 10시27분 사이에 새참을 먹고, 12시46분에서 2시10분 사이에 점심식사를 했죠. 새참을 먹기 전에 심리관들은 평균적으로 7.8건의 심리를 진행했고, 새참을 먹고 점심을 먹기 전까지는 11.4건의 신청건을 처리했습니다. 심리관들은 전체적으로 가석방 신청의 65% 정도를 기각했습니다.




댄지거는 1112건의 가석방 신청건들을 심리 받은 시간대별로 정렬하고 승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시간대에 심리를 받느냐가 승인과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아침에 처음 심리를 받거나 식사시간 후에 바로 심리를 받는 가석방 신청건들은 평균적으로 65%의 승인률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승인률은 뚝뚝 떨어지는 패턴이 발견됐습니다. 그렇게 승인률이 급감하다가 식사시간에 임박해서는 승인률이 거의 0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또한, 식사시간 직후에 심리한 최초의 3건과 식사시간이 임박할 때 처리한 마지막 3건을 비교하니 전자의 경우엔 52~61%의 승인율을, 후자의 경우에는 9~27%의 승인율을 보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운이 좋게 아침에 제일 먼저 심리를 받거나 식사시간 후에 바로 심리를 받는 수감자들은 가석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식사할 시간에 임박할 때 자신의 가석방 여부를 심리 받는 수감자들은 가석방될 확률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죠. 

심사관들은 스스로 가석방 승인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피로도와 혈당 수치가 가석방 승인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가석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죄질의 높고 낮음, 수감 태도, 수감자의 교정 정도 등은 '밥'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습니다. 정의(Justice)와는 한참 거리가 먼 '밥'이라는 요소가 심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죠.

가석방 심사관들의 '휴식 및 식사' 여부가 의사결정의 중요한 변수라는 댄지거의 연구를 기업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종류의 심사, 평가, 승인은 대상이나 내용의 본질보다는 참석자의 피로도와 배고픔 정도에 따라 좌지우지될지 모른다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휴식과 식사시간 후에 처음 면접하는 입사지원자들은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운이 없게 식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임박할 때 면접관을 만난 지원자들은 어쩌면 실력과는 무관한 '밥(즉 혈당)'이라는 요소 때문에 불행하게도 떨어질지 모릅니다(지원자 데이터가 충분한 회사에서 댄지거의 연구와 비슷한 분석을 해보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매년 벌어지는 인사평가도 상사가 지금 얼마나 피곤한가, 얼마나 배가 고픈가에 따라 부하직원의 실력과는 별개로 관대하게 혹은 가혹하게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밥'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사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정보가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습니다. 독일의 연구자들은 법률 전문가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량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요청하기 전에 한 그룹의 전문가들에게는 1과 2만 나오는 주사위 한 쌍을, 다른 그룹에게는 3과 6만 나오는 주사위 한 쌍을 던지게 했습니다. 두 개의 주사위 숫자를 합하면, 3이나 9를 얻게 되겠죠. 주사위를 던진 후에 범죄자의 형량이 주사위 숫자 합보다 큰지 작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형량을 정하게 했죠.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한 형량은 1개월부터 12개월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는데, 숫자의 합이 3인 주사위를 던진 그룹은 평균 5.28개월, 9인 주사위를 던진 그룹은 평균 7.81개월의 형량을 내렸습니다. 주사위 숫자라는 정보는 형량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가 나왔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한다고 해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함을 시사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대상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자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상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 없는 상황의 조건들이 평가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배가 부르거나(피 속의 혈당이 충분하거나) 정신이 맑을 때는 과감하거나 관대한 결정을, 배가 고프거나 어깨가 처지며 피로가 업습할 때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발동하여 새로운 사안을 거부하거나 '까칠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평가나 의사결정의 객관성은 지표와 판단기준이 아무리 정교할지라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평가 받거나 결재를 받는다면, 의사결정자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밥 먹고 합시다!"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거나 결재를 빨리 받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참고논문 : Extraneous factors in judicial decisions )
(*참고논문 : Playing Dice With Criminal Sent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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