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해서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미국에는 총 고용인구 중 6.8%(1990년 기준)가 자원봉사자일 정도입니다. 2011년에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자 비율은 OECD 28개국 가운데 16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런 의문이 듭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면 좀더 많은 시간을 봉사하지 않을까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원봉사자가 되려면 자원봉사로 인한 기회비용을 감내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시간 동안 돈을 못 버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자원봉사자들에게 기회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준다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좀더 많은 봉사 시간을 끌어낼 수 있고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논리적인 추론입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취리히 대학의 브루노 프레이(Bruno S. Frey)와 로렌쯔 괴테(Lorenz Goette)는 1997년에 실시된 '스위스 노동력 조사' 데이터를 확보하여 금전적 보상과 자원봉사 간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정치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기관 등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데이터를 추출해 보니 약 20퍼센트의 자원봉사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고 있었습니다.
보상을 받지 않는 그룹은 한 달에 14시간을 자원봉사에 투여했지만, 한 달에 50스위스프랑 이하를 받는 그룹의 자원봉사 시간은 월 평균 12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돈을 지급했음에도 오히려 자원봉사 시간이 줄어든 것입니다. 프레이와 괴테는 추가 분석을 통해 14시간의 자원봉사 시간(돈을 안 주고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간)을 보상으로 확보하려면 적어도 75프랑 이상의 돈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반면 월 50스위스프랑 이상을 받는 그룹은 21시간을 자원봉사에 쏟았습니다. 이는 보상을 더욱 높이면 자원봉사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상 없이도 14시간의 자원봉사를 확보할 수 있는데 50프랑 이상의 보상이 과연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프레이와 괴테는 덧붙입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의 중간값 수준에서 볼 때 보상이 자원봉사 시간을 줄인다는 점은 분명했죠. 프레이와 괴테는 보상으로 인해 4시간 가량 자원봉사 시간이 줄어든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보상이 내적동기를 갉아 먹는다는, 소위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는 자원봉사자들에게서도 여실히 나타난다는 점을 이 연구 결과가 보여줍니다. 열심히 일하려는 욕구는 돈이 아니라 충만한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에서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무언가를 장려하기 위해 돈이라는 손쉬운 도구를 사용하려는 안일함을 버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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