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초조할 땐 남의 조언을 멀리 하라   

2013. 1. 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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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초조하고 불안하며 근심이 많을 때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조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점집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하지만 걱정거리가 많고 마음이 초조할수록 다른 사람이 해주는 조언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102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산악 등반 사고를 그린 '버티칼 리미트'란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불안감과 초조함의 감정을 유발하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하여 중립적인 감정을 유지케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3명의 사진을 각각 본 후에 사진 속 인물의 체중을 짐작하는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실제 체중과 10파운드 이내로 근사하게 맞힐 경우 1달러의 보너스를 줌으로써 과제의 중요성을 참가자들에게 인식시켰죠. 참가자들이 자신의 예측치를 말하기 전에 지노는 다른 참가자의 예측치(조언)를 먼저 참조할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버티칼 리미트'를 시청한 참가자들의 초조함 수준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본 참가자들보다 높았는데, 전자의 참가자들 중 90퍼센트가 다른 참가자들의 예측치를 참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중립적인 감정 상태(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본)의 참가자들은 70퍼센트만이 다른 참가자들의 예측치를 참고하겠다고 답했죠. 또한 불안한 상태의 참가자들은 중립적 감정 상태의 참가자들보다 제3의 참가자들이 조언한 값을 더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일수록 다른 사람의 조언을 더 많이 찾으려 하고 그 조언을 더 많이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초조함이 자신의 예측에 대한 자신감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후속 실험에 의해 밝혀졌죠.


그렇다면,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이면 좋은 조언과 나쁜 조언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이를 궁금해 한 지노는 103명의 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근심스러운 감정' 상태와 '중립적인 감정' 상태를 유발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동전이 가득한 항아리 사진을 보여주고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있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죠. 이때 지노는 참가자들에게 '조언자'가 말하는 예측치를 보여주고 조언자의 예측이 얼마나 타당한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조언자가 조언한 예측치는 꽤 타당한 것도 있었지만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도 있었죠.


흥미롭게도 '근심스러운 상태'의 참가자들은 조언자의 조언이 실제로 타당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중립적인 감정 상태'의 참가자들에게 비해  조언자의 조언을 더 타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중립적인 감정 상태'의 참가자들은 조언자의 조언이 얼마나 타당한지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했죠. 후속 실험에서도 근심스러운 참가자들은 중립적인 감정의 참가자들에 비해 타당하지 않은 조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에 빠지면 남의 조언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릴 능력이 저하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지노의 실험은 개인의 감정 상태가 다른 사람의 조언을 참조하고 수용하는 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를 여러 사람들이 모인 조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어떻게 의사결정 내려야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초조한 분위기가 조직을 휘감을 때면 외부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에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노의 실험에서 봤듯이 그 조언의 질이 좋고 나쁨을 가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조하되 그 조언을 채택할지 말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지노의 실험이 주는 시사점입니다.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벗어나야만 좋은 조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감정이 불안하고 초조하며 근심에 휩싸여 있다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걸하기보다는 결정 여부를 내려놓고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남의 조언을 멀리 하고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먼저입니다.



(*참고논문)

Francesca Gino, Alison Wood Brooks, Maurice E. Schweitzer(2012), Anxiety, Advice, and the Ability to Discern: Feeling Anxious Motivates Individuals to Seek and Use Advi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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