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쓰는가?   

2015. 11.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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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쓰세요?”

어느 날,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조금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책을 왜 쓰냐니?”라는 반문이 자동적으로 나갔지만, 책 쓰는 이유가 단박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쓰는 거지.”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정말 흐리멍텅한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껏 자기 책 8권과 번역서 6권을 쓴,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는 자가 왜 책을 쓰냐는 질문에 겨우 이렇게 답하다니! 나는 대화를 끝내고 조금 우울해졌다.

 

대체 나는 책을 왜 쓰는가? 지금까지 이 질문이 머리에서 계속 무한궤도를 돈다. 돌고 도는 질문을 멈춰 세우고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리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대니 질문은 내게 냉랭한 미소를 띠며 다시 궤도를 탄다. 몇 번이고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대어도 질문은 쓴웃음만 내던진다. 오늘 새벽에 이 질문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그냥 블로그에 아무 생각이나 지껄여보면 어때?” 나는 말 잘듣는 착한 짐승인 듯하다. 이렇게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맥락 없고 주제 불분명한 글을 쓸 참이니까 말이다.


그렇다. 나는 저서 8권의 저자다. 난 ‘저서’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좀 낯부끄럽다. 그 어감이 ‘저택’에 사는 잘난 체 하는 부잣집 도련님 같아서다. 그래서 남 앞에서는 ‘저서’란 말 대신에 ‘책’이라고 간단히 말한다. 같은 이유로 ‘저자’라는 단어도 그렇다. 담백하게 ‘지은이’라고 불리기를 바란다. ‘저술하다’ 역시 ‘쓰다’라는 건조한 말로 대체하길 원한다. 적어도 나를 가리킬 때는 말이다. 이야기가 좀 딴 데로 센 듯하겠지만, 이 글은 아무 생각이나 뇌까리기 위한 용도라는 점을 양해 바란다. 허나 이유가 있다.  내가 이렇게 ‘저(著)’로 시작하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그렇게 고급스럽고 진지한 단어로 불리기엔 지금껏 써낸 8권 각각에 대한 나의 출판 의도들이 하나 같이 저급해 보여서다. 



내가 낸 책과 번역서들



내 첫 책은 <경영유감>이다. 2006년에 나왔으니 나온 지 10년이 돼 간다. 지은이로 첫 발을 내딛게 해 준,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당시 독립 컨설턴트로서 내 이름을 알리고 싶은 의도가 컸고 책은 그 의도에 가장 부합되는 수단이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던 터라 그것들을 잘 편집하면 한 권의 책이 나올 법 했다. 운 좋게 출판사를 만났고 양장본(이건 첫 책으로서 대단한 영광이다)으로 책이 나왔다. 불행히도 판매는 망했다. 출판사엔 미안했지만, 저서(아~ 난 이 단어가 부담스럽다)가 있는 컨설턴트가 드디어 됐다는 데 나는 만족했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는 거의 2개월만에 후다닥 쓴 책이었다. 내게 들려오는 컨설팅 업체들의 작태가 심히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같은 업계(그들이 날 동종업계 사람으로 보는지는 모르겠으나)에 있는 내가 그들을 고발해야겠다는 치기에서 책 쓰기가 시작됐다. 아마도 컨설턴트들은 내 책을 보면서 ‘컨설팅 업계에 있으면서 컨설팅을 절대 받지 마라니? 이 무슨 꼬장인가?’ 싶었을 것이다. 차별화하는 방법은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라 했던가? 나는 그들과 다르고 싶었고 그들이 가는 길과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그러면 너는 깨끗하냐?”라는 질문엔 “확실히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다”라고 당당히 대답하기에는 나 역시 모자른 컨설턴트였지만 이 책을 계기로 다른 길을 가고자 했다. 이 책으로 나는 호불호가 갈리는 컨설턴트가 되었는데, 난 호불호를 차별화를 다르게 표현한 단어라고 여긴다. 책 판매는 어땠냐고? 전작 <경영유감>과 같은 출판사에서 이 책까지 내주었는데, 컨설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던 모양이다. 조금씩 팔리다가 이제는 절판되고 말았다.


2007년 11월에 나온 세 번째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는 내게 각별한 책 중 하나다. 그 해 나는 경제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았다. 무리하게 집을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나는 뭐라도 해서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책 머리말에 경영과 과학의 통섭 어쩌구 저쩌구하는 이야기는 겉포장일 뿐, 이런 속물적인 의도로 이 책을 썼노라 이제와 나는 고백한다. 잔뜩 기대를 품고 책 판매를 지켜봤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독자들에게 ‘경영’도 어려운데 거기에 ‘과학’이라니. 안 팔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과학에서 경영의 시사점을 끌어오는, 남들이 별로 하지 않은 시도를 했다는 것에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는 책이다. 다시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쓴다 해도 내 줄 출판사가 있을까?


네 번째 책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이 책은 팔기로 작정한 책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플래닝 강의나 워크숍 용도로 쓴 책이었으니까. 당시에 나는 예전 컨설팅사를 다녔을 때의 경험을 팔며 시나리오 플래닝 강의를 간혹 해오고 있었는데, 관련된 책이 있으면 확실하게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를 선점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선점하겠다는 욕심이 컸을까?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3개월 안에 책을 탈고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2009년 1월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1쇄를 전량 폐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책에 소개된 어느 사례에 대해 모 업체가 문제 삼았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나는 1쇄분에 대한 인세를 받지 않기로 하고 다시 책을 고쳐 써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였을까? 연초부터 불길한 사건이 터지더니 컨설팅 요청도 별로 없어서 컨설팅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먹고 사는 데 가장 큰 덕을 보는 책은 바로 이 책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출간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도 넘친다.


<문제해결사> 역시 <시나리오 플래닝>과 마찬가지로 강의와 워크숍 용도로 펴낸 책이다. 나의 매출 구조가 컨설팅보다는 강의/워크숍의 비중이 커가던 시기였기에 강의/워크숍 주제를 확장하고픈 욕구가 있었다. 물론 주제가 문제해결력이라서 시나리오 플래닝보다는 덜 ‘섹시’한 탓에 판매는 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강의나 워크숍 요청도 1년에 한 두 번 들어올까 말까였다. 의도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책이지만, 문제해결력에 관한 ‘교과서적인’ 책을 냈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에 만족한다. 컨설턴트를 꿈꾸거나 조직 내에서 컨설턴트처럼 활동하고 싶다면 이 책을 부끄럽지만 추천한다.





여섯 번째 책 <착각하는 CEO>는 지금껏 낸 책들의 총판매량을 상회한,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책이었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는 경영과 과학을 접목시켰고 이 책은 경영과 심리를 연결시켰다. 2차, 3차 자료를 인용하는 일부 국내 저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학술논문이라는 1차 자료를 매일 1편씩 읽고 경영의 시사점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렸다. 몇 해 지나니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으로 펴낼 분량이 됐다. 이 책으로 인해 ‘유정식’은 학문적 근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저자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한마디로, 근거없이 뻥치는 컨설턴트는 아니라는 뜻일 게다. 저자 이름을 모른 채 책을 읽다가 번역서인 줄 알았다는 말을 간혹 들었다. 책의 퀄리티가 좋다라는 칭찬으로 들렸다. 외국 저자들의 저술 스타일을 흉내내고 싶었고 그들처럼 학문적 근거가 풍부한 책을 내고 싶었는데, 그 의도가 충분히 달성된 듯 싶었다. 책 나온 지 2년 반이 넘어가는데 스테디하게 팔리고 있다(그래 봤자 한달에 10권 안팎이겠지만).


<전략가의 시나리오>는 새로운 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출판사를 옮겨 전작 <시나리오 플래닝>을 개정해서 냈기 때문이다.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새로운 내용을 몇몇 첨해서 2014년 9월에 냈다. 판매는 별로 기대치 않았다.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는 어차피 읽을 사람만 읽으니까. 개인적으로 개정판의 저자가 됐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마지막으로 금년 11월에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를 냈다. <착각하는 CEO>가 CEO와 고위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일반 직원들(관리자 포함)이 지닌 착각을 짚어보는 책이다. <착각하는 CEO>와 동일하게 심리학 논문을 기초로 경영의 시사점을 서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착각하는 직원들>이란 제목으로 내고 싶었지만 어쩌다가 자기계발 분야의 책으로 올라가 있다. 책의 판매는 아직 모르겠다. 솔직히 책이 잘 안 나가서 나는 풀이 좀 죽었다. 이 책의 출판 의도는 무엇일까? 이 책을 내고 나서 ‘나는 왜 책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책이 생각보다 안 나가서 그렇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출판 의도는 명예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비웃어도 좋다).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냈으니 이제는 나를 경영 분야의 저자로 좀 알아주길 바라는, 유아적인 발상이 없었던 게 아님을 고백한다.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충고를 새삼 깨닫는다.





‘나는 왜 책을 쓰는가?’ 나는 아직 이 질문에 적확하면서도 간명한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각각의 책을 쓰면서 가졌던 의도를 다시 되짚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았는데, 여전히 모호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책 한권 내면 그때문에 쓰러지는 나무들이 대체 몇 그루나 될까? 나는 쓰러진 나무들의 희생을 밟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당췌 모르겠다. 독자들을 ‘계몽’시킬 의도는 추호도 없다. ‘인류의 지식 발전을 위해서’란 이유는 낯뜨겁고 나 스스로 구역질이 난다. 돈을 벌고 싶어서(책으로 돈 벌 생각을 하다니!), 명성을 얻고 싶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싶어서, 강의나 워크숍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뭐, 그냥 쓰는 거지.’라는 나의 대답엔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한데 헝크러져 있다. 그냥 그렇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괴롭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왜 책을 쓰세요?’라고 내게 질문하는 것이다(앞으로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지면 나를 미워한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 농담이다). 질문에 이렇게 초라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니, 자괴감이 돋아난다. 이 글을 쓴 지 2시간이 지났다. 흐린 아침 하늘 위로 여전히 물음표가 떠다닌다. 출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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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에 관한 놀라운 진실 5가지   

2015. 11. 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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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밝힌 직장생활에 관한 놀라운 진실 5가지


목표 설정, 성과 평가, 승진과 보상.. 직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동에는 심리가 작용한다. 조직은 사람을 떠나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성과 창출의 방정식을 풀 수 없다. 성과는 직원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서 창출된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직원과 직원 사이, 리더와 직원 사이, 부서와 부서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 그리고 심리를 의미한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1. 연봉은 무조건 비밀에 부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 연봉 비밀주의가 오히려 직원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봉이나 성과급이 평가 서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조직에서는 연봉 투명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연봉이나 성과급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결정되는 조직에서는 연봉 비밀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좋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2. 여러 사람 앞에서 질책해야 직원의 잘못된 행동이 교정된다?


반항심과 분노를 자극할 뿐이며 심각한 경우 상사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상사가 직원을 혼낼 때는 ‘인간은 평판을 먹고사는 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절대로 혼내지 말고 조용한 장소에서 단둘이 만나 얘기해야 한다.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듯 직원을 혼낸 적이 있다면 조용히 그를 불러 사과하는 것이 좋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3. 회의는 꼭 회의실에 앉아서 해야 할까?


앉아서 하는 회의보다 서서 하는 회의가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이고 회의시간을 단축시킨다. 서서 회의를 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다리에 자극을 받아 두뇌회전도 빨라져서 조는 일도 없어진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까지 일본 캐논전자는 임원회의 때마다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이틀씩 회의를 했다. 지금은 오후 1시면 모두 끝난다. 사카마키 히사시(酒卷久)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의실 탁자 다리를 30cm 높이면서다. 모든 회의는 서서할 수밖에 없고 다리가 아파서라도 마라톤회의는 할 수 없게 됐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4. 뚱뚱한 상사는 식사 후, 마른 상사는 식사 전에 보고하는 게 좋다?


비만인 사람은 식사 직전보다 식사 직후에 좀 더 리스크가 큰 의사 결정을 내리고,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원래 많이 먹지 않는 사람들은 식사 직전에 리스크가 큰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신진대사의 균형을 맞추려는 신체의 본능적인 반응이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요하지만 리스크 부담이 큰 안건의 경우 상사가 뚱뚱하다면 식사 후에,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상사라면 식사 직전에 결재를 받는 게 유리하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5. 무능할수록 공격적이다?


‘무능함’과 ‘공격성’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조직 구성원은 조직의 위계 구조 속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는 피터의 법칙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무능함을 방어하려는 의지가 상대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되는데, 이처럼 무능한 사람이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그 사람 자체의 무능함뿐 아니라 직원들의 동기 저하로 인해 조직 전체가 여러모로 손해를 본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유정식

저자 유정식은 경영 컨설턴트이자 인퓨처컨설팅 대표다.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아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LG CNS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과 왓슨와이어트에서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인사 및 전략 전문 컨설팅회사인 인퓨처컨설팅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 분야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인생의 중요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전파하기 위해 연희동에 [중요한학교]라는 지식공동체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착각하는 CEO》《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전략가의 시나리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당신은 사업가입니까》《하버드 창업가 바이블》《디맨드》 등이 있다.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구매하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누르십시오.


(위 글은 알에이치코리아의 블로그에서 옮겨와 게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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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가 나왔습니다.   

2015. 10. 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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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간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 <착각하는 CEO>에 이어 조직과 구성원들이 인간의 심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심리학 연구 결과를 근거로 조목조목 따져보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06년에 첫 책을 낸 이후로 벌써 8번째 책입니다. 어떤 분들은 신간을 낼 때 자식을 출산하는 느낌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고 단지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독자들과 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이죠.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래는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 책 구매와 읽기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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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욕구한 것을 계획하지, 계획한 것을 욕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계획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을 욕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직장생활에 적용한다면, ‘직장인들은 심리에 따라 행동하지, 행동에 따라 심리를 형성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크고 작은 착각을 하거나, 엉뚱한 미신에 사로잡히거나 혹은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이미 벌어진 행동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심리를 잘 아는 것이 항상 좋은 해결책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의 훌륭한 출발점임은 분명하다.


가장 바람직한 처세는 조직과 인간의 심리를 간파하는 데 있다

앞서 경영 현장에서 리더들이 빠지기 쉬운 조직관리, 인사, 전략 오류들을 고발한 경영 심리서로 호평을 얻은 저자가 이번엔 고발의 범위를 보다 확장했다. 성과주의 한계, 도덕성과 생산성의 관계, 보상과 평가의 역학 등과 관련해 대다수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과 그 이유를 혁신적인 심리 실험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여러 권의 경영서를 집필하고 해외 석학들의 저서를 번역하면서 경영 현장과 심리 연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 조직심리학을 접목해 직장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심리적 오류와 관련해 무엇이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키는지 그 요인을 탐구하고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인 잘못된 판단을 통제할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해결책 역시 인간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교육 몇 번 받고는 그것을 잘 안다고 믿고 자신의 실제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야 직원의 잘못된 행동이 교정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엄하게 혼내는 것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는 생각 등은 대다수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이고 오류다. 이외에도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성과가 좋다, 높은 보상이 성과를 높인다, 피드백은 능력이 뒤처지는 직원에게만 필요하다 등도 직장생활과 관련한 대표적인 착각이고 오류다.





더 이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일할 의지를 잃어버린 직장인을 위한 조직의 심리학

그런데 왜 이런 지식들을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알지 못하는 걸까? 저자는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기업 경영을 ‘경영자의 예술’로 여기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자기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위대한 경영자의 참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런 탓에 직장인들은 올바른 경영의 방향을 알려주는 학문적 증거와 자료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둘째, 구태의연한 경영의 담론들이 경영 현장에서 동어반복되면서 직장인들이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경쟁을 미화하고, 평가와 금전적 보상의 효과를 과신하며,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여전히 직원들을 ‘어린아이’로 간주하는 경영 기법들이 엄청난 텃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인간의 심리에 대한 관심, 특히 조직의 심리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성과주의에 휘둘리고 승진과 보상에 얽매이다 보니 당장 성과로 이어질 만한 교육에만 집중하느라 직원들의 심리 따위는 나 몰라라 한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됨에도 심리를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소위 ‘직장생활 심리학’의 A부터 Z를 총망라한 이 책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힌트를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직장생활과 관련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크고 작은 심리적 미신과 착각과 오해에서 벗어나 보다 큰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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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매하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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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키노트에 가장 실망했을 사람들은?   

2015. 10. 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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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만의 포스팅이군요. 지난 2015년 5월 21일부터 10월 26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공유했던 저의 짧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이런 정리도 꽤 오랫만입니다. ^^)

깊어지는 가을을 만끽하기 바랍니다.



[애플과 삼성에 대하여]


애플은 지난 키노트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기존 제품의 확장판들을 내놓으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추구하는 듯하다. 하지만 매우 똑똑한 전략이다. 혁신적 제품을 매번 내놓을 수 없는 노릇이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기존 제품 카테고리에서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는 게 현명하다. 

혁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타이밍이다. 혁신 자체가 아니라 혁신의 타이밍이 포인트다. 괜히 미리 내놔서 삼성에게 베낄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 이번 키노트에서 가장 실망했을 사람들은 아마 삼성일 것이다.



출처: www.iphonehacks.com



[시니컬 사전]


- 명절(명) : 가족과 친지라는 명분 하에 온갖 언어폭력이 행사되는 날. (예) "언제 시집 갈래?", "아직 취직도 안 하고 뭐하니?"


- 임금피크제(명):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 인력의 노하우와 역량을 폐기하지 말고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방침이었으나, 현 정권에 이르러 고령 인력의 퇴출 수단으로 각광받는 제도로서 젊은 직원들의 은근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와 노동자간 갈등을 세대간 갈등으로 치환시키는, 매우 영리한(?) 제도.


- 컨설턴트(명): 한때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사례(case)를 수집하고 알려주는 용도로 고용되는, 대체로 고학력인 보고서 편집자.




[리더십과 기업경영에 대하여]


- 사교성 좋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현장의 많은 리더들은 '회식하고 술 사주는 걸' 리더십의 실천법쯤으로 여긴다. 


- 직원의 행동을 보고 '넘겨짚는 것'만 하지 않아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좋은 리더는 섣불리 단정짓지 않는다. 직원에게 '왜 그런가?'라고 질문함으로써 정보를 얻는다. 판단은 그 다음에 하면 된다.


-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중간 직급 직원들의 외로움은 의외로 크다. 그들의 외로움을 다독여야 한다.


-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우문을 했으면 현답을 줘야 한다"라는 의미로 쓰는 사람을 접했다. 본인의 우문을 부끄러워 하기 전에 내 답이 현답이 아님을 꾸짖으시다니, 참 패기 있는 분이셨다. 현답이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단서'다. 결코 명쾌한 답이 아니다. 명쾌한 답이 조직경영에 어디 있겠나? 명쾌한 답일수록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도 대답 못하거나 어물쩍거린다면 그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준이 엄청 낮은 것이다. 


- "그것이 우리의 원칙에 부합되는가?"라는 질문에 집착하는 것은 관료주의의 징표일 수도 있다.


- 소통이 안 된다면 회의체를 만들자고 하고, 동기부여가 안 된다면 성과 차등을 늘리자 하고, 사기 진작이 안 된다면 단합대회 같은 거 한 번 하자 하고.....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나은, 그런 제도나 이벤트가 너무 많다.


- 시식코너 운영의 핵심은 무엇일까? 양껏 주는 것이다. 맛있는 기억을 '충분히' 남기는 것, 그래서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시식의 목적이니까 말이다. 찔끔찔끔 주려면 그리고 공짜로 주는 게 아깝다면 아예 시식코너를 만들지 마라.


-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려 노력할 때 이윤이 뒤따라온다.




[열정에 대하여]


- 열정이 있다고 자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다.


- 자기 자신을 간지럽힐 수 없듯이 혼자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한다고 새로운 통찰이 발생하지 않는다. 갇혀 있는 생각을 '간지럽히려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구하라.


- 어떤 일을 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그 일을 열심히 한다는 뜻, 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별로 힘들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닳고 닳았다는 뜻, 기계적으로 일한다는 뜻, 영혼없이 좀비처럼 일한다는 뜻이다. 일은 힘든 것이다. 아니, 일은 힘들어야 한다.


- 장미빛으로 반짝이는 행복한 직장을 꿈꾸지 마라. 더 불행해질 것이다. 일이란 근본적으로 힘든 것이다


- 조직 내에 '숙련된 무능'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학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 그런 사람들 말이다. 현재의 성과가 좋던 나쁘던 그런 사람들은 out시켜야 할 대상으로 1순위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시간이 아깝다.


- 스펙 좋은 사람을 뽑을 때 유의해야 할 것. 그들은 대체로 실패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을 모른다. 실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적이기 쉽고 비판을 거부한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조직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기여하지 못한다.


- 안정적 삶을 원한다고 많은 이들은 말한다. 그러나 스스로 불안정한 삶을 만드는 원인은 대부분 자기 내면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출처: oliveremberton.com



[어느 30대 후반 직장인의 질문]


"저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돈을 많이 번다는 게 어느 정도를 말하나요?"

"몇십억 정도는 돼야겠죠?"

"뭘 해서 그렇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대략적인 임금상승률과 재직기간을 계산하면 일정기간 얼마나 돈을 벌지 계산할 수 있을텐데(짤리지만 않는다면) 왜 '돈 많이 벌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하는 걸까? 사기라도 치겠다는 말인가? 쓸데없는 질문이다. 돈 많이 벌지 고민 말고,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몇개월 동안 모니터링하라. 제1의 재테크는 엉뚱한 곳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전략에 대하여]


- '내 몸'이라고 해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은 나의 '외부환경'에 해당된다. 운동선수가 되고 싶지만 순발력과 지구력이 약한 체질이라면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그런 신체 조건을 개선하기가 매우매우 어렵다. 이럴 때 그런 신체 조건은 외부환경이다. 개인 차원에서 인생의 전략을 잘 수립하려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내부환경)과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외부환경)을 먼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둘을 구분 못한다면, 그저 꿈이거나 징징거림에 불과하다.



[전략적 사고에 대하여]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오는데, 대개 '최소의 인풋으로 최대의 아웃풋을 얻는 방향으로 사고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틀렸다. 전략적 사고는 효율을 높이는 것과는 관련이 적다. 전략적 사고에서 키워드는 '전략'이다. 전략은 항상 무찔러야 하는 적, 즉 우리가 아닌 외부상황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전략적 사고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따라 나의 선택과 결정을 수시로 조정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출처: www.comstocksmag.com



[창업에 대하여]


창업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은 아이디어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은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은 금방 사라지고, 

아이디어는 재빨리 진부해지고, 

용기는 만용으로 변질된다.

'이래야 창업할 수 있다'라는 건 세상에 없다.

사실 창업 성공의 대부분은 '운'이 차지하고 있다.

소위 '창업 성공 공식'에 우롱 당하지 말자.




[전문가가 되는 법]


1. 한 분야에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다고 전문가가 그냥 되지는 않는다. '엉덩이'를 진득하게 붙이고서 공부를 하고 실천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된다.


2. 명강사의 강의를 쫓아 듣거나 명저를 탐독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그냥 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관(觀)'을 형성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된다.


3. 옳은 답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그냥 되지는 않는다. 본인 스스로 옳은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옳은 질문을 하도록 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된다.


4. 어떤 스킬에 숙달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그냥 되지는 않는다. 그저 '생활의 달인'일 뿐이다. 자신의 영역을 넘어 사고의 지평을 확장하고 타 분야와 융합해 가야 비로소 전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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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후 국내 소비자의 선호 시나리오   

2015. 10. 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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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판매 2위에 빛나는(?)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치 저감장치에 대한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미국으로부터 징벌적인 벌금을 부과 받은 사건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같은 그룹에 속한 아우디와, 경쟁사인 BMW 등도 비슷한 조작을 벌였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놓고 '잘 나가는' 독일 자동차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폭스바겐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엊그제는 도요타 프리우스의 기계적 문제와 애프터 서비스에 대한 무신경을 보도하는 TV 뉴스가 나올 정도로 매년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수입차 전체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참에 고급 세그먼트를 필두로 점점 모든 세그먼트로 확산되고 있는 수입차의 맹공을 꺾고 승기를 잡으려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이나 '자동차깨나 안다'는 여러 블로거들은 폭스바겐 스캔들이 130년 자동차 역사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거대한 사건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 스캔들이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나 선호를 크게 뒤바꿔 놓을 계기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연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일부를 제외하고 여전히 높지 않다는 점,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의 이동은 이번 스캔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국내로 시각을 돌린다면, 폭스바겐 차량 계약자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는 있지만 수입차에 대한 고객 선호와 국산 메이커에 대한 반기업정서는 그와 별개라는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근거로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고객들, 특히 국내 고객들의 선호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바로 그런 예측을 경계해야 합니다. 미래를 맞히려고 하기보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가능성들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시나리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려 하기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죠.


시각을 좁혀 '국내 시장에만 국한'시킨다면,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크게 두 개의 변수를 갖습니다. 하나는 수입차에 대한 선호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디젤차 선호 여부가 되겠죠. 그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정부의 환경 기준 강화라든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국내업체의 개발 속도 등은 이미 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불확실성은 낮은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연비 좋은 디젤차를 선호하고 동시에 수입차를 선호(특히 독일차를)하는 1번 시나리오가 국내 자동차업체로서는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입차를 선호하면서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2번 시나리오가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기술 수준과 상용화 능력에 있어서 국내 자동차업체가 열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니 말입니다. 국내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한때 렉서스 ES가 '강남 소나타'로 불렸던 것과 같은 옛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업체에게 이 시나리오들 중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디젤차를 선호하고 국산차 선호도가 증가하는 4번 시나리오입니다. 수입차 중 상당비율(70%?)가 디젤 승용차라서 수입차=디젤차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에 폭스바겐 스캔들로 수입차가 타격을 받고 반사이익을 국내 자동차가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승용 디젤 엔진의 수준이 독일차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반론이 있겠지만 ^^) 라인업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냥 좋은 시나리오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디젤 엔진의 수준을 높이고 라인업의 다양성을 재빨리 추구하지 못하면 그 '욕구의 빈 자리'를 해외 브랜드가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위 4개의 시나리오는 향후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틀로 사용하기 바랍니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 이보다 더 자세한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재야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양해하기 바랍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즉 맞히는 것보다) 몇 가지 가능성들을 탐색하는 시나리오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비라는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위에서 밝힌 두 개의 변수 외에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국내 고객들의 선호라는 요소에서 발견되는 불확실성이 또 존재할 수 있겠지만(당연히 그럴 겁니다), 시나리오는 계속 바뀌면서 수정해 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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